군필여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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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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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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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방심하면 보인다고?

DUMMY

솔직히 갑작스레 여자가 되고나서 곳곳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작지 않은 크기의 가슴을 달고 다니는 것도, 스커트 아래 허벅지 사이로 바람이 느껴지는 것도,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긴 머리카락을 힘겹게 감는 것도··· 이리저리 고역이었다.


참고로 홧김에 자르러 가려 했는데 저 책이 막아섰다. 자를 거면 5포인트를 지불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포인트 획득에 마이너스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100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니 5나 되는 숫자를 날려먹을 수가 없어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유지하고 있다.


아, 모르겠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에 따라서는 순식간에 적응하고 오히려 여자로서의 삶에 행복을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였다. 안타깝게도 그리 쉽게 적응하기엔 무리였다.


거울 앞으로 가서 서니 힘이 다 빠진 기색의 소녀가 보였다. 침울함이 절절하게 흘러나와 표정이 상당히 어두웠다.

“······.”

외로운 싸움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이럴 순 없다. 힘을 내야지.

“진정하고, 다음을 생각하자.”

뺨을 툭툭 두드렸다.

“한지나와의 악연은 이걸로 끝이 아니야.”


곧 있으면 다음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문제는 이번처럼 미리 대비를 하는 게 가능하냐는 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심각한 사안은 아니었다.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해결이 되고 다음 스토리로 나아가게 된다. 단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포인트를 먹을 수 있나 싶어서 말이다.


멍한 느낌으로 있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 순식간에 예정된 날이 다가왔다. 진행될 에피소드의 내용은 크러셔 사냥 참관 때 벌어진 습격이었다.


1학년은 바로 사냥에 바로 투입하지 않고 한 달간 교육을 시키는데 선배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참관하는 게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사건의 태풍 주인공이 있었으므로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예상 외로 크러셔의 숫자가 많아져 방어선을 뚫고 나간 개체가 발생하게 되고 그들이 대기소에 있던 일행을 덮치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뭐, 대기소에 침투한 크러셔는 숫자가 얼마 안 됐고 약한 녀석들이라 쉽게 격파 당한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한지나였다.


“오늘부터 1학년들은 ‘다크 문’으로부터 발생한 크러셔 사냥 참관을 간다.”

강성민 교관이 큰소리로 외쳤다.

“순차적으로 나눠서 각 지역으로 참관을 가게 될 텐데 이번에 갈 조는 나와 미스터 제이스가 담당하도록 한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

“잘 부탁한다.”

무뚝뚝한 얼굴로 인사를 하는 제이스의 시선이 슥 아래쪽에 모인 1학년들을 살핀다. 그리고 어째선지··· 나? 방금 나를 쳐다본 것 같은데?

고민하는 사이 그의 시선은 이미 다른 쪽으로 이동한 상태라 수상한 느낌은 손바닥 안의 모래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럼 명단을 부르도록 하겠다. 호명된 인원은 앞으로 나오도록.”


명단에 적힌 인물들은 전부 내가 알고 있는 대로 유세준, 강연재, 송하나, 설민지, 김현우, 한지나가 포함되었다.

“이지슬!”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엑스트라 캐릭터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던 걸까. 뭐, 대충 예상하긴 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


애초에 이 이지슬이라는 인물은 엑스트라였기에 표면적으로 등장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약방의 감초처럼 어디에서든 존재했을 지도 모른다.


자, 이제 무대는 마련이 되었고 필요한 배우도 다 모였군.


나는 강성민 교관의 옆에 서있는 제이스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저 녀석이 바로 두 번째 악당으로 당분간 계속 사건을 일으키는 주축이었다.

일전의 무고 사건 이후로 조용해지긴 했으나 앙심을 품은 한지나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했다. 이를 눈치 챈 두 번째 악당 제이스가 수작을 부려 이용해 먹는데 유세준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그게 바로 내일 벌어질 일이지.


“일정을 말해주겠다. 오전 9시에 출발하여 1시간 30분 후에 춘천에 도착. 그 후에···”


춘천에 도착하면 그쪽에 있는 방어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다크 문’은 일정한 주기로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으므로 인류는 해당 위치에 방어시설을 설치하여 대비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거기서 머물며 간단하게 체험을 하고 다음 날로 정해진 크러셔의 침투를 막는 선배들을 참관하면 되는 셈이었다.


버스를 탄 우리 조는 예정대로 10시 30분쯤 춘천에 도착했다. 곧바로 춘천의 방어시설까지 이동하였고 11시가 되어서야 짐을 풀 수 있었다.


“이야, 두근두근거리네. 과연 선배들은 어떤 멋진 모습을 보여줄까!”

힘바보 송하나는 벌써부터 의욕에 가득 차서 몸을 풀어댔다.

“하나야. 치마 입은 채로 다리 찢기 하지 마.”

강연재가 난처한 얼굴로 송하나를 만류했다.

“아, 미안. 불이 붙으면 참을 수 없다니깐~”

송하나는 하도 유세준을 보면 싸우자고 달라붙어 대서 강연재하고는 안면을 텄다. 게다가 저 특유의 낙천성과 붙임성으로 친해지기까지 했다. 강연재가 ‘기본적으론’ 상냥한 성격이기에 별 무리 없이 친해진 거지만 말이지.


“그런데 무방비함으로 유명한 여자는 내가 아니라 지슬이 아냐?”

“어?”

갑작스레 내 이름이 나와서 놀랐다.

“어라? 왜 모른다는 얼굴이야?”

송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내가 정말 몰라서 대답을 못하자 여자들이 서로를 보며 수군거렸다.

“아하하··· 미안, 미안. 내가 그, 으으읍?”

뭐라 말하려던 송하나의 입을 막아버린 강연재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바짝 다가왔다.

“정말 몰라?”

“뭔데?”

“···너 여러모로 무방비하다고 말이 많아.”

“뭐가 무방비··· 아?”

순간 무서운 기분이 몰려왔다. 설마?

“눈치 챘구나.”

“젠장.”

“알았으면 다음부턴 조심하라구.”

어느 새 끼어든 송하나의 말이었다.


“의자에 앉았을 때 다리를 벌려서 팬티가 훤히 보인다거나··· 좀 더워지면 블라우스 단추를 쉽게 푼다거나··· 그게 너는 스타일이 좋으니까, 윗단추 하나만 풀어도 위험한 느낌이란 말이지. 또 교련 시간에 툭하면 구석으로 가서 땀 식히지? 남자들이 다 보고 있는 거 알아?”


“···으, 저, 정말로?”

“그래!”

철렁한 기분이었다.

주변의 시선에 대해선 정말로 몰랐다. 친한 사람도 없이 혼자 다니는데다가 아무래도 본래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식하지 못한 빈틈이 나왔다는 건가?


[오오, 귀엽잖아!]

[1포인트 적립!]


이럴 때 포인트를 주지 말라고! 기분 나쁘게!


“하나도 너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가드는 확실하다고.”

강연재가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여긴 여자 숙소니까 나도 맘대로 다리 찢기를 한 거고 말이야!”

“그런데 엄청 유연하다, 하나야.”

“너도 할 수 있어!”

“아 난 무서우니까 됐어.”

“하나도 안 무서워~”

순식간에 화제가 바뀌어서 자기들끼리 떠드는 강연재와 송하나를 놔두고 나는 쭈그리고 앉아 절망감을 맛보는 중이었다.


그랬구나. 그런 거였어.


확실히 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이야 있긴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젠장!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멀었잖아. 반성해라! 이 멍청아!


불특정 다수의 남자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자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자괴감이 몰려왔다.

“뭐야, 난 보여도 괜찮은 줄 알았더니 완전 빨개졌잖아?”

송하나가 히죽 웃으며 내 어깨를 잡았다.

“까짓 거 닳는 것도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끄으으··· 지금 죽고 싶은 기분이야.”

“어어, 진정해! 죽으면 바보 된다?”

진짜로 죽을 생각은 없었다. 기분이 그렇다는 거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 친구할까?”

“친구?”

“자주 보이긴 했는데 항상 겉돌기만 하는 걸 보고 다가가기 힘든 느낌이었어. 하지만 나 너 같은 애 싫어하지 않아. 어때?”

“······.”

“친구하는 거다? 오케이!”

꽉 어깨동무를 해오며 헤실헤실 웃는 송하나. 그녀의 열기가 느껴지는 뺨이 내 뺨을 문지르며 붙어왔다.

나는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였고 송하나는 그 사이에 멋대로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강연재도 옆에서 웃으면서 앞으로 잘 지내자고 한다.


내 머릿속은 여전히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다녔다는 충격에 회복하질 못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래도 어렴풋이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 속 주연들과 어느 정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이전부터 계획을 세워두고는 있었기 때문이다.


[오 마이 프렌드!]

[1포인트 적립!]


15포인트가 모였다. 나쁘지 않은 속도였다.

우리는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고 12시가 되자 점심을 먹었다. 이후 오후 2시까지 쉬었다가 이번 방어를 맡은 2학년 선배들과 인사를 나눴다.

30명의 인원인 그들은 얼마 전까지 1학년이었던 자들로 여전히 창을 사용한 전략을 사용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크러셔를 상대하는 방법을 소개하기 전에, 크러셔의 일반적인 특징을 말하도록 하겠다.

크러셔는 하늘에 뚫린 검은 아공간에서 떨어지는 괴생명체다. 검은 점액질로 이루어진 그것은 언뜻 보면 슬라임 같기도 하다. 다만 약간 성질이 다른데 형태가 고정되어 있고 그 성격이 뚜렷한 편이다.


이제까지 확인된 크러셔의 타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케르베로스 타입. 대형견 크기의 괴물이다. 단, 이름과 달리 대부분은 머리가 하나였고 어쩌다가 한 번씩 머리가 세 개가 달린 게 나왔다.


다른 하나는 켄타우로스 타입. 하반신은 말이고, 상반신은 인간형인 괴물이다. 진짜와 다른 점은 손이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날카로운 형태였으며 얼굴에 기괴한 가면을 썼다.

두 괴물 모두 포악하고 흉포하기 짝이 없었다.


자주 발생하는 게 첫 번째 타입인 케르베로스였고 이번에 사냥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미 교육한 사안이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

강성민 교관이 빔 프로젝트에 자료를 띄우며 말했다.

“크러셔에겐 현대식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

지금 그는 참관에 앞서 재차 사전교육을 하는 중이었다.


“오로지 냉병기만 통하며 그 중에서 원거리도 역시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창과 검 등의 근접형태의 냉병기를 쓰는 것이다.”


이 내용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도 배우는 내용으로 철저하게 복습이 이루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만 원거리 무기는 크러셔의 행동을 방해할 수 있다. 일반 군인들이 후방에서 동원되는 이유다. 그들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져주면 달려오는 크러셔들의 형태가 무너지게 되고 우리가 손쉽게 사냥하는 구조이다.”


확실히 이곳엔 30명의 2학년 학생 외에도 일반 군인들도 있었다.


“제군들은 오늘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알겠나?”

-네!

학생들의 우렁찬 대답에 강성민은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작가의말

이런 것도 나쁘지 않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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