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여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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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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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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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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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기 돔 페리뇽 하나!(2)

DUMMY

이명호가 나한테 들이대면서 주의를 끄는 사이 박흥선이 내가 마실 술에 뭔가를 타는 게 보였다.

나는 괜히 주의를 끌리는 척 하면서 곁눈질로 모든 걸 확인했다.

“워든이라고 해서 세상 살기 편한 게 아니라서 말이야.”

그리 말하면서 순순히 술을 마셨다.

두 남자가 물끄러미 술이 넘어가는 내 목을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제가 보기엔 거의 귀족 신분이에요. 이렇게 미성년자가 술을 마셔도 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죠. 아, 죄송합니다. 주제 넘은 소릴 해서···”

“아니, 괜찮아.”

저들의 시선은 타당했다.

불만을 무마시키고 어느 정도 따르도록 하기 위해 이 나라는 워든에게 단순한 나이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대신 일반인을 때린다거나 하면 더 큰 처벌을 받는 등의 패널티는 존재한다.

“잠시 화장실 좀.”

“네, 다녀오세요.”

화장실로 간 나는 대충 빈 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비닐을 꺼냈다.

“-웁.”

방금 마셨던 술을 비닐 안에 뱉어 넣었다.

“후.”

마셨던 액체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비닐에 담았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워든은 가능한 일이었다. 재앙에 대항하여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일컬어지는 ‘마나’의 힘으로 입 안에 들어와 목구멍을 내려갈 때 위로 넘어가지 않도록 붙잡아 놓은 거였다.

이 행위에 엄청난 실력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이렇게 할 수 있다고 깨닫고 실천할 줄 알면 그만이다. 실로 간단한 이치였지만 결국 상상력과 응용력의 영역이었기에 아는 이가 적었다. 나? 나는 설정을 만들어낸 작가니까 당연히 알고 있는 거고.

“이걸로 증거는 확보됐군.”

물의 성분을 검사하면 약을 탔다는 사실이 드러날 터.

“오래 기다렸지? 그런데 미안해. 이만 가봐야겠어.”

여유롭게 돌아간 나는 바로 떠날 채비를 하였다.

“어? 정말로? 더 놀다 가지요.”

“네, 우리가 더 서비스 해드릴게요.”

해놓은 짓이 있어서 두 남자는 다급한 티를 냈다. 하지만 기다려 줄 생각은 없었다.

“왜, 내가 더 놀아야 할 필요가 있어?”

“다, 당연하지요. 지금은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이라···”

“별로 없기는. 저기 들어오네.”

때마침 아카데미 교복을 걸친 여학생 둘이 들어오고 있었다.

“손님이 마음에 들어서 그래요. 손님 같은 미녀는 본 적이 없어서···”

“미녀가 있으면 데려와 봐. 나도 미녀 좋아하니까.”

“네? 아, 어···”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모양이다. 좀처럼 말을 잇질 못하고 허둥지둥 거린다. 나는 그 모습을 서커스를 관람하는 기분으로 지켜보았다.

“다음에 또 놀러올게. 그때 봐~”

“아, 저기!”

이미 상황은 종료다. 이 녀석들이 뭘 하든 그 위에 있는 게 나다. 살며시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가게를 나왔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깔렸다. 유흥가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빛으로 가득 찼고 거리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여긴 어두워질수록 활기가 차는 곳이었으니까.

“자, 이제 어쩔까.”

김현우는 지금쯤이면 엄청난 꼴이 됐을 터.

나는 김현우가 찾아간 가게로 갔다. 그 가게는 한 단란주점으로 작은 테이블에서 술을 파는 형태였으나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여자라는 점을 빼면 호스트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하, 역시나.”

녀석이 있는 테이블로 가니 쇼파에 널브러진 채 비몽사몽 거리는 걸 발견하였다.

“야, 일어나.”

“으음, 으, 뭐야?”

완전히 취해서 빨개진 얼굴로 정신을 못 차린다.

“정신 차리라고, 이 놈아.”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운 다음 뺨을 두세 차례 갈겨주었다.

“으윽, 으으?”

그제야 의식을 추스린 김현우가 나를 알아보았다.

“이, 이지슬? 네가 왜 여기에···”

“······.”

주머니에 꽂혀있는 사진을 집어 들었다.

여자를 끼고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의 김현우가 담겨 있었다. 약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으나 사진으로만 보면 오해하기 딱 좋았다.

이건 가게 측에서 준비한 일종의 경고였다. 너의 약점을 잡았으니 너는 우리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유세준을 뛰어 넘으려는 김현우는 시작부터 제대로 꼬인 셈이었다.

“흥.”

비웃음을 날려주며 사진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자.”

“어? 어어?”

겨우 상황을 파악한 김현우가 절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 x됐다, 라는 느낌이 저절로 느껴지는 시커먼 얼굴이었다.

“아주 멋진 사진이네?”

“······.”

그렇게 큰소리를 빵빵 쳐댔는데 이런 상황이 되자 차마 대답하지 못하겠지. 뭐, 어쩌겠나. 이 형이 못난 동생을 위해서··· 해결로 이끌어 주자.

“이 형에게 할 말 없냐.”

“형?”

“아, 아니. 누나에게.”

짜식이 멍 때리면서도 그건 또 지적하네.

“·········.”

“괜찮아, 괜찮아. 사내자식이 실수할 수도 있지!”

“젠장. 만회하고 말겠어.”

“어떻게?”

당연한 물음에 김현우는 대답을 못하고 우물거렸다.

“어, 어떻게든!”

김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겠어!”

“그래.”

우리는 가게를 나왔다. 거리는 아까보다 더 활기가 돌고 있었다. 온갖 간판이 뿜어내는 밝은 조명들이 나와 김현우를 밝게 비추었다.

“하아.”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김현우의 한숨.

“진정해. 해결 못할 일도 아니야.”

툭툭 어깨를 두드렸다. 어쩐지 위로해 주고 싶었다. 얼마 전까지 꽃뱀에 당해 술만 퍼마시던 내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에겐 옆에서 해결해주겠다고 든든하게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로지 홀로 싸워야 했고 쌓아놓은 자본이 없었다면 결백을 증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입장이 되었지만 아무렴 어떠냐. 진정 현실이므로 도와주는 게 답이겠지.

“···미안하다.”

한 마디 사과를 하고 떠나가는 김현우. 그 뒷모습을 가만히 놔두었다. 남자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 법. 그때가 지금이었다.

남겨진 나는 남은 작업을 처리하기로 했다.

오후 9시가 넘어가는 시점이었지만 김가영과 유세준을 불러냈다. 김가영은 나에게 거역할 수 없었고 유세준은 선도부 일로 중히 상담할 게 있다고 하였다. 이럴 때 결코 외면하지 않는 게 주인공이라는 포지션이기도 했다.

24시간 카페에서 만난 나와 두 사람은 조용한 쪽 테이블에 앉았다.

“선도부 일로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김가영은 입을 다물고 있는 가운데 유세준이 대화를 시작했다.

“응. 그 말 대로야.”

“뭔데?”

“김가영과 친구가 되어줘.”

“엉?”

“??”

두 사람이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내 짝 김현우가 함정에 빠져서 위기에 쳐하게 되었어. 난 그 녀석을 구하고 싶어. 다만, 자존심이 엄청 센 녀석이라 까다로워. 그럴듯한 그림이 필요해.”

“그 그림이 나와 이···”

“김가영.”

“아, 그래. 가영이랑 친해지는 거라고?”

“어.”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의 두 사람에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김현우는 2등, 너는 1등이잖아. 걔는 겉으로는 틱틱 거리며 툭하면 1등을 뛰어넘겠다고 이를 갈아도 인정할 건 인정하는 애거든.”

김현우가 유세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점은 이미 아카데미 내에서 유명했다. 내가 보지 못한 자리에서도 자그마한 신경전이 심심하면 벌어지곤 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나서면 설득시키는데 용이하다 이거구나. 그런데 왜 가영이랑 친해지라는 거지?”

나는 김현우가 어떤 위기에 쳐했는지 대략 설명하면서 김가영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그렇구나. 프로그래머라고? 대단한데?”

“아하하, 으, 응.”

김가영은 내 눈치를 보느라 쩔쩔 맸다.

“유세준 네가 가영이랑 함께 김현우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해줘.”

“흐음, 알겠어. 현우가 참 딱한 상황에 쳐하긴 했네. 도와줘야 맞는 거겠지.”

원래 스토리에선 유세준이 한지나의 무고를 돌파하면서 김가영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내가 빠르게 종료시켜버렸기에 이런 번거로운 자릴 마련한 거였다.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이긴 한데, 어쩔 수 없었다. 이야기의 흐름상 반드시 지켜야 할 분기점 정도는 있기에 완전히 멋대로 진행시켜선 안 됐다. 특히 이번 에피소드는 김현우가 마음속으로 유세준에게 호의를 품게 되므로 그냥 넘기면 큰일 난다.

그냥 내가 김가영을 휘둘러서 후다닥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랬다간 김현우가 계속해서 유세준과 반목을 하며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가 없게 되니까.

“잘 부탁해, 가영아.”

“나, 나도.”

다소 억지스럽긴 해도 결국 기본적인 형태는 비슷하게 만들었다.

이제 유세준과 김가영은 김현우를 찾아가 도움을 주겠다고 할 것이다. 김현우는 당연히 그 자리에서 자기 문제에 상관하지 말라며 틱틱 거린다. 그래도 도움의 손길은 멈추지 않고 끝내 문제를 해결해준다. 쿨한 성격의 유세준은 으스대거나 하지 않고 선도부 동료로서 도와주었다는 주인공다운 소릴 한다.

김현우가 그에게 감동받는 순간이다.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이 좀 있을 뿐이지 김현우는 악당 포지션의 인물이 아니었다. 라이벌이자 조력자로 설정했기 때문에 발전적인 결과가 나오는 거였다.

문제 해결 방식은 다음과 같다.

유세준의 부탁을 받은 김가영이 해당 가게의 전산망을 해킹하여 자료와 사진을 모두 빼내게 된다. 이로 인해 김현우를 위협하던 사진은 없어지고 탈세 혐의로 압수수색을 실시할 근거가 생긴다.

참고로 아카데미 특구는 국방부의 인트라넷처럼 특별한 전산망을 사용했다. 김가영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맘대로 뚫어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세준이 학생회장 한을지에게 요청하여 접근권한을 주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판은 모두 깔아줬으니 알아서 굴러갈 테고 나는 가만히 누워서 떡이 떨어지길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학생회장의 호출을 받았다.

“어서 오세요.”

학생회장 한을지가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하였다.

“무슨 일인가요?”

“저번 첫 번째 조사에서의 결과 때문입니다.”

“네.”

“그다지 이렇다 할 소득은 얻지 못 했어요. 뭐, 첫술에 배가 부를 순 없듯이 저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도 뭐든 간에 노력을 할 테니 말이죠.”

선도부가 순찰을 돈다고 순순히 걸려들 녀석들은 이 바닥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무의미하진 않았습니다. 특히 김현우 학생과 관련한 일에서요.”

“그렇군요.”

한을지 역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다. 전산망 해킹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도 관련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쓸 만한 요소는 잡아내지 못 했지만 단속을 강화할 근거는 마련되었어요. 요즘 유흥가의 가게들이 너무 막나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좀 눌러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지슬 학생이 가져다 준 증거도 결정적이었고요.”

“뭐든 지나침은 문제가 있는 법이죠.”

한을지는 흡족한 얼굴로 끄덕였다.

“김현우 학생이 쳐했던 위험요소도 제거가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설마 교활한 술수를 파놓았을 줄이야 방심할 수 없겠군요.”

“네.”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저는 부정축재의 중심이 된 학생회를 가만 놔둘 생각이 없어요. 이지슬 학생에겐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의외의 기대를 받다?]

[1포인트 적립!]


오케이, 12포인트.

“다음 활동도 조만간 시작할 테니 준비해주세요.”

“네네, 그럽지요.”

학생회실의 볼일을 끝내고 복도로 나왔다. 잠시 등을 젖히며 몸을 푼 나는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안녕.”

“응?”

마치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서있던 김현우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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