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여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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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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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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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하산 방어전(3)

DUMMY

“다, 닥터 슈리린?”

“그렇단다, 얘야.”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직접 나타나다니···”

“응?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니? 보통 아이가 아니었네.”

슈리린은 내 앞에 섰다.

“별로 기대는 안 했지만 한심한 남자라니까. 보기 좋게 실패했네.”

“···으으.”

쓰러진 제이스가 앓는 소릴 냈다.

-콱.

“윽!”

그런 제이스를 밟은 슈리린은 입꼬릴 말아 올렸다.

“놀이는 끝났단다, 얘야.”

-바스락.

나는 시선을 내렸다.

“!”

나뭇잎을 스치며 내쪽에 접근하는 것은 마나로 이루어진 뱀이었다.

“큿.”

뱀이 튀어올랐다.

급히 몸을 뒤로 물렸지만 턱을 살짝 스쳤다.

“후후, 움직임이 나쁘진 않네. 하지만 지친 게 보인단다.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고 어서 이리오렴.”

-바스락.

-바스락.

뱀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총 다섯 마리였다.

“쳇.”

“자, 얘들아. 콱 물어버리렴!”

“샤악!”

뱀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마력의 출력을 높였다.

-콰아아!

푸른 폭발이 일어나면서 뱀들이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머리가 없어진 것도 잠시, 순식간에 돋아나며 그대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앞으로 빠져나가며 공격을 피했고 슈리린을 노렸다.

“어머나, 혹시 내 아이들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한 거니?”

슈리린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확 솟구쳤다.

“역시 꼬맹이는 매로 교육을 해줘야지!”

“윽!”

이 여자가 뱀을 다루는 기술을 쓴다는 것쯤은 알았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육탄전에도 일가견이 있음도 알았다.

하지만 직접 몸을 부딪치니 달랐다.

이미 크러셔를 해치우고 제이스와 싸우면서 많이 소모한 나로서는 생각과는 달리 만전의 슈리린에게 제대로 반응하기 힘들었다.

아니, 오히려 슈리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보니 내 상태를 망각하고 말았다.

“커윽!”

배를 제대로 맞았다.

“후후, 맛이 어떠니?”

나는 서둘러 몸의 중심을 바로잡았고 뒤로 구르면서 거릴 벌렸다.

“아직 팔팔함이 남아있긴 하구나.

“제길.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그건 모르는 거니? 흐음. 왜긴··· 네가 아주 훌륭한 여자기 때문이지.”

책이 나를 불순분자로 인식하고 치료, 즉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얘길 들었지만 상대로부터 직접 뭘 원하는지 들은 건 아니었다.

제이스도 그렇고 그때 사내고 그렇고, 결혼이니 뭐니 자꾸 거슬리는 소릴 하니까 물어본 거였다.

“훌륭한 여자?”

“여기까지만. 네가 우리 품에 들어오면 다 말해줄게.”

“쳇. 싱겁게.”

“후후후, 마무릴 지어볼가. 얘들아?”

“샤악!”

또 뱀들이 달려들었다.

배를 한 대 맞고 상태가 안 좋았던 나는 제대로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뱀들은 조금씩 내 몸을 물어뜯었다.

“아윽.”

“끝이 보이네. 괜찮니?”

“······.”

몸에 힘이 점점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내 뱀에는 독이 있거든. 그만큼 물렸으니 조만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거야.”

“젠장.”

“그럼 이제···”

“지슬아!!”

“응?”

슈리린과 나, 동시에 소리가 들린 쪽을 보았다.

“지슬아아아!!”

저, 저 녀석!?

언덕을 구르듯이 내려오는 사람은 바로 김현우였다. 어째서 저 녀석이 저기에 있는 거냐? 다른 소대에서 싸우고 있어야 할 녀석이!

“내가 왔다아아아!”

“어머, 얘는 또 뭐니.”

고개를 갸웃거리던 슈리린은 밑으로 내려온 김현우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 현우 학생! 훌륭한 성적에 언제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한 아이네.”

“어? 슈, 슈리린 박사님?”

슈리린은 아카데미 내에서 마나 호흡법과 관련된 수업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익숙한 얼굴이었고 여기서 보니 깜짝 놀라는 거였다.

“어서 오렴. 현우 학생도 수업 받으러 온 거니?”

김현우는 마나로 이루어진 뱀 다섯 마릴 거느린 그녀와 바닥에 쓰러진 나를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박사님. 이 상황은 뭐죠?”

“뭐긴. 말 안 듣는 학생을 교육 중이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김현우의 몸에도 새파란 마나가 피어올랐다.

“후후, 기운이 넘치는 아이구나. 너는 지금 손 볼 애가 아니지만 좋은 기회야. 같이 데려가야겠어.”

“뭐라고? 지슬아. 괜찮아?”

“벼, 별로 안 괜찮아.”

몸이 마비 되서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입은 움직였다.

“여긴··· 어떻게···”

“5소대 애들이 제이스 선생이랑 같이 굴러떨어졌다고 하더라. 그런데 아무도 내려갈 생각을 안 하는 거야!”

“······.”

“학생들? 둘이 사이좋게 떠드는 것도 좋지만 내가 있거든?”

무시를 당해서 화가 났는지 슈리린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자, 얘들아. 저 말 안 듣는 아이도 같이 교육해주렴.”

“샤아악!”

뱀들이 달려들고 곧 김현우와의 전투가 시작됐다.

“으, 으으.”

나는 언덕 위쪽을 바라보았다.

도무지 다른 사람들이 올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왜 아무도 안 오는 거냐.

아니, 그럴 만한가.

크러셔는 아직도 쏟아져 내려오고 있을 터. 저 멀리 보이는 ‘다크 문’은 아직도 건재하니 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오질 못 하는 거야.

김현우는 그 와중에 내가 걱정되어서 전투에서 이탈하여 내려온 모양이었다.

나중에 징계를 받을 텐데.

“제법 실력 있는 아이지만 나한테는 안 되지.”

“윽!”

김현우가 제압당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어떻게든 다른 수를 찾아내야 했다.

아.

한 가지 있었다.

“채, 책!”

황급히 그것을 불렀다.


[불렀음?]


“그, 그래. 현재 10포인트 남았지? 그걸로 뭘 할 수 있지?”


[안 됨.]


“뭐라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음.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세계의 균열을 더욱 크게 만들 수가 있음. 적대 수위가 더 높아질 거라는 소리임.]


“그렇다고 가만있어? 다 죽게 생겼다고!”


[네가 리스크를 짊어지는 방법이 있잖음. 만능의 그릇 말이야.]


“······.”

그건 그랬다. 그게 있었다.


[내 말을 듣기 싫으면 포인트를 써도 좋음. 해독제에 2포인트. 능력 강화에 5포인트를 받아갈 거임.]


“알겠어.”


[응?]


“만능의 그릇, 쓸게.”


[그 선택을 존중하지.]


-우웅.

몸 안에 없던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제한시간은 24분. 물론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몸을 마비시키던 독기운은 말끔해졌고, 나는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납덩이처럼 무거우며 힘이 없어서 골골댔는데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뭐랄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김현우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는 슈리린을 보았다.

“끝났네. 수고했어. 현우 학생. 좋은 여흥···”

김현우를 놀리던 그녀는 갑자기 내 쪽을 쳐다보았다.

“무슨···”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모양이다.

“이리 와.”

내가 요구했다.

“헉?!”

저만치에 있던 슈리린이 순식간에 내 앞으로 끌려왔다.

“일단 한 대!”

-퍽.

배를 쳤다.

“꺼윽!”

“다음!”

턱을 추가로 쳐올렸다.

“으윽!”

바닥에 쓰러진 슈리린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얘, 얘들아! 어서 물어라!”

“사라져.”

뱀들은 나의 명령을 따랐다. 이를 내밀며 달려들던 뱀들이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뭐, 뭐라고?”

“팔, 부러져.”

-우드득.

“꺄아아악!”

슈리린이 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 뭘까 이 기분은.

이 만능감. 이 전능함!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대로, 쓰러져.”

털썩, 쓰러진 슈리린. 그녀는 두려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 이게··· [어르신]들이 말씀하신···”

그녀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모르겠다.

뭐, 아무렴 어때.

죽여 버려야지.

“이대로 죽···”

“지슬아!”

내 눈동자가 김현우에게로 향했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독에 당한 모양이었다.

“죽이면··· 안 돼. 데려가서 조사해 봐야지.”

“움직여.”

“어서··· 어?”

독에 마비가 되어 있던 김현우의 몸이 움직이게 됐다.

“아무튼 죽이면 안 돼.”

“···그건 그렇다만.”

여전히 두려움에 질려있는 슈리린을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나와 너를 해하려 했으니, 죽여야지.”

“안 된다니까!”

김현우가 나를 붙잡았다.

“······.”

이상하다.

이 녀석도 떨쳐내면 되는데, 왜 안 그러는 거지.

꺼져라, 라고 한 마디만 하면 간단한데.

“제길!”

잠간 틈이 생긴 사이에 슈리린이 몸을 일으켰다.

“두고 보자!”

-슈윽.

‘다크 문’처럼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그녀가 그곳으로 사라졌다.

“아, 놓쳤다.”

“그, 그러네.”

당황한 김현우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역시··· 죽였어야 했다니깐.”

“미안.”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는 김현우에게, 내 마음이 약해짐을 느꼈다.

이상하네, 정말로 이상해.

뭐, 아무렴 어떤가. 얘가 살았으면 된 거다.

“알겠···어.”

“후우, 일단은 산건가?”

“아마도.”

주변을 둘러본 김현우는 제이스를 들쳐 맸다.

“···선생님. 대가는 치르셔야죠?”

“미안하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였다.

“다 내가 못난 탓이다. 크흐흑··· 미안하다.”


[24분 다 됐음]

[만능의 그릇 효과 종료]


“아.”

뭔가 느낌이 달라졌다.

제정신으로 돌아왔다고 해야 하나. ‘만능의 그릇’이 발동됐을 때랑은 확실히 달랐다. 다시 ‘나’라는 존재로 돌아왔다.

후우,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었어.

이게 바로 [만능의 그릇] 능력인가? 대단하긴 하네. 내가 신이 된 것마냥 마음대로 할 수가 있었어. 그 슈리린이 꼼짝을 못 하다니.

또 뭐였더라.

쓰고 나면은 기억을 잃는다는 소릴 들은 것 같은데 딱히 이상이 있지는 않았다. 아니면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겠다만.

나 자신이 본래 남자였다는 사실도 잘 떠오르고 말이다.

음, 문제없어.

“위쪽도 끝났나보네.”

“어, 그러네.”

하늘을 보니 균열이 닫히고 있었다.

-저벅, 저벅.

나와 김현우는 제이스를 양옆으로 잡은 채 언덕을 올랐다.

“그, 있잖아.”

“응?”

“크, 크러셔 말이야. 며, 몇 마리 잡았어?”

내기의 내용을 말하는 것 같았다.

“열···일곱.”

김현우가 순간 기쁜 표정을 지은 게 보였다.

“나는 스물다섯!”

“도중에 뛰어와 놓고 나보다 많이 잡았다고?”

“하하, 이겼다!”

이런.

제이스가 채찍으로 광역학살을 해대서 별로 못 잡은 게 컸다.

나는 켄타우로스를 잡았으니 그건 열로 쳐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려다가 그만뒀다. 너무 추했다.

“아싸. 그럼 제대로 데이트 하는 거다?”

“···알겠어.”

우리는 언덕을 마저 올라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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