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아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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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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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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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먼지 쌓인 도서관 (1)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아직 그대로네.”

우스드라는 나라는 지도에서 사라지고 잊혀지기 시작했지만 한 때 영광을 담았던 수도의 흔적이 티아와 그녀의 일행들 눈에 담겨졌다.

“한 때 태양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번영했던 곳이었는데···.”

씁쓸함을 삼키는 티아에게 곁눈질한 단테는 그녀의 시선이 닿아있는 중앙 탑을 쳐다봤다. 오랜 시간 관리가 안 된 탓인지 탑 곳곳에 푸르스름한 이끼가 껴 있었고 지저분한 먼지가 눌러 앉아 있었지만 2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높이가 내뿜는 위압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작은 나라라고는 해도 문화적으로는 융성했던 것 같군요.”

단테는 감탄하는 리샤르의 말에 동의했다.

우스드의 크기는 트리어의 일개 공국에 불과한 정도의 영토를 가졌었지만 중앙 탑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수많은 3층 이상의 주택들과 5층 이상의 여러 세대가 묶여있는 집들-티아는 그것을 아파트라고 불렀다.-은 도저히 이 작은 나라의 힘으로 만들어 냈다고 믿을 수 없었다. 대륙에서 가장 번영했다고 소문난 푸아티에나 트리어 전체와 비교했을 때 조금도 뒤쳐져 보이지 않았다.

“나라는 작았지만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큰 사람들이었던 것 같군요.”

얄 역시 경이로움과 황홀감으로 휩싸인 눈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짧게 감탄했다. 자기 일행이 그녀의 나라의 모습에 깜짝 놀라하는 모습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렸다.

“그렇지만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죠.”

이곳에 오기 전 단테는 티아에게 그녀의 나라를 다시 세우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단테의 기대와는 반대로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사라질 나라였어. 그것을 억지로 붙잡으려 하는 건 나와 내 사람들을 갉아먹고 피폐하게 할 뿐이야.”

그녀의 나라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똑똑히 지켜 본 티아가 내린 슬프지만 현실적인 결론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마리를 거부했다면 우스드가 당장 푸아티에에게 사라지는 비극은 면했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멸망할 만큼 나라가 기울고 있었다는 것은 어렸던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자, 또다시 그녀에게 당하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을 해야죠.”

얼굴에서 씁쓸함을 거둔 티아는 애써 힘을 내며 흩날리는 먼지들 사이를 발로 걷어내며 걷기 시작했다.

“그럽시다.”

리샤르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작게 미소 지으면서 그녀의 뒤에 따라 붙었다.

“네 누나도 적응한 모양이내.”

단테가 말하자 그의 등 뒤에 안겨 있는 테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래.”

“그렇게 대답 할 줄 알았어.”

테온이 걷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 챈 단테는 재빨리 몸을 숙여 그의 발이 땅에 닿게 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테온은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나무 인형 같은 아이였지만 누나의 보살핌과 단테가 끊임없이 말을 붙이고 친해지기 노력한 덕분인지 제법 밝아졌다. 덕분에 티아도 한시름 놓고 그들의 나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근본은 착한 사람이니까 네 누나도 받아들인 거 아닐까.”

그의 말대로 며칠간 지켜 본 리샤르는 눈치가 조금 없을 뿐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가 단테 일행에게 섞이기 위해 노력한 것 또한 한 몫 했다.

“도서관은 어디에 있지?”

단테가 앞에 간 둘을 따라가면서 티아에게 묻자 그녀는 뒤돌아보는 대신 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서 걸어서 20분 쯤 거리에 있어.”

그녀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그들의 목적지인 도서관으로 가는 방향일 것이라 생각한 일행들은 하나 둘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전에 들를 곳이 있어.”

“들를 곳이라뇨?”

리샤르가 중간에 끼어들었지만 익숙해진 덕인지 처음 봤던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진 않았다.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등록’을 해야 하거든요.”

“등록?”

“응. 우스드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니 아무나 함부로 들일 수 없잖아? 그러니까 나름의 보안책으로 한 거야. 그래봤자 몇 번 뚫리긴 했지만···.”

단테는 그녀의 설명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너나 나 같은 사람들만 들어 갈 수 있도록 만든 거야?”

그의 말에 티아는 손가락 사이로 탁 치는 파열음과 함께 몸을 돌렸다. 자세히 보니 눈이 놀라움으로 커진 것 같았다.

“잘 아네. 어떻게 알았어?”

그녀의 모습에서 아델라가 겹쳐 보여 기분이 좋아진 단테는 작게 미소 지었다.

“레-솔리튜드에 있는 도서관도 같은 구조일 거라 생각했거든. 거기도 여기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신분확인을 하는 과정이 있더라고.”

“아.”

단테의 설명에 납득한 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쪽은 어떻게 등록하는지 모르지만 우리 것은 편법을 쓸 수 있거든. 그걸 이용해 보려고 해.”

“편법?”

단테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대신 다시 몸을 돌려 먼지가 쌓여있는 길을 재촉해 나아가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등록만 하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 줄 수 있어. 도서관을 나가기 위해선 문을 열어 준 사람이 함께 나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들어가는 게 목적이니까.”

“꽤나 위험한 거 아닌가요? 귀한 서적들이 모여 있는 곳 일텐데 아무 사람이나 함부로 들이다뇨.”

얄의 진심이 담긴 걱정에 티아는 공감했다. 실제로 이 편법 때문에 마리가 군대를 끌고 와 습격을 했었다.

“제 생각이긴 하지만 아마 초대 도서관장님께서 도서관을 세우면서 내세웠던 표어가 ‘모든 지식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였거든요. 그래서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한 거 같아요.”

멀리서 봤던 중앙 탑에 점점 가까워지자 아까 느꼈던 위압감은 배로 커진 것 같았다. 20m라고 생각했던 탑은 첫 층에 새겨진 단테 키 만한 화려한 조각들이 그들을 반겼다. 티아는 장식들 사이로 다가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이 사람이 우스드의 초대 여왕이자 도서관장인 복원자 아나크트쉬님 이야.”

“도서관장이 여왕이라고?”

단테 말의 의도를 알아챈 티아는 두 손을 내저었다.

“난 우스드이 왕족이 아니야. 통치자이자 도서관장인 그녀를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두 직책은 분리되었거든.”

“그렇구나.”

티아는 생각에 잠긴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옆에 있는 조각들을 쓸면서 끊겼던 설명을 이었다.

“두 번 째 도서관장이었던 토리아님은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집이나 건축물들 대부분을 지으실 만큼 건축에 많은 열정을 쏟은 분이었어. 최후의 순간까지도 이 탑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계셨지.”

그 뒤에도 3대, 4대 도서관장의 이야기를 풀던 티아는 아홉 번 째 도서관장을 끝으로 설명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장식이 없는 빈 공간에 우뚝 섰다.

“이곳이 본디 나의 아버님이 있을 곳이었어.”

살짝 상기된 표정의 된 티아가 말이 멈추자 작은 바람소리만이 단테의 귀에 울렸다. 잠깐의 침묵이 끊나자 티아는 다시 걷기 시작해 먼지가 쌓인 석판에 멈췄다.

“단테 손을 펴서 이리 줘봐.”

그녀의 말대로 순순히 오른손을 내밀자 티아는 반대 손으로 그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을 포겠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차이가 나는 그녀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둘 사이에 끼어 있는 리샤르의 눈이 커지는 것을 두 사람 모두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자, 이제 그 손을 이 석판 위에 올려봐.”

예전에 레-솔리튜에서도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무얼 하려는지 이해한 단테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행동으로 옮겼다.

위이이잉

석판에 손을 포개자 쌓여 있던 흙은 진동으로 인해 흩어지고 초록색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단테 에레미타 님. 3만 2천 241번째 열람자로 등록 되셨습니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티아 남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몸을 움츠렸다.

“사내놈이 쫄기는”

분명 단테를 놀리는 말이었지만 자신들에게 말한 줄 알았던 리샤르는 반사적으로 변명을 하려했다.

“쫄다뇨 저는···.”

“자 이제 가자.”

자칫하면 길어질 뻔 한 그의 변명을 잽싸게 자른 티아는 갑자기 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사실 말을 안 한 거가 있는데 오후 7시가 되면 도서관에는 그 누구도 들어 갈 수 없어! 그게 설령 도서관장이나 왕이라 해도 말이야! 그리고 지금은 오후 6시 반이지!”

그녀는 시계를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이곳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해가 지는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지금이 몇 시인지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

“미안! 너무 감상에 젖어 있었나봐!”

갑자기 시작된 달리기에 시끄러운 발소리가 도시 이곳저곳에 울렸다. 무엇이 좋은 모양인지 연신 터지는 그녀의 웃음소리와 함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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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짧은 이별 (1) 19.07.03 29 3 13쪽
64 졸업 (4) 19.07.01 33 2 9쪽
63 졸업 (3) 19.06.28 37 2 11쪽
62 졸업 (2) 19.06.26 52 3 9쪽
61 졸업 (1) 19.06.24 47 3 9쪽
60 길 (6) 19.06.10 52 3 7쪽
59 길 (5) 19.06.07 28 3 10쪽
58 길 (4) 19.06.05 33 3 9쪽
57 길 (3) 19.06.03 33 3 10쪽
56 길 (2) 19.05.31 35 3 10쪽
55 길 (1) 19.05.29 26 3 11쪽
54 먼지 쌓인 도서관 (4) 19.05.27 34 3 10쪽
53 먼지 쌓인 도서관 (3) 19.05.24 40 3 10쪽
52 먼지 쌓인 도서관 (2) 19.05.22 35 3 10쪽
»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5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29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4 3 10쪽
48 반격 (5) 19.05.10 27 3 10쪽
47 반격 (4) 19.05.08 48 3 12쪽
46 반격 (3) 19.05.06 44 3 10쪽
45 반격 (2) 19.05.03 36 3 10쪽
44 반격 (1) 19.05.01 5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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