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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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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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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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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길 (3)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여왕님의 가호를 받게 될 줄이야.”

리샤르는 감격에 겨워하다 못해 눈물을 흘릴 것 같이 떨리는 목소리로 허공을 향해 내뱉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우리나라의 시조님에 대해 아시는 거예요?”

티아는 우스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리샤르가 아나크트쉬에 대해서만큼은 비교적 해박하게 알고 있는 까닭이 궁금해졌다.

“크흠, 그건 말이죠.”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리샤르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제가···좀 개인적인 흥미가 있었거든요.”

“네?”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티아가 되물었을 때 리샤르를 변호하기 위해 가벼운 웃음을 지으면서 아나크트쉬가 나섰다.

“아마 내가 서쪽의 왕국으로 갔을 때 남아있던 기록들을 봤던 모양이내.”

“마···맞아요.”

둘의 찰떡같은 호흡에 티아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나름대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넘어갔다.

“그러면 여왕님 리샤르씨에게 어떻게 마법을 덧씌울 생각인가요?”

그녀의 질문에 아나크트쉬는 티아의 머리를 손으로 갖다대더니 다른 손으로 수인을 그렸다.

“네 동생은 정말 특이 체질이라서 길에서도 예외로 적용 되서 목적지로 가는데 괜찮겠지만 저분은 너의 힘을 조금 나눠 줘서 해결하려고 하는데···어때?”

우스드에서 힘을 나눠 준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티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결심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물론이에요.”

그런 모습이 여왕의 마음에 들었는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면서 긴장해서 몸이 뻣뻣해진 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약간의 피만 있으면 돼. 대신에 그 동안은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

“네.”

티아의 대답을 신호로 수인을 그렸던 손이 붉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날아가 리샤르가 잡고 있던 티아의 손으로 도달했다.

“으윽!”

순식간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오자 짧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고통을 삼키는 티아는 피가 흥건하게 흐르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리샤르는 자신의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피로 물들자 황급히 손을 내빼 지혈을 하려 했다.

“가만히 있어요.”

아픈 것을 겨우 참고 있었는데 협조하지 않는 리샤르 때문에 짜증이 몰려온 티아는 어금니를 꽉 물으며 손을 내빼려던 그를 놓치지 않게 꽉 잡았다.

“···네.”

까딱하다가는 잡아먹을 것 같이 노려다보는 티아의 눈을 보자 리샤르는 그대로 굳어버려서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

“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던 티아의 피가 과다출혈로 그녀가 쓰러지기 직전 멈춤과 동시에 혈관을 타고 움직이듯 길을 만들며 리샤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괜찮으니까 그대로 있어요.”

티아가 불안해하는 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자신을 서서히 옥죄어 오고 있는 피의 그물을 보고 쉽게 진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어···어어!”

도망치고 싶었지만 손을 포박당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로 다가오는 그물을 받아들였다.

“윽!”

그물은 그의 몸을 겉옷으로 감싸듯이 머리부터 발끝 까지 감싸안자 그제 서야 티아는 그의 손을 놓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후···후. 이제 괜찮아요. 불편하겠지만 몸에 해가 가지는 않을 거니까 레-솔리튜드로 가기 전 까지만 그걸 입고 있어 주세요.”

피가 너무 많이 나간 것 때문인지 현기증이 난 티아가 휘청거리자 옆에서 둘의 행동을 지켜보던 발렝이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으신가요?”

자신보다 키가 훨씬 큰 발렝의 부축을 받으면서 올려다보니 그의 모습이 자신과 거래를 하던 때의 요한과 닮아있었다.

“요···아, 네 괜찮아요. 조금 쉬다보면 나아질 거예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휘저어 다음 할 일을 아나크트쉬에게 물었다.

“여왕님, 이제 단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마력을 많이 쓴 탓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바로 옆에 있다는 짐작대로 머릿속으로 즉각 대답이 들려왔다.

“응.”

티아가 한숨을 내쉬면서 발렝의 부축을 받으면서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 전 조금 쉬고 있을게요.”

“알겠습니다.”

대충 어떤 대화가 오고갔을지 짐작한 발렝은 그녀가 앉아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만들기 시작하자 얄이 도왔다.

“리샤르님도 이제 그만 정신 차리시고 일로 오시죠.”

발렝의 채근에 정신을 차린 리샤르는 뜯어져 있는 탁자나 책장으로 만들어진 간단한 바리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휘적거리면서 느릿 느릿왔다.

“이거 움직이는데 상당히 아니 엄청나게 불편하내요.”

리샤르의 불평대로 그를 갑옷처럼 감싼 피는 몸을 포박해 호흡하기 불편했지만 가장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은 끈적거려 움직임을 제한한 신발 쪽 이었다.

“후···적응하면 괜찮아 질 거예요.”

마찬가지로 호흡이 불안정해진 티아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간신히 말을 잇자 불맨 소리를 내뱉던 리샤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단테는 언제쯤 오는 건가요?”

단테가 돌아올 길을 확인하겠다며 티아가 괴물들과 전투를 하던 곳으로 정찰을 나가는 얄을 보러 간 후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 창백했던 티아의 얼굴이 조금씩 핏기가 돌아오자 한숨을 돌린 그녀는 자신을 곁에서 돌보고 있는 여왕에게 물었다.

“저쪽의 내가 대화를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모양인지 끝낼 생각이 없나 보내.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봐.”

“잠깐만요. 저쪽의 나 라뇨?”

도서관장 실로 가려 했던 아나크트쉬를 잡는 티아의 질문에 여왕은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소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검지 손가락을 펴 티아의 입술에 갖다 댔다.

“이런 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구나. 이 일은 잊어주렴.”

여왕의 손가락이 티아의 입술을 떠나자 여왕의 부탁처럼 소녀는 자신이 했던 질문과 의구심이 머릿속에서 지워져버림과 동시에 짧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티아님?”

스르륵 바닥에 누워버리는 티아를 붙잡은 발렝은 깜짝 놀라 그녀의 숨과 맥박을 확인하고서는 그냥 잠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알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피곤할 만도 하죠.”

한창 일어났던 전투의 흔적을 확인하고 온 얄은 단테가 있다는 도서관장의 방까지 별 이상이 없었다고 보고하고는 곤히 잠든 티아를 바라봤다.

“싸움을 잘 할 거 같진 않은 인상인데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저 아가씨를 통해 이번에 배웠네요.”

발렝과 얄은 공작의 명령에 따라 단테 일행을 따라 갔을 때 당연히 자신들이 길을 아는 티아의 지시에 따라 가면서 방해물들과 전투를 담당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캠프를 치거나 지금처럼 일이 끝난 후 남아있는 적들의 습격에 대비해 방어진을 구축하고 경계를 담당할 뿐 이었다.

“그리고 전 솔직히 말하면 나쁜 경험 같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발렝은 자신이 활약할 기회가 없다는 사실에 나름대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얄은 그가 말한 대로 티아의 활약에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었다. 이곳만 해도 곳곳에 짐승들이 물어뜯은 흔적이나 핏자국들을 보면 저 여리여리해보이는 소녀에게 질투나 시기하기 보다는 순수한 감탄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몫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지.”

도시로 들어오기 전 소수의 도적 떼로부터 습격 받았을 때 가장 선두에 나서서 적들을 유린하던 티아의 모습을 지켜 본 발렝은 공작의 명으로 떠나기 직전 조엘이 지시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희들은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저 아가씨가 성장 할 수 있도록 보조하도록”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싶었지만 티아의 성장속도를 곁에서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자신들과 격이 다른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얄의 말대로 괴물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면 자신들의 실력은 이미 아득히 넘어 마테아스나 공작에 비견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검을 제대로 쥐어본 지 만 2달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천재라는 것이 있다면 저 아가씨를 말하는 거 아닐까요?”

얄 역시 같은 생각으로 발렝에게 다가와 말을 걸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각하께서 우리를 이곳에 보낸 이유가 저 아가씨를 보고 깨달아 보라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예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작을 따라 여러 곳을 따라다니면서 동나이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그 만큼 정체기도 길었다.

“···.”

같은 자극이라도 애초에 전문적인 무인이 될 생각이 없었던 얄과 달리 그의 말에 피가 끓어오르는 발렝은 없던 말이 더 줄어들어 생각에 빠져들게했다.

“단테는 언제 올까요?”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존대를 하는 발렝과 달리 장난기가 많이 남아있는 청년 얄은 그세 단테와 친해져서 반말을 하는 사이가 됐다.

“저기 왔네요.”

끈적이는 혈갑에 적응하려 노력하던 리샤르는 시선끝에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는 단테의 모습을 발견하자 그의 귀환을 알렸다.

“습격이 있었어요?”

단테가 이곳으로 오면서 보았던 치열한 전투의 흔적 때문에 일행이 걱정되었지만 모두 무사히 있는 모습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티아 아가씨가 다 처리해버려서 할 일이 없었습니다.”

발렝의 말에 테온의 손을 꼭 붙잡고 잠들어있는 티아를 본 단테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 아가씨는 전사 체질인가봐?”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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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졸업 (1) 19.06.24 4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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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먼지 쌓인 도서관 (1) 19.05.20 36 3 9쪽
50 점성술사 (2) 19.05.15 29 3 9쪽
49 점성술사 (1) 19.05.13 3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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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반격 (4) 19.05.08 4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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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반격 (2) 19.05.03 3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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