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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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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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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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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지구라트-오크

DUMMY

용수는 오랜만에 지구라트의 땅을 밟았다. 황야의 모래바람과 메시지가 그를 반겨 주었다.


[오디션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이제 지구라트에서도 지구의 임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임무 : 블러드 연합과 접촉]

[지구라트의 임무 : 영상매체에 출연]


‘드라마가 방영되면 임무는 완수될 테니, 여기서 연합만 찾으면 꽁으로 먹을 수 있겠네.’


이번 임무도 쉬웠다. 얼핏 보면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천사가 준 힌트를 생각하면 아무 도시나 방문하면 되는 일이었다. 용수는 수트에 내장된 지도를 켰다. 가장 가까운 곳이······.


‘사흘거리네.’


중간에 타 종족을 만나 전투라도 벌이면 더 걸릴테고. 까딱 잘못하면 일주일을 넘길 수도 있었다.


‘천사가 그랬었지. 일주일이 지나면 다른 차원에서도 시간이 흐른다고.’


행여 일주일을 넘겼다가 촬영 펑크라도 내면, 그처럼 기반이 약한 배우는 바로 모가지다. 재화를 바쳐서 그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용수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몇 초를 늘리기도 힘들었다. 용수는 지도를 보고 최단경로를 계산했다.


‘황야라서 계산하기 편하네. 서쪽으로 쭉 가면 되겠어.’


이동 경로에 고블린의 요새가 있지만, 그리 가깝지는 않아서 재빨리 벗어나기면 사흘 내로 블러드 연합의 전초기지에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용수는 주변을 탐색하며 천천히 움직였다.


* * *


용수는 이틀 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이동했다. 고블린은 하루에 한두 무리씩볼 때마다 처리했고,한 번은 트롤을 발견했지만, 트롤이 그를 알아차리지 못한 덕에 전투를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삼 일째인 오늘, 그는 지금 고블린무리 싸우고 있었다.


“브!”


단말마와 함께 마지막 고블린의 골통이 박살 났다. 용수는 숨을 몰아쉬며, 시체들을 지팡이에 흡수시켰다.


‘이상해. 벌써 네 번째야.’


원래 자주 마주칠 수 있는 놈들이라고 해도, 짧은 시간에 네 번이나 만나다니, 말도 안 됐다.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블러드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지구라트의 인터넷에 들어가 자유게시판을 훑어봤다. 어디 기지의 식당이 괜찮다느니, 6등급 고블린의 인터피어 스톤을 구매한다더니 하는 쓸데없는 정보만 가득했다.

용수가 실망해서 접속을 해제하려는데, 왼쪽 상단에 편지 문양이 깜빡였다. 쪽지가 왔다는 뜻이다.


{5급 아티팩터 김용수님. 근처의 고블린 요새가 오크의 침공으로 무너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추정 시각은 12시간 전입니다. 고블린 패잔병이나 오크와 맞닥뜨리지 않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위험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용수는 서둘러 지도를 불러왔다. 고블린 요새와 그가 있는 곳은 반나절 거리. 12시간이면 패잔병이든 추격병이든 충분히 가까이 왔을 시간이다. 고블린들은 오크의 천적이고, 요새를 지키는 지휘관은 최소 5등급일 텐데.

요새가 무너졌다 하면 최소로 잡아도 5등급의 오크가 있었다는 말이다.


‘심지어 오크는 마력사용자의 천적이야. 지구라트의 김용수라도 힘들 텐데, 내가 맞닥뜨리면 피해가 클 거야’


용수는 수트의 기능 중 하나인 은신모드를 사용할까 고민했다. 마력소모는 큰 주제에 방어력과 이동속도가 반감되지만, 오크나 고블린의 눈에는 띄지 않을 테니까. 큰 결심을 하고 은신모드를 작동했지만, 마력소모량에 깜짝 놀라 바로 그만뒀다.


‘한 시간도 못 유지하겠어. 차라리 이동속도를 높이자.’


용수의 선택은 효과적인 듯했다. 패잔병 무리를 둘이나 더 만났으나, 놈들이 달려들기 전에 도망친 것에 성공한 것이다. 고블린들은 ‘브브’거리면서 용수의 눈치를 보더니 빠르게 사라졌다.


그렇게 반나절은 더 달린 용수는 오크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주변에 숨을 만한 곳이 없어 일단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는 빠르게 오크를 훑어봤다.


‘피부는 녹색. 근육이 굉장히 거대해, 하지만 송곳니는 돌출되어 있지 않아. 6등급이다’


오크가 숨을 내쉴 때마다 지렁이 같은 힘줄이 꿈틀거렸다. 딱 봐도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그에 반해 용수의 마력은 전반밖에 남지 않은 상태. 만반인 상태여도 이길 자신이 없는데, 지금 싸운다는 건 미친 일이다.

그는 마력을 쥐어짜 바닥에 구멍을 판 후, 흙으로 그 위를 덮은 후 은신모드를 발동시켰다. 나름 완벽한 위장술이라 여겼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오크는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용수가 숨은 곳 근방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를 벌름벌름 거리더니, 지나치는 듯했다.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용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무언가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용수는 삽시간에 땅속에서 하늘로 던져졌다. 오크가 허공에 떠 있는 그를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용수는 필사적으로 균형을 맞추려 했다. 바닥에 두 다리로 착지하려던 순간, 오크가 달려와서 주먹질을 했다.

용수는 지팡이를 들어 그것을 막았으나, 지팡이는 두 동강이 나고, 용수는 수 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크헉.”


충격이 커서 수트가 다 해소하지 못했다. 용수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황급히 일어났다. 오크가 달려들고 있었다.

오크가 머리를 노리고 주먹을 뻗었다. 용수는 겨우 고개를 숙여 피했으나, 팔꿈치를 막지 못했다. 명치에 맞아 숨이 턱 막혔다. 오크는 용수가 회복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오크가 어깨로 용수를 가격해 넘어트리고, 바닥에 쓰러진 그의 몸에 올라타 얼굴을 가격했다.


‘죽을 것 같아.’


용수는 필사적으로 상상의 힘을 발휘하려 했지만, 계속 머리를 맞는 통에 생각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충격을 못 이긴 수트가 부서지기 시작 했을 즈음에, 겨우 마력을 모아서 오크에게 쐈다.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오크가 멀리 날아갔다. 용수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몸은 덜덜 떨리고 시야는 흐릿했다. 목구멍에 뭔가가 가득 차 있어 뱉었는데, 피가 쏟아져 나왔다.


‘오크는 어떻게 됐지?’


마력덩어리에 맞았으니 충격을 좀 받았겠지? 용수는 기대를 담아 오크를 바라봤으나, 아무 이상도 없어 보였다. 오크는 다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팔짱을 끼고 용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자의 여유였다. 용수는 바로 달려들지 않는 오크의 모습. 용수는 간섭력을 끌어올리며,말을 걸어, 시간을 끌었다.


“오크 친구. 우리 대화로 해결하자. 나는 고블린 죽이는 거 말곤 관심이 없으니, 서로 갈 길 가는 거 어때?”

“크륵.”

“네가 이겼던 건 기습이라 그랬던 거야. 제대로 붙으면 다르다.”

“크륵.”

“내가 이래뵈도 5등급 아티팩터야. 너보다 한 등급이나 높다고.”

“쿠훅.”


오크는 그의 주먹과, 용수를 번갈아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하기야. 죽다 살아난 놈이 센 척을 하니 우습지도 않겠지.


“개 같은 근육덩어리.”


오크가 콧김을 쒹 내뿜더니, 달음박질을 쳤다. 녀석이 발을 구를 때마다 바닥이 무너졌다.

용수는 뒤로 물러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간섭력이 발동해 땅의 마찰력이 사라지고, 녹색 그물이 오크를 덮쳤으며, 핏빛 칼날이 오크의 목을 노렸다.


오크는 그것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벌써 두 번째. 용수는 기분이 나빠져 인상을 팍 구겼다.


‘오크 주제에 건방지게.’


오크는 미끄러질 뻔하자, 발에 힘을 줘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 상태로 전신에 힘을 주자 몸이 단단해져, 핏빛 칼날들은 오크를 베기는커녕, 자기들이 부러졌다. 오크는 이윽고 날아든 그물을 두 손으로 잡고 찢었으나,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그사이 용수가 준비한 회심의 한 수가 날아들었다.


“네 피부는 어떤 날붙이에도 해를 입지 않으나, 모래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고블린이 오크의 천적인 이유. 그들이 쓰는 간섭의 힘은 오크의 항마력을 무시한다. 약점을 설정하기 위해 강점 또한 만들어줘야 했지만, 그거야 조건을 잘 설정하면 될 일.


그들이 전투를 벌인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모래바람이 오크의 몸을 헤짚고 있었다. 오크는 전신에서 피가 흐르자 당황했다. 피부를 수축시켜 출혈을 막아 봤지만, 바람이 다시 짓쳐들자 미세한 구멍이 뚫렸고, 다시 피가 졸졸 흘러나왔다.


“크라락!”


“네 뼈는 마력에 해를 입지 않을 것이나, 모래를 만나면 쿠쿠다스처럼 부서질 것이다.”


용수는 간섭력을 모두 사용한 것을 느꼈다. 오크는 출혈을 막으려 애를 쓰다, 용수를 죽이면 될 거라 생각했는지 땅에서 발을 빼고 있었다. 우선은 달려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용수는 바닥의 모래로 꼬챙이를 만들어 다리를 꿰었다. 오크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기습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겼다고”


용수는 모래를 끌어모아 오크를 둘러쌌다. 금세 오크가 모래에 완전히 파묻혔는데, 그 모습이 꼭 타조알 같았다.

곧 용수의 마력이 바닥나 모래가 흩어지면서 오크의 시체가 드러났다. 용수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 그냥 먼저 칠걸. 괜히 피 봤네.”


용수는 얼굴의 피를 닦으려다가, 수트가 걸리적거려 멈췄다.


‘이거 제 기능을 못하네. 아공간에 넣어두면 수리된댔지.’


어쩔 수 없이 수트를 해제하니, 각종 보정이 사라져 순간적으로 허탈감과 통증이 밀려왔다. 전신이 욱신거려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잠깐 쉬다가, 마력텐트를 설치하자. 이 상태로 더 가는 건 자살행위야’


그래도 오크는 이겼다. 자신이 6등급 오크를 잡다니. 성취감에 벅차 쿡쿡 웃는데,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용수가 겨우겨우 고개를 돌리니, 또 다른 오크가 보였다.


그 오크는 조금 전 상대한 놈과 달랐다. 옷가지는 어디 갔는지 벌거벗은 상태였다. 피부는 까맣고, 온몸에 잔근육이 도드라졌다. 가랑이에 성기도 달려 있지 않았고, 젖가슴도 없어 성을 알아낼 수 없었다.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몸뚱이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머리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일견 우스워 보일 수 있는 몰골이었지만, 놈을 보는 용수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5등급. 그래. 저런 괴물이 있으니 요새가 무너졌겠지.’


용수는 자신의 전력을 점검했다. 마력과 간섭력은 바닥.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지 몸이 차가웠고, 수트는 없다. 그래도······.


‘살려고 발악은 해 봐야지.’


용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검은 오크는 6등급의 시체를 보더니, 그 흔한 괴성도 지르지 않고 바로 용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용수는 놈의 갑작스런 돌진에 피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본능대로 두 팔로 앞면을 막은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사도라면서 이렇게 가나. 탑스타도 못 됐는데······.’


바로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머리가 흰 청년이었다.

그는 푸른 장벽을 만들었다. 장벽 안의 검은 오크가 인형처럼 굳었다.


“놀라지 말게. 같은 인류일세.”


[연합원과 접촉했습니다. 전초기지나 요새에 도착하면 임무가 완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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