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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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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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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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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참교육

DUMMY

용수의 말에 김상윤이 퍼드득 놀랐다. 덕분에 주위사람들과 용수도 당황했다.


‘뭐지, 이게 이렇게 놀랄 일인가.’


“선배님. 절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럼요. 같이 오디션 봤었잖아요. 그런데 제가 선배님이에요?”

“당연하죠!”


김상윤은 감격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같은 남자끼리 저러면 보기 싫겠지만, 김상윤이 그러니 아이다운 천진난만한 매력이 있었다.


‘저번에 오디션장에서도 민병용 감독님의 호의를 샀었지. 특이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야.’


다른 호위무사들도 김상윤을 고깝게 보지 않고, 피식피식 웃으면서 보는 게, 막냇동생을 보는 눈빛들이었다.

용수는 김상윤에게 매력재능이 있는 건가 싶었다. 상대방의 호의를 사는 힘이 매력이 아니면 무엇이랴.


‘나는 바보지. 매력재능이 올랐다고 해서 얼굴이 잘생겨질 거라고 생각했다니.’


용수는 김상윤을 보며 매력재능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김상윤은 오디션장에서 잔뜩 긴장했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쾌활했다.


“용수 씨! 저는요?”

“김 사범님을 몰라보면 눈을 달고 다니지 말아야죠.”

“저는요?”

“오늘 처음 뵙네요.”

“맞아요. 반가워요!”

“지훈이 오늘따라 더 신났네.”

“모두들 얘기는 다 끝나고 하죠.”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김상윤이 사과하자 지훈이라는 스턴트맨이 소리를 질렀다. 유쾌한 분위기가 전염되어 무술감독이 괜찮다고 손사레를 쳤다.


“그러면 합 맞춰볼게요. 모두 제자리에 서 주세요.”


무술감독의 말에, 용수와 암살자들은 담벼락 뒤에 숨었고, 호위무사들은 각자 위치로 가서 섰다.


“시작해요?”

“네. 연습이니까 중간에 안 끊을 거예요.”

“그럼, 여러분?”


용수가 암살자들을 돌아봤다. 액션스쿨에서 봤던 몇 명도 있어서 반갑게 눈인사를 했다. 용수가 인사를 마치고 힘차게 땅을 박차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검은 옷의 암살자들이 그의 뒤를 이었고, 경비병들이 소리쳤다.


“암습이다!”

“폐하를 지켜라!”


물론 현실이었다면 암살자들이 이렇게 정정당당하게 뛰어드는 일은 없을 테지만, 영화니 만큼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용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훈에게 검을 내리그었다.


“으아악!”


비명이 참으로 신났다. 용수는 짤막한 애드리브가 생각났으나, 캐릭터와 맞지 않아서 입맛만 다셨다.

용수는 천천히 걸어 다니며 병졸 둘을 더 베어냈다. 사실 이번 씬은 용수가 아닌 스턴트맨과 배우들의 합이 중요했다. 용수가 연기하는 암살단주의 무력이 아닌, 암살단의 등장에 중점을 둔 씬이었기 때문이다.

용수는 액션스쿨에서 봤던 몇몇과 적당히 합을 맞췄고, 다른 사람들도 체육관에서 미리미리 연습을 했었기 때문에 큰 사고 없이 진행됐다.


“다들 잘 하네요. 이거 연습 할 필요 없었겠는데?”

“정말요?”

“네. 용수 씨랑 김 사범님만 맞추면 될 거 같아요.”

“어유, 그럼 우리 용수 씨 솜씨 좀 볼 수 있겠네.”


암살자 중 한명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상윤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의 옆에 붙었다.


“솜씨요? 김용수 씨가 검을 잘 써요?”

“어유 그럼요. 내가 본 배우들 중에서 제일 잘해. 연기 안하고 운동했으면 태릉선수촌에 있을 사람이에요.”

“에이. 그 정도는 아니죠.”

“누가 봐도 그 정도예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용수가 겸손한 척을 했으나, 김 사범이 바로 부정했다. 김 사범은 가검을 까딱거리며, 김상윤이 듣지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열렬한 팬한테 보여 줘야죠.”

“뭘 보여 줘요.”

“팬 아니라는 말은 안 하네.”


용수는 당황해서 말을 잃었다. 자신도 모르게 김상윤을 쳐다보자, 반짝반짝 거리는 눈동자랑 마주쳤다.


‘좀 부담스럽다.’


“빨리 합이나 맞춰요.”

“그럽시다.”


용수와 김 사범은 겸을 부딪치기 전에 무술감독을 쓱 쳐다봤다. 대본상 실내에서 맞붙어야 하기에, 밖에서 맞붙는 것과는 동선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무술감독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는 흔쾌히 허락했다.


“자리 옮길 필요 있나요. 양중기 씨도 없으니 그냥 시작해도 되요.”


무술감독의 허락이 떨어지자 용수와 김사범이 격돌했다. 가검이 맞부딪치며 챙챙 소리를 냈다. 정해진 순서대로 검이 맞부딪치니 궤적 하나하나가 화려했다. 김사범과 용수의 합은 단순히 잘 맞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동안 붙어 있던 짬밥이 있어서인가. 시선 하나. 발이나 팔의 사소한 움직임만 봐도 그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둘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호쾌한 액션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둘의 액션은 그 정도로 호쾌했다.

액션이 이어질수록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나왔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화려한 액션을 위한 합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정해진 합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사범이 흥에 겨워 애드립을친 것을, 용수가 적절하게 맞받아치면서 만들어진 액션이었다.


“이건 약속한 거랑 틀리지 않나요.”

“잘하시면서 왜 그래요. 스태프들 봐요. 넋을 잃었잖아”


용수는 김 사범의 말마따나 스태프들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딱 한 명 빼고.

양중기는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첫째는 완벽했던 영화에 아이돌 출신인 김용수가 들어와서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린 것이고, 둘째로는 그 아이돌이 싸가지까지 없기 때문이며, 셋째는 사람들이 싸가지도 없고 연기도 못하는 녀석을 보고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겉멋만 들어가지고 지랄하고 있네.’


양중기는 아이돌을 영화판에서 쫒아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그의 계획대로 됐으면 좀 쉬웠을 텐데, 그 멍청한 코디가 옷을 다섯 벌이나 준비했을 줄이야.

코디도 맘에 안 들고 앞에서 조절대고 있는 멍청한 놈도 맘에 안 들고.


“와, 진짜 미친 재능이다. 배운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떻게 저러지?”

“진짜요? 합을 아무리 잘 맞췄다 해도, 저 솜씨는 장난이 아니네요.”

“저거 합 아니야.”

“네?”


“중간까지만 맞춰 놓은 거고, 그 뒤에는 애드리브야. 원래 양중기가 끼어들어야 하는데 없으니까 막 하는 거지.”

“와, 저게 막 하는 거라고요?”


‘저딴 게 뭐가 대단하다고’


양중기는 괜히 짜증이 나서 두 놈 사이를 디밀고 지나갔다. 당황해하는 늙은 놈은 영화판에서 자주 봤던 스턴트맨이고, 젊은 놈은 처음 보는데······ 무해한 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역시나, 젊은 놈은 밀쳐내도 별말 안 하는데 늙은 놈이 눈을 부라려서 기분이 더 나빠진다.


“뭘 꼬나봐?”

“아닙니다.”

“앞으론 길 막지 맙시다.”


늙은 놈의 한심한 꼬라지를 보니 기분이 좀 나아지려 했지만, 다가오는 감독을 보니 다시 나빠졌다.


‘젠장 아직 저 새끼한테 화풀이도 안 했는데.’


양중기가 아무리 중국자본을 견인하는 배우라고 해도,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시간을 끈 것만으로 갑질은 충분히 한 셈이었다. 여기서 감독을 무시하고 김용수를 욕했다가는 선을 넘었다는 소문이 퍼져, 다음 작품을 고르기 힘들 수도 있었다.


“중기 씨! 시간 없다고 하셨으니 빨리 촬영할 게요 그래도 괜찮죠?”

“네. 죄송합니다. 제가 조심성이 없어가지고.”

“우리 박 코디가 준비성이 철저해서 다행이에요. 그쵸?”

“네. 으득.”


양중기는 무술감독이 건네준 소품 칼을 만지작거리며 다짐했다.


‘오늘 NG 작살나게 내 봐? 김용수 넌 뒤졌다.’


* * *


‘저거 눈빛 봐라.’


용수는 양중기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했다. 독심술사도 아닌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보나마나 실수인 척 하면서 검으로 나를 치겠지.’


“용수야 저거 괜찮겠냐?”


김 사범이 걱정이 돼서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챌 수 있을 만큼 양중기의 적의는 강렬했다.


“네, 뭐. 쟤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저거 몸치라서 합 맞추는 데도 애먹었다면서요.”

“하긴. 관장님하고 맞짱 뜨는 앤데 뭘 걱정하냐”

“맞짱이라뇨.”


단어 선택 저렴한 것 봐. 암살자 단주인 용수와 관군인 양중기가 맞닥뜨리는 왕의 처소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양중기는 지치지도 않고 용수를 노려봐서, 뒤따라오는 코디네이터가 전전긍긍했다.


“중기 씨! 제발 앞! 앞 좀 봐요. 신발은 왜 찍찍 끄세요. 조심!”

“잔소리가 왜이렇게 심해. 우리 엄마도 이렇게는 안 따라다니겠네.”

“벌써 4개째 해 드셨으니까 그렇죠. 그게 마지막이니까 진짜 조심하셔야 되요.”

“알았어, 알았어.”


양중기는 처소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갈 때 까지 용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양중기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들었던 용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장난질 하면은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야.’


막내가 슬레이트를 탁 치자 촬영이 시작되었다. 광군 양중기는 방의 한가운데에 서 있고, 문 밖에 호위 둘과 안쪽에 호위무사들이 광군을 둘러싸고 있었다. 광군은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호위대장 김사범에게 말했다.


“내 검을 다오. 오랜만에 피를 먹여야겠구나.”

“폐하!”

“네놈을 먼저 베어 주랴?”


광군이 으름장을 놓으니 호위대장이 옆의 호위의 칼을 빼앗아 광군에게 주었다. 그때, 문 밖에서 비명이 났다.


“누구냐!”

“으악!”


문이 열리고, 암살단주 사군이 들어왔다. 복면 사이로 보이는 눈빛이 메말라 있었다. 사군은 몇 명인지 세려는 듯, 호위들을 둘러보더니 광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순간 사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복면을 적셨다. 눈빛에 적개심이 넘쳐, 광군은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났다가, 호위에게 부딪쳐서 물러난 걸 깨닫고 치를 떨었다. 사군은 그 한심한 작태를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가 건조하기 그지없었다.


“진흙으로 만든 약과를 먹어 본 적이 있느냐.”


용수의 대사가 시작되었다. 목소리에는 고저가 없었지만 듣는 이는 그 속에 담긴 원망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양중기는 그 감정에 매몰되어 숨이 턱 막혔다. 연기 잘하는 사람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었던 감정전달력. 아니, 전염이라 불러야 할 만큼 감정이 여실히 느껴왔다. 양중기는 매몰되지 않으려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지만,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NG!”


한누리 감독이 NG라고 외치자, 용수는 양중기를 향해 뻗었던 마력을 회수했다. 양중기는 그제서야 숨을 격하게 내쉬었다.


“중기 씨, 괜찮아요?”


용수가 걱정하는 척했다. 양중기는 대답을 하지 않고 용수를 노려보았다. 버려진 고양이를 보는 듯한 저 눈빛. 자상하게 꾸민 목소리. 모두가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기고만장해하기는. 내가 방심해서 먹힌 거지. 제대로 하면 쪽도 안 되는 게.’


“바로 다시 갈게요!”


한누리의 말에 멈췄던 카메라가 다시 돌았다. 용수는 감정을 끌어올렸고, 다시 사군이 되었다. 용수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려는 마력을 붙잡아 양중기에게 보냈다. 그가 해석한 사군의 감정과 양중기가 해석한 사군의 감정이 합해져 양중기를 짓눌렀다. 결국, 양중기는 한마디도 못했다.


“NG!”

“하하, 죄송합니다.”


또다시 NG가 선언되고, 양중기가 가볍게 웃으며 사과를 했다. 아직까지는 분위기가 괜찮았다. 이 정도는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양중기는 웃는 얼굴로 호위무사들을 밀치고, 용수에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야, 같잖은 수작 부리지 말고 적당히 해라?”

“네. 선배님.”


용수는 듣는 사람이 복장 터질 수 있도록, 최대한 해맑게 대답했다. 의도가 먹혔는지 양중기가 순간 정색을 했다가 다시 웃는다.


‘그래. NG내고 후배 혼내기는 자존심 상하겠지. 어디,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자.’


“자, 3번째. 슛 들어갑니다.”


마력을 주변에 흩뿌리는 것에 비해, 특정인들에게 집중하는 방식은 마력소모가 극히 적었다. 그 말은 하루 종일 지금과 같은 폼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었고, 양중기는 카메라가 도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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