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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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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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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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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진행시켜

DUMMY

“잠깐 쉬었다 가겠습니다.”


한누리 감독이 소리쳤다. 처음 NG낼 때까지만 해도 웃으며 사과하던 양중기는, 믿기지 않는다는 양 마른세수만 했다. 세트장엔 스태프들의 탄식소리가 울려 퍼졌다. 촬영팀의 장감독이나 조명팀의 박감독은 짜증스러운 태도를 숨기지 않았고, 스태프뿐만 아니라 엑스트라 사이에서도 수군거림이 끊이질 않았다.


“양중기 성격만 더럽지, 별거 아니네.”

“대체 왜 이 간단한 씬을 못 찍는 거야.”

“아 씨. 꿀알바라 하더니 저녁 약속 못 나가겠네.”


그들 딴에는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워낙 많은 이들이 떠들다 보니, 촬영장 중심에 있는 용수와 중기에게도 선명하게 들렸다. 용수의 귀는 한누리 감독과 조연출이 나누는 대화까지 잡아냈다.


“미치겠다. 밤 씬 찍을 게 이게 다가 아닌데 계속 딜레이 되네. 양중기 쟤는 촬영일정 꼬이게 왜 저러냐. 오늘 오기로 한 배우들이 누구누구였지?”

“강아라 씨랑 조찬원 씨랑 박종현······.”

“젠장. 말 안 해도 알아. 생각 좀 해보자. 오늘 당장 촬영 안 하면 안 되는 씬이 뭐가 있었지? 성질 더러운 배우님들이 짜증 안 내고 우리 애들이 고생 안 할, 덜 중요한 씬.”

“그걸 알았으면 제가 감독했죠.”

“너는 짬밥이 몇인데 아직도 그걸 모르냐.”


그들의 대화는 점점 커져서 양중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양중기는 화를 낼 법도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붉어진 얼굴로 용수를 노려보다가 자기 밴으로 들어갔다.


‘의외네. 뭐라고 쏘아붙일 줄 알았더니.’


잘한 건 하나도 없는 주제에 화를 내면 스태프들 민심까지 잃을까 봐 그랬나. NG를 많이 내는 건 나중에 해프닝으로 취급될 테지만, 그런 주제에 상대 배우한테 책임전가까지 하면 양중기를 곱게 보는 사람을 없을 터였다.


‘나야 한 번 보고 안 볼 사람이지만, 자기는 촬영장에 내내 붙어 있어야 하니 몸조심한다 이거지.’


용수가 혼자 해답을 내놓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데 한누리 감독이 다가왔다.


“아이고, 용수씨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감독님이 미안할 게 뭐 있어요.”

“한창 바쁜 사람한테 부탁하려니까 그렇지.”


‘뭔데 이렇게 조심스럽지.’


한누리 감독이 자신과 같은 배우한테 미안해 할 이유가 없을 텐데. 이상할 정도로 저자세였다.


“양중기 씨 없는 부분만 촬영하고, 같이 있는 씬은 다른 날에 촬영해도 될까요?”


배우에게 있어 굉장히 민감한 질문이었지만, 흔히 있는 일이기도 했다. 용수가 탑배우였다면 이런 말은 꺼내지 않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첫 조연롤을 얻은 배우와, 스케줄이 꽉 차있는 주연배우는 무게감이 다르니까. 용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양중기씨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죠?”


“그러게. 다른날 같았으면 한두번 NG내고 감을 잡았을텐데. 오늘은 영 별로네.”


“오늘 고생 많으시겠어요.”


용수의 말에 한누리 감독은 대답하지 않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죽을 쑤고 있다고 해도, 다른 배우를 험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용수도 대답을 바라고 질문 한 것은 아니었다.

한누리 감독의 주도아래 촬영이 이어졌고, 암살자의 습격씬은 NG 없이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용수는 김 사범과 김상윤과 인사를 하고, 감독에게 다가갔다.


“그럼 오늘은 돌아가도 될까요?”

“네! 그럼요. 고생하셨어요. 다음 촬영은 사측으로 전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용수는 터덜터덜 자신의 벤으로 향했다. 양중기를 압박할 때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돌아가는 길이 쓸쓸했다.


‘양중기를 적당히 조질 걸 그랬나.’


자신의 몸값이 더 높았으면 촬영을 계속했을 텐데.

오늘 같은 일을 겪으니 더 빨리 뜨고 싶었다.


‘내일 저녁이 첫방이지. 내 이름이 실검에 걸리면 좋겠다.’


상념을 이어 가는데, 황당한 장면이 용수의 눈을 사로잡았다. 매니저 성호가 처음 보는 남자에게 까이고 있는 것이다.


‘저건 뭔데 우리 형을 건드려.’


둘은 용수를 발견하지 못한 눈치였다. 용수는 둘의 틈에 끼어드려다가, 뭐라고 하는지 구경을 좀 해보기로 했다.


“야, 너네 배우 관리 안 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모르겠네요? 하, 어쩐지 배우가 싸가지 없다 했더니 그 나물에 그 밥이었네. 우리 중기가 그 짝한테 뭐라고 했어? 살살하자고 했지? 그런데 왜 그따위로 굴어?”

“그건 배우들끼리 알아서 하는 거 아닌가요.”

“업계 선배가 얘기하는데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것 좀 봐. 하기야, 실장도 못 단 핏덩이랑 얘기하는 내가 바보지. 너 우리 YDG 왔으면 나한테 말도 못 붙였어. 알아?”


더 볼 필요가 없었다. 용수는 일부러 헛기침을 하며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앞으로도 말 붙일 일 없을 거야.”


용수가 끼어들자 양중기의 매니저는 낭패했다는 표정이다.


“하여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더니 배우도 싸가지 없었는데 매니저도 싸가지가 없네.”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자 양중기의 매니저가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 물론 용수는 그가 말을 하게 놔 둘 생각이 없었다.


“그······”


“내가 적당히 하길 원했어? 나도 양중기 선배님이 적당히 해 주시길 바랐는데······. 그런데 연기를 너무 못하시는 걸 어떻게 해. 꼴에 뻔뻔하지는 못해서, 무시하던 애한테 연기로 밀리니까 호다닥 도망가더라?”

“건방······.”

“나는 그거 보고 염치는 있는 사람인지 알았어. 근데 이렇게 꼬봉 보내서 진상짓 할 줄 알았으면, 연기할 때 힘 좀 덜 뺄 걸 그랬네. 아, 그래도 잡아먹혔으려나?”

“누가 꼬봉이야!”


양중기의 매니저가 버럭했지만 용수는 무시했다.


“하여튼 실망했어. 양중기한테 가서 실망했다고 전해줘.”


진짜로 전해줬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이른 새벽. 양중기의 SNS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연기는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실력자들이 연극판에서 구르고 있으며 배역 하나를 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연기판에서, 아이돌이란 이름으로 끼어든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 누구야ㅠㅠ 누가 우리 섬세한 중기 마음에 스크레치 냈어ㅠㅠㅜㅠ

└ 지금 찍는 영화나 드라마에 아이돌 있나요? 우리 중기 아이돌 싫어하는 거 온 세상이 다 아는데 어떤 멍청한 감독이 그랬는지 ㅎㅎ 머가리를 열어보고 싶네요

└ ㅋㅋㅋㅋ 지도 아이돌 출신이면서 내로남불 오지넼ㅋㅋㅋ

└ 좀 알고 말하지? 우리 중기는 원래 배우하려고 했는데 소속사가 억지로 아이돌 만든 거거든? 하여튼 까새끼들은 레퍼토리가 맨날 똑같아.


양중기는 아이돌 데뷔 프로그램인 ‘프로미스’ 출신이면서 자기 혼자 고귀한 척 다른 아이돌 배우들은 깐다고 안티가 많은 배우였다. 덕분에 양중기의 SNS는 잘 달굴 불판이 돼서 달아올랐고, 양중기의 팬들은 아이돌을 찾는다고 인터넷을 다 헤집어놨고, 안티들은 ‘양중기 인성’, ‘그새끼 또 흑역사 생성ㅋㅋㅋ’ 이라면서 양중기의 글을 퍼다 날랐다.

양중기의 팬과 안티들은 새벽 내내 미친것처럼 싸워 댔다. 양중기의 팬들은 싸우는 와중에도 양중기가 말한 아이돌이 누구인지 찾아내려고 애썼지만, 용수는 단역인지라 제작사측에서도 공식적으로 발표를 안 했었고, 개봉 전이라 스타엔터에서도 필모그라피에 올려놓지 않았었다.

덕분에 기자들은 그 흔한 소스도 건지지 못하고 찌라시성 기사만 잔뜩 배출해 냈다.


[양중기 출연작에 아이돌 뿌리기? 아이돌의 정체는??]

└(best)뿌슝뿌슝 기자tv의 기레기입니다. 오늘은 양중기가 언급한 아이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양중기는 자기 SNS로 아이돌을 디스했는데요, 저도 정체가 참 궁금하네요. 이상 기레기였습니다.

└ 그래서 누군데 기레기새끼야

└ 근데 양중기 존나 어이없지 않냐ㅋㅋㅋ 연기도 못하는 게 프로듀스 나가서 좀 떴다고 잘난척 하는거 나만 꼴보기 싫어??

└ 222 나도나도ㅠㅠㅠㅠ

└ 양중기 팬은 아니지만 연기하는 거 보면 감탄 나오던데? 우리 엄마도 내가 맨날 양중기 나오는 드라마 보고 있으면 와서 같이 구경함ㅎㅎ

└ 빡대가리 인증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초록창 실검에 양중기 영화, 양중기 드라마, 양중기 국민 프로듀서, 양중기 연전연패 등으로 도배됐다.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며, 안티들은 만족해하며 꿈나라로 갔지만, 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말은 새벽에 실검순위에 올랐던 것이 아침까지 계속됐다는 이야기고, 스타엔터가 이를 알아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 대표는 홍보팀 이팀장의 전화를 받고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그는 이팀장과 회의실에 들어갔다.


“어떻게 된 거라고?”

“어제 용수랑 양중기랑 충돌이 있었나 봅니다. 성호 말로는 용수가 완전 개발랐다고 했는데, 이거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한 대표는 이 팀장이 보여 주는 글을 봤다. 그 새벽감성 충만한 걸 읽고 살짝 오글거려서 팔을 벅벅 긁었다.


“이게 용수라는 걸 알려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좋을까, 아니면 두고 있다가 나중에 써먹을까.”

“뭐, 장단점이 있겠죠? 왕이되는자에 출연하는 아이돌이 김용수라는 걸 알리면······ 잠깐 화제는 되겠네요. 오늘 밤이 PD(Producer Diary) 첫방일이니까 화제성 끌어가기도 편할 것 같고요.”

“그런데 양중기 팬들이 까려고만 할 것 같으니 문제지. 아무리 잘해도 미운털 박혀 있으면 답이 없어.”

“용수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 자료를 제시하면 안티들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용수의 연기실력은 몇몇 감독이나 작가의 마음에 들 수 있을 정도. 자신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최근 폼이 급격하게 좋아졌다는 말이 있으니, 연기력 논란은 잡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김목현이나 강아라가 출연하니 고정팬층은 볼 테고, 화제를 잘 끌어가면 안티들도 보고 일반인들도 보고······ 그들의 시선을 용수에게 돌릴 수 있다면 성공이다.

반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냥 사소한 해프닝 취급 받고, 나중에 예능에서 썰 풀게 하나 생기겠지.


한 대표는 초록창 메인페이지를 띄웠다. 화제성은 살짝 내려간 상태다. 1위는 아침부터 광고 때린 명륜진사갈비 반값이고, 2위는 육아의 반값. 우리나라 어머님들 참 부지런하셔.

좀 더 내려 보니 양중기 영화, 양중기 드라마가 각각 7위 10위에서 간당간당 버티고 있었다. 실체를 찾아 낼 수 없어서 힘이 빠진 것이리라.

여기에 다시 불을 질러야 한다.


“이 팀장.”

“왜 갑자기 분위기잡으세요.”

“그거 진행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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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오디오스타 19.07.03 54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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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시켜 19.06.28 57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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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I`m like a supervisor 19.06.26 651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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