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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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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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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지구라트 - 나 이런 사람이야

DUMMY

예쁘다. 순간적으로 용수의 머리를 스친 생각이다.

지구라트의 용수, 트수의 기억에서보다 훨씬 뛰어난 외모를 자랑했다. 엘리스가 샅샅이 용수를 훑는데,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감전된 듯 전기가 짜르르 울렸다.


“상처도 없고, 마력손실도 일어나지 않았고. 많이 다쳤다 들었는데 다행히 무사하구나.”


단순한 시선이 아니라 용수의 몸을 관조한 것인가. 통신으로도 이 정도 힘을 발휘 할 수 있다니, 용수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내가 트수가 아니라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엘리스님께서 하르텔 님을 보내 주신 덕분입니다.”

“그 망종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구나.”


엘리스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하르텔과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닌 모양. 카사노바로 유명한 하르텔이 엘리스에게 들이댔을 수도 있고, 어쨌든 무조건 하르텔이 잘못했을 거다.


‘그러고 보니 헤어지기 전에 대신 생색을 내달라 했었지.’


생명의 은인이니까 부탁한 건 들어줘야겠다. 그깟 거 말 좀 한다고 입이 닳는 것도 아니고.


“덕분에 살아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되었다. 그리 뻔한 인사를 받자고 보낸 것이 아니니. 하르텔에게는 내 대신 대가를 줘야겠구나.”

“대가라 하심은······.”

“그것까진 알 필요가 없느니.”


엘리스는 매몰차게 말하다가 자신이 너무 냉정했나 싶어서 용수의 눈치를 봤다. 그동안 귀엽다고 생각한 가현보다 몇 배는 더······.

할 수만 있다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


“엘리스님.”

“너무하구나. 내 그리 말했는데도 들어주지를 않느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용수는 재빨리 트수의 기억을 뒤졌다. 분명 평소에 이리 불렀는데,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뒤져도 그리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엘리스는 용수가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리는 것을 보곤 서운한 티를 내었다.


“내 그리 어미라 부르라 이르렀거늘, 어이 그리 거리를 두느냐.”


‘아, 난 또 뭐라고.’


저건 엘리스의 말버릇 같은 것이다. 그녀는 고블린의 침공으로 인해 무너진 도시에서 구출한 자신의 조카와, 같이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 어미라 부름받기를 원하는 요정종이었다.

실제로 그녀를 어머니라 부르는 아이도 몇 있지만, 용수는 아니었다.


“······.”

“되었다. 농담이었으니. 어미 소리는 재스퍼에게나 듣도록 하겠다.”


그리 말하는 엘리스의 어투는 조금 쓸쓸해 보였으나, 용수는 속지 않았다. 높아진 연기 재능이 그녀 기를 하고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엘리스는 짧게 혀 차는 소리를 냈다.


“이 얘기는 되었고, 오크 척살대에 참가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습니다.”

“괜찮겠느냐?”


엘리스의 눈빛에 걱정이 담뿍 담겼다.

왜 저리 걱정하는 걸까. 하긴, 지구라트에서는 몇 분 전에 죽을 뻔했으니 트라우마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정이 되는 것이다.


‘트수라면 뭐라 답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최대한 자신감 있고 패기 있게.


“오크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고블린을 다 잡아 죽이기 전까지 저는 멈추지 않을 거니까요.”

“오······.”


엘리스는 감타을 내뱉었다. 그리고 팔을 쓱쓱 문질렀다. 용수의 말이 너무 오글오글 거렸기 때문이다. 용수는 창피했으나, 덤덤한 낯을 유지했다.

트수라면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 테니, 연기자가 대사를 치는 건 당연한 것이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그래. 내가 걱정이 되어서 연락을 했는데······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감사합니다.”

“이만 끊으마. 다음에 통화하자꾸나.”


통화가 끊겼다. 용수는 안도감에 한숨을 흘리곤, 아공간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슈트 수리 재료를 사야 할 차례다.


* * *


슈트 수리 재료를 다 사 모으니 저녁이 되었다. 귀한 재료들은 없었으나, 워낙 종류가 많아서 발품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리를 금방 끝났다. 슈트의 수리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비록 재료들은 흔한 것이었지만, 슈트를 이루는 기술은 블러드 연합 최신 기술의 총집판이어서 조그마한 실수를 범해도 마력이 흩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수는 몇 분 만에 후딱 해치웠다.


‘트수가 진짜 천재는 천재였구나.’


용수는 오랜만에 트수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 김용수}

[종족 : 인간]

[현 위치 : 지구]

[보유 재능 : 상상 Lv3, 구현 Lv3, 이해 Lv3, 암기 Lv2, 간섭 Lv2, 연결 Lv1]


이 몸의 재능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는 않았다. 간섭의 레벨이 하나 올랐고, 연결이라는 생소한 재능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보유한 재능 면면만 보자면, 용수의 몸보다 훨씬 낫다.


‘레벨 3인 재능이 3개나 있어.’


지금껏 용수가 보유한 재능은 Lv2가 최고였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감탄을 받을 수 있었고, 자신도 최고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슈트를 고치며 상상과 구현, 이해라는 재능의 진면목을 확인하니 용수가 가지고 있던 재능이 평범한 것처럼 느껴졌다.

슈트의 마력구조는 대단히 복잡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에서 대량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수작업을 할 수 있는 존재도 한 행성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수준. 그런데 용수는 슈트를 보자마자 마력구조를 파악하고, 수리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능력은 아티팩트 수리에만 그치지 않고··· 이런 것도 가능했다. 용수는 마력을 적당히 흩뿌려 인형 세 개를 만들었다.


‘외모는······ 일단 나하고, 가현이. 김목현 씨. 배경은 산이니까 산도 만들고. 됐다! 큐!’


용수의 앞에 3D홀로그램처럼 생긴 사람들과 산이 나타났다. 용수가 조정작업을 끝내자, 용수 자신을 본떠 만든 마력인형이 대사를 내뱉었다.


“예지야!”

“오빠!”

“매니저님?”


마력으로 만든 인형들이 대사를 쳤다. 표정도 실감났고, 연기력도 제법. 어설픈 연기자들보다 훨씬 나았다.

자기가 찍을 장면을 몇 번이고 둘러본 용수는 밤이 늦어 잠이 들었다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창을 통해 햇빛이 들고 있었다.


“자는가?”


‘아침부터 누구지?’


익숙한 목소리. 인터폰으로 보니, 하르텔이었다. 용수가 문을 열어주자 미청년이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고맙네.”

“무엇이요?”

“엘리스에게 연락이 왔어. 자네의 목숨을 구해 줘서 고맙다 하더군.”

“생명의 은인이신데 당연한 말이었습니다.”

“그 당연한 걸 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하여튼 나는 자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네.”


하르텔이 그리 말하더니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돌멩이였다.


“이게 뭔지 아나?”

“글쎄요······.”


용수는 잘 모른다고 대답하려다, 기시감에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하르텔은 더 보고 싶은 용수의 욕망을 알았는지 보기 편하게 탁자에 뒀다.


‘이걸 어디서 봤더라······ 아!’


“이거 설마?”

“3등급 혈석. 엘리스가 고맙다며 내게 넘겼네.”

“이걸 주셨을 줄이야.”


용수는 저도 모르게 혈석을 만지려다, 실례임을 깨닫고 손을 멈췄다.


“헌데 이것을 왜 제게 보여주십니까?”


자랑하려고 보여 주는 것인가? 야, 네 후견인 쩔더라. 이런 뜻?


“내가 명색이 참모 아닌가. 크루스는 물론이거니와 지구라트 행성을 싹 뒤졌는데 혈석을 가공할 수 있는 인물이 없더군.”

“그렇죠. 3등급 기물을 다룰 수 있는 인재는 드무니까요.”

“그런데 엘리스가 이상한 말을 했어. 5등급 아티팩터라면 이걸 가공할 수 있을 거라고.”


하르텔은 그리 말하며 스태프를 내려놓았다. 그의 시그니처 무기로 알려진 차원의 스태프였다.


“내 그게 이상해서 조사를 했네. 졸업 작품으로 마력슈트를 만들어 제출한 한 학생의 이야기가 들리더군. 8등급 학생 신분에서 단숨에 5등급 아티팩터로 격상됐다던가”


차원의 스태프는 포도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뱀 세 마리가 양각된 스태프였다. 뱀 두 마리는 보석으로 이루어진 눈이 있었느나, 한 마리는 눈동자가 없었다.


“이놈에게 혈석을 박아 주게. 그러면 오크를 척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척살대는 언제쯤 조직될 것 같습니까?”

“자네가 스태프를 완성해 준다면, 그때에 바로 잡으러 가도 괜찮네.”

“그렇다면······.”


용수는 고민했다.


‘트수라면 이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그는 가능했겠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의 몸에 잠재된 재능들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각양각색이 제조법이 뇌리를 스쳤다가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용수는 그것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애를 쓰며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좋아. 필요한 재료가 있나?”

“글쎄요. 다른 혈석이나 마석, 고등급 일각종의 뿔이나 심해어의 족적도 상관없긴 한데······, 혹시 추가하길 원하는 능력이 있습니까?”


용수의 말에 하르텔이 놀라 답했다. 그 반문에는 네가 그 정도 능력이 되느냐는, 의구심도 섞여 있었다.


“나는 트롤의 혈계능력을 쓸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네만, 다른 능력을 추가하는 게 가능한가?”

“재료만 충분하다면 가능합니다. 원하는 능력이 있습니까?”

“나는 늘 고블린 적색종이 아스트랄 차원계를 다루는 능력이 부러웠어. 적색종 외에는 그 어떤 종족도 다루는데 실패한 힘이 아닌가?”


하르텔은 별 기대 없이 꺼낸 말이었다. 자신의 염원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었다. 기나긴 우주의 역사 속에서, 적색종 이외에는 그 어떤 종족도 이뤄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수가 그 요구를 실제로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도의 힘을 드러낸다면 불가능해 보였던 능력부여도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민도 되었다. 이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 괜찮을지.

하지만 블러드 연합의 일원인 하르텔이 용수가 사도라고 질투를 할 것인가? 심지어 실력 좋은 아티팩터인데. 우주에서 제일 큰 세력 중 하나인 블러드 연합에도 세 명 밖에 없는 사도이니, 자기도 엘리스처럼 후원자가 되고 싶다고 제안 할 수도 있다.


“가능합니다. 4등급 적색종의 인터피어 스톤 한 개와, 5등급 적색종의 인터피어 스톤 10개 정도면 충 분 할 것 같군요.”

“그게 가능하다고?”


하르텔은 멍청하게 되물었다가, 나이를 괜히 먹은 건 아닌지 금방 정신을 차렸다.


“기다리게! 내 금방 가져오겠네!”


* * *


하르텔은 용수가 말한 4등급 적색종의 인터피어 스톤 2개와, 5등급 적색종의 인터피어 스톤 20개를 가져왔다. 그러면서도 초조한 표정이다.


“어떤가? 부족하지는 않은가?”

“적색종은 찾아보기도 힘든데 어찌 이리 많이 가지고 계셨습니까?”

“내가 이 행성의 참모장 아닌가. 큰 위협이 될 적색종은 발견하는 족족 처리하고 전리품을 모아놨었네.”

“이 정도면······.”


용수는 일부러 말꼬리를 늘였다. 초조해하는 하르텔의 모습이 볼 만 했다. 그래도 늙은 사람을 너무 놀리는 건 안되겠지. 심장에 무리 갈라.


“좋습니다. 금방 끝날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금방 끝난다고?”

“네. 불안하시면 참관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되는 것인가?”

“물론이죠.”


하르텔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니, 눈앞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확실하겠지.

하르텔은 아직까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방해가 되지 않게 그가 방의 한구석으로 물러나자, 용수는 혈석의 마력구조를 파악했다.


‘보자, 너는 무슨 능력을 숨기고 있니.’


범인은 보기만 해도 뇌가 타들어갈, 구조를 파헤치니 트롤의 혈계능력이 보였다. 피를 소모해 공간을 다루는 능력. 일반적인 마력 사용자라면 소모값을 피에서 마력으로 바꾸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수는 Lv3의 재능을, 그것도 각기 상호보완적인 재능을 세 개나 지니고 있으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고블린의 간섭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였다.

용수가 손짓을 하자, 5등급 인터피어 스톤 열이 가루가 됨과 동시에 바닥에 마법진을 형성했다. 용수는 그것을 발동시켰고, 터져 나온 힘은 4등급 인터피어 스톤 한 개에 담겼다. 용수는 그것을 혈석에 가져다 댔다.


“둘은 상동하리라.”


인터피어 스톤이 빛을 발하더니, 혈석으로 변했다. 하지만 본래 4등급이었던 것이 3등급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따지자면 3.5등급. 아쉬워 할 것은 없는 게, 아직 하나가 더 남았다.

그 뒤로 용수는 같은 작업을 반복해 3.5등급이 혈석 하나가 더 생겼다. 다시 3.5등급 두 개를 합하니, 3등급과 대등한 혈석이 만들어졌다.


“허어······.”


지켜보던 카르텔이 탄성을 흘렸으나, 집중한 용수는 그것을 듣지 못했다.


‘이제 이걸 합치면 된다.’


용수는 스태프를 잡고 눈을 감았다. 과연 4등급 차원사의 아티팩트. 한 올 한 올 쌓아올린 마력의 실이 거대한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용수는 파도처럼 철썩이는 마력의 흐름에서, 미비한 부분을 찾아냈다.

시간이 지나면 흐름에 밀려 사라질 터. 준비한 혈석 둘에 스태프와 같은 성질을 부여하고, 합쳤다.

혈석이 뱀조각의 눈에 부착된 순간, 용수에게 환청이 들렸다. 그것은 용이 승천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와도 같았다.


“다 됐습니다.”


용수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냈다. 몸에 충만하게 흐르던 마력이 고갈되어,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카르텔은 스태프에 시선을 뺏겨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용수가 건네준 스태프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더니, 눈을 감았다.

둘은 전초기지 밖으로 이동됐다. 하르텔은 눈을 뜨고 전초기지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살펴보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차원왜곡장벽을 뚫고 공간이동에 성공하다니······.”

“마음에 드십니까?”


하르텔은 답하지 않고 스태프를 몇 번 휘둘렀다. 적색종만이 소환할 수 있다던, 아스트랄계의 생물 몇이 소환됐다가 역소환되었다. 그렇게 스태프의 성능을 시험하던 카르텔이 조심스레 물었다.


“자네, 혹시 엘리스와 같은가?”


기다렸던 질문이다. 용수는 자연스레 답했다.


“네. 사도로 지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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