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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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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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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지구라트 - 오크 토벌

DUMMY

사도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연합원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도. 용수도 엘리스가 사도임을 밝히지 않았다면, 단순히 뛰어난 요정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연합에서 어느 정도의 직위를 차지했거나, 정보에 밝은 이들이라면 사도가 신에게 선택받은 자를 일컫음을 알 수 있다. 종류 또한 다양해서, 신의 권능을 휘두르고 사명을 이행하는 사도와 이름만 빌려쓰는 사도 등이 있었다.


어떻게 되는지 방법은 알 수 없지만, 범우주적 재앙으로 취급되는 고블린의 사도나, 언데드 진영의 황제, 블러드 연합의 학살자 등. 각기의 연합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사도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다. 우주를 찾아보면 사도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도 몇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주를 사도들이 주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사도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으니, 바로 종의 한계를 초월할 가능성이었다.


하르텔은 용수의 능력에 경악했다. 그는 스태프에 3등급 대지의 정수를 박아 넣을 때를 기억했다. 4등급 난쟁이 요정종에게 부탁했을 때도 십여 일은 걸리는 작업이었는데, 그보다 더 복잡한 혈석을 가공하는 것에 불과 몇 분도 걸리지 않다니.

상식적인 범주를 초월하는 능력.

하르텔은 바로 사도를 떠올렸다. 하지만 김용수에게 그에 대해 물어 볼 때도 반신반의했었다.

설마, 그럴 리가. 사도는 그 능력만큼 보기 힘든 자인데다, 인류가 사도로 지음받은 지 벌써 몇 백 년이 넘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외부공간과 단절시키고, 돌려 물었다. 사도냐고.

그리고 용수가 답했다.


“네. 사도로 지음받았습니다.”


그 충격이란! 하르텔은 순간 가슴을 부여잡았다. 늙은 심장이 놀라서 욱씬거렸다.

사도.

블러드 연합과 적대하는 진영에서 사도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제거하려 했으리라. 하지만 용수는 블러드 연합의 인재이다. 그것도 흔하디흔한 전투형 사도도 아닌 것 같았다.

하르텔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다음에 한 일은, 어설프게 격리해 놨던 차원을 더 완고히 바꾼 것이다. 용수가 개조해 준 스태프가 그것을 쉽게 했다.

하르텔과 용수를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대화가 ‘오늘 저녁 뭐 먹지’ 같은 시시한 대화로 들리게 될 것이다.


“어떤 분의 사도인가?”

“아직 시험을 다 끝맺지 못해 특별히 지목받지는 못했습니다.”

“허어, 그 시험이란 게 뭐길래”

“오크를 토벌하는 것입니다.”

“무슨 오크를?”


하르텔은 말을 내뱉자마자 멍청한 질문을 했다고 자책했다. 무슨 오크겠는가. 바로 어제 용수를 죽일 뻔한 그 오크 아니겠는가.


“최대한 빨리 척살대를 조직해야겠군.”

“분명 스태프를 완성해 드리면 바로 오크를 잡으러 갈 수 있다 말씀하셨습니다.”


하르텔은 아차 싶었다. 5등급 아티팩터이니 스태프를 가공하는 데 족히 이십 일은 걸릴 줄 알고 뱉었던 말이다.


‘상관없나. 이제 오크의 천적인 적색종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됐으니······.’


하르텔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그가 아스트랄계를 불러오는 동안 오크를 붙잡아 줄 전열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할 후열 몇.

그가 행동하기 시작하면 오크가 본능적으로 알고 도망치려 할 터. 이렇게 된 이상 속전속결이다.

하르텔은 스태프를 꽉 쥐었다.


“척살대원이 될 자들을 만나러 가세.”


* * *


척살대를 모으는 과정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보다 빨랐다. 하르텔은 전초기지의 차원왜곡장벽을 뚫을 수 있음을 적극 활용하여, 목표 인물의 집 앞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다음은 간단했다. 문을 두드리고


“누구십니까?”

“나일세”


대답하면 문을 열고 들어가 설명한다.


“5등급 오크를 잡으러 가야 하네. 하루만 늦으면 4등급이 될 지도 몰라.”

“그런! 언제까지 준비하면 됩니까?”

“10분 주겠네.”

“네?”


그렇게 몇 명을 만나고, 전초기지 밖 공터에 척살대원들이 모였다. 용수는 모인 면면을 살펴봤다.


‘세상에, 이 전력이 한 번에 움직인다고?’


권각술을 극한으로 수련한 4등급 무투가 로마리오, 검성 장강, 4등급 거너 알흐브람.

지구라트에서 권, 검, 사격으로 유멍한 3명이 모두 모였다.

그들 말고도 보기 드물다는 흡혈귀도 한 명 있었다. 흡혈귀는 용수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매력적인 몸짓이었다.


“자네는 누군가?”

“라스푸친. 장난은 그만하게.”


흡혈귀가 용수에게 말을 거는 순간, 하르텔이 마지막 연합원을 데리고 나타났다. 목덜미를 잡혀 온 수인이 캑캑대는 사이, 라스푸친이라 불린 흡혈귀는 하르텔을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


“하르텔! 내 친우.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을 좀 해 주겠나?”

“다 하지 않았나?”

“우리는 4등급이 될지도 모르는 오크가 나타났다는 말밖에 못 들었네.”

“그거면 됐지. 자, 작전을 설명하겠네.”


하르텔이 척살대원들한테 다 들리게 말했다. 모인 척살대원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쀼루퉁한 눈치였지만, 오크를 잡는 게 중요하니 다들 경청할 자세를 잡았다.


“오크의 본능을 다들 알지 않나. 우리가 조직된 것을 이미 눈치 채고 있을 걸세. 그러니 지금 당장 이동해서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하네.”


“말씀하셨다시피 오크는 이미 눈치채고 도주 중일 것입니다. 그것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을 텐데 이 많은 인원이 어떻게 오크에게 접근할 수 있겠습니까”


로마리오가 질문했다. 하르텔은 좋은 질문을 했다는 눈치였다.


“그건 걱정 말게. 내 기연을 겪었으니”

“기연이라 하심은?”

“공간이동 능력이 조금 진일보하여 오크들의 왜곡역장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

“그렇다면······.”

“그래. 오크가 어디로 도망치든 따라잡을 수 있어.”


척살원들이 기겁했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대체 어떤 기연을 겪으셨길래, 그런, 아니, 혹시 고블린도?”

“고블린은 아직 실험을 못 해봤으나 가능할 것 같군. 참고로 인류의 차원왜곡장벽도 통과했다네.”

“참모님!”


장강과 알흐르람이 격정에 가득 차 하르텔을 바라보았다. 거의 구원자를 보는 눈치다.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더러운 아종들을 상대하는 패러다임이 바뀌겠군요.”

“이 얘기는 그만하세. 지금은 오크를 처리하는 게 중요하니.”

“알겠습니다.”


하르텔은 척살대원들을 데리고 공간을 뛰어넘었다. 용수와 오크가 전투를 벌였던 그곳이다. 척살대원들은 모두 숙련된 전사들이어서, 전투대형을 잡았다.


“전투의 흔적만 있군.”

“보아 하니 우리 연합원이랑 오크가 맞붙은 것 같은데, 죽었나? 얻어맞은 흔적만 있군.”

“마력사용자였던 것 같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어.”


용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르텔은 그의 자존심을 위해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포피, 오크가 어디로 간 것 같나?”

“강한 오크가 남긴 잔향이 남쪽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냄새가 짙지 않은 걸 보면 떠난 지 하루는 된 것 같고요.”


하르텔의 물음에 수인 견종인 포피가 대답했다. 그는 오크의 체취를 잊지 않으려는 듯 연신 코를 벌름벌름 거렸다.


“라스푸친 자네는?”

“4등급 오크의 피 맛을 본 적이 있지. 정말 5등급인가? 4등급과 흡사한 맛이 남쪽에서 느껴지는데.”


흡혈귀는 혈액에 대한 감각이 매우 탁월하여, 한번 맛보았던 혈액의 맛을 기억하고, 그것과 비슷한 것이 어디에 있는지 감각적으로 알아 낼 수 있었다.

라스푸친의 대답에 하르텔은 지팡이를 잡고 바닥을 두어 번 쳤다. 그러자 공간이 접혔다.


“최대한 남쪽으로 왔네.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남쪽이요.”

“남쪽.”

“다시 이동하겠네.”


하르텔이 다시 지팡이를 찍었다.


* * *


공간이동 하기 전에 라스푸친이 경고했다. 이번 이동은 조심해야 한다고. 포피도 같은 말을 했다.

하르텔은 지팡이로 바닥을 찍기 전, 주문을 웅얼웅얼 외웠다. 오크의 공격을 막은 건, 그 덕분이었다.


이동과 동시에 ‘둥’ 하고 북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충격은 일점에 집중되지 않고 면을 흔들었다. 하르텔이 쳐 둔 방어막이 진동하더니, 파사삭 하고 깨졌다.


“오크다!”


“내가 막고 있을게!”


척살원들이 소리를 지르더니 각자 위치를 잡았다. 오크는 방어막을 깨트리곤 의기양양하여 다시 주먹을 내질렀으나, 로마리오가 그것을 막았다. 주먹과 건틀렛이 맞부딪치자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용수와 라스푸친이 하르텔의 앞을 가로막고, 발을 땅에 박아 넣어 충격파를 막아냈다. 하르텔은 고마움을 표현할 새도 없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뱀의 초록색 논이 빛나며,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렸다.


“되었어! 이 일대를 가상공간으로 덧씌웠으니 우리에게 불리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걸세”

“도와줘!”


하르텔이 마법을 펼치는 사이, 오크와 홀로 맞서던 로마리오는, 금방 수세에 몰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도와 달라 소리쳤다.


“이놈! 나도 있다!”

“컹컹!”


장강이 왼쪽에서 검을 휘두르고, 견인으로 변한 포피가 우측에서 달려들었다. 로마리오를 압박하던 오크는 여유롭게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회피했다. 하지만 정강의 검법은 매우 신묘하여 오크가 반격할 여지를 줄였고, 포피와 로마리오가 힘으로 밀어붙이자 오크는 방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제길! 대가리가 쥐좆만 하니 맞출 수가 있나!”


알함브람이 신경질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크의 머리는 그사이에 더 축소되어, 새끼손톱보다 작아졌기 때문이다.


“멍청한 난쟁이! 그냥 몸을 노려!”

“알겠다, 멍청한 흡혈귀야!”

“불과 하루 만에 저만큼 성장하다니, 더 늦었다간 재앙이 되었겠군!”

“얼마 전 고블린 요새가 오크에게 무너졌다 하더니, 저놈이 고블린을 다 잡아먹고 힘을 키웠나 봅니다.”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라스푸친이 피를 조종하며 말했다. 그가 조종하는 혈액은 오크의 동선을 방해하거나 상처를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피를 흘리면 즉시 통제권을 앗아 올 수 있기 때문이리라.


“제길, 피를 좀 흘리게 해봐. 내 통제력이면 밖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조종할 수 있으니까.”

“조급 해 하지 말게.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이기네.”


하르텔은 지팡이를 땅에 꽂았다. 뱀의 푸른 눈이 빛나며, 오크가 도망치지 못하게 펼쳐 놓은 차원왜곡진이 점차 좁혀오기 시작했다. 하르텔은 뱀의 붉은 눈. 혈석을 쓰다듬었다.

순간, 오크가 하르텔을 바라보더니 뒤를 돌았다. 오크는 도주를 시도했으나, 로마리오와 포피가 막아서자 마음을 바꾼 듯 했다. 놈은 숨을 들이쉬어 몸을 두 배 가까이 키우더니, 크게 소리를 질렀다.


“크워워워!”

“김용수! 잘했네!”


하지만 그것은 소용이 없었다. 용수가 오크의 노림수를 눈치채고, 연합원들의 귀에 소음을 막는 장벽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함 한 번에 깨져나갔지만, 빈틈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오크는 도박수를 던진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왼손이 잘려 나가고, 오른팔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총알구멍들이 뚫렸다. 모두가 끝이라 생각했다. 오크의 본능이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할 확률. 벼락 맞을 확률보다 극악한 것이 지금 나타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크는 그 방심한 찰나를 파고들었다. 있는 힘껏 땅을 박찬 오크에게, 정강은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러 왼팔을 절단했다. 그 뒤 라스푸친이 오크가 흘린 피로 그물을 만들고 장벽을 세웠지만, 돌진하는 오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오크는 전열의 포위망을 뚫고 혈석의 힘을 끌어올리는 하르텔을 향해 쇄도했다.

하르텔이 눈을 크게 뜨고 지팡이를 들어올리려는 찰나, 오크와 하르텔 사이에 용수가 끼어들었다. 용수는 팔에 마력을 잔뜩 주입하고는 단단한 쇳덩이를 연상했다. 간섭력까지 이용해 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도 부족한 감이 있어 준비를 더 하고 싶었으나, 오크의 오른팔이 용수를 가격했다.

고통은 없었다. 용수는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갔다.

그런 용수의 시야에 보이는 건 핏빛 안개로 변해 오크를 덮치는 라스푸친. 네 발로 달려오는 포피. 신검합일을 이루었는지 한 자루 검으로 변한 정강과 슈퍼맨처럼 솟아오르는 로마리오······.


‘이상한데?’


용수는 공중에 멈춰 섰다. 허공을 부유하고 있음에도 마력소모는 하나도 없고,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타인이 바라보는 것처럼 볼 수 있었다.

그는 3m에 달하는 거인이 되어 있었는데, 온몸이 빛나고 있었으며 이마에 생겨난 눈이 푸른빛을 발했다.


‘설마?’


“아스트랄······.”


검으로 변한 정강이 탄성을 내뱉었다. 자그마한 포메라니안이 된 포피도, 쫄쫄이 슈트를 입은 로마리오도 하르텔을 바라보았다. 하르텔은 흐물흐물한 녹색 액체괴물 같은 것을 지팡이로 쿡 찍었다. 그것은 그 강대했던 오크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쉽게 사멸했다.


“오크라는 놈들은 본능이 강해지는 대신 생각이 없어져. 그래서 관념체로 활동해야 하는 아스트랄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지.”

“그 아스트랄계는 적색종의 고유한 능력이고. 타고난 감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모두가 포기했었는데 어찌······.”


담담한 하르텔의 말을 라스푸친이 이어받았다. 그 말에는 그가 느낀 놀라움이 모두 담겨 있었다.

하르텔은 빙긋 웃으며 아스트랄계를 거두었다. 관념체로 존재했던 척살대원들은 실체를 되찾았다. 용수를 제외한 이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온몸으로 놀람을 표현하고 있을 때, 용수는 메시지를 읽고 있었다.


“말했잖나. 기연을 얻었다고.”


[오크 토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정식사도가 되셨습니다!]

[정식사도가 되어, 상태창의 합일이 이루어집니다.]

[정식사도가 되어, 육체의 합일이 이루어집니다.]

[스킬창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스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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