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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이 잘못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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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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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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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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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궤도

DUMMY

“정식 사도가 된 걸 축하합니다.”


천사가 박수를 짝짝 쳤다. 용수는 자연스레 의자에 앉아서 쿠키를 먹었다.


‘이젠 놀랍지도 않아.’


“아쉽네요. 올 때마다 놀라던 사도님을 보는게 제 낙이었는데.”

“놀란 척을 했어야 했나요?”

“그건 아니지. 연기는 티가 나니까요.”


천사는 다른 날과 달리 유달리 신나보였다. 용수가 그것을 생각하자 천사가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말했다.


“당연하죠. 사도님이 정식으로 인정받으면서, 저도 정식 천사가 되었답니다.”

“천사도 정식이 있나요?”

“그럼그럼. 사도님 세상에도 인턴하고 정직원이 있잖아요? 그리고······.”


천사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막았다. 그리고 조용히 눈치를 살피다가,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더 알려고 하면 다친다.”


용수가 궁금해서 물었으나 돌아오는 건 더 이상의 질문 금지였다. 용수는 입맛을 접 다셨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사도님이 긴급 임무를 완료하면서 정식으로 임명됐는데,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이미 메시지로 다 봤는데요?”

“너 오늘따라 많이 깝친다?”


용수는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천사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까딱까딱 흔들다가, ‘기분 좋으니까 봐준다’는 혼잣말을 하고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은 상태창과 육체의 합일! 이것은 다른 사도분들은 받지 못한 은총이에요”


그 이유는 뻔했다. 다른 사도들은 상태창의 오배송을 겪지 않았겠지. 육체도 하나, 상태창도 하나이니 합일 같은 건 없어도 됐을 터였다.

과연 정곡을 찔렀는지, 천사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단순히 합치는 게 아니에요. 육체같은 경우에는 각기 장점만 뽑는데, 마력량은 단순히 합연산이 아니라 곱연산이라, 아마 몇 배는 더 강해졌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상상도 못한 은총이었다. 곱연산이라니. 지구라트의 김용수. 트수도 아티팩트를 만드는 실력 덕분에 5등급이었지. 전투력은 6등급 중 최상, 5등급 중 최하 사이에 머물러 있었는데, 마력이 얼마냐 느느냐에 따라 5등급 상위를 노려봐도 될 것 같았다.


“재능 역시 마찬가지에요. 상위 재능들은 그대로거나, 하위 재능을 흡수해서 레벨이 오를 수도 있고요, 스킬로 화할 수도 있지요.”

“궁금했는데, 그 스킬이란 게 뭔가요?”

“게임 안 해봤어?”

“해봤죠.”

“그럼 스킬창이라고 말해 보세요.”

“스킬창.”


[스킬목록]

[메소드 연기]

[신의 목소리]

[춤신춤왕]

[마성의남자]

[리바이벌]

[진심을 말해]

······


‘뭐가 이렇게 많아?’


스킬창은 방금 얻었는데 스킬이 굉장히 많았다. 천사가 그것을 보고 놀랐다.


“벌써 스킬이 이만큼이나 있다니,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이네요.”

“평균 이상이요?”


갑자기 궁금해졌다. 트수의 은인이자 후견인인 엘리스는 초기 스킬이 몇 개나 있었을까.


“아··· 그분은 요정종치곤 굉장히 특이하신 분이잖아. 육체를 단련해서 종의 한계를 초월한 분이니까.”

“감사합니다.”


다른 사도의 정보를 발설하는 것은 불법인가? 천사는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했지만, 이 정도면 밥을 수저로 떠 먹여 준 수준이었다.

천사는 용수의 생각을 끊으려는지 헛기침을 큼큼 했다.


“스킬은 재능하고 상관없는 자기 실력을 말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내가 서클마법사인데 1서클이다. 그러면 마법스킬 레벨 1이 되겠죠. 사도님의 실력은······ 메소드연기를 자세히 살펴볼래요?”


용수는 천사의 말대로 메소드연기에 집중했다. 그러자 정보가 떠올랐다.


[메소드연기]

[연기 레벨이 7에 달하여 생각과 감정을 배역에 완전히 몰입시킬 수 있게 되었다. 집중력이 일정수준 이상이 되었을 때 자동으로 발동하며, 마력을 퍼트릴시 관객들이 연기자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다.]


“대단한데요.”

“소감은 그게 끝?”

“연기 레벨 7이라는 건 뭔가요.”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천사가 박수를 짝짝 치자 스킬창 목록이 정렬되었다. 맨 위에 [발연기]라는 항목이 오고, 그 다음에는 [연기를 막 시작한] [배우의 가능성] 등이 뒤를 이었다.


“사도님의 연기 실력에 따라 획득한 스킬들이에요.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스킬을 받고, 상위 스킬을 얻게 되면 하위 스킬의 단점들은 사라지고 이점만 남아서 적용되죠. 발연기를 볼까요?”


[발연기]

[연기 레벨 1을 달성했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 관대히 넘어갈 확률이 올라간다.]


“그리고 레벨 7이라는 건······ 아주아주 높은 수치예요. 보통 생명체가 올릴 수 있는 스킬 레벨은 8이 한계거든요.”

“그러면 저도 연기 레벨은 8까지밖에 못 올리는 건가요?”


천사는 용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사도는 종의 한계를 초월하는 자. 신의 영역이라는 레벨 10도 노려 볼 수 있지요.”

“정말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연기 레벨 8이 되면 어떨까. 종의 한계라 함은 지구에서 자신보다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신 한 분을 선택해야 해요. 사도님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신의 목록을 뽑아놨으니, 한 분을 고르세요.”


천사가 메시지를 통해 목록을 전송했다. 용수가 가볍게 쑥 훑는데, 얼핏 봐도 열이 넘어보였다.


“이거······.”

“굉장히 많지?”

“네.”

“지금 당장 선택할 필요는 없어요. 유예기간은 두 달을 드릴 테니까, 그때까지만 선택하시면 되요.”


천사가 박수를 짝짝 쳤다. 천국이 무너졌다.


“사전답사라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용수를 둘러싼 환경은 바뀌어 있었다.

김목현이 대사를 치고, 신가현이 용수를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용수는 순간 적응이 안 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민병용이 소리를 질렀다.


“NG.”


‘아차, 지구라트 가기 전에 촬영 중이었지.’


용수는 NG 소리를 듣고 기민하게 행동했다. 일단은 웃자.


“죄송합니다. 잠깐 집중이 흐트러졌네요.”

“괜찮아. 나는 네가 하도 NG를 안 내길래 로봇인 줄 알았다.”

“헤헤헤.”


가현이가 헤실헤실 웃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용수는 그녀를 보며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엘리스의 치명적인 귀여움을 봐서 그런가, 예전과 같은 감흥이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 연기 큰일 났네. 잘할 수 있으려나.’


걱정이 무색했다. 연습을 열심히 한 덕인지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NG를 더 이상 내지 않고 끝냈다.

그렇게 드라마 촬영이 무난히 이어졌다.

그 뒤 신을 선택하지 않은 탓인지 임무가 주어지지 않아 일주일마다 지구라트와 지구를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눈이 녹고 봄이 왔다.


* * *


“시사회요?”

“네.”

“어······ 저는 단역에 불과한데. 인터뷰까지 해도 되나요?”


용수의 물음에 영화 ‘왕이되는자’의 제작사. 누리 프로덕션의 작가가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그 정도는 아니고, 오셔서 레드카펫에 좀 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야 부탁하지 않으셔도 무조건 가죠.”

“오디션장까지 들어오지 않으셔도 되지만, 포토타임이 끝나고 기자분들이 질문을 할 수도 있어요. 그때 잘 부탁드립니다.”

“혹시 질문들이 많은가요?”


같이 미팅을 진행하고 있던 매니저 성호가 끼어들었다. 그는 혓바닥에 침을 묻히더니 수첩을 팔랑팔랑 넘겼다.


“용수가 그날 CF 촬영이 있어서 시사회에 일찍 도착을 못하잖아요. 늦게 도착해가지고 레드카펫에서 인터뷰한다고 시간 질질 끌면, 따로 인터뷰를 해야 하는 감독님이나 선배 배우님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건······.”


작가는 우물쭈물하더니 말을 아꼈다. 그의 능력으로는 예상할 수도 없고, 확언해서도 안 될 일이었다. 성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쪼록 질문은 적게 부탁드립니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 없나요?”

“음······ 마스크 노래왕 예능에 출연하신다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탈락하게 되시면 저희 영화 홍보 좀 부탁드립니다.”

“아무렴 같은 식구인데 어련히 할까요. 걱정 마시고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누리 프로덕션의 작가가 나가자 성호가 주머니를 뒤졌다. 왜 저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치킨집에 배달을 시키면 주는 양념소금이 나왔다.


“와, 얘네 진짜 양아치다.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이런 부탁들 다 하냐.”


성호는 문에다가 소금을 뿌리더니, 양이 부족했는지 하나를 더 꺼내서 뿌렸다.


“그러게. 누가 보면 조연이라도 시켜 준 줄 알겠어.”

“그래서 용수야. 홍보 안 할 거지?”

“형, 미쳤어?”

“농담이었어, 농담.”


성호가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었다.


“내가 요즘 인기가 조금 생겼다 해도 아직까지는 을도 아니고 병이나 정급이니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무슨 병정이야. 요새 CF도 찍으니 을은 됐지.”

“유튜브에서만 나오는 광고들?”


용수는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쫙 폈다. 넘치는 마력 덕에 몸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런 행동들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성호에겐 그렇게 말했지만 누리 프로덕션 작가의 말은, 적당히 유명해진 자신을 이용하려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빠!”

“혜수야!”


문을 열고 나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혜수가 다가왔다. 용수가 반갑게 맞아주는데, 뒤이어 나타난 소녀들이 재잘재잘 불만을 토한다.


“오빠 눈에는 혜수만 보이지.”

“서럽다. 혜수랑 나랑 동갑인데. 내가 리더를 했어야 됐나.”

“우리는 이름도 안 불러 줘.”


스타엔터가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걸그룹. 뮤즈의 멤버들이었다. 중국인 멤버 위수정. 한비랑 동갑인 정미리. 막내이자 에너자이저인 김한비. 셋이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었다. 성호는 문을 열고 나오다가 그걸 보고 웃음이 터졌는지, 입을 막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뮤즈 아이들은 성호가 웃는 걸 보고 조심스레 팔짱을 풀었다.


“수정이 미리 한비. 불만이면 너희가 리더 했어야지.”

“와, 이 오빠 인성 보소? 완전 혐성이네.”


막내인 한비가 장난스레 쏘아붙였다.


“그런데 웬일이야.”

“오랜만에 회사 들렸다고 해서 반겨주러 왔는데 웬일이라뇨. 저희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오빠를 찾았나요?”

“연습실에서 만나는 거 아니면, 그런 편이었지.”

“그런가?”

“맞네?”


용수의 말에 뮤즈 아이들이 소곤거렸다. 혜수는 무차별한 팩트폭행에 정신을 못 차리고 헤롱헤롱거리다가, 애들의 손에 이끌려 자세를 잡았다.


“맞아요. 맨날 일이 있어야 찾는 동생이, 오늘도 일이 있어서 찾아왔네요.”

“그래? 뭔데.”

“어때요?”


뮤즈 아이돌은 저마다 개성적인 포즈를 잡으며 옷을 어필했다.


“예쁜데? 코디 누나한테 보너스 주고 싶다.”

“그래요? 히히.”

“한비야, 왜 웃어?”


한비는 히히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대답은 멤버들이 대신했다.


“이거 한비가 코디해 준 거에요!”

“진짜? 자, 여기 보너스.”

“아싸!”


용수가 주머니를 뒤져 오백 원을 한비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응? 아씨! 이걸 누구 코에 붙여요.”

“왜? 가서 껌이나 한 통 사 먹어.”

“요즘 오백원으로는 껌도 못 사 먹거든요.”

“진짜?”


용수는 충격을 받았다. 물가가 그렇게 올랐더니. 옛날에는 200원, 300원으로도 행복하게 껌을 씹을 수 있었는데.


“오빠네 시사회. 우리도 가잖아요. 이 옷 그대로 입고 가면 어떨까요?”

“그걸 그대로?”


용수는 이번에 뮤즈 멤버들을 볼 때, 같은 소속사 선배 필터를 빼고 봤다. 후배에 대한 애정으로 범벅이 된 필터를 빼고 봤음에도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했다. 합격이다.


“좋아. 내가 괜히 코디 누나 보너스 준다 한 게 아니야. 지금까지 너네들 중에 제일 예쁘다.”

“그 정도인가~”


혜수가 기분 좋아서 말꼬리를 늘렸다. 뒷짐을 지고 눈웃음을 짓는 모습이 풋풋하다.


“그래. 너희 데뷔 무대가 이번 주 금요일이지?”

“네! 뮤뱅 녹화 하는 날!”

“저희가 오프닝이에요······.”


데뷔 무대 얘기를 꺼내자마자 멤버들이 바짝 긴장했다. 한비만 빼고. 한비는 기가 살아서 소리를 질렀다.


“이번 시사회 때 사진 잘 뽑혀서 음방 나기도 전에 팬 한 번 만들어보자.”

“오빠······.”


혜수가 촉촉이 젖은 눈으로 용수를 올려보며 말했다.


“헛소리가 아주 수준급이신데, 머리 다친 거 아니에요? 열나나 한번 만져 볼게요.”

“농담이었어. 난 멀쩡하니까 손 치워라.”


혜수는 자연스레 스킨십을 시도했다가, 용수가 피해서 실패했다. 그녀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혀를 찼다.


“그럼 나는 갈 테니까 연습 열심히 해. 내일 보자.”

“얘들아, 내일 보자.”

“네~”

“내일 봐요. 먼저 도착했다고 혼자 가서 사진 찍으면 죽어.”


수정이의 귀여운 협박에, 겨우 웃음을 멈추고 인사를 하던 성호가, 다시 뻥 터져서 웃다가 사례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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