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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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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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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스크 노래왕(2)

DUMMY

‘넘쳐흐르다’는 높은 음을 자랑하는 노래였다. 음원차트를 석권하자마자 노래방에서 많은 이들이 불렀고, 곧 노래방 금지곡이 되었다.

유튜브에 커버동영상도 많이 올라왔는데, 살인적인 고음 탓인지 고음챌린지로도 유명했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높은 음을 쫙쫙 뽑아 내는 노래는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부는 음역대가 굉장히 낮았는데, 원곡 가수가 저음역대인 1옥타브 파에서 고음 3옥타브 시까지 가능한 만큼. 그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저음에서부터 감정을 잡으며, 고음까지 그것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판정단이 우리 동네 농부의 음색에 감탄한 것은 그 이유였다. 도입부의 저음을 잘 살리면서도, 감정의 가이드라인을 잡았다는 것.

그리고 판정단은 우리 동네 검은소가 그 감정을 이어 갈 실력이 있기를 바랐다.

물론 용수는 그들의 기대에 200% 충족시켰다.


용수는 사도가 되며 스킬만 받은 게 아니다. 양측 육신이 통합되면서 마력이 는 것과 별개로, 이전에는 간접경험으로 얻은 지식이었던 지구라트의 용수. 트수의 기억을, 용수가 겪은 것처럼 떠올리고, 몸에 새겨진 습관 또한 얻어왔다.

트수는 블러드 연합의 교육소에서 종합기초교육을 이수했었다. 그 중에서는 아티팩터뿐 아니라 바드 과정도 있었다. 용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목소리에 마력을 담았다.

잔잔한 목소리. 요동치는 감정. 용수는 시야 한구석에 나타난 스킬 발동 메시지를 무시하고, 있는 힘껏 노래를 불렀다.

처음에는 저음으로. 저음에서 고음으로. 용수의 노래를 듣는 판정단과 방청객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지막히 읊조리던 목소리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러다 낮은 음역대에서 시작된 용수의 목소리가 완전한 고음역대로 접어들면서도, 충만한 감정은 변하지 않았다.


“와아아!”

“고음 실화냐?”


억제되어 있다가 서서히 퍼져나가는 고음에 방청객들이 신이 나 소리를 질렀다. 완급을 조절하며 고음을 내뿜는 모습에 우리 동네 농부도 놀랐는지 마이크를 잡은 손이 살짝 떨렸다. 패널들은 용수가 고음을 내뿜는 순간 벌떡 일어나 리액션을 했는데, 고음성애자 이윤식은 두 눈을 감고 팔을 위로 짝 펄쳤다. 입까지 벌린 모습이 감전이라도 당한 사람 같았다.


농부도 실력이 있는 가수라서, 중저음과 고음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이내 목소리가 멈추고, 용수가 가면을 쓴 것도 잊고 땀을 닦으려고 얼굴에 손을 올리는 순간, 우레와 같은 환호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아아!”

“흑우 최고다!”


방청객과 패널의 환호에, 노래의 여운을 음미하고 있던 강성수가 정신을 차렸다.


“우리 동네 흑우님과 우리 동네 농부님의 멋진 무대였습니다!”


강성수는 용수의 노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정신을 놓고 있던 탓인지 검은소를 흑우라 바꿔 부르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방청객들은 일부러 그런 줄 알고 하하 웃어넘겼다.

강성수는 멘트를 아꼈는데, MC로써 어느 한 명의 편을 드는 일 없이 정정당당하게 진행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성수는 잠시 방청객들의 환호가 가라앉기를 기다린 뒤, 다음 멘트를 이었다.


“정말 환상적인 무대였습니다. 두 분 모두 가창력이 뛰어나신데요, 농부님. 검은소님의 실력이 어떻습니까?”

“아··· 우리나라에 정말 숨은 고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조된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농부는 말을 마치고 용수에게 고개를 숙여서, 용수도 꾸벅 인사를 했다.


“하하. 좋은 무대를 꾸민 두 분이 서로 인사를 하시네요. 검은소님은 농부님의 노래를 어떻게 들으셨나요?”

“일단 제가 정말로 존경하는 분이라는 걸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말씀하시는 걸 보니 정체를 눈치채신 것 같은데요?”


강성수는 용수의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 물어봤다. 패널들도 웅성거렸다.


“뭐야? 너는 누군지 알아?”

“저도 모르겠어요 선배님······.”

“JB아니야? 허스키한 게 비슷한데.”

“힌트를 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다들 눈치채실 것 같아서, 이만하겠습니다.”

“사실 모르시는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강성수와 용수의 티카타카에 패널들은 용수가 모르면서 막 질렀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강성수의 능숙한 진행에, 고정 패널인 작곡가 김원일이 마이크를 잡았다.


“일단은 농부님은 대단히 허스키하고 매력적인 중저음을 지니고 계세요. ‘넘쳐흐르다’가 음이 워낙 높아서 중저음을 지니신 분들이 부르기 많이 어려워하시는데, 자신만의 매력으로 잘 소화했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연륜이 있는 가수가 아닐까 생각을 해요. 그리고 검은소님은······.”


김원일은 잠깐 틈을 두고는 감동했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검은소님은 정말 이 곡이 자기 노래인 것처럼 소화를 해 주셨어요. 노래의 도입부에 저음을 내셨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농부님보다 더 낮았었어요. 농부님의 목소리가 워낙 허스키하고, 검은소님의 목소리가 너무 청아해서 높게 느껴진 거지. 그리고 고음은··· 정말 감탄밖에 안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가수가 있었나요?”


극찬만 하던 김원일은 마지막에 의문으로 끝냈다. 다른 패널들도 각자의 의견을 말했고, 어느덧 장기자랑 시간이 왔다. 농부는 쌍팔년대 롤러 타는 시늉을 내서 아재인증을 받았고, 장기자랑으로 뭘 준비했냐는 성수의 물음에, 용수는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원래는 일반적인 성대모사를 준비했는데, 흑우 가면을 썼으니 소 울음소리를 내볼까?’


마력이 충분히 뒷받침되니 가능 할 것도 같았다.


“저는 성대모사를 준비했습니다.”

“오! 성대모사요? 어떤 분의 성대모사를 준비하셨나요?”

“소 울음소리를 흉내내 보겠습니다.”

“소요?”


사전에 전달받았다는 것과 다른 대답에 강성수가 황당함을 표했다. 패널들은 예능감이 있다고 좋아했다.

용수는 반응에 만족하면서, 마력을 모았다. 스킬창이 저절로 떠올랐다.


[천의 목소리]

[노래 레벨 4에 습득한 스킬. 성별, 종의 구분 없이 모든 생명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음머어어어”


완벽한 소 울음소리였다. 방청객들을 자지라지며 박수를 쳤고, 라이어 킴이 좋아서 날뛰었다.


“소네! 소야! 이야, 사람이 소가면을 쓴 줄 알았더니 그냥 소를 데려다 놨네.”

“방금은 평소의 소 울음소리였고요, 밥 먹을 때의 울음소리를 한 번 내보겠습니다.”


용수가 버전을 바꿔 두 번 정도 소울음을 반복하자 분위기가 많이 업됐다. 장기자랑이 끝나고, 한 명이 탈락할 때가 되었다. 한성수가 무대 뒤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을 가리켰다.


“그럼 199분의 판정단 여러분! 버튼을~ 눌러주세요!”


모두가 버툰을 눌렀다. 숫자가 요동쳤다. 1라운드라 그런 건가. 강성수는 시간을 끄는 일 없이 바로 결과를 발표했다.


“110대 89! 치열한 접전이었습니다! 우리 동네 검은소가 승리를 가져갑니다!”

“검은소 멋있다!”


박수가 울렸다. 용수는 인사를 한 뒤에 무대 뒤로 돌아왔다. 대기실로 이동하는데, 카메라가 따라붙더니 이긴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존경하던 가수인 이용관 선배님과 같이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마스크 노래왕에게 감사합니다.”


용수가 소감을 말하는데, 무대 쪽에서 ‘우리 동네 농부의 정체는··· 가수 이용관이었습니다!’ 하는 강성수의 외침이 들렸다. 담당PD가 놀라서 용수에게 물었다.


“농부님이 이용관 씨인 걸 어떻게 아셨나요?”

“목소리가 하나도 안 변하셨더라고요. 어릴 적에 밤새도록 반복해서 듣던 목소리라서 듣는 순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귀가 좋으시네요.”

“별말씀을요.”


담당PD는 예고편으로 쓸 좋은 장면을 얻었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터뷰를 마친 용수가 대기실로 들어오자 매니저 성호가 커피를 들려주었다. 용수가 좋아하는 흑당라떼 캔음료 버전이었다.


“이게 캔으로도 나왔어?”

“우리나라 사람들 뭐 하나 유행했다 하면 이것저것 만들잖아.”

“잘됐네. 앞으로 많이 사먹어야겠다.”

“그러다 CF 들어오면 좋고?”

“최고지. 광고주들 귀에 들어가게 소문 좀 내볼까?”


용수는 마스크를 벗고, 손수건으로 땀을 좀 닦은 후, 커피를 쪽쪽 빨았다. 무대에 섰던 긴장감이 쫙 풀리며 몸이 나른해졌다.


“용수야, 무대는 어땠어?”

“좋더라. 오랜만에 무대에서 노래하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용수의 말에 성호가 흠칫 놀랐다.

잠시 뒤, 성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멤버들한테 연락 좀 해볼까?”

“번호 알아?”

“어. 너한테 알려 주지는 말라고 그랬는데······ 형이 응원한다고 전해 달라더라.”

“나보다 나이 많은 게 민우 형밖에 없는데, 익멱성 참 잘 지켜준다.”

“아무튼 이름은 말 안 했다?”


둘은 잠간 웃고, 다시 침묵을 지켰다. 용수는 무거운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말을 꺼냈다.


“됐어. 사고치고 나간 애들 다시 봤자 분통이나 터지지. 형한테는 고맙다고 전해 줘.”

“알았어.”

“형인 거 인정했다? 전화번호 줘 봐. 내가 다 일러야지.”

“일러라 일름보야.”

“헐, 언제적 거야.”


둘은 그렇게 노닥거리다가, 2라운드 때 용수의 차례가 되어 다시 무대로 나갔다. 2라운드는 143표 대 56표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는데, 용수는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보고 흠칫했다.


‘양중기도 영화 홍보하러 나왔구나. 어쩐지 노래를 더럽게 못하더라.’


운 좋게 1라운드 상대도 노래를 워낙 못해서 통과한 것이지, 양중기는 2라운드까지 올라올 솜씨는 아니었다.

용수는 대기실에서 TV화면으로 양중기가 영화 홍보하는 것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나도 다음 라운드에서 떨어지고 영화 홍보해야 하는데. 드라마에 분량도 많아지고, 왕이되는자 반응 보고 다음 작품 골라야 하니까······ 어우, 생각만 해도 바쁘네.’


바쁘지만 행복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일을 하게 되는 것을 얼마나 꿈꿔왔던가. 용수는 결승무대로 나가면서 의지를 다졌다.


‘그렇다고 일부러 탈락하려고 힘 빼고 부르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설마 우승하겠어?’


* * *


용수가 무대를 내려갔음에도 패널들은 삼삼오오 용수의 무대를 화두로 삼았다. 1라운드가 끝났을때는 그저 잘한다, 누구냐는 얘기만 오갔었는데, 용수가 2라운드에서 청춘이라는 감성 발라드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의견이 분분해졌다. 방청객들은 용수가 들려준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 나머지, 뒤이은 무대들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강성수가 진땀을 흘렸다.


‘드디어, 다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강성수는 용수의 차례가 돌아온 것을 반겼다. 물론 패널들이나 방청객들도 무대로 들어오는 용수를 보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으나, 제일 많이 반겼던 것은 강성수였다. MC이기 때문에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용수가 무대에 오르고, 라이브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준비한 마지막 곡은 찌를 듯한 고음을 보여주는 록. ‘Say’ 라는 그룹의 ‘Yes’라는 노래로, 가성이나 반가성 없이 진성과 두성으로만 불러야 하는 유명한 노래였다.

이 노래는 노래방 금지곡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는데, 고음 좀 한다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자기 주제를 알고 포기해서 결국 부르는 사람은 실력자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명한 노래였고, 반주가 시작되자마자 패널은 물론 방청객까지 알아차렸다.


“이거 Yes아니야?”

“와! Yes를 라이브로 부른다고?”

“저 벌써 닭살 돋았어요.”


모두의 기대 속에, 용수가 첫 소절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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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넛츠 브레이커 19.07.02 551 10 11쪽
18 대박 19.07.01 576 9 13쪽
17 진행시켜 19.06.28 572 9 11쪽
16 참교육 19.06.27 577 12 12쪽
15 I`m like a supervisor 19.06.26 651 10 10쪽
14 양아치를 만났다 19.06.25 643 9 12쪽
13 지구라트-오크 19.06.24 623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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