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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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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51
추천수 :
415
글자수 :
212,356

작성
19.07.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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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조선좀비

DUMMY

한 사무실.

용수가 다니는 액션스쿨의 홍 관장과 젊은 남녀, 그리고 늙수그레한 아저씨 몇이 앉아 있었다. 중년 남자는 이해할 수 없는 생명체를 본다는 양, 홍수아 작가를 보고 있었다. 영화랑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홍 관장과 홍수아만 태연하고, 나머지는 초조해하는 묘한 상황이었다.


“저기······ 작가님.”

“왜요?”

“덕삼이 역으로 꼭 김용수씨를 써야 하나요?”

“당연하죠. 애초에 배우 캐스팅은 저랑 민철이에게 일임하지 않으셨나요?”

“그래도······. 김용수 씨는 코믹한 연기밖에 안 하지 않았잖아요?”

“암살단주 연기하는 동영상 안 봤어요? 양중기랑 엮어 가지고 꽤 유명했을 텐데.”

“그걸 챙겨 볼 정도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지는 못해서요······.”


소품팀 FD의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그가 얼마 전까지 몸담고 있던 드라마의 감독은 스태프 철야시키기를 즐기기로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왕이되는자 시사회를 갔거든요. 그걸 보면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실 거예요. 마침 이번 주에 개봉하니까 우리 영화 시작 전에 한 번 보고 오시죠.”


홍수아는 영화에 나온 김용수의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아버지인 홍 관장의 영향을 받아서 무술을 좋아했고, 고수를 찾아서라는 이상한 책을 구매해 그 책에 나오는 고수들에게 찾아간 적도 있는 진성 무술 오타쿠였다. 지금은 흑역사라 생각해서 그 열정을 가슴 깊이 묻어놨으나, 용수를 보는 순간 다시금 열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정통으로 검술을 배운 가락이 느껴졌어.’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인 홍관장에게 물었다.


“아빠, 김용수 씨 어때? 덕삼이에 어울릴 것 같아?”

“호위무사 되는 사냥꾼? 그거면 우리 용수가 딱이지!”

“우리 용수?”

“어. 아빠네 액션스쿨 다녀. 어디, 내가 바람 좀 넣어볼까?”

“그러면 완전 땡큐지.”


홍 관장이 그렇게 말을 한 것이 어연 일주일 전.

홍수아는 홍관장을 바라봤으나, 무심한 아버지는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홍수아가 한숨을 쉬려던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 받았습니다. 네, 맞아요. 네. 네?”


홍수아는 흥분해서 전화를 했고, 통화가 끝나자 남자친구이자 감독인 민호의 어깨를 툭 쳤다.


“용수 씨가 덕삼이 역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카페에서 한번 보기로 했어. 같이 가자.”


* * *


용수는 작감을 만나고 두 번 놀랐다. 첫 번째는 작가가 홍 관장이랑 같이 왔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이민호 감독이 진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를 위해서 감독이 된 금수저라고 해서, 우유부단하고 내성적일 줄 알았는데, 멋있는 사람이었네.’


이민호 감독은 범골에 눈매가 부리부리하여, 소신이 있는 바위 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줬다. 홍수아는 어느 대학가에서나 볼 수 있는 귀욤귀욤한 사람이었는데, 용수는 옷 속에 숨겨진 그녀의 근육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운동을 진짜 열심히 했나 봐. 몸이 선수급이야,’


용수는 감탄했으나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홍수아가 오빠를 만난 소녀팬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었다.


“출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계신다고요.”

“네. 대본을 읽어 봤는데 작가님 필력이 워낙 좋으셔가지고 훅훅 읽었거든요. 스토리, 캐릭터, 설정 어디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게 없었어요.”

“하하, 그럼 다행이네요.”

“그런데······ 홍 관장님? 어떻게 같이 오셨어요?”


용수는 제일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아, 얘가 우리 딸이라서 같이 왔어.”

“아, 어쩐지 닮았다 했습니다.”


‘홍관장님 딸이라서 몸이 좋았구나.’


“그렇지? 얘가 아빠를 똑 닮았지. 어릴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


홍 관장이 딸 가진 아버지 토크를 시전하려 하자, 용수가 재빨리 말을 끊었다. 쓸데없는 얘기가 길어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홍 관장님이 무술 감독 맡으시는 거예요?”

“그렇다고 봐야지.”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네요.”


홍 관장이 팔짱을 꼈다.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딸아이 앞에서 자랑스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때, 자기소개만 하고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이민호 감독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용수 씨. 영화 출연하시기 전에 알려 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야! 너는 애가 너무 양심적이야. 그러다 용수 씨가 출연 안 하시면 어쩔래?”

“그래도 말은 해야지. 사람이 사람을 속이고 살면 못 써.”


홍수아가 답답한지 가슴을 퍽퍽 쳤다. 이런 일이 다반사였다는 듯 그 행위가 능숙했다.


“용수 씨. 저는 단순히 부모의 후광을 입으려고 감독으로 데뷔한 게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꿈이라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여자친구의 대본이 좋아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된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제 기념비적인 첫 작품이자, 제 여자친구의 첫 작품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셔서, 제 말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니주가 이렇게 길어.’


얼마나 힘든 말을 하려고 서론을 질질 끄는 건지.


“저희는 배우가 아니라 배역을 보고 캐스팅을 할 겁니다. 독자적인 유니버스를 구축한 블루볼처럼요. 그래서 무명배우들을 좀 많이 캐스팅 할 예정입니다.”

“그래요?”

“네. 주연배우까지는 무명으로 하지는 않겠지만, 조연분들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배역에 어울리고 연기력이 뛰어난 분을 섭외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용수는 머리를 긁었다. 그가 대답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세 쌍의 눈이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사실 용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대본은 정말 좋게 뽑혔지만, 성호가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았으면 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수저 신인감독. 작가는 감독의 여자친구. 누가 봐도 영화 하나 말아먹기 딱 좋은 조합이었다.


‘그러고 보니 성호 형은 대체 누구한테 정보를 얻은 거지? 요즘 나 운동할 때 홍관장님이랑 계속 붙어있었는데······.’


홍 관장이 드러낸 딸바보 기질을 생각하면 답이 나왔다. 하여튼, 캐스팅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 생각해서, 차라리 배역에 잘 어울리는 무명배우들을 섭외하는 게 어떨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용수는 흔쾌히 답했다.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대본이 정말 좋아서 같이 하고 싶다는 거니까요. 캐스팅은 잘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속보. 국민호구 김용수. 차기작은 조선좀비?]

- 진짜, 제발, 우리나라는 좀비 영화 좀 안 만들면 안 되냐? 벌써부터 창피하다.

- 영화 제목부터 거름ㅅㄱ

- 조선이랑 좀비를 합쳤다고?ㅋㅋㅋㅋㅋ 나만 오만과편견 그리고 좀비 생각났냐?

└ 그게 뭔데 씹덕새끼야

- 얘네는 CG좀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환단 연대기는 날이 갈수록 CG가 퇴행하더라. 500억을 대체 어디다 쓴 거야?

└ ‘그 망작’ㅋㅋㅋㅋㅋㅋㅋ

- 기자 김용수 팬임? 사진에 뽀샵을 덕지덕지 발라놨네


[금수저 신인감독. 신인작가. 무명배우, 총체적 난국]

- 이 정도면 영화를 성공시키려고 찍는 게 아니라 말아먹으려고 찍는 거 같은데?


[유명작가 김초원. 예능 영잘알(영화를 잘 아는) 토크쇼에서 ‘난생처음 보는 끔찍한 조합이다’며 한탄]

- ㅋㅋㅋㅋ 김초원 10광구도 쉴드 친 사람인데 조선좀비는 듣자마자 한숨부터 쉬더랔ㅋㅋ

- 솔직히 나였어도 한숨 나왔음ㅋㅋㅋ

- 우리 아빠도 보자마자 탄식하더라. 돈 버릴 거면 차라리 자기 주라고.


[신임감독 이민호. 신인의 패기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영화 만들겠다’]

- 전문 관람객 ‘본인’ 경험하고 싶지 않다

└ ㅁㅊㅅㄲㅋㅋㅋㅋㅋㅋㅋㅋ

└ 본인 ㅇㅈㄹㅋㅋㅋㅋㅋㅋ

- 얘 금수저라메? 얼마나 돈이 많으면 길바닥에 버릴 생각을 하냐

- 영화 잘될거라고 말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냨


[영화평론가 김 모 씨. 얼마나 끔찍한 영화를 보려 주려고? 벌써부터 두렵다.]



“성호야, 이거 봤어? 조선좀비 때문에 말이 많은데?”

“네, 알고 있습니다.”

“이거, 용수 빼야 되는 거 아닌가? 여론이 너무 안 좋은데.”

“잘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성호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태도에 대표는 회의실 탁자를 툭툭 두드리며 고민스런 표정을 지었다.


“용수도 그렇고 너도 말이야······, 이 영화가 성공할 거라 생각해? 너무 무사태평한 것 아니야?”


성호는 침을 꼴깍 삼켰다. 지금은 대표가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있었지만, 어쨌든 대표가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영화 출연에 난항을 겪을 지도 모른다. 성호는 그를 열심히 설득한 홍관장의 말을 떠올렸다.


“그 영화를 찍는 감독이 한국예술대 출신이랍니다. 한예대가 성공한 감독을 가장 많이 배출한 건 아시죠. 그만큼 커리큘럼도 잘 되있는데 거기서 과 수석을 놓친 적이 없고, 여자친구도 학점이 4.0 이상이랍니다. 성격도 좋아서 친한 선배들도 많고 인맥도 넓고 집안이 좋으니 투자도 잘 받고···”


“그만, 그만! 알겠어. 잠깐 생각좀 하자.”


대표는 초록창 실검순위를 차지한 검색어를 일일이 클릭했다. 조선좀비. 조선좀비 김용수. 조선좀비 금수저. 조선좀비 신인. 김용수 사진 보정.


“김용수 사진 보정은 뭐야?”

“기자들이 우리 용수 사진만 뽀샵 해서 기사 쓰던데요? 대표님이 혹시 돈 먹였어요?”

“그런 쓸데없는 짓···은 아니겠지만. 돈이 어디 있다고 기자들을 줘? 그리고 걔네들이 돈 준다고 보정을 해 줄 놈들이야?”

“역시 그렇죠? 기자들이 단체로 돌았나?”


대표는 김용수 사진 보정을 검색해서 나온, 기사들을 봤다. 요즘 따라 한층 물이 오른 미모가 떡하니 나타났다.

이 외에도 대표는 실검순위 7개를 차지한 김용수의 기사들을 보며 흐뭇해하다가, 매니지먼트 팀장의 말에 정색했다.


“우리 뮤즈 애들 기사는 뜨고 있나요?”

“뜨기는 뜨는데······ 주로 용수 욕하는 기사에서 많이 보이네요.”


홍보팀장이 기사를 보여 줬다.


[조선좀비 택한 김용수. 김용수가 조선좀비를 찍게 방치한 스타엔터. 그 이유는 신인 걸그룹 때문?]

- 진짜야? 진짜 소속사에서 김용수 잘 안 챙겨줘?

- 조선좀비나 찍는 엔터에서 키운 걸그룹······ 안목이 얼마나 없나 볼까?

- 애들 이쁘고 노래도 좋던데 왜 그러냐.

└ 그래서 김용수가 조선좀비 찍음?

└ 그거랑 뭔 상관;;


“이거 어떻게 할까요?”

“일단··· 왕이되는자 개봉이 언제지?”

“내일모레네요.”

“조금만 지켜보자. 우리 용수 이름 넣어서 기사 쓰면 조회수 쭉쭉 올라가니까, 며칠 안 있어서 영화 반응들 올라오면 또 용수 얘기 많이 나올 거 아니야. 그때 홍보팀이 힘 좀 써 줘”

“맡겨만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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