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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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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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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추격자들(2)_수정

DUMMY

용수는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재빨리 2층으로 향했다. 직원들은 촬영을 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전해 들었는지, 그다지 개의치 않아했다.

용수는 조금 돌아다니다가, 오프닝 때 심어놓은 마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들어갔다. 일을 하던 직원들이자신을 향하며 짓는 표정에서 긴장과 어색함이 느껴지자, 용수는 주변의 마력을 감지해 보았다.

도주자는 보이지 않았으나, 한 캐비넷 안에서 용수가 미리 심어 놓은 마력이 느껴졌다. 용수는 일단 방송 분량을 뽑기 위해 안의 직원 중 한 명에게 물어봤다.


“안녕하세요. 혹시 도주자들 보셨나요?”

“아니요, 못 봤어요.”

“그래요?”


대답한 직원은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표정관리가 어색했다. 눈치가 빠른 이라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

다른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도주자를 봤구나’ 정도로 생각했겠으나, 용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으니, 그 모습이 귀엽게만 보였다.


‘대답한 분이 거짓말을 참 잘하시네.’


“여기 숨었나?”


용수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다. 그것을 본 직원 몇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거렸다. 그렇게 개그 소스를 하나 뽑은 용수는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무슨 업무를 하시는 건가요?”

“저희는 회계 2팀입니다. 회계 1팀은 방송국의 주력 사업으로 얻는 소득에 대한 회계 처리를 하고, 저희 2팀은 주 업무 외에서 얻는 기타 소득에 대한 회계 처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어렵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저희 팀장님은 책도 내셨어요! 한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는 재무제표 라고요”

“진짜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용수는 대화를 나누며, 한 책상 옆을 빙빙 돌았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한 커다란 상자가 있는 책상이었다.


“그런데 팀장님 말고 다른 분들이 표정관리를 잘 못하셨어요. 그렇죠?”

“······.”

“그리고 세상에 어떤 사람이 책상 밑에다가 이렇게 커다란 상자를 놔요?”


용수는 자신만만하게 상자를 책상 밖으로 끌어냈다. 뭘 그렇게 많이 채워 넣었는지 무게가 꽤 나갔다. 그리고 열어 보자, 가득 쌓인 A4가 나타났다.


“아, 복사기에 종이를 넣을 때 비닐을 하나하나 까고 넣기가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한 번에 다 까서 보관 중이었습니다.”

“에이, 너무하셨다.”

“오해하게 해서 죄송하네요.”


팀장은 굉장히 신나 보였다. 하긴, 예능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속여 넘겼다고 생각했을 테니 당연히 신나겠지. 용수는 허리춤에 양손을 얹고, 실망한 척 대충 사무실을 살피다, 놀랍다는 듯이 소리쳤다.


“어! 저기 저 캐비닛은 다른 거랑 좀 다르네요?”


용수의 말에 직원들이 화들짝 놀랐다.


“아! 그게······ 저것만 캐비닛이 부족해서 얼마 전에 새로 샀거든요.”

“아하, 저런 것도 새로 사고 그러는구나. 저는 사무실 만들 때부터 가져다 놓는 건 줄 알았죠.”

“요새 일이 좀 많아져서요. 하하하.”

“안이 어떻게 되어 있나 한 번 봐도 될까요?”


* * *


케비넷 안에 숨어 있던 스하는, 조그마한 구멍으로 용수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바짝 쫄았다. 그는 숨을 흡 멈추고 얼굴을 있는 힘껏 찌푸렸다.


‘제발 그냥 가라. 그냥 가!’


이 상황을 설계한 유호석이 원망스러웠다. 작전 회의 때, 강재동이라면 분명히 한 명당 한 층씩 돌아보게 해서, 아래층부터 위층까지 차례대로 훑을 거라고. 그러니 미끼 한 명만 고층에 두고, 나머지는 저층에 숨어 있다가 추격자가 위층으로 올라가면 그때 활동을 시작하자고.

촬영을 진행하는 층이 10개나 되기 때문에, 성공하기만 하면 여유 시간을 좀 많이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재수 없을 수가.


“캐비닛 안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한데 한번 열어 봐도 될까요?”


마침내 용수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스하와 용수의 사이에는 얇디얇은 철판 하나만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맞아! 눈이 보였을 수도 있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하는 일단 몸을 숙였다. 아무것도 안 보여서 계속 빌기만 했다. 제발 그냥 가라고. 캐비닛 문이 열리는, 덜컹 소리가 들렸을 때 스하의 심장도 덜컥 하고 멈추는 듯 했다.


‘씨! 망했네’


“와, 정리를 되게 깔끔하게 해 두셨다.”


그런데 목소리가 앞이 아니라 옆에서 들렸다. 스하는 다시 상체를 들어 용수가 어디 있는지 살펴보았다. 옆 캐비닛의 문이 열려 있었다.


‘살았다! 하나님 부처님 예능신님 감사합니다!’


스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용수는 일부러 옆 캐비닛의 문을 열었다. 대충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해 주고, 문을 닫았다.


‘스하 선배님은 살아남은 줄 알고 안도하고 있겠지.’


바로 캐비닛을 열어 스하를 발견했다면, 운이 좋았다는 말은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초반부터 도주자를 검거했으니 방송 분량도 확실히 뽑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용수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장면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고, 예고편으로 써먹기도 좋은 장면.


‘이제 적당히 양념 쳤으니 잡아볼까.’


한참 여유를 부렸음에도 용수는 걱정하지 않았다. 캐비닛 안에 갇힌 스하는 잡힌 물고기와도 같았으니까.


“볼 만큼 봤네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용수가 그리 말하고 몸을 돌렸다. 팀장이며 직원들이 안심하는 게 보였다. 캐비닛 안의 스하도 안도하는게 느껴졌다.

그 순간, 용수는 몸을 돌려 캐비닛의 문을 열려고 했으나······.


“아라 선배! 그만 쫒아와요!”

“목현이 너! 거기 안 서? 잡히면 죽을 줄 알아!”


김목현과 강아라가 우당탕탕 뛰어 다니는 게 보였다. 아라는 김목현을 쫒다가 유리창 너머, 사무실 안에 있는 용수를 발견했다.


“용수야! 빨리! 얘 잡아!”


용수는 고민했다. 어항 속 스하 고기와, 밖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김목현 고기. 스하가 언제까지 캐비닛에 숨어 있을지는 몰라도, 한참 쫄았으니 금방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목현아! 지금 멈추면 살살 잡을게!”

“안 멈추고 안 잡힐란다!”


용수는 김목현을 잡으려 질주했다. 용수가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스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와, 개 식겁했네. 용수 씨 갔으니까 여기 다신 안 오겠지? 다른 층으로 갈 때까지 숨어 있어야겠다.”


* * *


“친구야.”

“왜?”

“놔주면 안 될까?”

“안 돼.”

“그러지 말고. 초반부터 잡히면 재미없잖아.”

“용수야 속지 마. 내가 애 찾은 거 방송으로 보면 깜짝 놀랄걸?”


김목현의 칭얼거림에 아라가 단호하게 반박했다. 김목현은 우울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여우를 닮은 눈꼬리가 축 처져 동정심이 절로 일었다.


“얘 봐. 얘 또 여우짓 한다.”

“여우짓이라뇨.”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거. 아무리 불쌍한 척해도 안 봐줘.”

“목현이가 여우를 닮긴 했죠.”


붙잡힌 도주자들은 수감 장소에서 얌전히 대기해야 했다. 다른 도주자가 구하러 오면 탈옥이 가능했지만, 그 전까지는 영락없이 붙들려 있어야 했다.


“우리 목현이 얌전히 있어야 한다?”

“걱정 마요, 누나. 내가 지키고 있을게.”

“굳이? 어차피 목현이 한 명이라 아무도 안 구하러 오지 않을까?”


용수는 대답하지 않고 마력을 퍼트렸다. MBS 건물 구조가 미니맵처럼 눈앞에 떠올랐고, 그가 마력을 심어놓은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표시됐다.


‘1층 카페에 하나? 아, 카운터 밑에 숨어 있구나. 스하 선배님은 아직도 회계팀에 있고, 2층 분장실에도 한 분 계시네. 6층에 한 명 빼고는 다 1~2층에 숨어 계시구나.’


카페에 숨어 있는 석훈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용수와 아라를 관찰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그들이 떠나는 순간 김목현을 구출하려는 심산일 터이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이상 어림도 없지.’


용수는 아라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제가 감이 꽤 좋은 편인데, 목현이를 지키고 있으면 월척이 낚일 것 같거든요.”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갈 테니까 목현이 잘 지키고 있어.”

“누나, 잠깐만요.”


용수는 급히 떠나려는 아라의 팔목을 붙잡았다. 아라는 대수롭지 않은 척 하려 했으나, 저도 모르게 볼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왜?”

“이건 우연히 알아낸 건데요.”


용수가 귓속말을 하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댔다. 아라는 순식간에 다가오는 용수의 얼굴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목현이 쫒을 때 제가 있었던 사무실 있죠?”

“어, 있지”

“거기 캐비넷에 스하 선배님이 숨어 있어요.”

“진짜?”


아라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용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목현이를 가리키며 쉿쉿 했다.


“다른 데로 도망가기 전에 얼른 잡아오셔야 해요.”

“알았어! 금방 갔다 올게!”


아라가 떠나고, 김목현이 떨떠름히 말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어?”

“어,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면 나도 들을 수 있게 해 주지.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말해줄까?”

“그러면 고맙고”


별 생각 없이 던진 떡밥에 김목현이 낚였다. 용수는 김목현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티 내지 말고 카페를 슬쩍 봐봐.”

“보고 있어. 왜?”


석훈이 카운터에서 나와, 선글라스 하나만 끼고 손님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연기자 출신답게 자연스러웠지만, 유심히 보면 눈치 못 챌 수준은 아니었다.

김목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내가 친구 한 명 더 만들어 줄게. 감옥 동기. 말도 얼마나 예뻐.”


용수는 그렇게 말하고 자연스레 카페로 향했다. 평범하게 커피를 사려는 척을 했는데, 연기 실력이 있어 이석훈이 감쪽같이 속았다.


‘나 설마 들킨 거야? 아니겠지? 들켰으면 저렇게 여유로울 리가 없어. 메뉴판 쳐다보는 게, 뭐 마실지 고민하다 보다.’


이석훈은 마음을 놓으려 했는데, 문득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녹화 중에 커피를 사러 온다고?’


“선배님! 도망쳐요! 들켰어요!”


그때 김목현이 소리를 질렀다. 이석훈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도망치려 해 봤지만, 때는 이미 늦어, 김용수가 그의 앞길을 막아 선 채였다.


“가시죠.”


* * *


[이석훈 검거. 이석훈 검거.]

[스하 검거. 스하 검거.]


“얘네는 뭔데 벌써 반이나 잡혔어.”


유호석은 미끼역할을 맡아 6층을 활보 중이었다. 그의 작전대로 됐으면 좋았을 텐데. 시작부터 이러니.


“아, 오늘 느낌 안 좋은데. 이길 수 있을까?”


유호석의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김용수는 초장부터 세 명을 잡은 덕에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도주자들의 위치를 알 수 있으니 계단에서 우연히 마주치거나 숨어 있는 곳 바로 앞을 지나치기 등 인상적인 장면들을 몇 개나 뽑아냈다.


“와, 용수 씨 진짜 잘하네.”

“우리 프로 고정으로 나올 생각 없어요?”


활약이 대단해서 유호석과 강재동이 그렇게 물은 것도 당연했다. 용수는 방송용으로 당연히 나오겠다고 했고, 촬영을 잘 끝냈다. 그리고 추격자들 방영 날. 커뮤니티들이 뒤집어졌다.


* * *


[스하랑 강수ㅋㅋㅋㅋㅋ 그동안 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김목현하고 김용수 옆에 세워두니 오징어랑 꼴뚜기 같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선희 누나 봤음? 결혼하려고 예능 나온다 하셨는데ㅋㅋㅋ 너무 사심만 많으신거 아니냐]

[이석훈 손님인 척ㅋㅋㅋ 누가 봐도 이석훈 그 자체였는데ㅋㅋㅋㅋㅋㅋ]

[김용수 서랍 뒤질 때 나만 웃겼냐ㅋㅋㅋㅋㅋ ‘여기 숨었나’ ㅇㅈㄹㅋㅋㅋㅋ]

└ 그러고 상자 꺼내면서 똑똑한 척 할 때ㅋㅋㅋㅋㅋ 존나 댕청ㅋㅋㅋㅋ

└ 정작 스하 숨어있는 데는 알지도 못하고, ‘저 캐비넷은 좀 다르네요?’ 그때 스하 잡힐 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 옆엨ㅋㅋㅋㅋ

└ 스하 구사일생ㅋㅋㅋㅋㅋ

└ 하사일생ㅋㅋㅋㅋㅋㅋㅋ

└ 1절만 하자.


[김용수 운동 좀 한 것 같던데? 내가 10년동안 헬창으로 살면서 대회도 나가고 사람들도 많이 봐서 아는데, 예삿몸이 아니야. 웬만한 보디빌더들은 쨉도 못 내밀 몸일 것 같은데, 아깝다. 여름에 찍었으면 더 정확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직 추워서 그런지 옷이 너무 두껍네.]

└ 그걸 알 수 있음? 나는 근돼든 그냥 돼지든 겨울에는 구별이 안 가던데

└ 운동하는 사람의 느낌적인 느낌이 있어


[김용수랑 강아라랑 사귐?]

└ 뭔 개소리야

└ 어디 여신님을 김용수한테 갖다 비비냐

└ (글쓴이) 아니, 둘이 막 팔목도 잡고, 귓속말도 하고, 같이 다니고, 하여튼 다 했잖아

└ 어디서 모쏠 냄새 안 나냐? 그 정도로 사귀는 거면 난 벌써 몇백 명 사겼겠다.

└ (글쓴이) 하, 답답하다.


매니저 성호는 반응들을 찾아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초록창 실검 순위에도 ‘추격자들’, ‘김용수 추격자들’ 같은 검색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성호는 열심히 그것들을 캡처해 용수에게 보냈다. 평소였다면 바로 옆에서 보여 줬을 텐데, 오늘 밤에는 중요한 일이 있어 혼자 있어야 한다던가.


‘그런데 내가 모르는 중요한 일이 뭐지? 설마 연애는 아니겠지?’


성호는 문득 떠오른 나쁜 생각을 지우고, 용수에게 더 보낼 글들을 열심히 캡처했다.


* * *


“드디어 이날이 왔군요.”

“그래.”


성호가 열심히 일하던 그때, 용수는 천국에 있었다. 천사가 엄숙한 얼굴로 선언했다.


“금일. 사도 김용수는 섬길 신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작가의말

어색한 수식어, 문장을 수정했습니다. 내용이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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