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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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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17
글자수 :
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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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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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달린다

DUMMY

“우리 동네 검은소님 입장하십니다!”


보디가드로 분장한 스태프들의 용수의 앞길을 텃다. 용수는 런웨이를 걷듯 위풍당당하게 워킹을 선보이곤, 가왕석에 앉았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본 라이어 킴이 감탄했다.


“이야, 가왕을 두 번이나 하니까 이제 좀 태가 사네. 진짜 가왕 같아.”

“그럼 진짜 가왕이죠, 가짜 가왕이겠어요?”


라이어 킴의 말에 김원일이 면박을 주었다. 라이어 킴은 머쓱한 듯 옆머리를 긁적거렸다.


“우리 동네 흑우님. 어떻습니까. 오늘 컨디션은 좀 괜찮나요?”

“음머어~”


강성수의 질문에 용수가 소 울음소리를 내었다. 강성수는 당황하지 않고 멘트를 이어 갔다. 이미 저번 회차에서 써먹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네.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다고 하십니다.”

“강성수 씨! 오늘은 해석을 하시네요?”

“제가 저번주에 너무 당황해 가지고, 학원 가서 빡세게 배워 왔습니다.”

“어느 학원이요?”

“저기 김춘복네 마지기라고 있어요.”

“하하 뭔 소리야. 나오는 대로 막 뱉으시네.”


라이어 킴의 멘트에 강성수는 멎쩍은 웃음만 흘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편집당할 것 같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가왕님. 어떻게 오늘은 어떤 무대를 준비하셨습니까?”

“제가 그동안 고음을 막 지르는 노래를 무기로 삼았잖아요? 오늘은 아주 감성적인 곡. 특히 시청자분들이 비 올 때마다 듣고 싶은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아, 좋습니다. 우리 평가단분들도 질문 있나요?”

“저요! 저 궁금한 거 있어요.”


일일 판정단인 신가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용수는 반가웠으나, 티를 내면 들킬 것 같아서, 질문 하라는 듯 손짓을 했다.


“어느 장르 가수세요? 그것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신가현이 ‘안 돼요?’를 하면서 몸을 배배 꼬고, 보조개를 만들며 웃었다. 강성수며 작곡가 김원일이며 그녀를 보고 아빠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음머어~”

“한성수씨! 방금 가왕님이 뭐라고 하신 거에요?”

“개인정보라 알려드릴 수 없다고 하시네요”

“아아~~”


가왕 인터뷰가 끝나고, 용수는 참가자들의 무대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위잉위잉 왕벌의 비행님하고 탕수육은 찍먹님이 결승까지 올라오겠네.’


다른 참가자들도 잘 했지만, 그 둘이 제일 뛰어났다. 왕벌의 비행은 제대로 레슨을 받고 기초를 탄탄히 쌓은 티가 났고, 탕수육은 찍먹은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내질러서, 락커 김진호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무대가 계속 진행되고, 용수의 생각대로 왕벌과 탕수육이 올라왔다. 둘 모두 최종 무대에서는 고음을 뽐냈는데, 2연속 우승을 고음으로 거머쥔 용수를 의식했음이 분명했다.


‘오늘도 고음으로 된 노래를 준비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


환호성을 보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 똑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된다면 그만큼 지루한 것도 없다.


용수는 도전자들의 무대가 어떠냐는 한성수의 물음에, 좋긴 한데 자신이 이길 거라는 틀에 박힌 대답을 내놓았다.


이후 왕벌의 비행이 10표 차이로 떨어지고, 중고 아이돌의 보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세트장이 술렁거렸다. 방송에 나간다면 ‘아이돌의 재조명’이라며 많은 기사가 나갈 것 같았다.


‘만약 내 정체가 밝혀지면 사람들은 뭐라 말할까. 아이돌 출신이라 말해 줄까 아니면 배우 김용수가 가왕이었다고 할까.’


용수는 사소한 의문을 품고 무대에 올랐다. 가왕이 되고 두 번째로 올라오는 무대라 그런지 많이 익숙해졌다. 용수는 연예인 판정단, 방청객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감정을 잡았다.


“어떻게 해. 벌써부터 기대돼.”


반주가 흘러나오기 전, 용수가 감정을 잡는걸 본 김봉선이 호들갑을 떨었다. 용수는 그녀 덕분에 웃음이 나와 감정이 살짝 흐트러졌으나, 반주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완벽한 자세를 잡았다.

오늘 부를 노래는 감성 발라드인 물병자리.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뻔한 가사에 멜로디였지만, 제대로 소화해 낸다면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가만히 넌 눈 감은 틈새로 날아가고······.”


용수가 노래 Lv 6을 달성하면서 얻은 스킬인 피스메이커는 감성적인 노래를 부를 때 효과가 더 좋았다.

판정단과 방청객들은 첫 소절이 시작되자, 헤어졌던 연인이 떠올랐다. 좋았었던 추억들과, 함께 갔던 맛집. 너무 낮은 테이블 때문에 허리가 아팠었던 카페 탐방. 매일 밤마다 하던 전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추억으로만 남았고, 문득 전 애인이 생각나서 외로웠던 감정, 카톡 프사를 보며 잘 사나 염탐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개그우먼 김봉선은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고, 라이어 킴은 이혼한 아내가 잘 사는지 물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모태솔로라고 밝힌 아이돌 카이는 눈물을 또륵 흘렸다.


“네가 안 와서 다행이야. 올까 봐 걱정했잖아.”


감정이 너무 깊어서인가, 용수가 마지막 소절을 부르고 반주까지 끝이 났음에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저마다의 추억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것이다.

정적이 5초가 넘게 흐르고, 강성수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다.


“우리 동네 검은소님의 멋진 무대였습니다!”


짝짝짝. 그제야 박수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일어나, 자신이 받은 감동의 크기를 박수로 증명하려는 듯, 열렬하게 환호했다. 한성수는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자신도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니면 있는 힘껏 박수를 쳤을 텐데.’


아쉽지만 별수 없었다. 용수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모든 무대가 끝났으니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탕수육과 용수가 무대 위에 섰다.

한성수가 탕수육에게 물었다.


“탕수육님. 가왕님의 무대를 어떻게 보셨나요?”

“와, 진짜.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이런 식으로 소화를 할 수가 있었네요. 흑우님이 첫 소절을 내뱉는 순간 제 가슴이 이렇게 말했어요. 이 노래는 한 음절도 놓치면 안 되고, 그 안의 감정은 한 순간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덕분에 저희 아내랑 연애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옛 애인을 떠올리셨을 것 같아요. 모태솔로였던 분들도 없었던 애인을 만들어서 몰입 할 만한 노래.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용수는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했다. 한성수는 작가진이 들고 있는 스케치북을 봤다. 카이. 울었다. 모태솔로. 세 단어가 적혀있으나, 그것만으로 요체를 파악했다.


“탕수육님의 소감 잘 들었고요, 카이 씨?”

“네?”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던 카이가 화들짝 놀라 답했다.


“모태솔로라고 하셨었는데, 오늘 아주 펑펑 우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


카이는 데뷔하기 전에 짝사랑했지만, 아이돌 활동을 위해 포기했던 일화를 꺼내도 될지 고민했다. 그녀처럼 자리를 잡아가는 아이돌에게 연애담은 치명적이니까. 용수는 카이가 곤란해 하는 기색을 눈치 채고 얼른 말했다.


“방금 탕수육 선배님께서 모태솔로도 몰입 할 노래라고 해 주셨잖아요. 카이씨를 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탕수육님이 선배에요? 누군지는 눈치챘고요?”

“당연하죠.”


화살은 김용수가 탕수육의 정체를 아냐 마냐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 주제는 오래 가지 못했는데, 강성수만 빼고 모두가 김진호라고 말한 것이다.


“그럼, 결과를 보겠습니다.”


진땀을 뻘뻘 흘리던 강성수는 결과를 공개했다. 경과는 153표 대 46표.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리고 탕수육의 정체는 모두가 예상했듯이, 락커 김진호였다.


* * *


용수는 조선 좀비 대본리딩 장소에 도착했다.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민호 감독이 개인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인지 장소는 카페로 잡혔다. 스태프들은 회의실에서 열리지 않는 대본리딩에 낯설어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용수는 먼저 도착해, 열심히 대본을 읽던 배우에게 인사를 건냈다. 덕삼이의 여동색 역인 이우영. 신가현이 컨택했다가 거절당한 바로 그 배역이었다. 용수는 손목의 시계를 보고 말했다.


“아직 시작하려면 한 시간도 넘게, 굉장히 일찍 오셨네요.”

“선배님도 일찍 오셨으면서······.”

“저는 근처에서 인터뷰가 있어가지고, 잠깐 왔던 거예요.”


인터뷰를 하기로 한 기자가 차가 막혀서 10분 늦는다 해서 대본리딩장에 온 것이었다. 신가현을 밀어낸 무명 여배우, 이원미는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용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선망이 가득했다.


“많이 바쁘시네요.”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 놔야죠.”

“그···렇죠?”


용수로선 긴장 좀 풀라고 과장된 표정으로 지으며 농담을 건넨 것이지만, 정작 이원미에겐 선배의 진지한 답변으로 들렸다.

그녀는 조선좀비에 캐스팅 된 것에 기쁨과 불안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 김목현 같은 유명한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희망이 생겼었는데, 김용수가 망할 것 같다는 투로 농담을 던지니, 무서웠던 것이다.


“선배님도 조선좀비가 잘 안 될 거라 생각하시나요?”

“아··· 제가 말을 잘못했네요. 저야 당연히 조선좀비가 성공할 영화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계약서에 사인한 거 아니겠어요.”


용수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이원미는 불안한 기색이었다.

용수는 주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스태프들은 몇 없었으며, 그들마저도 자기들의 대화에 심취해 있었다.


‘다행이다. 이제 할 말이 퍼지면 좀 쪽팔릴 거 같거든.’


“원미 씨. 혹시 신이 있다고 믿어요?”

“네? 네.”

“잘 됐네요. 요즘 신께서 저 잘되라고 팍팍 밀어주시는 것 같거든요. 조선좀비 출연계약서에 사인을 한 순간 그 느낌이 더 강해졌어요. 그러니 원미씨도 신을 믿어보세요. 혹시 알아요? 한류스타로 만들어 주실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용수는 시간의 신의 지원을 받고 있었으니까. 사인을 했을 때 권능도 선물 받았으니, 사실만 말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임원미는 새로운 또라이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용수는 이번에도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가끔 이렇게 말실수를 계속 하는 날이 있다.


‘이럴 때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와야 말실수를 더 안 하지.’


마침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렸다. 기자가 약속장소에 거의 도착했단다.


‘나이스 타이밍.’


“저는 인터뷰 때문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용수는 기자와 약속한 카페로 황급히 달려갔다.


자신 탓에 인터뷰가 늦어져 걱정을 하던 기자는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용수의 모습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꼈다.


“김용수 씨, 실제로 보니 정말 괜찮은 사람이네요. 우리 친하게 지낼까요?”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가 명함을 건넸다. 친한 기자가 생긴다는 것은 언제든 좋은 일이다. 용수는 명함을 받으며, 재빨리 스캔했다.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적혀 있는 명함이었다.


“기자님처럼 박학하신 분을 알고 지내면 저야 영광이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자는 용수의 말에 날듯이 기뻐했다. 벌써부터 친해진 듯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하려고 들어서, 대본리딩장에 도착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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