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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량수불
작품등록일 :
2019.03.14 21:20
최근연재일 :
2019.07.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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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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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성숙해진다

DUMMY

김상윤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두 눈을 똥그랗게 떴다. 그는 턱을 쓰다듬없다.


“왜 기자가 됐냐······. 선배님이 질문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그런가요?”


용수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궁금증을 가질 일이라 생각했는데.

김상윤은 용수의 눈치를 살피더니 턱 쓰다듬는 것을 그만두고 팔짱을 끼었다.


“왜 기자가 됐느냐면······ 아시잖아요.”


김상윤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무명배우의 하루 출연료가 10만원도 안 되는 현실, 아니면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쌔고 쌨다는 현실을 말하는 걸까. 용수는 더 질문하기를 그만뒀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용수는 이천명을 데리고 나가는 김상윤을 그냥 보냈다. 어쩐지 입맛이 썼다.


* * *


[정정보도. 강아라와 김용수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

- 김용수가 얼마 주디?

- 스타엔터가 시켰드나? 기사 고치라꼬?

- 마! 강아라랑 김용수랑 으이! 같이 영화도 찍고 으이! 밥도 먹고 으이! 카페도 가고 으이! 하여튼 다했어!

- ㅋㅋㅋㅋ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팬들은 다 알고 있다니까. 제발 둘이 사귀면 사귄다고 하라고ㅋㅋㅋㅋㅋ


* * *


“그런 일이 있었어?”

“어.”


조선좀비 촬영장. 김목현이 용수의 얘기를 듣고는 초콜릿을 하나 까 먹었다. 그는 실눈을 뜨고 용수를 봤다.


“그래. 김상윤씨가 기자가 됐다······. 아깝네.”

“어? 너도 김상윤씨를 알아?”


용수가 화들짝 놀랐다. 김목현이 김상윤을 알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내가 너 암살단주 역 오디션 보러 간다 했을 때 만만치 않은 사람이 있다고 했었잖아.”

“그랬지. 설마?”

“김상윤 씨였어. 같은 연기학원 출신이라 연기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카메라 공포증이 심해서 제 실력을 펼치지 못했었거든. 그래도 뒤에 가서는 고쳤다고 들었었는데.”


김목현은 초콜릿 하나를 더 까 먹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김목현의 매니저가, 김목현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을 목도하고 기겁을 했다.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이 바닥에서 그런 일이 한두 번인가.”

“목현아!!”


김목현이 초콜릿에 손을 더 가져가자, 매니저가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왔다. 김목현은 ‘이크’ 하며 초콜릿을 얼른 내려놓았다.


“안 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상윤아! 너 내가 초콜릿 먹지 말라고 했지. 관리해야 한다고 했잖아. 이건 또 나 몰래 어디서 샀어?”


김상윤이 절절매며 변명을 늘어놓는 사이. 용수는 좀비분장을 받고 있는 엑스트라들을 바라봤다. 분장시간만 4시간 이상. 촬영시간 별도. 저렇게 고생을 하고 받아가는 건 십여만 원 남짓한 돈이 전부이다.


“?”


엑스트라들 옆에서, 같이 분장을 받고 있던 이우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용수는 별거 아니라고 손짓을 했다.

용수는 촬영장을 둘러보았다. 배우의 연기를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는 이민호 감독과, 초보감독이 놓친 부분이 없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연출감독. 배우들 의상을 점검한다, 메이크업을 한다 고생하고 있는 미술팀.


“뭘 그렇게 봐?”

“그냥······.”


김목현이 매니저와 실랑이를 끝내고 용수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매너저가 신경을 끈 것을 확인 하더니, 숨겨놓은 초콜릿을 하나 더 꺼내고 의기양양해 했다.


“병에 걸렸구나.”

“병이라고?”

“심각한 병이지.”


김목현은 초콜릿의 단맛에 행복해하며 중얼거렸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배우는 그냥 연기를 잘하면 돼.”

“그래.”


김목현의 말대로였다. 배우가 할 일은 연기를 잘하는 것이다. 때마침 이민호 감독이 그를 불렀다.


“덕삼과 이종원의 만남씬 찍겠습니다.”

“가자.”


용수와 김목현은 몸을 일으켰다. 용수는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했고, 다른 배우들의 찬사를 받았다.


“미친놈. 넌 진짜 미친놈이야.”

“고마워.”


용수의 연기를 많이 본 김목현도 소름끼쳐 했다.


* * *


김용수는 마스크 노래왕의 녹화가 끝난 후, 담당 PD인 조찬원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벌써 6번째 우승이시네요.”

“그러게요.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김용수의 말에 조찬원이 흐흐 웃었다.

정작 용수는 난감했다. 마스크 노래왕 무대가 계속되면서 더 수준 높은 가수들이 나오고, 사람들의 기대치도 높아지다 보니 연습 시간이 자연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으세요?”

“좀 그렇죠.”

“그래서 저희가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명예의 전당 시스템은 아시죠?”


명예의 전당 시스템이란 음악대장 때문에 생긴 시스템으로, 7연승을 한 가왕을 졸업이라는 이름하에 쉬게 해 주는 것이다.

아무리 숙련된 가수라도 3주에 한 번씩 수준급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마련. 가수의 체력적,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여유를 주는 것이다.


“네. ,음악대장님 때문에 생긴 제도죠.”

“저희는 음악대장님 이후로 김용수씨가 제2회 명예졸업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하, 그러면 좋겠네요.”

“대신에, 다음번에 나오는 분들은 진짜 장난 아닐 거예요. 각오하셔야 합니다.”

“연습을 늘리라는 말씀이신가요?”


지금도 살인적인 연습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구라트에 넘어가서도 아티팩트를 만드는 시간보다, 대본을 보는 시간이 많을 정도로.

아티팩트를 만들어 준 이후로 절친이 된 알함브람이 매주 술을 사 들고 오지만 않았어도 지쳐 버렸을 것이다.


“아니요. 가왕님께서 지금 같은 폼을 유지해 주신다면은 충분히 명예졸업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왜······.”

“그냥,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제 눈으로 목도하고 싶어서요.”


* * *


[파죽지세! 6연승을 달성한 ‘우리 동네 검은소’ 하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정체?]

- 진짜 모르겠다. 알 만한 사람들 다 나왔는데 다 아니었잖아.

- 명예졸업을 하든 탈락하든 다음 주에 정체가 밝혀지네ㅎㅎㅎ 기대 된다.


[야야야야!! 가왕 정체 밝혀냈다!!!!]

[오늘 저녁 ㅁㅌㅊ?]

- 어그로 ㅆㅎㅌㅊ

- 미친새끼야. 누가 귤에다 밥을 비벼 먹냐


[우리 흑우 가수겠지? ㅆㅂ 제발 가수여야 해. 아ㅋㅋ 콘서트 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냐]

- ㄹㅇㅋㅋㅋ 정체 밝혀지면 음반부터 싹 구매한 다음에 바로 음원차트 줄세우기 시켜야지ㅋㅋㅋ 벌서부터 설레냐ㅋㅋㅋㅋㅋ


* * *


마침내 마스크 노래왕의 마지막 촬영일이 되었다. 용수는 대기실에서까지 동선을 점검했다.


“형, 여기서 이렇게 딴! 한 다음에, 고음 내지르면서 빡! 하는 거야.”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다음에 여기서는 이렇게! 빠바박! 하는 거지.”


성호는 계속 이어지는 용수의 말을 듣다가 머리를 짚었다. 옛날에는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용수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올해 초부터 갑자기 ’이런 느낌인가‘라고 중얼거리더니 검을 금방 잘 쓰게 되었고, 노래 실력도 늘었고 연기는 뛰어나고······. 천재가 되어 버렸어.’


물론 열정에 가득 찼지만 불안해하던 지난날보다는, 지금이 더 나아 보였다.


“가왕님. 입장하시겠습니다.”

“갔다 올게.”


용수는 성호에게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도 벌써 일곱 번째네.”

“큭큭. 그러네.”

“마지막으로 갔다 올게.”

“그래. 잘하고 와.”


용수는 나가기 전에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좋아. 완벽해.’


용수는 무대로 걸어갔다. 강성수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여러분 저 위풍당당한 발걸음이 보이십니까? 6연속 가왕. 새로운 전설을 쓰고 있는 우리 동네 검은소님이 입장하고 계십니다.”

“와!!!”

“잘생겼다!!!!”


판정단과 방청객들이 환호했다. 용수는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다.


“하하, 우리 동네 검은소님이 처음 출연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는 신인의 패기, 예능초보의 긴장감 그런 게 느껴졌었는데. 많이 능글맞아졌어요.”

“벌써 일곱 번짼데.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요?”

“뭐야? 이제 마지막이라 이거야? 개인정보 이렇게 밝혀도 되는 거야?”

“예능초보라고요? 그러면 예능에 한 번도 안 나왔던 사람이라는 거잖아요.”

“유명한 가수면서 예능초보가 누가 있지? 그런 사람이 있기는 있나?”


강성수의 말에 판정단이 술렁였다.


“하하, 자세한 건 마지막 무대 때 공개될 테니 그때까지만 참아 주세요. 지난 몇 달간 잘 참으셨잖아요?”

“우리 진짜 고생 많았어요. 주변 사람들이 우리한테 막 물어봤잖아. 흑우가 대체 누구냐고.”

“라이어 선배님. 검은소님인데 왜자꾸 흑우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개그우먼 양영미의 말에 라이어 킴이 당황을 표했다. 그는 배신당한 사람처럼 다른 판정단들을 돌아보았다.


“뭐야! 사람들 다 검은소님을 흑우라고 부르잖아요. 그러라고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거 아니야? 나만 그렇게 불렀나? 당장 대기실에서도 다 흑우라고 불렀었잖아.”

“하하하.”


라어어 킴이 당황하자 방청객들이 폭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흑우라고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강성수도 흑우라고 하려다가 검은소라고 고쳐 부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왕님 인터뷰는 이 정도면 됐고요. 다른 참가자분들 모시겠습니다. 자, 가왕님?”


강성수가 가왕 전용 의자를 가리켰다. 용수는 보무도 당당하게 계단을 올라 의자에 앉았다.

그 뒤로 본격적인 녹화가 시작되었다. 이번 출연자 여덟 중, 실력자가 셋이나 있었다. 예민해진 용수의 귀는 그들의 정체를 금방 밝혀 냈는데, 파워풀한 여성보컬 이소람과, 배우로 데뷔해서 가수로서도 재능을 꽃피운 발라드황제 임한정. 한때 빌보드차트를 휩쓸었고, 아직도 우리나라 노래방의 인기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He’s gone‘을 부른 레논까지.


‘마스크 노래왕 섭외력 진짜 장난 아니다.’


다른 참가자들도 다 수준 이상이었다. 여덟 중 일곱이 가수인 것 같았다. 판정단 또한 다른 회차보다 이번 회차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걸 깨닫고는 마스크 노래왕의 섭외력에 연신 찬사를 보냈다.


“네. 가왕에게 도전할 분을 가리는 무대, 스파이더우먼님과 배트맨님의 무대가 모두 끝났습니다. 가왕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수준 높은 무대를 보자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용수는 강성수의 물음에 마이크를 들었다.


“스파이더우먼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 같아요.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낮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면 찌를 듯한 고음을 내고 계시고. 가수가 기교를 얼마만큼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교과서 같은 선배님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배트맨님은 일단 음색이 너무 좋고요. 음을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계셨어요. 2라운드까지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고 계시다가 3라운드 때 한 번에 분출하셨는데, 진짜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두 분 모두 존경합니다.”

“가왕님의 극찬이었습니다!”


용수의 말에 스파이더우먼과 배트맨이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용수도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그 훈훈한 모습에 강성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결과를 보여 주세요!”


표는 101대 98표. 아슬아슬하게 스파이더우먼이 승리했다. 강성수가 이런저런 멘트를 치며 시간을 끌려고 했는데, 배트맨이 갑자기 가면을 벗어던져서 정체를 밝혔다. 용수가 예상한대로 발라드황제 임한정이었다.


“임한정 씨 이게 무슨?”


당황한 강성수의 눈동자가 떨렸다. 판정단 또한 이 전무후무한 사태에 당황해서 말을 잊었다.


“여러분. 모두 가왕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네!”

“저도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스파이더우먼 씨는 어때요?”

“물론 저도 궁금하죠.”

“우리 멘트는 가왕님 정체 밝혀진 다음에 치면 안 될까요?”

“저야 좋은데······ 우리 사회자께서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성수 형. 내가 형한테 매주 가왕 누구냐고 물어봤잖아. 한 번도 안 가르쳐 줬으니 이번엔 봐주라. 응?”


강성수는 담당PD가 괜찮다고 손짓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방송용으로 뽑기 이게 더 적당하다 생각한 것이다. 그는 판정단, 방청객들의 뜨거운 눈빛을 받고 항복선언을 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가왕님 무대 입장해 주세요!”

“강성수 최고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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