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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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작품등록일 :
2009.11.20 22:13
최근연재일 :
2009.11.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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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1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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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만기狂天滿氣 - 사람들 1

DUMMY

차창!

거남전과 그의 수하들이 검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모용미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물러서요."

그의 말에 거남전은 불편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그와 수하들이 뒤로 물러섰고, 그녀는 천천히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전대의 거마인 흑수혈마는 강호에서도 서른 명 안에 들어갈 정도로 고강한 인물이다.

그런 자를 가지고 놀 듯이 죽이고, 두 눈에는 흰자위와 검은 눈동자가 없이 오로지 붉은 색만으로 가득차 빛을 뿌리고 있다.

그의 눈에서 이글거리는 혈광은 이미 그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 주었지만 그녀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미 흑수혈마를 죽여달라고 말했을 때부터 이런 사태를 예상했으니까. 혈악괴마라는 괴물이 어떤 자라는 것인지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임무는 사안겸의 탈취와 호송이었고,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이 희생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이미 죽었어야 할 그녀이지만. 이 사내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러니 지금 이 사내를 진정 시키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끔찍한 참사가 여기서 벌어지겠지.

"크르르."

그가 다가와 그녀의 앞에 섰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 그리고 뜨거운 숨결이 모용미에게 와 닿았다.

아아. 이 감각.......

죽음이 눈 앞에 있는 이 상황에서도 모용미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하는 자신을 떠올리고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음란한 여자가 되었을까?

그 음약이 문제였지만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고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이 사내!

그의 향기가. 그의 언행이. 그의 모든 것이 매혹시킨다.

아아. 이 사내는 마인(魔人)인데.....

사악하고 더러운 자인데....

모용미가 천천히 그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사내의 손 역시 그녀를 향해 뻗어진다. 그의 손이 모용미의 목을 움켜 잡는다.

목이 졸리고, 숨이 막히면서도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입술을 그녀의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쓸었다.

"정신........차려요."

목이 완전히 쥐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녀는 말을 하였다.

그의 입이 벌어진다. 콱. 하고 그녀의 손가락을 물었다. 윽 하고 아픔에 소리를 내 보는 사이에 손가락에 피가 난 듯 하다.

스멀스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미끄덩한 육질의 덩어리가 손가락을 휘감았다가 떨어진다.

동시에 목에 가해지던 압력도 줄어들었다.

"좋군."

사내가 중얼 거렸다. 무엇이 좋은 것일까.

"옷 하나 주시오."

모용미는 그의 좋군 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 의문은 그저 마음 속에 묻어 버리고는 뒤를 돌아 보았다.

거남전이 기괴한 얼굴로 모용미와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



아는 게 많고,

힘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솔직하다.

그 모습이 추악해 보이는 것은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추악함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강호야사 제갈곡





"조장님. 저자를 진정 데리고 가야 합니까?"

"윗선에도 이미 명령이 내려 왔다."

거남전은 사내와 모용미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에 저 자는 마인이다. 그것도 보통의 마인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어디서 저런 자가 튀어 나왔을까? 흑수혈마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고. 저주받을 화탄을 맞고도 끄덕이 없는 자다.

그런 자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결국 현실의 일이라는 것을.

그의 눈 앞에 그런 자가 존재한다.

"불안하지만...우리가 어떻게 할 일이 아니다."

저 멀리로 북림맹의 본단이 보였다. 하남성과 산서성의 경계에 위치한 북림맹은 강북의 여러 무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다.

세가도 있고, 문파도 있다. 그리고 종교단체 역시 소속 되어 있었다.

북림맹에 소속된 문파들 중에서 큰 성세를 자랑하는 문파들로는 화산파(섬서) 종남파(섬서) 소림사(하남) 하북팽가(하북) 제갈세가(산동) 황보세가(산동) 산동악가(산동) 남궁세가(안휘) 무당파(호북)의 구파가 존재한다.

이들 아홉 문파들은 북림구문(北林九門)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하남성에서부터 이곳 까지 오는 데에 약 십오일이 걸렸다. 그 간 동행 하면서 거남전은 사내에게서 매우 큰 이질감을 느꼈다.

"좋지 않아....."

거남전이 사내를 보며 중얼 거린다. 그의 목은 그 자신도 모르게 침이 말라 말라붙어 갈라졌고, 그의 몸은 사내를 만난 후부터 계속해서 긴장해 있었다.

그와 함께 한 십오일.

사내를 알면 알수록 느껴지는 것은 심장이 떨릴 정도의 공포와 알 수 없는 불쾌감이었다.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생각이 무의식 안에서부터 계속 끄집어져 내어졌다.

모용미와 사내는 마차를 타고 가고 있었고, 그런 둘을 거남전과 그의 수하들이 둘러싼 형태로 호위를 하며 같이 가고 있었다.

말은 모용미가 몰고 있었는데, 그 유명한 화련당의 부당주가 스스로 말을 모는 모습을 보면서도 거남전은 전혀 이상해 하지 않았다.

저 자의 앞에서 모든 상식은 부정 된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이윽고 마차는 북림맹의 본단에 도착한다.

북림맹의 문을 지키는 수문위사들과 간단한 절차를 이행하고 난 후에 북림맹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마차에서 내린 모용미와 괴사내는 천천히 북림맹 안을 걸었다.

북림맹 안에서 모용미를 알아본 무사들이 무어라 말을 걸려하다가 흠칫한 얼굴로 뒤로 물러난다.

여아를 품에 안은 사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고, 머릿속이 도려지는 것 같은 불쾌감이 느껴지고 있다.

"기세를 줄여 주세요."

"무리다. 사안겸을 너무 먹어 치워서 어쩔 수 없어."

"기세를 조절하는 법은 모르나요?"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지."

"후우..........밤에 저를 찾아오세요. 가르쳐 드릴께요."

"그러지."

둘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가 모용미는 흠칫 했다. 왜 내가 그에게 밤에 찾아오라고 했지?

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을 느낀 그녀는 자신이 이상해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날 밤의 일.

그리고 그 후의 같이 해온 시간이 그녀의 정신을 물들여온다.

이상해져 보는 것도 좋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모용미는 몸을 살짝 떨었다.

두렵다.

자신의 무언가가 변한 다는 것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바라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싶어 하는 자신이.

모든 것이 두렵다.

일찍이 맞본 적 없는 공포. 그 느낌에 그녀는 몸을 조금 떨다가 내공을 움직이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참아. 너는 화련당의 부당주야.

너는 화검쌍절.

모용세가의 자랑중 하나.

세가의 명예, 사회적 위치, 나라는 존재의 자존심, 나의 무공, 그 모든 것을 끄집어 내며 그녀는 마음을 가라 앉히려 들었다.

"어디까지 가야 하지?"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모든 노력이, 모든 이유가, 그의 텁텁한 목소리에 허물어진다. 가까스로 무표정을 얼굴에 만들어 씌우고서 그녀는 말했다.

"거의 다 왔어요."

침범해 들어오지마. 나를 더 이상 변화시키지 말아줘. 아냐 나를 바꿔줘. 그때처럼 나에게. 나에게. 아아.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나는 모용세가의 검이야. 생각하지마. 잊어버려. 하지만 왜 몸은. 마음이. 안돼. 싫어. 좋아. 아. 아아. 아아아.

"여긴가?"

혼돈이 걷히고, 안개에서 빠져 나온다. 텁텁한 목소리에 의해서 겨우 앞을 바라볼 정신적 여유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래요. 여기에요."

"들어가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음은 조금 가라 앉았다. 그의 목소리는 어떤 방향이든 자극을 준다.

내 수련은 헛되었어.....그의 목소리에 이렇게 흔들리다니.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북천각의 안으로 들어섰다. 북천각은 북림맹의 중추이다. 북림맹의 군사인 제갈귀산이 언제나 머물고 있는 군사부가 있는 건물이며, 거의 대부분의 공식적인 회의가 이 북천각에서 이루어진다.

모용미는 이 괴이한 사내를 북천각으로 안내하라는 명을 받은 상태였다. 제갈귀산이 이 사내를 직접 만난다고 했기에.

"잠시 멈춰주십시오."

북천각의 입구에서 수문위사들이 제지했다. 모용미는 화련당의 부당주를 증명하는 패를 꺼내보이고, 제갈귀산에게서 날아온 명령서를 내보였다.

"들어가십시오."

척. 하고 기도가 칼과 같은 그들을 지나, 사내와 여아. 그리고 모용미는 안쪽으로 진입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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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돌아온 고렘입니다.

이번에 워크마스터가 슬슬 끝나가고 있어서. 수련겸 해서 쓰는 광천만기의 연재를 재개 합니다.

그런데 많이는 못 쓰고요. 한 2~3일에 한편씩 올릴까 합니다.

글자수는 딱 4천자를 맞춰서 쓸 예정입니다.

수련용의 글로, 출판은 포기 했기 때문에, 여러가지 실험적이지만 가슴에 직접 와닿는 그런 이야기들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그럼 부디 재미있게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Ps. 제 친구인 메르데시가 연재하는 익스체인지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문체가 독특하고 재미가 있으니 한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악마와의 계약으로 염력을 얻게된 주인공이 악마의 계략으로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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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요괴 - 불사패검 +23 08.09.12 6,758 23 39쪽
21 요괴 - 여행자와 사건 +9 08.09.12 6,754 109 43쪽
20 요괴 - 대가 +7 08.09.12 6,648 29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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