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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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류희윤]
작품등록일 :
2005.10.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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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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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3)

DUMMY

“소각주님, 여기는 노부가 맡겠습니다! 어서 피신을!”

천추의 한이었다.

남해검각(南海劍閣) 소속 좌호법 양일충(梁一忠).

70대 정도의 노인으로 보이는 그는 애초, 검각으로 돌아가는

소각주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 일을 위해 동원된 검각의 무사들만 해도 30명의 정예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들 모두가 목숨을 잃었고, 오로지 그

일의 책임자인 자신만 남은 상태였다.

그의 몸에는 거의 상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창백한 안색과 얼굴에 솟아나기 시작한 땀방울을

봤을 때, 그 또한 가히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입가에 가는 핏자국이 보인다. 아무래도 내

상으로 인해 피를 토한 흔적이 확실해 보였다.

“그럴 수 없어요, 양노(梁老)! 내가 어찌 양노만 버리고 혼자서

달아날 수 있겠어요!”

그렇게 말한 사람은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이었으니, 그녀

가 바로 검각의 다음 대 주인으로 내정된 장서혜(張瑞慧)였다.

남해일미(南海一美) 장서혜.

남해 최고의 미녀라고 불리는 그녀답게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

이고 있는 그녀.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이 엿보이는 귀여운 인상의

미녀로 알려져 있었다.

“소각주님! 그런 것에 연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어서 피신하셔야 합니다! 저는 살 만한 세월들을 이미 다 산 늙

은이입니다! 어찌 저의 마음을 몰라주십니까!”

양일충의 목소리에서는 처절한 감정이 그대로 베어 나오고 있

었다. 그는 절박했기에.

“하지만 양노……!”

장서혜의 아름다운 볼을 눈물방울이 타고 내리기 시작했다.

“소각주님! 눈물을 줄이시라고 제가 몇 번이나 더 말씀드려야

아시겠습니까? 제발, 빨리 피신하십시오. 이 늙은이는 이미 100

년을 넘게 산 몸입니다.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이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각주님을 위해 남은 생을 불태우려 합니다. 이런

저의 뜻을 헤아려 주시고, 더불어 이렇게 소각주님을 보낼 수밖

에 없는 노부의 불충을 용서하시기를……!”

그 말과 함께 양일충은 왔던 방향을 향해 다시금 몸을 날렸다.

“양노……!”

소각주의 처연한 음성이 들려왔지만, 양일충은 이미 마음을 굳

힌 상태였다.

‘못 다한 충성은 저승에서나마 다할 것입니다, 각주! 그리고 소

각주!’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던 양일충의 두 눈동자가 돌연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어, 언제……!’

마지막 남은 수하 다섯 명을 희생시키며 벌려 놓은 차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추격해 온

흑의인들.

양일충의 입이 절로 열렸다.

“어느 곳의 사이한 무리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법 실력이 있

구나. 허나!”

양일충이 검을 바로세우며 다시 입을 열었다.

“노부 양일충이 있는 한 너희들의 전진은 더 이상 없다!”

그 외침과 함께 양일충이 남은 공력을 모두 끌어올리기 시작했

다. 아마 저들을 모두 처치한다는 것은 힘든 일일 터.

그렇다면 소각주를 위해 최대한 많은 적들을 죽는 길의 동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흑의인들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저들을 처음 만난 것이 나흘 전. 그들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과 자신의 수하들을 죽일 뿐.

흑의인들은 각종 암기를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무기라는 무기

는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양일충 자신의 풍부한 강호 경험을 바

탕으로 유추 해봐도 그들의 정확한 내력을 알 수 없었다.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자들이었으며, 무서운 자들이었다.

“노부가 마지막으로 묻겠다. 너희들은 누구냐!”

그들을 만날 때마다 물은 말이었다. 양일충 자신이 저들 중 몇

명을 처치하기도 했지만, 하도 형세가 불리한 상황이라서 채 고

문할 시간도 없었다.

물론 잡힌 자들이 고문할 틈도 주지 않고 극약을 깨물어 저마

다 죽어버린 것도 큰 이유랄 수 있었다.

“…….”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없는 흑의인들.

양일충은 그들의 반응을 보며 더욱 눈빛에 힘을 가했다.

순간, 양일충이 쥐고 있는 검에 기운이 실리기 시작했다.

검기(劍氣).

그와 동시에 양일충은 흑의인들의 사이로 뛰어들고 있었고, 그

는 곧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남해검각의 독문절기인 남해검(南海劍).

남해의 웅혼한 기상을 담았다는 장대한 검법이 흑의인들에게로

향하자, 흑의인들은 제각각 방어 태세를 취하는 한편, 일부는 좌

우로 빠르게 흩어지며 그를 포위하려 했다.

채쟁-!

“큭!”

“윽!”

도(刀)를 든 자와, 쌍겸(雙鎌, 두 개의 낫)을 든 자가 각각 양일

충에게 대항하려 했으나, 그대로 무기와 함께 몸마저 두 동강나

버렸다.

말이 없는 그들이라고는 했지만, 비명 소리마저 없는 것은 아

니었다. 물론 그들의 비명소리는 여전히 작았다.

슈슈슈슈슉- 슈슈슉-!

일격에 흑의인 두 명을 저승으로 보냈으나, 흑의인들은 그 틈

을 타고 사방에서 양일충을 향해 암기를 던졌다.

빠르고, 정확하고, 매서운 수법.

언제나 놀라운 것이지만, 그들의 그런 수법은 자칫 자신들의

동료를 상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여태껏 봐 온 바에 의하

면 실제로 몇몇의 흑의인들은 그런 식으로 죽어가기도 했었다.

“잔혹한!”

순간적으로 양인충의 발이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발이 묘한 방위를 밟으니, 그의 신형이 어지럽게 움직이

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도 그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암기들을 모

조리 쳐내고 있었다.

간신히 그 공격을 피하고 막았다고 생각된 순간, 무기를 든 자

들이 이미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타핫!”

양일충은 처음부터 그다지 몸의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도 마지막 남은 생의 불꽃을 활활 태우고 있었는데,

오로지 소각주인 장서혜를 위함이었다.

지켜야 할 누군가가 있는 이는 강해진다고 했던가.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양일충은 괴력을 발휘하기 시

작했다.

공격해 들어오는 무리들을 향해서 펼쳐낸 양일충의 두 번째 검

초, 해천검(海天劍).

하늘을 비추고 있는 바다의 모습처럼 잔잔하되, 그 위맹한 힘

은 흑의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한 수로 인해서 흑의인 셋이 그대로 고혼이 되었지만, 아직

도 남아 있는 흑의인들은 많았다. 어림잡아도 이십여 명 정도.

남아 있는 흑의인들이 다시금 무기를 들고 양일충을 공격할 즈

음, 외곽에 있던 흑의인들은 양일충을 향해 또다시 암기를 쏟아

냈다.

비슷한 수법.

자신과 자신의 제자들이 여태껏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당한 것은

바로 저 수법 때문이었다.

그 수법은 앞에서 각종 희한한 무기로 자신들을 혼란시키는 도

중, 암기로 자신들의 사각을 노리는 수법이었다. 무기를 든 자들

의 무공도 만만치 않은 것이었던 데다가, 암기를 던지는 자들의

수법은 정확하고도 빨랐던 것.

입술을 꽉 깨문 양일충이 또다시 발을 어지럽게 놀리며 보법을

밟기 시작했고, 그는 어렵게나마 무기를 사용하는 흑의인들의 공

격을 피해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양일충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져 있었다.

울컥!

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기를 운용한 결과였

다. 양일충은 그들의 공격을 피해내는 와중에도 재빠르게 피를

토해냈지만, 진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푸욱-

결국은 양일충의 왼 쪽 허벅지에 꽤나 두꺼운 바늘 하나가 깊

숙하게 박히고 말았다.

“크으윽!”

결국은 신음성을 흘리고 마는 양일충.

흑의인들은 즐거워하는 듯 보이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분위기

자체는 밝아진 느낌이었다.

“독이라…… 극독은 아니군. 다행이야. 노부가 최후의 절기를

펼칠 수 있을 시간은 충분하겠어. 허허허.”

애초에 자신이 저들 모두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양일충은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진기도 바닥이 난 상황.

남아 있는 한 줌의 진기라도 쥐어짜서 저들을 하나라도 더 황

천길의 동료로 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말이 없는 사이한 친구들이여, 잘 보게나. 이것이 노부의 절초

인 해천패검(海天敗劍)이라는 것이네.”

우우우우웅-

양일충의 검이 울기 시작하고.

그가 바야흐로 최후의 초식을 펼쳐내려 할 때였다.

“커헉! 소, 소각주!”

똑같은 복장을 한 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소각주를 붙잡아, 이

곳으로 데려온 것이 아닌가.

귀엽고 발랄하지만 마음씨가 여린 소각주는 이전의 전투에서도

직접 적들과 상대해왔다. 자신은 계속해서 그녀를 말렸지만, 부하

들의 앞에서조차 당당하지 못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고

집을 꺾지 않았었다.

‘그래도 소각주의 체내에 남아 있는 진기로 봐서는 충분히 벗

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늘……!’

붙잡혀 있는 소각주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양노. 미안해요……. 나는 최선을 다해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

들이 이미 매복해 있던 것이어서…….”

대강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양일충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아! 정녕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속으로 긴 탄식을 한 양일충.

이런 상황 속에서도 타개책을 강구해 봤지만, 답이 있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이곳은 중원에서도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

하루 정도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충분히 검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까지 갈 수 있었을 터였다.

무림인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고, 게다가 인적도 거의

엎는 숲속.

결국 뜻밖의 도움조차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본 검각은 그대들에게 잘못한 것도 없을뿐더러, 척진 일도 없

거늘, 왜 우리를 핍박하는 것이냐!”

체내를 타고 독이 퍼지는 상황에서도 양일충은 엄청난 기세로

흑의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흑의인들에게서는 역시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다만 그들은 또다시 자신을 감싸며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을

뿐이었다.

“흑흑흑…… 양노…….”

소각주의 울먹이는 소리를 들은 양일충이 하늘을 바라보며 탄

식했다.

“아아! 하늘이 정녕 이렇게도 무심하실 수 있다는 말인가!”

큰 기척도 없이 한 청년이 그들에게로 다가 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어르신.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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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3) +60 05.10.10 30,060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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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 +75 05.10.06 30,703 1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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