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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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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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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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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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DUMMY

158

**

**


다음날.

서울지청 정문에서, 부지청장이 직접 기자 앞에 서서 경찰청에 수사권이 넘어갈 거라는 말과 함께, 사제 폭탄 이야기와 테러, 그리고 관련인들의 얼굴을 공개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경찰청은 수사 인선을 발표했고, 민간인과 경찰 그리고 검찰이 모두 포함된 개미 수사대를 만든다.

그곳에 서울지청 소속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서울지청주차장 뺑소니 수사대로 명칭을 바꾼 사무실에 박수호가 명훈 두 사람이 있었다.


AM07:12


잠시 스마트폰에 있는 시간을 바라보던 박수호에게 명훈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들어온 제보를 바탕으로 놈들의 이동 경로를 그려놓은 거다.”

경로를 살펴본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전부 다 검찰 아니면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사설 경비 업체 건물에도 향했지.”

“결국 여섯 건물 중 한 곳이던가, 아니면 전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박수호의 말에 명훈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건지.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어떻게 다들 넘어간 걸까.”

“일단 그들을 붙잡아야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강명길 지청장님이 있잖아.”

“어디 한 명 가지고 판단할 수 있습니까.”

“어차피 들어봤자, 미친놈들 이야기일 거 아니야.”

명훈의 말에 쓰게 웃은 박수호가 경로 중 한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을 가봐야겠습니다.”


바른 보안.


“네가 가려고?”

명훈의 질문에 박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 들었다.

“예.”

“조사 나간 경찰들이 모이면 같이 나가자. 민간업체라 둘로는 부족할 수 있잖아.”

“다른 경로도 중간에 영상을 가로챌 수 있으니,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합니다. 인원을 집중하기보다 그들이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흩어지는 게 먼저입니다.”

“내가 같이 간다.”

“저 혼자서도-”

“둘이서 같이 움직이는 게 기본원칙이야. 내 차로 간다.”

말을 내뱉고 바로 문으로 뛰어가는 명훈의 행동에,

“같이 가요!”

당황한 박수호는 황급히 검은 코트를 집어 들고 같이 이동했다.


**

**


AM08:31

바른 보안 건물.

1층에 두 사람이 들어오자. 박수호보다 키도 크고, 근육이 두 배는 더 두꺼워 보이는 검은 정장을 입은 이십 대 남성이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서울지청에서 나온 형사 박수호 경사입니다. 이분은 명훈 경위시고요.”

두 사람이 내민 신분증을 바라보는 남성에게 그가 말을 이었다.

“이 건물로 뺑소니 차량이 들어갔다는 제보가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여기 영장도 있습니다.”

박수호가 품에서 종이를 꺼내 내밀자.

유심히 살펴보던 남성이 가슴에 달린 무전기를 손에 쥔다.

“여기 형사 두 분이 찾아왔습니다.”

-목적은?-

“뺑소니 차량이 저희 주차장으로 들어왔다는 제보를 받았답니다.”

-영장 없으면 돌려보네.-

잠시 사내의 눈동자가 두 형사에게 향했고, 두 형사가 어색한 미소를 보내자, 그도 굳은 표정에서 어색하게 웃었다.

“이미 영장을 확인했습니다.”

-알았다. 내가 직접 내려가지.-

무전기를 다시 가슴에 건 그가 공손하게 답했다.

“부장님이 오신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박수호가 대답한 후, 서로 대화 없이 지켜보는 어색한 광경이 사라진 건, 정확히 오 분이 흘렀을 때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모습을 드러낸, 다소 작은 체구의 검은 정장을 입은 삼십 대 남성이 그들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갑작스러운 방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그가 미소 지었다.

“제가 만나 본 경찰 중 제일 부드러우신 분이군요.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바른 보안. 홍보부 부장 이살의-


검은색 검 두 개가 서로 교차된 곳에 빨간색 글씨로 쓰인 명함을 바라보며 박수호가 말했다.

“부드러운 인상과 다르게 이름이 사납군요. 어릴 때 고생 좀 하셨겠습니다.”

이살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형사님 말씀대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 덕분에 이곳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명훈 형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일단, 주차장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아! 그러려면 보안실로 가야 하는데... 어쩌죠? 저희 보안실에 근무하는 사람이 오전 아홉 시에 출근합니다.”


1 1


노란색. 붉은색.

박수호는 이살의와 똑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앞이요?”

“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싶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일단 저와 같이 차를 마시면서-”

“영장을 보여줬는데 이러시면 공무집행방해인 건 아시죠?”

박수호의 말에 이살의와 그 뒤에 있던 사내의 얼굴이 굳어진다.

바로 굳은 얼굴을 푼 이살의가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더니, 손으로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그럼 엘리베이터로 가시죠.”


2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는 숫자를 보며 박수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좋습니다.”

대답한 박수호를 필두로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로 거의 다가왔을 때, 이살의의 머리 위 숫자는 검게 변했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검은 기운을 만들더니, 박수호와 명훈 형사를 뒤덮기 시작했다.

“삼층으로 올라가셔서 오른쪽에 보안실이 있습니다.”

“같이 가지 않으실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박수호의 말에 이살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에이, 같이 탔다가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되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팔을 박수호가 붙잡았다.

“잠깐. 오시죠.”

“아. 아니. 저는-”

강제로 그를 잡아 끌은 박수호가 그와 어깨동무를 했다.

“삼 층에 보안실이 없으면 잘못 알려줘서 시간을 끈 죄로 같이 경찰서로 가셔야 하니, 같이 올라가셔야겠습니다.”

“정말입니다. 만약 없으면 제 이름과 얼굴을 아시니까-”

“이름이 정확하지 않으면 소용없지 않습니까.”

박수호의 말에 이살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문이 열립니다.-


“자. 그럼 들어가 볼까요.”

말과 다르게 박수호는 움직이지 않고 손으로 이살의의 몸을 밀었다.

강제로 떠밀리면서 이살의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는데, 원래라면 발을 내디뎌야 하는 이살의가 황급히 두 팔을 양옆으로 뻗어 붙잡았다.

“아니, 들어가지 않고 갑자기 운동은 왜 하는 겁니까?”

박수호의 능청스러운 목소리에 이살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제가 운동신경이 부족해 균형을 못 잘 못잡습니다.”

“아... 그러세요. 일단, 제 앞에 있으니, 앞장서시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팔을 밀어 반동으로 몸을 세운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제가 밀실 공포증이 있습니다. 그래서, 계단을 이용할 테니까.”

“그럼, 같이 계단을 이동합시다.”

“네?”

입을 살짝 버리며 멍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살의에게 박수호가 왼손으로 비상구라고 표시된 곳을 가리켰다.

“저기 비상계단으로 이동하면 되겠군요. 물론, 이번에도 균형을 못 잡으실까 두려우니 제가 도와 드리죠.”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뻗어 이살의의 목덜미를 잡은 박수호가 그와 끌고 같이 계단 출입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기 저 혼자서-”

“괜찮습니다.”

서로 웃으며 말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모양새에 살짝 고개를 갸웃한 명훈 형사가 그 뒤를 따라가고, 그사이 열려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쾅.

계단 문을 여는 순간에 맞춰, 뒤에서 들려온 굉음에 명훈 형사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먼지로 뒤덮인 곳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이봐! 거기 괜찮아!”

“괜찮습니다. 콜록. 콜록.”

“내 목소리 들리지! 어서 이곳으로 나와!”

“으헥엑”

“나를 붙잡아!”

“감사합니다.”

심하게 기침과 헛구역질을 하는 그를 이끌고 명훈 형사가 나오는 사이, 뒤에서 난리가 난 상황에도 박수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살의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박수호의 시선에 흠칫한 이살의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지만, 박수호가 강제로 목을 돌려 자신을 보게 만든 다음 입을 열었다.

“어이. 너 내가 누군지 알지?”

“모. 모릅니다.”

“정말 모른다고?”

“예...”

“그런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한 거야?”

“네? 주 죽이다뇨. 저는-”

“어이, 내 가슴에 단 카메라 안 보여? 네 이상한 행동만으로 충분하다는 거 몰라? 그리고 밀실 공포증인 녀석이, 아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이살의가 품에 왼손을 넣으려고 했다.

“어딜!”

박수호는 바로 상대 목을 짓눌렀고, 아래로 확 내려가는 그의 얼굴에 자신의 무릎을 찍었다.

퍽.

단 한 방.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상대를 보고 명훈의 부축을 받고 있던 사내가 움직이려는 순간.

“핫!”

명훈 형사가 그의 몸을 밀치면서 허리춤에서 테이저건을 꺼내 쏘았다.

파지직.

“으윽.”

짧은 순간에 두 사람을 제압한 그들이었다.

“경찰 불러주세요.”

“엘리베이터를 조작한 거 보면, 공범이 있다는 건데, 바로 올라가서 증거를 회수하는 게 낫지 않아?”

“엘리베이터에 장난칠 정도면 이미 따라올 것까지 대비했을 겁니다. 우선 가까운 지구대 경찰부터 부르는 게 먼저인 거 같습니다. 문제는”

박수호는 이살의 손에 쥐어져 있는 칼을 발로 차면서 말했다.

“이놈들이 선을 넘었다는 겁니다. 사제 폭탄을 쓴 것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대놓고 죽일 정도로 광기를 드러낼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만큼 구석에 몰렸다는 뜻 아닐까?”

“흠... 일단 다른 형사들에게도 전화해서 조심하라고 해야겠습니다. 다음 일은 좀 더 고민해보죠.”

“알았다. 내가 카톡에 주의하라는 내용도 보내마.”

명훈 형사가 스마트폰을 꺼내든 사이, 박수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낀 다음 칼을 회수했다. 그리고 그의 품을 뒤지기 시작한다.

“칼이 하나 더 있고. 방탄조끼에, 이건.”

이살의의 등허리에서 총이 숨겨져 있는 걸 발견한 박수호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

장갑 낀 손으로 그걸 잡은 박수호는 손잡이 부분이 조금 파손되어 있는 리볼버 형식의 권총을 바라보다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실탄도 있군.”

스마트폰을 꺼낸 박수호는 동영상으로 촬영한 다음 실탄을 분리한 권총을 비닐팩에 넣었다.

그사이 통화를 마친 명훈 형사가 그에게 다가왔다.

“일단 신고까지 다 마쳤다.”

“이거 보세요.”

비닐팩에 담긴 권총을 본 명훈의 얼굴이 확 굳어진다.

“오래된 권총 같은데.”

“예. 실탄도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명훈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졌다.

“이것들 진짜 테러범들이었잖아. 혹시 모르니까, 젊은 놈도 뒤져봐야겠다.”

명훈이 뒤에 쓰러져 있는 사내에게 간 사이, 박수호는 다시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낸 지갑에서 한 장의 자그마한 쪽지를 발견한다.


나쁜 개미와 미친 개미만 있는 게 아니다.

바보 개미도 있다.

그들까지 고쳐야 한다.

무지몽매한 것들 전부 죽여야 똑똑한 자들이라도 산다.

똑똑한 자들이야말로 유일하게 살아남아야 할 개미다.

만약 여왕이 어리석으면?

어차피 우린 진짜 개미가 아니잖아.

걱정하지 마.

우린 왕이 있잖아.


내용을 단숨에 읽어 내려간 박수호.

“내분... 두 사람 머리 위 숫자는 서로를 겨눈 거라면. 늦기 전에 수를 써야겠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박수호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도깨비-


“시작해주세요.”

-알았어.-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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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저그좋아입니다.(맨 밑에 세 줄 요약있음.) +3 19.11.21 278 0 -
183 파일19# 0330 +4 19.11.19 219 9 12쪽
182 파일18# 원래 (10) +3 19.11.17 151 11 17쪽
181 파일18# 원래 (9) 19.11.15 151 4 22쪽
180 파일18# 원래 (8) +1 19.11.13 167 8 16쪽
179 파일18# 원래 (7) +1 19.11.11 166 5 13쪽
178 파일18# 원래 (6) +1 19.11.08 177 6 24쪽
177 파일18# 원래 (5) +1 19.11.06 167 7 12쪽
176 파일18# 원래 (4) +1 19.11.03 171 8 18쪽
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1 7 13쪽
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5 8 11쪽
173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0 9 11쪽
172 파일17# 변해야 산다.(3) +2 19.10.26 174 7 15쪽
171 파일17# 변해야 산다.(2) +3 19.10.21 210 8 13쪽
170 파일17# 변해야 산다.(1) +1 19.10.19 192 9 11쪽
169 파일16# 여왕개미.(6) +2 19.10.17 196 9 16쪽
168 파일16# 여왕개미.(5) +4 19.10.15 204 9 15쪽
167 파일16# 여왕개미.(4) +1 19.10.13 204 8 14쪽
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165 파일16# 여왕개미.(2) +1 19.10.09 199 9 14쪽
164 파일16# 여왕개미.(1) +1 19.10.07 201 8 16쪽
163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4) +2 19.10.06 201 10 19쪽
»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1 19.10.05 207 9 12쪽
161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2) +1 19.10.04 203 8 14쪽
160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1) +1 19.10.03 209 8 15쪽
159 파일14# 사미용두 (5) +1 19.10.02 212 8 18쪽
158 파일14# 사미용두 (4) +1 19.10.01 215 6 20쪽
157 파일14# 사미용두 (3) +1 19.09.29 232 9 13쪽
156 파일14# 사미용두 (2) +3 19.09.28 219 8 13쪽
155 파일14# 사미용두 (1) +1 19.09.26 245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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