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51,893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10.28 21:00
조회
209
추천
9
글자
11쪽

파일18# 원래 (1)

DUMMY

169

**

원래

**


3월 1일.

다들 국경일이라 쉬는 시간에 경찰청 건물 안과 밖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한쪽은 범죄자와 기자 때문에, 다른 한쪽은 건물 안에 담긴 진실과 자신의 직업 때문에 서로 국경일에 경찰청으로 나와 있었다.

“우은비 편집장님이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편집장이 되셨으면 편히 사무실에서 있어도 되시는데...”

사십 대 남성의 말에 우은비가 공손하게 답했다.

“임시로 맡은 것뿐인걸요. 그리고 현장 감각이 나중에 다시 기자로 돌아갈 때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편집에도 의외로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곳에서 다른 기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의견을 듣는 것이 윗사람들과 술집에 가서 그들 입맛대로 짜 맞추는 것보단 훨씬 나아요.”

그녀의 말에 남성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편집장이 되면 편하게 지내겠다고 생각한 저를 부끄럽게 하는 말입니다.”

“에이, 저야 아직 젊으니까 그러죠. 나이 먹으면 저라고 다르겠어요. 원래, 사람이 나이를 들수록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시하잖아요. 우리 신 기자님처럼 젊은 시절부터 광고 같은 기사 안 쓰면서 열심히 사시는 분들은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질 자격이 있어요. 하지만,”

그녀가 남자 뒤편에 높은 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의 말과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지만요. 죄를 지은 자들도 그렇고.”

“제 정보원의 말로는 안에 들어간 수지팀 팀장과 팀원에 대한 조사는 실패로 돌아간 거 같답니다.”

“당연하죠. 죄 없는 사람 붙잡아 놨는데, 제대로 되겠어요.”

“그래도 같은 팀원 중 두 명이 개미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건-”

“신명섭 기자님.”

지금까지 다르게 그녀의 입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신명섭의 얼굴이 굳어진다.

“예.”

“저도 신 기자님이 어떤 인간인지 몰라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제가 봐온 신 기자님은 청렴한 분이지만, 실상은 가정 폭력을 일삼고 현금으로 돈을 받아먹는 범죄자일 수 있죠. 무엇보다, 이 년 동안 부사수 정온민 기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시잖아요.”

그녀의 말에 신명섭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그는 경찰이 만들어 놓은 라인에 몰려있는 기자 중 이십 대 남성을 바라보았다.

“온민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제가 정보를 말하자마자 다른 신문사가 반응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예전에 신 기자님이 몇 달을 걸쳐 조사 중이던 반도체 폐기물 무단 투기 사건 말이에요. 그게 중간에 고리가 끊어진 이유가 정 기자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제가 믿지 않는 거-”

“받아요.”

그녀가 내민 유에스비를 보고 신 기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증거를... 찾으신 겁니까.”

“제가 빈말 안 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이걸 제게 주시는 이유가...”

“따님 병원비 필요하잖아요. 그거로 살짝 압력 줘서 토해내게 해봐요.”

그녀의 말에 신명섭의 얼굴이 굳어진다.

“저는 절대로 이런 식-”

“농담이에요.”

“예?”

멍한 그에게 그녀는 싱긋 웃으며 두 손을 뻗더니, 그에게 유에스비를 쥐여주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더 조사해보세요. 잃어버렸다던 증거에 추가로 제가 더 보충했으니까 어렵진 않을 거예요. 물론 정기자 몰래? 아셨죠?”

“하지만 이건 저보다는 우 편집장님이-”

“저는 남의 기사 가로채는 년이 아니라서요. 참고로 저 윗분들에게 밉보여서 곧 편집장에서 내려갈 수 있어요~ 수고하세요.”

그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기자들 무리로 걸어가 그곳에서 다른 남성과 웃으며 대화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신명섭은 그녀에게 다가온 자신의 부사수 정 기자를 바라보고 눈동자를 반짝였다.

꽈악.

그의 오른손이 부들거리고...

“해보자.”

그는 미련 없이 경찰청에서 몸을 돌렸다.


**

**


같은 시각.

경찰청 내부 취조실.

순경시절보다 주름이 더 늘어난 이관수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박수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쾅!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친 이관수가 고함을 지른다.

“자네가 이낭자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사실이 아닌 추측입니다.”

“내 말을 끊지-”

“지구대로 좌천되었던 분이 어떻게 경찰청 내사계로 복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보복 수사로 아예 경찰복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지금 협박하는 건가.”

“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겁니다.”

“흥! 자네가 아무리 서울에 보호를 받는 에이스라고는 하나-”

“보호받는 놈이 지금 증거도 없이 수사하고 있는 당신들에게 끌려옵니까? 그러지 말고 저기 유리 너머 있는 분에게 이곳으로 와서 고개를 들이밀라고 하시죠.”

그의 말에 이관수가 움찔한 가운데, 박수호는 유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안에 있는 사람이 개미라면 이관수씨 당신은 좃된 겁니다.”

“헛소리!”

“헛소리가 아닙니다. 개미는 죄인을 싫어하고, 당신 같이 주변 인맥들을 키워주기 위해 죄 없는 경찰들을 징계위원회로 보내게 해 끌어내린 더러운 인간들을 경멸하죠.”

박수호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치부를 들은 이관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그사이 박수호의 말은 계속됐다.

“그들은 제가 사건에 끼어들어 자신들이 숨기지 못한 꼬리를 붙잡지 못하게 시간을 벌 목적으로 지금 이 일을 만든 겁니다. 덤으로 더러운 당신을 보복 수사라는 명분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음...”

“도대체 얼마나 높은 인간이 당신을 구슬렸는지는 몰라도, 증거도 없이 정보만으로 내사한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습니다. 예전처럼 증인만으로 붙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건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당신들이 만든 인맥의 고리만으로 사람을 끌어 내리고 올리는 게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당신이 속한 그 고리 전부가 드러날 수 있어요. 그러면 그 고리에 속한 이들은 누굴 원망할까요? 저일까요? 아니면 당신일까요?”

박수호의 말에 이관수의 주름은 더 늘었다.


1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는 숫자를 바라보며 박수호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과거의 잘못에 협박당해 이 일을 했다면 더더욱 그만둬야 합니다. 만약 당신을 꼬드긴 사람들이 개미들이라면 죄는 바깥에 드러날 것이고, 어차피 안으로 들어갈 거면, 형량이라도 줄여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두 달 전에 태어난 당신 손자가 컷을 때, 죄수복 입은 모습을 보여줄 순 없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이관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금이라도 협박당했다고 말씀하시면 자수한 것으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누구에게 협박당했고, 누가 당신을 내사로 불렀는지까지 말씀하세요.”

잠시 머뭇거리던 이관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수사하는 건 나지, 네가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죄가 없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습니까. 그리고 예전에 순경 시절을 기억하신다면, 제가 당신이 말한 모든 내용을 반박할 준비까지 되어 있다는 것까지도 잘 알 겁니다. 같은 경찰에게 털어놓으세요. 나중에 그들이 흘린 정보에 집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연이은 설득에 이관수는 입술을 질겅질겅 깨물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덤덤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박수호의 눈동자가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똑똑.

자기 옆에 있는 문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에 이관수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지금 수사 중입니다!”

그의 고함에 바깥에서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관수님 식사 왔습니다.”

“그냥 문 바깥에 두세요!”

“하지만 저번 폭탄 사건 이후로 통이 아니라 랩을 벗긴 채로 배달하게 됐습니다. 금방 식는 데다가, 복도에 음식 냄새도 퍼지니 지금 드시고 수사하시죠.”

바깥에서 들려온 말에 이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꼭 이럴 때...”

궁시렁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이관수가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

딸각.

문을 따자마자 열림 문틈 사이로 젊은 사내의 얼굴이 일부 드러났다.

그와 눈이 마주친 박수호.


2


검은색.

“막아!”

박수호가 고함을 지르는 순간, 젊은 사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밀쳤지만, 예상과 다르게 이관수가 밀리지 않고 버텼다.

박수호는 열린 문틈 사이로 저번에 봤던 것과 똑같은 신형 권총을 보았고, 발로 책상을 걷어차서 몸을 아래 숨겼다.

탕! 탕! 탕!

밀리는 것 때문에 박수호가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총알이 날아가 박혔는데, 상대가 쏜 총을 본 이관수가 더욱 힘껏 문을 밀었다.

쿵.

문을 닫는데 성공한 이관수에게 박수호가 고함을 질렀다.

“이곳으로 와!”

“왜.”

“총 맞고 싶어!”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이관수는 바로 몸을 틀었다.

탕탕!

“으헉”

손잡이 부근에 구멍이 생겼고, 총을 맞을 뻔한 이관수가 황급히 박수호가 세운 책상으로 뛰어갔다.

탕! 탕탕!

“빨리 열쇠!”

“어!”

허리춤을 뒤져 열쇠를 박수호에게 건네었다.

이때.

탕탕!

꽈직.

망가진 손잡이가 바닥에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쿵!

벽에 부딪힐 정도로 거칠게 문이 열리며 총을 든 젊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때마침 열쇠로 수갑을 벗겨낸 박수호가 고개를 들었고,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숫자들을 바라보았다.


인간 검은색 2.

손잡이와 파편들 회색 3.

책상 흰색 2.


흰색의 빛이 반짝이는 순간, 박수호는 이관수의 머리를 내리누르며 자신의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탕탕!

그와 이관수의 머리가 살짝 튀어나와 있는 곳을 정확히 두 발의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다.


2


하얀색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책상에 적힌 숫자를 바라보며 박수호가 미간을 좁혔다가 눈을 번뜩이더니, 책상을 붙잡았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책상을 앞으로 던지듯 밀쳤다.

쿵.

“큭.”

상대가 멈칫한 사이에 박수호는 몸을 일으켰고, 곧바로 오른손을 휘둘러 상대 권총을 옆으로 비껴가게 했다.

탕!

옆으로 밀려난 자신의 손을 다시 제대로 고쳐 잡은 남성이 박수호를 겨눌 때까지, 박수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 그의 머리에 겨눈 상대.

“죽어!”

외치면서 손가락을 힘껏 움직였다.

딸깍.

“음?”

자신의 총에서 난 이상한 소리에 당황한 눈으로 박수호가 아닌 총으로 남자의 눈동자가 돌아간 순간, 박수호의 왼손이 밑에서 위로 솟구쳐 올라 상대의 턱을 가격했다.

우득.

이빨이 튀어나올 정도로 강하게 턱을 맞은 상대는 바로 눈을 뒤집어 까며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박수호는 중얼거렸다.

“자기 총의 총알 숫자 정도는 기억했어야지.”


작가의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숫자를 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저그좋아입니다.(맨 밑에 세 줄 요약있음.) +3 19.11.21 278 0 -
183 파일19# 0330 +4 19.11.19 219 9 12쪽
182 파일18# 원래 (10) +3 19.11.17 151 11 17쪽
181 파일18# 원래 (9) 19.11.15 151 4 22쪽
180 파일18# 원래 (8) +1 19.11.13 166 8 16쪽
179 파일18# 원래 (7) +1 19.11.11 166 5 13쪽
178 파일18# 원래 (6) +1 19.11.08 177 6 24쪽
177 파일18# 원래 (5) +1 19.11.06 167 7 12쪽
176 파일18# 원래 (4) +1 19.11.03 171 8 18쪽
175 파일18# 원래 (3) 19.11.02 181 7 13쪽
174 파일18# 원래 (2) +1 19.10.30 185 8 11쪽
» 파일18# 원래 (1) +1 19.10.28 210 9 11쪽
172 파일17# 변해야 산다.(3) +2 19.10.26 174 7 15쪽
171 파일17# 변해야 산다.(2) +3 19.10.21 210 8 13쪽
170 파일17# 변해야 산다.(1) +1 19.10.19 192 9 11쪽
169 파일16# 여왕개미.(6) +2 19.10.17 196 9 16쪽
168 파일16# 여왕개미.(5) +4 19.10.15 204 9 15쪽
167 파일16# 여왕개미.(4) +1 19.10.13 204 8 14쪽
166 파일16# 여왕개미.(3) +2 19.10.11 194 9 11쪽
165 파일16# 여왕개미.(2) +1 19.10.09 199 9 14쪽
164 파일16# 여왕개미.(1) +1 19.10.07 201 8 16쪽
163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4) +2 19.10.06 201 10 19쪽
162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3) +1 19.10.05 206 9 12쪽
161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2) +1 19.10.04 203 8 14쪽
160 파일15# 허수아비 안에 사람은 없다.(1) +1 19.10.03 209 8 15쪽
159 파일14# 사미용두 (5) +1 19.10.02 212 8 18쪽
158 파일14# 사미용두 (4) +1 19.10.01 215 6 20쪽
157 파일14# 사미용두 (3) +1 19.09.29 232 9 13쪽
156 파일14# 사미용두 (2) +3 19.09.28 219 8 13쪽
155 파일14# 사미용두 (1) +1 19.09.26 245 1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