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으로 우주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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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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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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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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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

DUMMY

총사령관 완안승유가 후퇴 명령을 내리자 본영이 바빠졌다.

완안승유를 보호하면서 전장을 빠져나간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몽골군이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었다.

몽골군이 본영의 지척까지 다가오고 있어서 정면 돌파는 무척 어려워보였다.

“장군 주위를 호위병 5천으로 철통같이 둘러싸서 빠져나가겠습니다!”

“그리하라.”

완안승유는 이미 패색이 짙은 전장을 보며 생기(生氣)를 잃은 듯 보였다.

그의 머릿 속에는 ‘패전의 책임’이라는 말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50만을 데리고 5만을 꺾지 못하다니.

이럴 수가 있는가.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송나라를 대륙의 남부로 밀어낼 때 펼쳤던 활약···. 어느 때고 거의 져본 적이 없는 무패의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오늘 10배의 병력을 가지고 좁쌀만한 군대에 지고 있다. 아니, 확실히 패배했다.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무패의 군대’ ‘백전노장’이라는 신화는 오늘로서 마감될 터였다.

완안승유는 길길이 날뛰고 싶은 마음을 접고, 부하들이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그가 죽으면 이 부하들도 갈 길을 잃고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었다. 부하들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 그것이 그의 마지막 임무였다.


*


“사령관이 도망갑니다!”

“호위대를 이끌고 빠져나가는 듯 합니다!”

부관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빠져나가는 쪽의 포위를 풀어주어라.”

“네? 당장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저 놈들 잡으려다 병사들이 상할 수 있다. 궁지에 몰린 쥐는 풀어주는 법이다. 또, 저 놈들이 빠져나가서 퍼트릴 말을 생각해라. 그것이 우리 몽골군의 위상을 더 높여줄 것이다. 사령관이 빠져나가는 쪽의 포위를 느슨하게 해라.”

역사 속에서도 완안승유는 성공적으로 퇴각했다. 물론 나는 역사를 꼭 따라갈 필요는 없다. 적을 없앨 수 있으면 없애는 게 좋다. 하지만 이미 승패는 기울었고, 완안승유는 완전히 꺾여버렸다.

앞으로 그가 전장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금나라 조정도 생각이 있다면 그를 다시 전투에 내보내지는 않을테니까.

지금 문제는 완안승유가 아니라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금나라 병력이다.

사령관이 도망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루에서 쏟아지는 쌀처럼 마구 흩어져버릴 것이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금나라에 이로운 일이다. 도망가거나 흩어진 병력은 어떻게든 금나라로 다시 돌아갈테니까 말이다. 그걸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나는 금나라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완안승유가 도망가고 있다. 몽골군이 승리했다. 당장 항복하라.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겠다!”

내 말을 들은 부관들이 항복을 권했다.

“항복하라!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는다!”

“항복하라!”

금나라 병사들은 사령관이 도망간다는 말을 믿지 않고 물러서면서 버티다가 사령관 깃발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정말로 사령관이 도망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총대장이라는 놈이 병사들 냅두고 도망이나 쳐?”

“하여튼 여진이라는 놈들은!”

“여진이 뭐가 어때서? 이 개 같은 한족 새끼들아!”

“병사들 냅두고 도망가는 놈들은 여진족밖에 없단 말이야. 그리고 난 한족이 아니라 거란이다. 이 무식한 여진 놈아.”


자칫 잘못하다간 난데없이 금나라 병사들끼리 싸울 기세다.

“당장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지 않으면, 모두 도륙 내겠다!”

나의 엄포에 찔끔 기가 죽은 금나라 병사들이 하나 둘 무기를 땅바닥에 던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당연하다. 항자불살(降者不殺)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전장에서 집단 학살은 흔한 일이었다. 진나라 장수 백기(白起)는 장평에서 무려 40만명을 생매장하지 않았던가.

금나라 병사들이 괜히 떠는 게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가 그들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하나 둘 무기를 버리기 시작하자 투항의 분위기가 전염되면서 순식간에 전장은 정리되기 시작했다.

야호령에서 시작된 전투가 회하보에서 막을 내린 것이다.

5만의 병력으로 50만에 달하는 병력을 꺾어버렸다. 역사 속 칭기스칸의 업적을 나는 20년이나 앞당겨서 달성했다.


우리 몽골군이 투항한 자들을 줄 세우기 시작했다.

젤메가 나에게 달려왔다.

“칭기스칸! 금나라 병사들이 모두 항복했습니다.”

“몇이나 되느냐?”

“현재 파악된 것만 10만이 넘습니다.”

“10만이라···.”

조금 고민이 됐다. 우리 병력은 많아봐야 5만이다. 그런데 항복한 인원이 10만이 넘는다면 우리 병력의 2배가 넘는다.

이들을 받아줬다가 혹시라도 반란이 일어난다면 골치가 아플 수 있다.

“칸께서 고민하시는 바를 알겠습니다. 항복한 병사들의 규모 때문이 아닙니까?”

“그래. 만에 하나···.”

“만에 하나 금나라 병사들이 들고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어쩌나 싶으신 게 아닙니까?”

“바로 그것이다.”

“총대장으로부터 버림받은 병사들입니다. 당장은 들고 일어나겠다는 마음보다 금나라에 대한 배신감이 클 것입니다. 그 점을 잘 이용해야겠지요.”

나는 젤메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10만이 넘는 병사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면 단숨에 병력이 3배로 늘어납니다. 금나라를 향해 휘두르는 칼이 더 크고 강해질 수 있습니다.”

“네 말이 맞다, 젤메야. 모든 포로를 모아라. 한마디 해야겠구나. 그리고 앞쪽에 여진어를 할 줄 아는 병사들을 몇 명 심어두어라.”

“네, 칸.”


전장에 흩어진 포로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았다. 방금까지 맹렬히 공격을 하던 몽골군이 얌전해진 것을 보았지만 여전히 금나라 포로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그들이 혹시나 허튼 짓을 할까봐 모두 무장해제를 시키고 주위를 빙 둘러 몽골군이 포위하는 형태로 섰다.

나는 포로들 앞에 마련된 단상 위에 올랐다. 내 옆에는 우리 부대에서 가장 여진어를 잘하는 병사가 섰다.

“너희들의 대장, 완안승유는 꽁무니를 빼고 도망갔다.”

내가 말을 꺼내자 금나라 병사들이 속이 쓰린 듯 인상을 찌푸렸다. 찌푸린 인상 속에서도 여전한 두려움을 엿 볼 수 있었다. 대체 저 칭기스칸이라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할까 싶어서 말이다. 내 명령 단 한마디에 모두가 도륙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전투의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 전투를 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허나, 부하들을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장수는 지휘관의 자격이 없다.”

금나라 포로들이 강하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로들을 둘러싸고 있는 몽골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전투에서 진 것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첫째, 총대장 완안승유의 전략 실패 때문이며, 둘째, 몽골군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금나라 포로들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고 하니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나는 항복한 너희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은 송나라 출신, 여진 출신, 거란 출신 등 다양하게 섞여있을 것이다. 나는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평등하게 대할 것이다. 다들 몽골군 병사로 거듭나라. 나와 함께 중국 대륙을 정벌하자.”

내가 힘주어 말하자 금나라 포로들이 수근거렸다.

“중국 대륙 정벌이라고?”

“금나라를 이기고, 송나라마저 꺾겠다는 말인 거 같은데?”

“에이, 그건 힘들지이···.”

나는 오른손을 들어 금나라 포로들의 수군거림을 막았다.

“나 혼자, 그리고 우리 몽골군만의 힘으로는 대륙 정벌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희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너희들이 있다면 가능하다. 너희들이 길을 열고, 성벽을 타고 넘으면 쉽게 대륙을 정벌할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차지할 수많은 금은보화와 미녀가 모두 너희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금나라 포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죽는 줄 알았는데 살려줄 뿐만 아니라, 금은보화와 미녀들을 차지할 수 있다고?

“뿐이랴, 너희들은 아를 얻고, 자식들을 얻어 가정을 이룰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내가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나는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젤메는 단상 위로 올라오라.”

나의 말을 들은 젤메가 단상 위로 뛰어올라왔다.

“젤메는 몽골족 노예 출신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오른팔, 나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부하다. 나는 너희들을 젤메처럼 대할 것이다. 능력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높이 쓰고, 중히 여길 것이다. 모두들 나를 위해 일하겠느냐?”

내가 묻자 금나라 포로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제일 앞쪽에 서있던 금나라 포로가 말했다.

“저, 정말 칸의 옆에 서있는 사람이 노예 출신입니까?”

“물론이다. 이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몽골 출신이라면 모두가 안다.”

몽골군 병사들이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녕 우리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시는 겁니까? 몽골군이 되어 땅을 넓히면 정말로 부자가 되고, 처자도 얻을 수 있을까요?”

“내가 약속하겠다. 몽골족은 내 명령에 살고 죽는다. 너희들을 해치는 자는 내가 직접 처단할 것이다. 나를 믿고 따라와라.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게 해주마.”

“우오오오!”

“와! 살았다!”

금나라 포로들 사이에 심어둔 몽골 병사들이 여진어로 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항복 후에 침울해 있던 금나라 포로들 사이에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이제 살아났다는 감격, 그리고 미래를 약속한 칭기스칸을 보면서 금나라 포로들이 목청껏 외치기 시작했다.

“칭기스칸 만세!”

“칭기스칸 만만세!”

금나라 포로들은 목이 터져라 만세를 외치며 기뻐했다. 살았다는 기쁨보다 큰 것은 없으니까.

만세 소리는 한참 이어지며 하늘과 땅을 울렸다.

아마도 회하보가 만들어진 이래로 가장 시끄러운 날인 것 같다.


나는 젤메와 군용 게르에 들어갔다.

“미리 심어둔 병사들이 연기를 잘해내주었구나.”

“어찌나 여진어를 잘하던지, 저도 여진 병사로 착각할 뻔 했습니다.”

“통역병을 꾸준히 양성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전이나 선동은 그 나라의 언어로 해야한다. 백날 외국말로 해봐야 알아듣지를 못하니까.”

“깊이 명심하겠습니다.”

“다음 목표지는 어디지?”

젤메가 지도를 꺼내들고 한 곳을 짚었다. 파비오 폴로가 구해다준 지도였다.

“바로 여기입니다.”

“거용관(居庸關)이로구나.”

“네. 이 곳만 돌파하면 장성(長城)을 넘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만리장성을 돌파하면 내륙 공략은 시간문제다.

“장성을 돌파하면 금나라 수도, 중도(中都, 베이징)가 지척이다.”

“우리 몽골군이 닿기 전에 금이 수도를 옮기려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지. 그 전에 중도를 함락시켜야 한다. 천도를 하기 전에 중도에 닿아야해. 속도가 생명이다. 이번에 항복한 병사들 중에 거용관의 구조와 약점을 알고 있는 병사들이 필시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이용하면 된다.”

젤메와 열을 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병사가 게르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거란에서 보낸 사신이 왔습니다.”

“어서 들라하라.”

머리숱을 거의 밀어버린 거란족 사신이 들어와 읍했다.

“칭기스칸을 뵈옵니다.”

“어서 오시오. 먼 길에 고생이 많았소이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우리와 동맹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오?”

사신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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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암살범 +4 19.06.28 604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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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전염된 공포 +1 19.06.26 66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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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세계정복의 시동을 걸다 +5 19.06.19 834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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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금나라의 비책(秘策) +1 19.06.12 733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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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거용관(居庸關) +3 19.06.07 813 25 12쪽
64 새로운 친구 +1 19.06.06 824 21 11쪽
» 돌파 +1 19.06.05 836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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