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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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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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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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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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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9.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1) | Glinda

DUMMY

겨울은 우리를 가슴에 품는다

그 하얗고 차가운 품속에

우리를 끌어당긴다​


- 시, `겨울의 품` 中 발췌 -


으으윽. 머리가 너무 아파. 온몸이 쑤셔. 지금 내가 어디 있는 거지? 어딘가에 누워 있는 중인데.

"으으윽."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붙잡는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고 밀어 올린다. 처음 보는 천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나 등산 중 아니었나?

흐릿한 기억을 정리한다. 마법사의 뒤에서 눈을 해치며 앞으로 걸어갔다. 가슴보다 높이 쌓인 눈이 엄청나게 방해되었다.

그리고···. 마법사가 나를 업었네? 업었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그냥 어깨에 짐처럼 얹혀진 거지. 그 상태로 어딘가로 들어왔는데.

"글린다. 깨어나셨습니까?"

눈앞에 에스나의 얼굴이 보인다. 투구를 쓰고 있지 않다. 안전한 장소인 건 확실하네.

"여긴 어디야?"

"백룡 기사 본부입니다."

도착했구나. 그 눈보라를 뚫고 오다니. 우리도 참 대단하다.

"으으으."

몸을 일으키려 하니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아직 일어나실 때는 아닙니다. 조금 더 누워 계십시오."

"글린다 양. 일어났어요?"

마법사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 마법사를 찾는다. 다행히 목을 돌리는 정도로는 아프지 않다.

"어?"

마법사는 금방 찾았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 나를 보고 있다. 문제는 처음 보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 좋아 보이는 젊은 남자. 마법사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인다.

길게 늘어트린 하얀 수염의 노인.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노인의 검은 눈동자는 지혜의 빛으로 반짝인다.

그리고 온몸이 털로 뒤덮인 건장한 남자. 키가 엄청나다. 덩치도 엄청나고. 거인이라고 불러도 될 거 같다.

"맥은요?"

그 많은 사람 틈에 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법사는 아무 말 없이 내 뒤쪽을 가리킨다.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다. 그곳에는 방한복을 입고 있는 맥이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다.

"아직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금방 깨어날 겁니다."

맥이 몸을 뒤척인다.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 다시 몸을 돌려 사람들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자. 필요한 사람은 전부 모였으니, 슬슬 시작해도 되겠군."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분위기로 보건대 여기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

"우선 소개부터. 나는 윌턴. 백룡 기사의 단장일세."

백룡 시가의 단장이라니. 그럼 에스나의 상관이잖아. 그리고 백룡 기사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일 테고.

"내 이름은 이스길. 백룡 기사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가 말한다. 자세히 보니 손에 책을 한 권 들고 있다. `테제아의 역사`. 재미없어 보이는 책이네.

이스길에게서 눈을 돌려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본다. 얼굴에도 털이 가득한 남자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저 사람은 레벨스 입니다."

왠지 에스나가 저 남자를 소개하고 있다.

"보기보다 부끄러움이 많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저 얼굴로? 아니. 물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저 놀랍다.

"저는 글린다 알폰소 오스왈츠 입니다. 이렇게 누워서 인사를 드리는 것에 유감을 표합니다."

침대에 누운 채로 고개만 살짝 까닥인다. 이것이 누운 상태로 인사하는 예절이다.

"다들 소개가 끝난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지."

그런데 뭘 시작한다는 거지?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윌턴 씨가 나와 마법사를 번갈아 바라본다.

"우선 백룡 기사의 단장으로서, 이곳을 찾아온 그대들을 환영하는 바이네."

윌턴 씨의 말이 끝나자 이스길, 에스나, 레벨스가 박수를 친다. 잠시 주변 분위기를 살핀 나와 마법사도 뒤늦게 박수를 친다.

잠시 이어지던 박수가 끝이 난다. 윌턴 씨는 헛기침하고 마법사를 바라본다.

"아이작. 차원이탈자. 유희의 본질을 가진자. 초월급 마법사. 맞나?"

그 질문에 마법사의 얼굴이 굳어진다.

"아까 대답했던 질문 아닙니까?"

"행정적 절차일세. 그냥 대답해주게."

마법사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인다.

"예. 맞습니다."

대답을 들은 윌턴 씨는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글린다 알폰소 오스왈츠. 오스왈츠 백작 하워드 캐롤 오스왈츠의 여동생. 큰뱀의 아이. 맞나?"

뭐? 오스왈츠 백작 하워드 캐롤 오스왈츠? 그건 우리 오빠 이름인데?

"일단 맞긴 한데. 하워드가 오스왈츠 백작이 맞나요?"

"우리의 정보가 확실하다면."

"문제가 있습니까?"

마법사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질문해온다.

"네. 조금요."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작위를 물려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이스길이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질문한다. 흥미가 동한 것이 분명하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테페리는 그렇지 않아요. 테페리의 기사에게는 복수의 의무가 있어요."

"복수의 의무?"

윌턴 씨도 테페리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나 보다.

"주군이 살해당했을 경우 주군의 복수를 해야 하는 의무요."

도대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는 그런 의무다.

"하워드 오빠는 테페리 기사단의 기사죠. 복수의 의무를 지고 있는. 그리고 오빠의 주군인 아버지가 살해당했어요."

마법사의 손에 말이지. 마법사를 슬쩍 바라보니 눈썹을 꿈틀거리고 있다.

"아직 아버지의 살인자를 찾지 못했으니 하워드 오빠는 의무를 다하지 못한 셈이죠."

"그리고 기사들은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로 작위를 받지 못하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스길이 내 말을 이어받는다.

"그럼 오스왈츠 백작은 누가 계승 받아야 하는 거지?"

"공석으로 남겨둬요. 정당한 계승자가 마땅한 의무를 다할 때까지요. 그래 봐야 실권은 다 넘어가지만요."

내 이야기가 끝나자 잠시 침묵이 감돈다. 모두 생각에 잠긴 것 같다. 마법사만 빼고.

마법사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 상황에 끼어들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혹시 범인을 잡았다면?"

"범인은 저기의 마법사님인데요?"

이스길의 질문에 마법사를 가리키며 대답한다. 마법사는 머리를 긁적인다.

"가짜 범인을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닐걸. 국경에서 에드 오빠를 만났지? 그때 나를 존속 살해 혐의로 체포하려고 했어. 공식적으로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알려진 거야."

에스나의 질문에도 바로 반박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윌턴 씨가 입을 연다.

"짐작 가는 바가 있어요."

없었으면 이렇게 시간을 끌지 않았지.

"테페리는 전쟁을 준비 중일 거예요."

모두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한다. 눈썹을 모으고 인상을 찡그린다. 마법사만 빼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

이스길이 자세를 고치고 질문한다.

"전쟁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기사의 의무보다 계승법을 우선하여 실행한다. 테페리의 법 중 일부에요."

전쟁 중에는 지휘관들이 수도 없이 죽어 나간다. 그걸 일일이 복수하고 나서 자리를 물려받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라 생긴 법이다.

"꼭 전쟁이란 법은 없지 않나?"

"마법사님은 알고 계실 거에요."

"제가요?"

마법사는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당황한 표정을 보여준다. 정말 모르는 건가.

그럼 내가 설명해줘야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입을 연다.

"아버지가 제 몸속의 큰뱀을 꺼내려던 이유를 알고 있나요?"

모두 고개를 젓는다. 분명 나와 함께 대화를 들었던 마법사조차. 저런 기억력으로 어떻게 마법사가 되었을까.

"론다르트가 군대를 모으고 있다고 했어요. 테페리의 현 전력으로는 이기기 힘들다고도 했고."

"아. 그랬었지."

이제야 기억이 난 건가.

"큰뱀의 힘을 꺼낼 생각이었나 보군."

윌터 씨는 상황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이런저런 정보를 종합했을 때. 테페리는 전쟁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침묵이 방안을 가득히 채운다. 다들 하늘을 보거나 바닥을 바라본다. 맥이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소리만 들린다.

"저기···."

견디다 못해서 입을 연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 날아와 꽂힌다.

"그···. 테페리가 전쟁을 준비한다는 게 중요한 걸까요?"

"중요하지."

즉답이다. 이스길이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사신에게는 세계의 평화를 유지할 의무도 있다. 테페리가 전쟁을 준비한다면 우리도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지."

모여 있는 사람들이 한숨을 내쉰다. 마법사만 빼고.

"근처에 있는 기사들에게 연락해야겠군. 에스나. 맥이 일어나면 함께 방으로 안내해주게. 그다음엔 성채나 좀 돌아보고."

"알겠습니다."

에스나의 대답을 들은 윌턴 씨는 몸을 돌려 방을 떠난다.

"이야기도 끝난 것 같으니 난 잠이나 자야겠군."

이스길은 옆에 두었던 책을 베개 삼아 침대에 드러눕는다.

"우리도 맥이 일어날 때까지 쉬고 있읍시다."

에스나가 양팔을 위로 뻗으며 기지개를 켠다. 마법사는 아무 말도 없이 침대에 엎어진다.

일단 맥이 일어나야 진행이 되는 거구나. 언제 일어날 거니 맥.

맥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잠들어 있다.

레벨스도 아무 말 없이 윌턴 씨가 앉아 있던 의자를 한쪽으로 치운다.

방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고요하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둘이 같은 단어인가?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본다. 돌로 만들어진 천장. 밝다고는 할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오는 천장.

그대로 눈을 감는다. 몸도 정상이 아니고 그냥 조금 자고 일어나자.

감각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다. 몸이 가볍게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상한 감각에 눈을 뜬다.

왜 당신이 여기 있지? 내 눈앞에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눈을 비비고 볼을 꼬집는다.

"꿈이네."

하나도 아프지 않다. 아까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이런 꿈을 꾸다니.

검은 공간에 홀로 서 있는 아버지는 젊었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침대에 한 소녀가 누워 있다.

소녀는 이불로 온몸을 덮고 있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흘러내리는 금발. 반짝이는 황금색 눈동자. 나네.

도대체 이건 어떤 개꿈인 거지. 설마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피어오르는 건가.

"미안하다."

꿈속의 아버지나 꿈속의 나를 바라본다.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나한테 저런 기억이 있었나?

"미안하다."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는 언제나 올곧은 기사. 쓰러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인간이 울고 있다. 나를 바라보면서. 나를 어루만지면서. 왜?

"네가 큰뱀의 아이라니. 정말 미안하다."

제기랄. 방금 그 한 마디로 알아버렸다. 저 인간은 내가 큰뱀의 아이란 걸 안 순간부터 나를 제물로 바칠 생각이었다.

그게 아버지라는 인간이 할 생각이야? 망할.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크게 소리치며 욕을 내뱉고 싶다.

진정하자. 어차피 꿈이다. 아마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기억일 거다. 그러니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다.

그래도. 못 참겠다.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작가의말

에 조금 늦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요즘 바쁘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차가운 겨울은 우리를 껴안는다

그 하얀 눈의 품이 우리를 맞이한다

얼어붙은 겨울이 우리를 바라본다

그 하얀 눈꽃이 우리를 주시한다

겨울은 우리를 가슴에 품는다

그 하얗고 차가운 품속에

우리를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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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 11막 3장 - 백룡의 길 (6) | Isaac +2 19.11.11 371 10 11쪽
193 193. 11막 3장 - 백룡의 길 (5) | Isaac +6 19.11.09 411 10 11쪽
192 192. 11막 3장 - 백룡의 길 (4) | Glinda +3 19.11.08 405 10 11쪽
191 191. 11막 3장 - 백룡의 길 (3) | Isaac +3 19.11.07 390 11 11쪽
190 190. 11막 3장 - 백룡의 길 (2) | Isaac +2 19.11.06 424 10 11쪽
189 189. 11막 3장 - 백룡의 길 (1) | Glinda +2 19.11.05 442 10 11쪽
188 188.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4) | Glinda +2 19.11.04 463 10 12쪽
187 187.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3) | Isaac +4 19.11.02 546 9 12쪽
186 186.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2) | Glinda +4 19.11.01 463 9 11쪽
185 185.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1) | Isaac +6 19.10.31 495 12 12쪽
184 184.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6) | Isaac +3 19.10.30 493 9 11쪽
183 183.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5) | Glinda +5 19.10.29 488 11 12쪽
182 182.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4) | Isaac +3 19.10.28 511 11 11쪽
181 181.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3) | Isaac +3 19.10.26 548 11 12쪽
180 180.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2) | Isaac +3 19.10.25 551 11 11쪽
» 179.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1) | Glinda +4 19.10.24 573 10 11쪽
178 178. 11막 서장 - 백룡의 기사들 | Isaac +6 19.10.23 570 14 12쪽
177 177. 10막 종장 - 백룡의 성채 | Isaac +3 19.10.22 613 12 12쪽
176 176. 10막 4장 - 겨울 산행 (4) | Glinda +7 19.10.21 621 13 11쪽
175 175. 10막 4장 - 겨울 산행 (3) | Isaac +4 19.10.19 672 12 12쪽
174 174. 10막 4장 - 겨울 산행 (2) | Isaac +4 19.10.18 646 13 11쪽
173 173. 10막 4장 - 겨울 산행 (1) | Glinda +4 19.10.17 655 14 11쪽
172 172.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5) | Isaac +2 19.10.16 662 12 11쪽
171 171.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4) | Isaac +6 19.10.15 672 12 12쪽
170 170.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3) | Isaac +4 19.10.14 689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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