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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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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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1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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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2. 11막 3장 - 백룡의 길 (4) | Glinda

DUMMY

"글린다.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으으. 추워. 일어나기 싫어. 더 잘래.

"글린다. 주무시면 안 됩니다."

누군가 내 몸을 가볍게 흔들고 있다. 목소리로 보아하니 에스나. 벌써 일어날 시간인가. 싫은데.

"글린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으실 겁니까?"

평생? 아 좋다 평생. 평생 안 일어날래.

"아이작. 글린다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켜봐. 내가 깨울게."

마법사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지금 뭐라고 했지? 나를 깨운다고? 할 수 있으면 해 보라지. 나는 절대 안 일어날 거다.

"방법이 있습니까?"

없을 거다. 난 절대 안 일어날 거다.

"당연히 있지. 위험한 거 아니니까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에스나의 표정이 상상이 간다. 속으로 살짝 웃는다.

마법사의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어떤 방법을 쓰려고 할까. 마법은 지금 못 쓸 텐데.

뭔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바람이라도 부는 건가? 그 차가운 기운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뺨에 닿는다.

"차가워!!!"

뺨이 얼어붙는 거 같아! 너무 차가워!

결국, 소리 지르면서 일어나 버렸다.

"일어났어요?"

마법사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손은 등 뒤로 숨겨둔 채로.

"방금 그건 뭐에요?"

"뭐가요?"

마법사의 눈동자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간다.

"아까 저 깨운 차가운 거. 그거 뭐에요?"

"비밀입니다."

마법사가 눈웃음을 짓는다. 찔러버리고 싶다. 나를 깨워놓고 비밀이라니.

"비밀은 무슨 비밀입니까. 그냥 얼음 가져다 댄 게 전부이지 않습니까."

에스나의 말에 마법사가 혀를 찬다. 그리고 뒤에 숨겼던 것을 보여준다. 손가락 정도 크기의 얼음 조각. 별거 아니었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빈다. 더 자고 싶지만 이미 일어난 거니까.

"잠은 완전히 깨셨습니까?"

"완벽하지."

에스나의 질문에 대답하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벗어 놓았던 망토를 챙겨 입는다. 배낭까지 확실하게 어깨에 멘다.

"준비 끝."

"밧줄까지 매면 말이죠."

마법사가 자기 허리에 묶여 있는 밧줄을 가리킨다. 저거 또 매야 하나. 솔직히 불편하다.

"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스나는 순순히 밧줄을 매기 시작한다. 지금 보니 마법사는 밧줄의 중간에 묶여 있다. 에스나가 제일 앞인 건가.

"그러니 얼른 묶으시죠. 그런 표정 짓지 말고."

마법사의 독촉에 한숨을 쉰다. 마법사의 손에서 밧줄의 끝을 건네받는다. 허리에 밧줄을 튼튼하게 묶는다.

"준비되었으면 출발하겠습니다."

에스나가 배낭을 짊어지고 말한다. 나와 마법사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우리를 바라본 에스나가 동굴 입구를 향해 몸을 돌린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나간다. 철갑 부츠의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진다.

"폭풍이 약해졌습니다. 정상에 도착할 즈음에는 그치겠습니다."

그전에 그치면 더 좋을 텐데. 하필 도착하면 그치다니.

날씨 평가를 마친 에스나는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런 에스나를 따라 마법사가 움직인다. 밧줄에 끌려가는 나까지 발을 내디딘다.

거센 폭풍과 얼어붙은 바닥. 산을 오르기에는 최악의 환경. 도대체 왜 이런 산을 오르고 있는 걸까. 속으로 한숨을 쉬고 열심히 다리를 움직인다.

"에스나 정상까지 얼마나 걸려?"

바람을 뚫고 에스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에스나는 앞을 보면서 대답한다.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폭풍에 묻혀 잘 안 들린다. 그래도 이틀이라는 단어만은 똑똑히 들었다. 좋아 앞으로 이틀이다. 그러면 이 산행도 끝이 난다.

아. 다시 내려 하는구나. 갑자기 의욕이 확 사라진다.

"글린다! 주저앉으면 안 돼요!"

아 싫어. 어차피 내려와야 하는 걸 뭐하러 올라가. 그냥 바로 내려가자.

"글린다 양! 거기서 뭐 하시게요!"

몸에 묶인 밧줄이 나를 잡아당긴다. 하지만 움직이고 싶지 않아. 그냥 이러고 있을래. 조금 춥지만 괜찮을 거야.

"에스나! 글린다가 이상해!"

"예? 이상하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아. 몰라. 몰라. 다 때려치워. 그냥 여기서 죽지 뭐.

"갑자기 안 움직이는데?"

"확인해 보겠습니다."

바람 소리 너머로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온다. 강풍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린다. 에스나의 걸음 소리도 들릴 정도로.

"글린다. 잠시 저 좀 바라봐 주십시오."

싫어. 귀찮아. 그냥 나를 내버려둬.

안타깝게도 에스나는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내 턱을 잡고 들어 올린다. 에스나의 하얀 투구가 눈에 들어온다.

"큰일입니다."

"뭐가?"

마법사의 말에는 걱정이 묻어나온다.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될 텐데.

"완전히 의욕을 잃었습니다."

"그 정도는 보면 알거든?"

"몸 안에 있는 큰뱀 때문입니다."

큰뱀? 그거 내 몸에 들어있는 건데. 조금 당황스럽다. 마법사도 당황스러운지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간다.

"설명이 길어지면 어디 들어가서 할까?"

"글린다가 움직이겠습니까?"

안 움직일 거다. 죽어도 안 움직일 거다. 아. 죽으면 내가 마음대로 못하니까 움직여지려나?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위험하지 않을까?"

"큰뱀의 힘이 깨어나서 문제없습니다."

그것참 편하네. 그럼 얼어 죽을 걱정도 없으니 계속 이대로 있어야겠다.

마법사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담담하게 그 눈빛을 맞이한다.

"일단 설명해 봐."

"백룡은 큰뱀의 천적입니다. 알고 계실 겁니다."

에스나의 말에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제정신인 생물이라면 천적의 둥지에는 접근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큰뱀이 백룡을 만나기 싫어서 글린다의 행동을 멈췄다?"

마법사의 질문에 에스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구나. 큰뱀이 나를 조종하고 있구나. 그래서 어쨌다고?

누가 나를 조종하든 말든 난 지금 이 상태로 있을래. 그냥 이렇게 서 있을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글린다를 깨워야 합니다."

"지금 깨어 있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사실상 큰뱀에게 정신이 먹힌 상태입니다."

"어···. 위험한가?"

이번 질문에는 에스나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린다. 위험하지는 않은 건가? 더 잘됐네!

"안 위험하다고?"

"큰뱀의 봉인은 단단합니다. 그냥 저렇게 멍을 때리고 있게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위험한 거 아니야? 특히 이런 장소에서는."

"큰뱀은 자기 숙주가 다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저렇게 힘을 쓰고 있다면, 칼에 찔려도 안 죽습니다."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거지? 너무 어려운 말들이다. 저런 어려운 거 생각하기 싫다.

"그럼 이제 글린다는 어떻게 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업고 가는 겁니다."

"반항하지 않을까?"

그런 걸 귀찮아서 어떻게 해? 난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지금 글린다에게 반항할 의지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까?"

"아니."

"그럼 얼른 업으십시오."

마법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본다.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글린다. 많이 무거운데."

내가 무겁다고? 난 하나도 무겁지 않다. 난 엄청 가벼운 편이다. 난 살이 찌지 않았고, 운동도 열심히 한편이다. 최근 들어 거의 안 하기는 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

"글린다를 깨워야 합니다."

아까 한 말 아니야?

"아까 한 말 아니야?"

마법사랑 나랑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했던 것도 같군요.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갑시다."

안 중요하기는 하지.

"글린다의 정신을 자극해서 큰뱀을 뚫고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냥 업고 백룡에게 데리고 가도 백룡이 해줄 겁니다."

"정신을 깨우면 알아서 걷겠지?"

"네."

그럴 리가. 나는 절대 걷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여기 가만히 있을 거다.

"글린다는 무거우니까 여기서 깨우자. 업고 가면 힘들어."

나는 하나도 무겁지 않다. 나는 절대 무겁지 않다. 나는 깃털처럼 가볍다.

"그렇게 무겁습니까?"

"올라오면서 한 번 어깨에 들쳐멘 적 있거든? 엄청 무겁더라고."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투구 안의 표정을 예상하고 싶지 않다.

"살이 찐 겁니까?"

"엄청 먹어 댔으니까."

마법사와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난 살이 찌지 않았다. 난 완전 날씬하다.

"한 번 들어볼까요?"

"엥?"

"얼마나 무거울지 궁금합니다."

뭐야. 내가 무슨 근력 측정용 쇠 봉이야? 왜 그런 게 궁금한데?

에스나가 나에게 다가온다.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피하기도 너무 귀찮다.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대답 안 하시면 허락한 거로 간주하겠습니다."

싫다. 들려지기 싫다. 하지만 대답하기도 싫다. 음······. 그냥 가만히 있자.

에스나의 손이 겨드랑이로 들어온다. 장갑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저항하기도 귀찮다.

"그럼 들어보겠습니다."

나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에스나가 나를 들어 올린다. 잠시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

아 정말 싫다. 시선이 높아져서 더 멀리 보인다. 그래 봐야 폭풍에 실린 눈송이와 하얀 눈밭이 전부지만.

"흐음. 확실히 꽤 무겁습니다. 방한복 치수를 잴 때보다 살이 찐 게 분명합니다."

아니다. 난 살이 찌지 않았다. 나는 계속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중이다.

"나중에 내려가면 살 좀 빼라고 하자."

"여자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렇다. 여자한테 함부로 살을 빼라 마라 하는 건 아니지. 에스나가 뭘 좀 아네.

"하지만 너무 무겁잖아."

"그건 맞습니다. 넌지시 돌려서 이야기합시다.

맞긴 뭐가 맞아! 난 하나도 안 무거워! 난 엄청 가볍단 말이야!

"글린다. 왜 이렇게 살이 쪘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먹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야! 난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았어! 그냥 배가 부를 때까지만 먹었을 뿐이야! 그런 거로는 살 안 쪄!

마법사가 나를 바라본다.

"아무튼, 완전 무거워."

"안 무거워! 난 무겁지 않아! 난 완전 가벼워!"

헉!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갑작스레 정신이 든다. 나는 지금 에스나에게 들어 올려진 채로 소리를 질렀다. 팔도 사방으로 휘저으면서.

"정신 깨어났네."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황당함이 묻어 나온다. 왜? 무슨 일이 있었지? 기억이 흐릿하다.

"일단 내려드리겠습니다."

에스나가 나를 내려놓는다. 단단한 눈이 발바닥에 닿는다. 왜 에스나가 날 들고 있었지?

"저기 무슨 일 있었나요?"

마법사와 에스나가 서로를 바라본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네.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마법사. 저 미소가 왠지 짜증이 난다.

순간 차가운 바람이 불어닥친다. 냉기가 온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 덕분에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

"마법사님."

"네?"

"거기 가만히 계세요."

"에?"

마법사는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마법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나를 바라보는 마법사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전. 하나도. 안. 무거워요."

마법사의 다리를 힘을 다해 걷어찬다.

"끄아악!!!"

폭풍이 불어오는 설산에 마법사의 비명이 메아리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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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6 MR.Kang.
    작성일
    19.11.09 15:20
    No. 1

    앜ㅋㅋㅋㅋㅋㅋㅋ 분노가... 아니 그렇지 바보 아이작 여성에게 무겁다하면 어... 큰일나는거야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justme
    작성일
    19.11.09 21:16
    No. 2

    안타깝게도, 아이작은 사람 사이의 기본 예의에 약한 편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 no******..
    작성일
    24.03.07 09:43
    No. 3

    확실히 추우면 깨기 힘들죠..
    제가 그래서 여름엔 5시30분에도 깨지만 겨울은 7시 이후로 고정입니다.. 깨도 잘 안움직이고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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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 11막 3장 - 백룡의 길 (6) | Isaac +2 19.11.11 371 10 11쪽
193 193. 11막 3장 - 백룡의 길 (5) | Isaac +6 19.11.09 411 10 11쪽
» 192. 11막 3장 - 백룡의 길 (4) | Glinda +3 19.11.08 406 10 11쪽
191 191. 11막 3장 - 백룡의 길 (3) | Isaac +3 19.11.07 390 11 11쪽
190 190. 11막 3장 - 백룡의 길 (2) | Isaac +2 19.11.06 424 10 11쪽
189 189. 11막 3장 - 백룡의 길 (1) | Glinda +2 19.11.05 442 10 11쪽
188 188.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4) | Glinda +2 19.11.04 463 10 12쪽
187 187.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3) | Isaac +4 19.11.02 546 9 12쪽
186 186.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2) | Glinda +4 19.11.01 463 9 11쪽
185 185.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1) | Isaac +6 19.10.31 495 12 12쪽
184 184.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6) | Isaac +3 19.10.30 493 9 11쪽
183 183.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5) | Glinda +5 19.10.29 488 11 12쪽
182 182.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4) | Isaac +3 19.10.28 511 11 11쪽
181 181.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3) | Isaac +3 19.10.26 548 11 12쪽
180 180.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2) | Isaac +3 19.10.25 551 11 11쪽
179 179.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1) | Glinda +4 19.10.24 573 10 11쪽
178 178. 11막 서장 - 백룡의 기사들 | Isaac +6 19.10.23 571 14 12쪽
177 177. 10막 종장 - 백룡의 성채 | Isaac +3 19.10.22 613 12 12쪽
176 176. 10막 4장 - 겨울 산행 (4) | Glinda +7 19.10.21 621 13 11쪽
175 175. 10막 4장 - 겨울 산행 (3) | Isaac +4 19.10.19 672 12 12쪽
174 174. 10막 4장 - 겨울 산행 (2) | Isaac +4 19.10.18 646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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