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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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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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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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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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98.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2) | Isaac

DUMMY

공터에는 침묵이 찾아온다. 장식품을 받아든 복면인은 어찌할 바를 모른 체 조각을 바라본다. 다른 부하들도 상자를 들고 있는 상태로 멈춰 선다.

"마법사님."

글린다가 뒤에서 부른다.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뭘 던져준 거에요?"

"검은 날개의 초대장? 같은 거요."

"언제 받았어요?"

"국경 넘기 전에 받았지요."

글린다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그런 중요한 사실을 왜 숨기고 있었느냐고 묻고 있다.

사실 저런 게 있었는지 잊고 있었다. 쓸 생각이 없어서 기억에서 지웠었다. 저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이게 뭘 뜻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복면인이 한숨을 쉬고 나를 바라본다. 어느샌가 존댓말을 쓰고 있다. 무슨 뜻인지 당연히 모르므로 고개를 젓는다.

"누구한테 받으셨습니까?"

"바르스 비슈스가 줬어."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이다.

"바르스가 그랬습니까···."

복면인은 바르스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 별로 좋게 생각하지도 않고. 다시 한숨을 쉰 복면인이 복면을 벗는다. 이제 복면인이 아니네.

"너희도 상자 내려놔라."

다른 복면인들이 명령에 따라 상자를 내려놓는다. 그 사람들도 당황한 거 같다. 어두운 공터에 정적이 내려앉는다.

침 삼키는 소리, 눈동자 굴리는 소리만 들려온다. 그런 작은 소리로는 침묵을 깨지 못한다.

"하아."

복면을 벗은 복면인의 한숨. 머리를 긁적이면 또 한숨. 그 소리에 침묵이 깨져나간다.

"일단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검은 날개 이페리아 지부의 지부장 보조인 글록스입니다."

글록스가 파란 눈동자를 빛내며 말한다. 지부장 보조라. 어느 정도 위치일까. 부하들을 저렇게 부리는 것을 보니 꽤 높은 위치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의 이름은?"

너무 앞뒤를 잘라먹은 거 같다. 글록스가 나를 바라본다. 대답해줘야겠지? 일단 이름을 들었으니 통성명은 해주자.

"내 이름은 아이작인데···. 그건 왜 묻는 건데?"

글록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한쪽 무릎을 꿇는다. 갑자기? 주변에 있던 다른 부하들도 눈치를 보더니 한쪽 무릎을 꿇는다.

당황스럽다. 나만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글린다도, 맥도, 에스나도, 무은 상단의 사람들도. 심지어 무릎을 꿇고 있는 당사자들도 당황스러워한다.

좋아. 조금 침착하자. 주변을 잘 살피자. 지금이 어떤 상황이지?

검은 날개 장식품을 던져줬다. 복면인이 자기 이름을 글록스라고 했다. 내 이름을 물어봤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었다. 하나도 이해 못 하겠다.

글록스를 바라본다. 글록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리하야의 질문에 그저 고개를 저을 뿐.

"저런 자세는 충성을 맹세할 때 하는 자세인데···."

충성을 맹세해? 나한테? 심히 당황스럽다. 머리가 아파질 정도로.

복면인과 글록스는 무릎을 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입을 다물고 자세를 유지한다. 뭔가 말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해?"

에스나를 바라보며 질문한다. 충성 맹세라고 하니 에스나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충성 맹세라면 충성을 받은 사람이 맹세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줍니다."

대답하는 목소리에도 당황이 묻어있다. 들고 있던 검과 방패는 바닥을 향해 늘어트려 있고.

일으켜 세운다고? 해야 하는 거지? 다시 다른 사람들을 둘러본다. 다들 내 눈을 피한다. 글린다만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무릎을 꿇고 있는 글록스에게 다가간다. 일으켜 세우라고는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팔을 잡으시면 됩니다."

다행히 나에게는 조언자가 있다. 에스나의 조언을 따라 글록스의 팔을 잡고 일으킨다. 그에 맞추어 다른 복면인들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글록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부담스러운 파란색 눈동자.

"지부장님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맹세하겠습니다!"

어······. 방금 뭐라고 했지? 글록스의 말에 부하들이 일제히 복창한다. 뭐라고 했지?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본다. 다들 당황한 기색. 충성을 맹세한 복면인들도 상황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어···. 저기?"

"예. 지부장님."

글록스가 나를 지부장이라고 불렀다. 왜일까.

"일단 상황 설명이 필요할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고개를 크게 끄덕인 글록스가 설명을 시작한다.

"지부장님께서 주신 장식품이야말로 당신이 검은 날개 이페리아 지부장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거 바르스한테 받은 건데?

"아마 바르스가 당신을 이페리아의 지부장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바르스는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이기에.

"앞으로 부족한 저희를 이끌어 검은 날개에 영광을 가져다주십시오."

"검은 날개에 영광을!"

부하들이 복창한다. 머리가 아프다. 지금 내가 건네준 장식품 때문에 지부장이 된 거지?

"지부장님. 잘 부탁하겠습니다."

"부탁하지 마!"

으아아! 스트레스! 내가 총천연색에서 전투 대장을 왜 했는데! 부길드장은 귀찮아서 한 거거든! 지부장이라니! 그런 귀찮은 일은 못 한다!

머릿속에 온갖 소리가 오간다. 하나도 입 밖에 내뱉지는 않았다. 처음에 부탁하지마는 빼고.

모든 시선이 나에게 몰린다. 글록스의 눈에는 놀람이 담겨 있다. 짜증 난다. 열이 확 오른다. 그냥 다 부숴버릴까.

"진정하세요."

뒤쪽에서 글린다가 옆구리를 찌른다. 고개를 내려 글린다를 바라본다. 글린다는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귀찮은 걸 싫어하시는 건 알겠는데, 상황은 좀 들어보고 결정을 내리시죠."

글린다 덕분에 조금 진정 되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편한 자세가 필요하지.

자리에 주저앉는다. 돌 바닥의 냉기와 불편함이 느껴진다. 내가 자리에 앉자 글록스도 나를 따라 자리에 앉는다.

"일단 이야기는 들어볼게."

"감사합니다."

글록스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다.

"다른 분들도 자리에 앉으시죠."

글린다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는다. 리하야와 상단원들도 약간 머뭇거리다 자리에 앉는다.

"앉아도 되는 거 맞는 거죠?"

맥은 미심쩍은지 쉽게 자리에 앉지 않는다. 옆에 서 있던 에스나가 맥의 어깨를 누르며 자리에 앉는다. 당연히 맥도 자리에 주저앉는다.

"시작해 봐."

모두 자리에 앉은 걸 확인하고 글록스에게 말한다. 글록스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연다.

"이페리아 지부는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존에 있던 조직들과 마찰이 심합니다."

은빛의 칼날 이야기겠군. 당장 검은 날개의 성장을 막기 위해 무은 상단을 습격했다.

"심지어 지부장을 암살하기도 했죠."

심각한 상황이구나. 나랑은 아무런 상관없지만.

"그래서 본부에 새로운 지부장을 요청했습니다.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검은 날개 장식품을 가져오는 사람이 다음 지부장이라고 했지요."

"잠깐만."

글록스의 말을 끊는다.

"그래서 내가 지부장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너 나 알아?"

"모릅니다."

"그런데 내가 왜 지부장이야?"

"장식을 가지고 오셨으니까요."

한숨이 나온다. 이 인간이랑은 말이 안 통한다. 내가 누구여도 상관없는 거다.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거다. 그냥 장식품을 가지고 온 사람을 지부장으로 세울 뿐.

옆에서도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글린다가 글록스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싫다고 하면?"

"성장을 위해서 리하야의 무은 상단을 압박하는 수밖에요."

"협박이냐?"

"아닙니다."

협박인 거 같은데. 고개를 돌려 리하야를 바라본다. 리하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원하는 대로 하라는 뜻이겠지.

그냥 버리고 가고 싶다. 그러자니 리하야가 마음에 걸린다. 보름 정도 같이 다녔다고 마음에 걸리다니. 나도 너무 착해서 탈이다.

한참 고민하고 있으니 글록스가 나를 바라본다. 대답을 부탁하고 있다. 한숨을 쉬고 대답한다.

"지부장은 못 해주겠어."

리하야가 침을 삼킨다.

"대신. 그 은빛의 칼날은 처리해줄게."

"감사합니다!"

글록스가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복면인들도 고개를 숙인다. 되게 시끄럽다.

"일단 여기나 정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복면인들에게 명령한다. 복면인들은 명령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닥과 마차에 놓인 상자들을 골목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은빛의 칼날만 정리하면 무은 상단과 볼일도 사라지는 거지?"

"그렇습니다."

확언도 받았겠다, 제대로 처리해주자.

"아. 또 귀찮은 일에 말려 드셨네요."

글린다가 약간 비꼬는 말투로 말한다.

"위험하지는 않겠죠?"

맥의 말에는 불안과 걱정이 담겨 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빌려드리겠습니다."

에스나의 말에는 뭐가 담겨 있는지 모르겠다.

마차 한가득 실려있던 상자가 전부 사라졌다. 어두운 공터에 남은 것은 우리 일행과 글록스 뿐.

글록스는 특별히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나를 바라볼 뿐. 내가 직접 움직이기를 원하는 것 같다. 기다려 주겠다면 나도 할 일이 있지.

"리하야 씨."

몸을 돌려 리하야를 바라본다. 리하야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원하는 걸 이해한 모양이다.

"고맙네. 덕분에 일이 잘 풀렸어."

"아닙니다. 저도 재밌는 여행이어서 좋았습니다."

리하야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살짝 웃으며 그 손을 붙잡는다.

"앞으로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잊지는 않겠네."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리하야는 살짝 웃으며 마차의 마부석에 올라탄다. 말이 공터를 크게 돌아서 들어온 골목을 바라본다.

"이제 우리는 가보겠네. 자네들과 함께해서 즐거웠네."

리하야는 손을 흔들며 말의 몰아 앞으로 나아간다. 다른 상인들도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무은 상단은 곧 공터에서 모습을 감춘다.

"가버렸네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보낸 거지만."

리하야가 여기 엮여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빨리 검은 날개와의 관계를 끊어 내는 게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

"자. 이제 너희 지부나 구경을 해 볼까?"

"따라오십시오."

글록스는 몸을 돌려 골목으로 걸어간다. 나도 그 뒤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간다.

뒤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몸을 돌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

"안 따라오십니까?"

글린다가 한숨을 쉬고 머리를 긁적이며 골목으로 걸어온다. 맥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글린다를 따른다. 가장 마지막으로 에스나가 말을 끌고 골목으로 들어온다.

"저희가 따라가도 되는 건가요?"

"괜찮습니다. 지부장의 동료니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글록스는 글린다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한다. 나와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어둡고 음침한 골목을 걸어간다. 이리저리 꼬여있는 골목을 걷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골목을 글록스는 마치 제집처럼 쏘다닌다.

"여기입니다."

막다른 곳에 도달했다. 문 비슷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방법으로 숨겨진 건가.

"문은 없어 보이는데···."

맥의 말에 글록스가 살짝 웃는다. 그리고 벽을 두드린다.

"검은 날개가 하늘을 가리우니."

안쪽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온다.

"세상은 검은 날개의 품 안에 머물리라."

글록스가 대답한다. 그리고 벽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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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213.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1) | Isaac +1 19.12.03 374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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