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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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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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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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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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99.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3) | Glinda

DUMMY

"우와아."

맥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확실히 신기하긴 하다.

입구부터 보여준 비밀 문. 아무도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둘 다 마법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 걸어가는 통로도 신기하다. 걸어가는 사람에 맞추어 벽에서 횃불이 튀어나온다.

"이것도 마법이 아니네."

"검은 날개의 기술력은 대륙 제일입니다."

나는 잘 모르겠다. 확실히 뛰어난 거 같기는 하지만.

마법사도 주변이 신기한지 계속 두리번거린다. 앞서 가는 글록스는 항상 봐왔다는 듯이 무심하게 지나간다.

"이런 건 누가 만든 거야?"

"건축 전문가가 따로 있습니다. 함정과 기계장치에도 능숙한 사람들이죠."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글록스의 뒤를 따라간다.

기다란 통로의 끝에는 돌로 만들어진 문이 놓여 있다. 뭔가 이것저것 조각된 문. 날개를 가진 거대한 사람. 그 사람을 향한 칼과 활들. 날개를 단 사람은 적들로부터 뭔가를 지키고 있다.

"이 문 너머가 검은 날개 이페리아 지부입니다."

글록스가 앞으로 걸어가 문 앞을 막는다. 우리를 똑바로 바라본다.

"자. 이 문을 넘기 전에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주의사항? 뭔데 그러지? 글록스의 눈동자를 보아하니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

"이 문을 넘으면 검은 날개의 지부입니다. 안에서 본 모든 건 밖에서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비밀을 유지하라는 건가? 당연한 요구다. 어떤 조직도 내부 사정이 밖에 돌아다니는 걸 원하지는 않지.

"그 정도야 뭐."

마법사도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 유지에 동의한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비밀은 지키겠습니다."

"저도요."

우리 모두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글록스는 문에서 비켜난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무거워 보이는 돌문은 가볍게 밀려난다. 양옆으로 밀려난 돌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공간. 건물 한두 채 정도는 들어갈 정도의 크기. 그 거대한 공간은 마법 전등으로 밝혀져 있다.

벽에 나 있는 돌문과 나무문과 철문들. 중간중간 보이는 복면인 또는 복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와아."

맥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사실 나도 놀랐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있을 수 있을까. 분명 골목에서 일직선으로 걸어온 것인데.

"놀라셨습니까?"

"어떻게 된 거야? 우리 도시에 있는 거 아니야?"

글록스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자랑하는 듯한 미소.

"사실 저희가 걸어온 복도가 평지가 아닙니다."

"평지가 아니라니요?"

맥이 눈을 크게 뜨며 묻는다. 글록스는 그런 관심이 마음에 드나 보다. 미소가 더 크게 번져나간다.

"지하 방향으로 기울어진 복도지요. 저희 건축 전문가의 솜씨로 착시를 일으키는 겁니다."

오. 그런 방법이 가능하구나. 그러니까 지금 있는 곳은 지하라는 거네?

"사실은 원래 있던 공간을 재활용한 겁니다."

"도대체 무슨 공간이었기에 이렇게 넓은 겁니까?"

에스나의 질문에 글록스는 고개를 젓는다.

"저희도 잘 모릅니다. 그저 있는 공간을 활용할 뿐이죠."

"그래도 대단하네."

마법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한다.

"감상은 그만하시고 지부장 집무실로 가 봅시다."

글록스가 박수를 쳐 우리의 시선을 모은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글록스는 다시 거대한 공간을 걸어간다.

지부장 집무실은 꽤 먼 곳에 있다. 기나긴 홀을 다 지나서 끝에 있는 장식된 철문. 그곳이 지부장 집무실이란다.

"너무 화려한데."

마법사가 감상을 내뱉는다. 황금으로 새겨져 있는 `지부장 집무실` 이라는 글자. 온갖 보석으로 그려진 날개 한 쌍. 부담스러울 정도의 치장이다.

문을 다시 바라본 마법사가 한숨을 쉰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지부장을 안 하기를 잘했군."

글록스는 씁쓸하게 웃으며 지부장실의 문을 연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말은 주변에 묶어두시고."

에스나는 주변을 둘러 보고 그냥 고삐를 놓는다. 교육받은 전투마니까 멀리 가지는 않겠지.

"얼른 들어오시죠."

벌써 방 안에 들어간 글록스가 우리를 재촉한다. 마법사는 한숨을 쉬며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 뒤를 따라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도 방 안으로 걸어간다.

지부장 집무실은 문 만큼이나 화려하다. 벽면 가득 장식된 보석과 그림들. 책장에도 금박을 입힌 책들이 가득하다. 책상과 소파와 테이블도 휘황찬란. 왕의 집무실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하아."

마법사가 깊은 한숨을 쉰다. 글록스가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전임자의 취향입니다. 만약 지부장에 취임하신다면 싹 치우겠습니다."

"그래도 안 할 거야."

그런 사람치고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는다. 옥좌에 버금가는 화려한 의자에 앉은 마법사. 왠지 엄청 잘 어울린다.

"얼른 들어와서 앉아."

방의 주인이나 하는 착석 권유. 순식간에 저 자리에 적응했다. 지부장으로 취임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 마법사의 모습에 글록스는 웃으며 소파에 앉는다. 글록스가 자리에 앉자 마법사는 남은 우리를 바라본다.

"앉아도 되는 거 맞죠?"

맥은 장식이 많은 소파가 불편한지 머뭇거린다. 에스나도 입고 있는 갑옷 때문에 주저한다. 나는 그냥 적당한 소파에 자리를 잡는다.

"그냥 대충 앉아."

마법사의 말에 맥과 에스나도 소파에 앉는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글록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다가간다. 마법사는 무심한 눈동자로 글록스의 행동을 바라본다. 글록스는 책장에서 두루마리를 하나 꺼낸다.

"이페리아 시의 지도입니다."

두루마리가 테이블 위로 펼쳐진다. 마법사도 궁금한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로 다가온다.

"이게 지도가 맞습니까?"

이페리아의 지도를 본 에스나가 감상을 말한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글록스가 펼친 지도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다. 글씨가 잔뜩 쓰여있다. 심지어 제국 통일어가 아니다.

"검은 날개 방식으로 제작된 비밀 지도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암호로 되어있죠."

암호로 만들어진 지도라. 되게 특이하다.

"그래서 이 이해 못 할 지도를 보여준 이유는?"

마법사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이해 못 할 물건을 봐서 그런가.

"적을 알아야 해치울 수 있는 거죠.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글록스가 지도의 중앙을 가리킨다. 알 수 없는 글자가 쓰여 있는 곳.

"이곳이 저희가 있는 검은 날개 이페리아 지부입니다."

"됐어. 그만."

마법사가 눈을 감고 한숨을 쉰다.

"어려운 건 다 빼고 하자. 그 은빛의 칼날은 어딨는 거야?"

글록스는 헛웃음을 짓는다. 머리를 긁적인다.

"이곳입니다."

지도의 왼쪽 위. 일반적인 지도의 방위를 따른다면 북서쪽이다.

"이페리아의 북서쪽은 버려진 구역입니다. 빈민들, 범죄자들, 국적조차 명확하지 않은 수상쩍은 사람이 몰려 있는 곳이죠."

범죄 조직이 숨기 좋은 곳이네. 글록스는 설명을 이어간다.

"은빛의 칼날이 이곳에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모르고 있습니다."

"일단 알아내야 하겠군요."

에스나의 말에 글록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은빛의 칼날의 본부이니 방어는 탄탄할 겁니다."

"그냥 다 태우면 안 돼?"

"안됩니다."

"안 돼요."

나와 글록스가 동시에 말합니다. 마법사는 멋쩍게 웃는다.

"그런 커다란 일을 벌이시면 검은 날개도 정체가 발각됩니다."

"그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 생각은 안 하시나요?"

또 동시에 말했다. 마법사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

"다른 방법을 써 볼게요."

"일단 설명을 계속하겠습니다."

글록스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본부에 상주하는 인원은 150~200명 정도입니다. 저희 조직원들이 추적해도 중간에 사라져 버려 위치는 모릅니다. 그래도 누가 은빛의 칼날 소속인지는 알아냈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글록스가 책장으로 다가간다. 이번에 가져온 것은 금박으로 치장된 책.

검은 표지에 금박으로 쓰여 있는 제목. 은빛의 칼날과 그 소속 인원. 아주 직설적인 제목이다.

글록스는 테이블에 책을 펼친다. 간단하게 그려진 초상화와 인적 사항. 조사를 확실히 했구나.

"이 인원들이 은빛의 칼날 소속입니다."

마법사는 책 내용을 보고 얼굴이 굳어버린다. 맞다. 마법사 글씨 못 읽지.

"제가 생각한 방법은 한 사람을 끝까지 추적해서 본부 위치를 찾는 겁니다. 혹시 다른 생각 있으십니까?"

모두의 시선이 마법사를 향한다. 마법사는 잠시 고민에 빠진다. 별로 좋은 신호는 아니다. 매번 저럴 때마다 괴상한 방법을 들고 왔지.

"좋은 생각이 있어."

"무슨 생각입니까?"

글록스가 눈을 반짝이며 마법사를 바라본다. 눈빛에 신뢰가 넘쳐난다. 나는 한숨이 나온다.

"전염병을 써보자."

"그건 또 무슨 미친 소린가요!"

나도 모르게 소리 질러버렸다. 마법사가 뒤로 물러선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글록스도 놀랐는지 소파에 바짝 붙어 있다.

"조금 진정해."

옆에 앉은 맥이 진정하라고 한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맥을 쏘아본다. 맥은 몸을 움츠리며 에스나 쪽으로 바짝 붙는다.

"어···. 미친 소리까지는 아닌데······."

마법사가 작게 중얼거린다. 맥을 보던 눈을 돌려 마법사를 쏘아본다. 마법사의 눈은 다시 빙글빙글 돌아간다.

"전염병을 퍼트리는 게 어떻게 미친 소리가 아닌가요?"

"그게. 막 위험한 건 아니고. 통제 가능한 그런 전염병이 있는데···."

통제가 가능하다고? 전염병을?

"마법으로요?"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능해요?"

"병에 걸린 사람을 쇠약하게 만들 수 있어요. 덤으로 병에 걸린 사람의 위치도 알 수 있고."

진짜로? 마법사의 눈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걸로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좋은 질문이야."

에스나의 질문에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한 명을 잡아 병에 걸리게 하는 거지. 그 사람이 본부로 돌아가면 그 본부에 병이 퍼지겠지?"

"그렇겠죠."

"그렇게 되면 내가 그 위치를 알 수 있어. 위치를 알면 차원문을 열든 공간이동을 하든 들어갈 수 있지."

"잠시만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글록스가 손을 들어 올린다. 마법사는 말을 멈추고 글록스를 바라본다.

"아이작님. 그렇게 뛰어난 마법사셨습니까?"

"몰랐어?"

글록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알았으니 됐어."

"아. 예."

마법사를 바라보는 글록스의 표정에는 의심이 묻어나온다. 마법사는 그런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그렇게 본부에 들어갔다면 다 때려 부수는 거지."

참으로 마법사의 취향다운 작전이다.

"나쁘지는 않은 거 같은데···."

글록스의 말에는 의심이 담겨 있다. 믿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마법사라면 가능할 거다.

"아무튼, 그런 작전으로.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야기해놔."

"예. 알겠습니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글록스가 방을 떠난다. 이제 우리 일행만 남았다. 그러니 질문을 하자.

"통제는 확실한 건가요?"

"확실합니다. 마법으로 통제하는 거니까요."

"전염병 말고 다른 방법도 있죠?"

"당연히 있죠. 하지만 이 방법이 재밌을 거 같잖아요?"

말을 말아야지. 한숨이나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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