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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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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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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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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8. 11막 서장 - 백룡의 기사들 | Isaac

DUMMY

하얀 갑옷을 입은 말을 탄 하얀 기사들.

하얀 검을 휘두르며 악을 무찌른다네.

그 아름다운 자태와 빛나는 검술에.

모든 악은 몸을 숨기고 벌벌 떤다네.


- 란타 제국 가사집, `기사와 모험` 中 발췌 -


"백룡 기사 에스나! 손님 셋을 모시고 복귀했습니다!"

에스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문을 발로 차 버린다. 문은 덜컹거리며 열리고 에스나 어깨의 맥은 신음을 흘린다.

"대답이 없습니다. 그냥 들어갑시다."

"들어가도 돼?"

에스나는 이미 발을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여긴 저의 집이나 다름없습니다. 허락 따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참 편리하네. 성안으로 들어간 에스나를 따라간다.

기다란 돌 복도가 나타난다. 걸어가는 발걸음이 메아리쳐 들려온다. 주변을 잠깐 둘러본다.

"음. 뭐랄까. 상당히 평범하네."

정육면체 모양의 성은 내부도 상당히 딱딱하다. 장식 같은 건 하나도 없다. 엄청나게 투박하고, 엄청나게 흔하다. 여태까지 보아온 모든 건물과 다를 게 없다.

"연회장은 나름 꾸며 놓았습니다."

별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일단 두 사람을 의무실로 옮겨놓읍시다."

맞다. 지금 나 글린다를 들쳐메고 있었지. 익숙해져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의무실에서 쉰다고 괜찮아져?"

"이 성채는 마법진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성채 내부에만 있어도 치유되겠지만, 기왕이면 편히 쉬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렇구나. 대충 이해했으니 얌전히 에스나를 따라간다.

복도를 지나고, 문들을 지나고, 계단을 오르고 오른쪽으로 꺾는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저기 에스나. 의무실은 어디 있는 거야?"

내 질문에 앞서 걸어가던 에스나가 멈춰 선다.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어······.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지금 에스나가 뭐라고 했지? 에스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의무실의 위치를 까먹었습니다."

"집이나 다름없다며."

"1년이나 떠나 있었으니 잊어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거기서 왜 화를 내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누가 복도에서 소리를 질러!"

아마 당신이요. 처음 듣는 우렁찬 고함이 모퉁이를 너머서 들려온다. 에스나는 한숨을 쉬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본다.

"누구냐고 물었다!"

고릴라다. 모퉁이에서 나타난 사람을 처음 본 감상이다. 수많은 매체를 통해 보았던 사람 중에 저렇게 고릴라를 닮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

2m는 되어 보이는 키. 사람 두 명 정도 넓이의 어깨. 입고 있는 하얀 반소매 티 너머로 부풀어 오른 가슴근육도 보인다.

그 모든 특징 중 가장 고릴라를 닮은 걸 꼽으라면. 온몸을 가득 덮고 있는 검은 털이다.

"레벨스. 오랜만입니다."

레벨스라고 불린 사람은 콧방귀를 뀌며 나를 바라본다. 말 한마디 없이 눈썹만 꿈틀거린다. 얼굴도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덮여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쪽은 아이작입니다. 저를 도와준 마법사입니다."

에스나의 소개에 레벨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와 에스나의 어깨에 있는 맥과 글린다를 바라본다.

"인테아 병 환자들입니다."

레벨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모퉁이를 돌아 걸어간다.

"따라갑시다."

"따라간다고?"

"레벨스는 이곳의 의사입니다."

그런 투박한 사람이? 아니.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건 잘못된 일이지만. 뭔가 상상이 안 간다.

에스나는 나를 내버려둔 체 레벨스를 따라간다. 그냥 여기 있을 수는 없으니 에스나를 따라간다.

모퉁이를 돌자 또 기다란 복도가 이어진다. 앞서 걸어가는 레벨스를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레벨스는 걸어가며 가끔 뒤를 돌아본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다시 앞을 바라본다. 왠지 나를 피하는 거 같은데?

"에스나. 저 사람 나 피하는 거 같은데?"

내 질문에 에스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하지 못할 정도로."

저 얼굴로? 놀라운 성격이다. 물론 얼굴로 사람을 구분하는 건 나쁜 일이다. 그래도 너무 안 어울려.

앞서 걸어가던 레벨스가 멈춰 선다. 그 앞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놓여 있다.

"여기가 의무실입니다."

"네가 자랑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에스나는 고개를 휙 하고 돌린다. 말 한마디로 삐지다니 너무하는군.

그러는 동안 레벨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살짝 고개를 내밀어서 나와 에스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갑시다."

에스나는 맥을 짊어진 채로 문 너머로 나아간다. 짧게 한숨을 쉬고 글린다를 짊어진 채 에스나를 따라간다.

의무실이라고 불리는 공간에는 침대밖에 없다. 진짜 침대밖에 없다. 덮을 이불도 없다는 거다.

"뭔가. 새로운 환자가 생긴 것인가?"

선객이 있던 모양이다. 의무실 가장 안쪽의 침대에 한 남자가 누워 있다. 심각한 상태는 아닌지 책을 들고 있다.

그 남자의 질문에 레벨스는 대답하지 않는다. 턱짓으로 나와 에스나를 가리킬 뿐이다.

"에스나? 돌아왔나 보군."

"예. 이스길. 돌아왔습니다."

이스길은 에스나를 보며 반갑게 손을 들어 올린다. 잠깐만. 이스길?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몸은 괜찮으십니까? 연락을 받고 조금 놀랐습니다."

"별일 아니다. 처음 보는 마법 때문에 회복이 늦어지는 게 흠일 뿐."

목소리도 어디서 들어봤는데.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이스길. 이스길. 마법에 맞은 이스길. 어?

"왜 살아있어!"

기억났다. 이스길. 오스왈츠 성으로 가던 길에 만난 백룡 기사. 분명 마법에 맞고 죽었는데.

놀라서 소리쳐 버렸다. 누워 있는 이스길을 가리키면서. 에스나, 이스길, 레벨스의 시선이 나에게 날아와 박힌다.

"아. 생각해보니 둘이 아는 사이겠군요."

에스나는 나와 이스길을 번갈아 바라본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이스길의 표정도 상당히 편안해 보인다.

"일단 들고 있는 친구는 내려놓으시죠."

"어···. 어···."

이스길의 말에 글린다를 근처의 침대에 눕혀 놓는다. 에스나도 맥을 적당히 눕힌다. 그리고는 어색하게 제자리에 서 있다.

"왜 그렇게 서 계십니까? 편하게 앉으셔도 됩니다."

처음 만났을 때랑 말투가 달라져 있다. 그런데 앉아도 되는 건가? 뭔가 너무 어색한데.

이미 에스나는 앉아 있다. 이스길은 편안한 말투로 앉으라고 권유한다. 거절하기 힘들다. 주변 침대에 살짝 걸터앉는다.

글린다를 바라본다. 레벨스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저쪽은 걱정할 필요 없겠다. 이제 내가 문제지.

어색하게 이스길을 바라본다. 이스길은 나에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에스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여행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대화.

"아이작. 왜 그렇게 어색해하십니까?"

에스나가 나에게 질문한다. 그럼 넌 이런 상황에서 안 어색하겠니? 아니지. 이스길은 하나도 안 어색해하잖아? 어떻게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 앞에서 저리 여유로울까.

"저 때문입니까?"

"어···. 조금?"

"너무 어색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스길은 그렇게 말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저와 싸운 것 때문에 그렇습니까?"

"뭐···. 그렇지······."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지나간 일 아닙니까?"

아니. 그렇긴 한데.

"그보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에스나 설명해주거라."

이스길은 설명을 에스나에게 넘기고 덮어 뒀던 책을 펼친다. 어색하게 웃으며 에스나를 바라본다.

"백룡 기사는 사신입니다. 그리고 사신은 인간이라기에는 모호한 존재입니다."

"에?"

"차원이탈자인 당신은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뭐? 당신 차원이탈자였습니까?"

이스길이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나를 바라본다.

"어···. 일단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차원이탈자는 처음 봅니다. 생각보다 사람처럼 생기셨군요."

도대체 차원이탈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에스나는 슬쩍 이스길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차원이탈자는 인간이라기에는 약간 이상한 존재란 건 알고 계실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숨도 안 쉬어. 잠도 안자. 생리현상도 없어. 인간이라기에는 애매하다.

"사신도 비슷합니다. 초월자와의 계약으로 육신의 한계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습니다."

"계약?"

"그런 게 있습니다. 내용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궁금하지만, 묻지 말자. 나중에 초월자 하나 불러서 물어보든지 해야지.

"육신의 한계를 벗어난 사신은 죽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해서는 죽기 전에 백룡의 성채로 이동됩니다."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다. 이스길도 뢰신의 창을 얻어맞고 갑자기 사라졌지.

"그럼 못 죽이는 거야?"

"전사자에 대한 기록은 있습니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만."

"그래서 당신에 대해 별다른 감흥은 없습니다."

되게 어려운 사람이다. 나도 쉽게 죽지는 않지만, 나를 죽이려고 한 사람을 살려둘 생각은 안 하는데. 뭐랄까. 사람이 너무 좋은 거 아닐까.

"방금 막 돌아온 건가?"

이스길은 갑자기 에스나를 바라보고 질문한다. 이런 부분도 상당히 특이하다. 대화에 막 끼어들고 마음대로 빠져나간다.

"예. 인테아 병 때문에 바로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그럼 우선 단장에게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대화가 순식간에 진행된다. 에스나가 앉아 있던 침대에서 일어난다.

"당신도 따라가십시오."

"나도?"

"예. 원래 모든 방문객은 단장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 규칙이 있구나. 귀찮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그럴 필요 없네."

의무실 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는 흰 수염을 멋들어지게 늘어트린 노인이 하나 서 있다.

"단장님 오셨습니까."

저 사람이 단장인 건가. 에스나와 이스길, 레벨스까지 모두 단장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래. 그쪽이 아이작?"

단장은 침대에 걸터앉으며 나를 바라본다.

"네. 제가 아이작입니다."

"차원이탈자. 유희의 본질을 가진 자. 초월급 마법사. 맞나?"

마지막 초월급 마법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 맞습니다."

"만나서 반갑네. 나는 백룡 기사 단장 윌턴일세."

윌턴은 나에게 손을 뻗는다. 악수를 청하는 거겠지. 그 손을 마주 잡는다.

"반갑습니다. 마법사 아이작입니다."

윌턴은 내 손을 강하게 잡으며 적당한 속도로 흔든다.

"저기 누워 있는 소녀가 글린다겠지?"

"예. 큰뱀의 아이 글린다가 맞습니다."

대답은 에스나가 대신한다. 윌턴은 에스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이 소년은?"

윌턴은 맥을 바라본다. 맥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지? 잠시 에스나와 눈을 마주한다.

"글린다의 시종?"

"지금은 친구지 않습니까."

"하지만 둘 관계가 친구라기에는······."

에스나도 내 의견에 동의하는지 잠시 침묵을 선택한다. 맥은 우리 일행에서 뭐하는 존재였지? 솔직히 생각나지 않는다.

"뭐. 중요한 인물은 아닌 것 같군."

"예. 안 중요한 사람입니다."

"하나도 안 중요하죠."

윌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글린다가 깨어나기를 잠깐만 기다려 보세나."

윌턴은 편한 자세로 침대에 드러눕는다. 저 사람도 여러모로 대단하다.

그래도 쉬는 건 좋은 거다. 글린다를 업고 오르라 지쳤으니까. 앉아 있는 침대에 그대로 드러눕는다. 필요하면 알아서 부르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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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17. 12막 종장 - 모든 것의 끝 (1) | Glinda +6 19.12.07 41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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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5.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3) | Isaac +8 19.12.05 404 10 12쪽
214 214.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2) | Isaac +5 19.12.04 392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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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2. 12막 2장 - 마법의 끝을 본 자 (2) | Isaac +4 19.11.20 36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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