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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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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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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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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0. 11막 3장 - 백룡의 길 (2) | Isaac

DUMMY

하아. 하아.

입에서 거친 숨결이 새어 나온다. 강한 바람이 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으에취!"

뒤쪽에서 놀라울 정도로 커다란 재채기 소리가 들려온다. 이러다가 글린다가 얼어 죽겠다.

동굴에서 떠난 지 30분째. 다른 휴식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미니 맵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 근처의 지리는 아는 것이 없다. 원래 머물고 있던 동굴을 찾아갈 자신도 없다. 큰일 났다.

뒤를 슬쩍 바라본다. 글린다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괜찮다는 표시를 한다.

부럽다. 나는 안 괜찮은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대로 돌아다니다간 글린다가 픽 하고 쓰러질 거다. 휴식처가 필요하다.

주변을 계속 둘러본다. 하얗고 하얀 눈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굴처럼 보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법사님. 언제까지 걸어야 하나요?"

5분 정도 더 걷자 뒤에서 글린다가 말을 걸어온다. 지쳤는지 숨소리가 많이 섞여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진실을 말할 것이냐. 거짓을 말할 것이냐. 좋아. 결정했다.

"모르겠어요."

정면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밧줄이 뒤쪽에서 나를 잡아당긴다. 뒤를 슬쩍 바라보니 글린다가 걸음을 멈췄다.

이럴 줄 알았다. 때로는 진실이 너무나도 가혹한 법이지.

"마법사님. 방금 뭐라고 했어요?"

"대답해 드릴 테니까 일단 움직입시다. 가만히 멈춰 있으면 얼어 죽어요."

밧줄을 잡아당기며 재촉한다. 글린다는 나를 노려보더니 다리를 움직인다. 그 눈빛은 폭풍보다도 매섭다.

"제가 말입니다. 이 주변 지형을 모르지 않습니까?"

"그건 알고 있어요."

대답하는 목소리가 너무나 차갑다.

"사실 우리가 있었던 동굴도 운이 좋아서 발견한 거고."

"제가 발견했죠."

인테아 산의 겨울 폭풍이 더 따뜻할 목소리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휴식처를 발견할 겁니다."

"...."

글린다는 아무 말도 없다. 화를 낼 힘조차 없다는 거다. 진짜 빨리 휴식처를 발견해야겠다.

몰아치는 바람을 해치며 앞으로 걸어간다. 단단한 눈을 밟으며 계속 전진한다. 휴식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빌면서.

"마법사님. 저 더 못 걸을 거 같아요."

글린다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진다. 여기서 멈추면 죽도 밥도 안된다.

제기랄.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되었는데. 휴식처는 어디 있는 거지?

"조금만 더 버텨보세요. 문제없을 겁니다."

그저 희망이 가득 찬 말.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내뱉는 의미 없는 말. 내가 병실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제기랄.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을 내가 직접 내뱉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눈보라가 너무 강해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이미 지나쳤을 수도 있겠다.

"마법사님. 제가 죽으면 맥한테 미안했다고 전해주세요."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글린다!"

소리치며 뒤를 돌아본다. 글린다가 눈더미에 쓰러져있다. 정말로 픽 하고 쓰러지다니.

글린다에게 다가간다. 달려가고 싶지만, 바닥이 미끄럽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한발씩 천천히 다가간다.

"글린다 양! 정신 차리세요!"

쓰러져 있는 글린다를 흔들어본다.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감은 두 눈. 거친 호흡. 정말 위험하다.

일단 글린다를 들어 올린다. 입고 있는 옷 때문에 상당히 무겁다.

"나중에 살 좀 빼라고 해야지."

실없는 농담을 되뇌며 글린다를 어깨에 걸친다. 예전에도 한 번 이랬었지. 어깨에 전해지는 무게를 느끼며 앞으로 걸음을 내디딘다.

내리치는 눈 폭풍을 거슬러 오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배낭 두 개에 글린다까지 짊어졌으니 당연하지.

얼어붙은 눈을 밟다 보니 발을 자꾸 헛디딘다. 이러다 넘어질지도 모르겠다.

발목에 힘을 준다. 넘어질 수는 없다. 이 상태로 넘어지면 글린다가 다친다. 그건 상당히 곤란하다.

숨을 몰아쉬며 억지로 걸음을 옮긴다. 힘들다. 때려치우고 싶다. 그냥 여기 멈춰 서서 드러눕고 싶다.

"으으. 추워."

글린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심각한 상황이다. 체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러다가 얼어 죽는 거지.

빨리 찾아야 한다. 이제는 진짜 여유가 없다. 입술을 물어뜯으며 앞으로 걸어간다.

폭풍이 점점 심해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내 발이 내딛는 장소나 겨우 보인다.

"제기랄."

속으로만 되뇌던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자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러다간 글린다가 아니라 내가 죽겠다.

어깨에 얹혀진 글린다가 점점 무거워진다. 몸에서 힘이 빠지고 있다. 폭풍에 몸이 휘청거린다.

그래도 멈출 수 없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글린다를 버릴 수도 없고.

입술에서 피가 나기 시작한다. 따뜻하지 않은 핏방울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마법사님."

"왜요?"

정신을 차렸는지 글린다가 말을 걸어온다. 목소리에 힘이 없다.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다.

"버리고 가세요."

"제정신이 아니시네요. 그냥 입 다물고 자고 계세요."

뭐라는 거야 이 인간이. 지금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저런 말을 할 리 없지.

"이대로 가면 둘 다 죽어요."

"아무도 안 죽을 거거든요? 재수 없으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시죠."

글린다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하며 다리를 움직인다.

"저 때문에 다른 사람이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안 죽는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죽어도 글린다 양이 먼저 죽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죽는 모습은 못 볼 겁니다."

농담이 섞인 대답에 글린다가 피식 웃는다. 너무나 작아서 바람 빠지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지만.

"전 농담 아니에요. 저를 버리고 가세요. 맥한테 미안했다고만 전해주세요."

"그런 말은 직접 하시죠. 맥이 좋아할 겁니다."

폭풍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떨어지는 눈송이가 약해진다.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한다.

"에스나한테도 미안하다고 전해주시고."

"저기 글린다 양. 저희 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에?"

글린다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어?"

저 멀리. 가라앉는 폭풍 너머에. 동굴 하나가 입을 벌리고 있다. 살았다.

"동굴?"

"맞습니다. 동굴. 아마 휴식처겠죠."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더 빠르게 걸어간다. 거의 달리다시피 동굴을 향해 뛰어간다.

"흔들리니까 조금 진정하세요!"

글린다가 소리친다.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조금 느리게 한다. 하지만 확실하게 앞으로 걸어간다.

얼어붙은 눈과 몰아치는 바람을 지나 동굴 입구에 선다. 동굴은 그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우리를 맞이한다.

동굴 안쪽으로 발을 집어넣는다. 차가운 바람이 뚝 끊긴다. 따뜻하다고는 못 해도 춥지는 않다.

"이제 내려 주세요."

"예. 그게 좋겠네요."

어깨에 메고 있던 글린다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묶었던 밧줄도 푼다. 글린다는 잠시 비틀거리더니 벽을 짚고 똑바로 선다.

"엄청 넓고 깊네요."

우리가 서 있는 동굴은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마차 하나는 들어올 정도의 넓이. 안쪽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깊다.

"일단 들어갑시다."

다행히 무하나 공국의 집들과 마찬가지로, 바위 자체에서 빛이 나고 있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간다. 바닥은 누군가 다듬은 건지 심하게 울퉁불퉁하지 않다. 확실히 백룡 기사의 휴식처가 맞나 보다.

"으으. 더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오자 온도가 올라간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가.

"조금만 더 걸으면 어디든 도착할 거에요."

글린다는 불만을 꾹 참고 앞으로 걸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의 끝이 나타난다.

"장난 아니네요."

"그러게요."

동굴에는 거대한 홀이 하나 놓여 있다. 벽 쪽에 잔뜩 쌓인 침낭. 반대쪽에는 말린 과일이나 육포 같은 식량이 자루에 담겨 있고. 중앙에는 불을 피울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여기라면 문제없게 쉴 수 있겠네요."

"참 다행이죠."

메고 있는 배낭을 바닥에 떨어트린다. 동굴 안쪽은 온도가 꽤 높은 편이다. 물론 밖과 비교하면 말이지.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 건가요?"

"일단은 그럴 계획이에요."

글린다도 메고 있는 배낭을 내려놓는다. 그대로 침낭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진짜 죽을 뻔했네요."

한숨을 내쉰 글린다는 침낭들 위로 무너져 내린다. 확실히 힘들었지. 죽을 뻔도 했고. 운이 좋아서 발견하지 못했으면 진짜 죽었을 거다.

배낭에서 장작을 꺼내 중앙에 쌓기 시작한다. 그렇게 많을 필요는 없다.

"불 피우시게요?"

"밤 되면 더 추워질 겁니다."

기름이 담긴 통을 꺼낸다. 배낭에는 정말 이것저것이 다 있다. 장작 위에 기름을 살짝 뿌린다. 원래라면 이럴 필요는 없다. 마법으로 피워 올리면 되니까.

"발화."

원래라면 장작이 아니라 사람마저 태울 불꽃이 생겨나는 마법. 하지만 인테아 산에서라면. 아주 작은 불똥을 만드는 정도.

손가락 끝에서 반짝거리는 불똥을 장작에 옮긴다. 기름 먹은 장작에서 불길이 일어난다.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간다. 동굴 안의 온도가 점차 올라간다.

"따뜻해."

글린다가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확실히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

모닥불 주변에 주저앉는다. 손을 뻗어 불의 온기를 느낀다. 좋다.

"마법사님도 침낭 드려요?"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어 던진 글린다가 물어본다. 침낭이 있어서 나쁠 건 없겠지. 잠을 잘 생각은 없지만.

"하나만 가져다주세요."

"그럼 육포랑 교환해요."

제기랄. 움직이기 싫어서 날 시켜먹는구나.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식량을 쌓아둔 곳으로 다가간다.

육포와 말린 과일, 아마도 사과를 몇 개 잡아 든다. 글린다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얼른! 얼른!"

왠지 한번 쓰러졌다가 일어나니까 성격이 바뀌고 같아.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한숨을 쉬고 글린다에게 다가간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글린다는 육포를 받아 입에 집어넣는다. 비어버린 손으로 말린 과일과 육포를 한 움큼 집는다. 그래도 내 손에 조금은 남았다.

"가져가세요."

침낭 위에서 글린다가 내려온다. 헛웃음을 지으며 침낭 하나를 들어 불가로 가지고 간다.

모닥불 옆에 침낭을 깔고 앉는다. 들고 있는 육포를 입에 넣고 씹는다. 꽁꽁 얼어서 딱딱하다. 먹기 힘들 정도로 딱딱하다.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다. 이거 도대체 언제 만든 거지. 먹으면 탈 나는 거 아닐까?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이 음식들 먹어도 괜찮은 거겠죠?"

내 질문에 글린다가 입을 멈춘다.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괜찮을 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육포를 씹기 시작한다. 표정으로 보건대 저건 자기최면이다. 글린다도 조금은 불안하구나.

한숨을 쉬고 손에 든 것들을 바라본다. 그래. 문제없겠지. 괜찮을 거야. 아무 문제 없겠지. 스스로 다짐하고 육포를 물어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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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216.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4) | Isaac +4 19.12.06 66 5 12쪽
215 215.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3) | Isaac +6 19.12.05 74 5 12쪽
214 214.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2) | Isaac +4 19.12.04 53 5 11쪽
213 213.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1) | Isaac 19.12.03 52 5 11쪽
212 212.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5) | Glinda +2 19.12.02 5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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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209.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2) | Glinda +2 19.11.28 51 5 11쪽
208 208.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1) | Glinda +2 19.11.27 6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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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206. 12막 3장 - 피와 어둠의 제왕 (3) | Isaac +2 19.11.25 57 5 11쪽
205 205. 12막 3장 - 피와 어둠의 제왕 (2) | Isaac +2 19.11.23 61 5 11쪽
204 204. 12막 3장 - 피와 어둠의 제왕 (1) | Glinda +4 19.11.22 69 5 12쪽
203 203. 12막 2장 - 마법의 끝을 본 자 (3) | Isaac +4 19.11.21 62 5 11쪽
202 202. 12막 2장 - 마법의 끝을 본 자 (2) | Isaac +4 19.11.20 63 5 11쪽
201 201. 12막 2장 - 마법의 끝을 본 자 (1) | Isaac +2 19.11.19 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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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199. 12막 1장 - 백룡의 몰락 (3) | Isaac +2 19.11.16 90 5 12쪽
198 198. 12막 1장 - 백룡의 몰락 (2) | Glinda +2 19.11.15 7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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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195. 11막 종장 - 폭풍후야 | Isaac +2 19.11.12 64 5 11쪽
194 194. 11막 3장 - 백룡의 길 (6) | Isaac +2 19.11.11 6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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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2. 11막 3장 - 백룡의 길 (4) | Glinda +2 19.11.08 9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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