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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형™
그림/삽화
서형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0.05.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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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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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Chapter V - E.p. 23 (믿음)

DUMMY

도적들 토벌은 이미 끝나있었다. 기사들은 끝난 싸움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망한 도적들 시신은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당한 도적들에겐 간단한 처지를 마치고 다른 도적들과 같이 광장에 포박해 두었다.


나팔소리는 도시 밖. 담벼락 너머에서 들려왔다. 근처에 있던 기사 하나가 자세를 낮추고 담벼락에 접근한 다음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제국 놈들인데?”


“듀바이트 놈들이 아니라?”

“봐봐”


동료기사가 다가와 밖을 내다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진짜네. 진짜 겨울에 여기까지 왔다고?”


다른 기사들도 하나 둘 다가와 밖을 내다보고 웃었다.

“미친놈들이네.”

“저게 다 우리 잡겠다고 몰려온 거야?”


“저게 다 몇 명이야?”

“보자. 한···. 천명은 되는 거 같지?”


기사들이 이렇게 비웃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군대란 이동을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보급량이 소모된다. 평상시도 아니고 전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식량을 소모하고 말이 있으면 그 두 배가 넘게 든다. 출정거리가 멀어지면 그 기간도 늘어나고 군인 한 명의 식사를 위한 보급량만해도 혼자 나르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보통은 제대로 된 군대는 보급을 위한 부대를 따로 운영한다. 하지만 보급부대에 속한 사람과 말도 식량을 소비하다 보니. 준비해야 될 보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알버스가 출정을 나갈 때. 40명 안팎의 인원으로 단기간에 한해 작전을 짜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드나드로 유인해낸 군대라면 당연히 플로리아 왕국 내부에 세력을 두고 있는 귀족들 중 하나일거라 생각했던 거였다. 바다를 건너 드나드평원을 횡단해야하는 제국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현지조달.

즉. 오는 길목에 있는 도시와 마을들을 약탈해서 군수품을 조달하며 움직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 제국군은 드나드 평원에 있는 도시와 마을을 학살해왔기에 이제 약탈을 할 곳도 남아있지 않다. 그러니 당연히 제국군이 이곳에 와있는 것은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었다.



교회에서 나온 알버스에게도 보고가 들어왔다.

“마스터. 제국 놈들입니다.”


잔뜩 굳은 얼굴로 교회를 나서던 알버스는 고개를 갸웃거린 다음 물었다.

“수는?”


기사는 담벼락 쪽을 향해 외쳤다.

“어이~ 밀러!”


“왜!”

“제국 놈들이 몇 명이나 몰려 온 거야?”

“뭐라고?”


“몇 명!”

“몰라! 천명?”


“그런데. 마스터 에드는?”

제자의 물음에 알버스는 슬쩍 마리안느를 돌아본 다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곳엔 없었다.”


알버스를 따라 걸으며 광장에 들어서던 기사는 한쪽에 포박당해있는 도적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하긴. 녀석을 붙잡아 두기엔 저런 놈들로는 택도 없죠.”


광장을 가로지르는 알버스 뒤로 기사들의 대화가 오갔다.

“에드는?”

“저 안에 없었나 봐.”


“그래? 그럼 제국놈들 한대 쥐어 패놓고 물어보면 되겠네. 친구들? 손님이 왔어! 정중하게 맞이해주자고.”


알버스가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기사들은 알아서 전투준비를 시작했다. 알버스는 광장을 지나쳐 도시 밖으로 나왔다. 완만하고 야트막한 언덕아래로 펼쳐진 벌판에는 제국군이 집결하고 있었다.



제국군 부사관들의 고함소리와 함께 소부대단위로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대략 팔백에서 천명쯤 되어 보였다. 수는 적지만 궁수나 기병대도 보였다. 알버스는 굳은 얼굴로 집결 중인 제국군을 노려보았다. 그 뒤로 마리안느가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마스터. 방금 그건···.”

그녀는 왜 알버스가 에드에 대한 일을 제자들에게 숨겼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알버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싸움에 집중해라.”


말문이 막혔던 마리안느는 소리를 죽여 알버스를 추궁했다.

“모두 에드를 위해서 여기까지 온 녀석들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저 녀석들도 알 권리가 있어요.”

“·········..”


“마스터!”

그녀의 외침에야 알버스는 돌아섰다. 마리안느와 그 너머 전투준비를 하고 있는 제자들이 보였다. 다시 돌아서 제국군의 동태를 살피는 알버스의 표정은 풀어져있었다.


“믿어라.”


“예?”


“저놈들의 말이 아닌. 녀석을 믿어보자꾸나.”

“······..”


마리안느는 에드를 떠올렸다. 무더운 여름. 구보중인 동료들 뒤에서 한참 쳐진 채로 간신히 따라오다가도 자신을 보고는 밝게 웃던 모습. 훈련이 끝나고 늦은 시간까지 횃불 하나에 의존해서 검을 휘두르던 모습. 그리고 왜 떠올랐는지 모르지만 몇 년 전 딘스대일 아녜스집으로 찾아갔을 때. 동네 불량배한테 얻어맞고 와서는

‘하지만 제가 마리안느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건 조금···.치사하잖아요?’



그녀의 얼굴이 이완되었다. 알버스가 물었다.

“마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마리안느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녀석은 살아있습니다.”


“좋다! 그럼 우선 저 놈들을 이겨야겠구나.”


“예!”

마리안느가 도시로 들어가고 알버스는 홀로 집결중인 제국군을 둘러본 다음.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래. 분명 살아있어.”

각오를 다진 알버스가 도시로 들어갔다.




집결을 마친 제국군은 부사관들의 고함소리와 함께 포위망을 만들기 시작했다. 창병들은 파이크(Pike: 4.5~5m 길이의 대기병용 장창)을 든 창병들은 길다란 파이크 자루 끝을 바닥에 고정시키고 앉아 비스듬하게 들어올려 창의 벽을 세웠다. 창병들의 대열 뒤로 방패병들과 궁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포위망이 완성되자. 일선에서 지휘하던 장교가 연락책인 병사를 보냈다. 연락책은 100여미터 거리를 전력질주로 내달려 본대에 보고 했다.


본대에는 브뤼켄코프가 있었다. 그는 말에 올라 완성된 포위망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전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고개를 반만 돌리고 부관에게 물었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부관은 상대가 보지 않음에도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다.

“훌륭하십니다. 모든 것이 브뤼켄코프님의 계획대로이십니다.”


브뤼켄코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의 움직임에 따라 과장되고 거만하게 몸을 흔들며 말했다.

“사냥은 이렇게 하는 거네. 그게 곰이든 검왕이든 다를 건 없어.”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연락책으로 달려온 병사는 둘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기다렸다. 그러다 브뤼켄코프의 허락이 떨어지자. 부관이 명령했다.

“포위망을 좁혀라.”


연락책은 다시 열심히 달려가 명령을 전달했다. 잠시 뒤. 나팔소리와 함께 일선의 부사관들의 고함소리가 들리며 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싸움 준비를 마친 아눌루스 기사들은 광장에 포박해둔 도적들에게 다가갔다. 살아남은 놈들은 14명이었다. 그들은 전투를 앞두고 기사들이 자신들을 죽이려는 줄 알고 벌벌 떨고 있었다.


“보아하니 자네들은 제국군에 고용된 듯 한데.”

“아닙니다. 저흰 몰랐어요!”

“예예! 맞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쇼.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도적들 중 직책이 높아 보이는 녀석이 잇소리를 내며 동료들을 윽박질렀다.

“쉬잇! 닥쳐!”


그 도적은 알버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죽는 건 저놈들이야. 두고 봐.”


마리안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래?”


그녀는 도시 입구 쪽과 도적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 그 말대로라면 너희들은 여기가 아니라. 지금쯤 저 밖에 있어야 하지 않아?”


그녀의 말에 도적의 눈빛이 흔들렸다. 다른 도적 하나가 외쳤다.

“우리가 속았어! 두목이 우릴 버린 거야!”


동요한 도적들이 술렁거렸다.

“닥쳐 이것들아!”


알버스는 검을 들어 포박당해있던 줄을 잘라내고는 말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제국군은 자네들도 다 같이 죽일 생각인 듯싶은데.”


기사들 중 하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제국 놈들이 플로리안을 살려둔 적이 있었냐?”


알버스는 도시 입구 쪽으로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자신 있으면 당당하게 정면으로 나가도 좋네.”


알버스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투구를 쓰며 돌아섰다.

“모두 풀어줘라.”


“마스터?”


“어차피 싸우는 동안엔 지키고 있지도 못한다. 풀어줘라.”

알버스의 말에 기사들은 군말 없이 포박들을 풀어주었다. 그렇게 풀려난 도적들은 얼떨떨한 얼굴로 기사들을 보았다.


“진짜 가도 되는 거요?”

“쉿! 멍청아! 조용히 해. 등돌리는 순간 우릴 죽일 거라고.”


도적들의 말에 기사 하나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귀찮게 굴지 말고 빨리빨리 도망들 가라고.”


그 기사는 그렇게 말을 하며 투구를 썼다. 기사들이 모두 돌아서자. 직책이 높아 보이던 예의 그 도적은 인상을 구겼다.

“너희들 미쳤어? 정말로 저 천명을 상대로 싸울 셈이야?”


그 외침에도 기사들은 피식 웃으며 투구를 쓰고 돌아섰다. 그 중 마리안느도 말에 올라 투구를 들고 말했다.

“그 아이도 우리와 같이 싸웠을 거다.”


그 말을 마친 그녀는 투구를 쓰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녀의 말에 멍하니 서있던 도적에게 도망치던 도적 하나가 외쳤다.

“뭐해! 같이 죽을 셈이야? 빨리 와!”



도적들이 도망치고 알버스에게 합류한 마리안느가 물었다.

“마스터 후회 안 하십니까?”


잠시 고민하던 알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 싸움을 이기고 보자꾸나.”


기사들 중 하나가 다가와 말했다.

“마스터 저놈들 몰래 빠져나갈 곳을 알고 있었나 본데요?”


스캇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서로 못 믿었던 거지.”


알버스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제자들을 돌아보았다.

“친구들 상대는 천명이 넘는다. 하지만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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