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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형™
그림/삽화
서형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0.05.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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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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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Chapter V - E.p. 24 (덫)

DUMMY

전투준비를 마친 기사들은 조용히 알버스의 말을 기다렸다. 알버스는 제자들을 돌아본 다음 마리안느에게 물었다.


“마리. 이 상황에서 가장 피해야 할 선택은 뭐지?”


“상대가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장소로 들어가는 거죠.”


알버스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주위를 둘러보며 제자들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우리에게 유리한 점은?”


“음. 글세요. 저 돌벽은 방어용으로 쓸모가 없겠는데요?”

“아니 진입로는 줄여주잖아.”


“어차피 저놈들이 들어와야 하는 거면. 여기 매복해도 좋지 않아?”

“그러다가 화공이라도 맞으면 그대로 타 죽자고?”


“아! 아까 저 도적놈들이 빠져나간 곳. 제국 놈들은 모르잖아.”

“오!”

“거기로 몰래 나가서 확 뒤를 쳐볼까?”

“저 밖으로 나가서 그냥 포위되자고?”



알버스가 전투를 앞둘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르침 때문이 아니다. 제자들이 툭툭 내뱉는 대답들 속에 생각도 못했던 답을 찾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도시 밖에서 진을 치고 있던 브뤼켄코프는 너무도 조용한 도시를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너무도 조용하다.’


그는 전장을 살피며 자신이 무언가 놓친 점은 없는지 확인했다.

‘괜히 저곳으로 유인한 게 아냐.’

‘저기서 방어한다고 해봐야. 쓸만한 게 없어.’

‘저 담벼락은 걷어차기 만해도 무너질 거다.’

‘검왕 휘하의 병력은 고작해야 마흔 명 정도.’

‘다른 지원병력이 없다는 것도 이미 확인했고.’

‘놈의 모습도 방금 확인했어.’

‘저놈은 덫에 걸렸어. 이건 이미 끝난 사냥이라고.’



그 뒤로 부관이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브뤼켄코프님 저는 도통 어찌되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망을 치려면 기병들만 데리고 진작에 도망쳤어야 합니다. 명예만 아는 바보라면 벌써 정면으로 뛰쳐나왔어야 할게 아닙니까?”


브뤼켄코프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픽 웃었다. 그는 다 안다는 듯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내가 짜놓은 판에서 싸우기 싫은 거지. 그래서 저 안에서 자기가 판을 짜려는 모양인데······.”


그는 말을 흐리고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도시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설퍼. 명성에 비해 너무 어설퍼.”


브뤼켄코프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전투용 가면을 썼다. 부관도 따라서 가면을 쓰며 외쳤다.

“전군 전투 준비!”


브뤼켄코프는 가면너머로 도시를 노려보았다.

‘그래. 그 덫 안에서 어디 한번 발버둥 쳐봐라.’




제국 군의 나팔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일선의 장교와 부사관들의 고함소리와 욕설이 오가며 군인들이 도시로 밀고 들어갔다. 선두부대는 총 300명 규모의 병력이었다. 일선의 지휘장교는 명령대로 그 부대를 본대 140, 우익과 좌익을 각각 80으로 나눠 진입시켰다.

본대는 도시 입구로 진입하고 좌익은 좌측 돌담을 부수고 진입, 우익은 도시 뒤로 돌아 후방에서 돌담을 부수고 진입하기로 했다. 각 부대가 예정된 위치에 자리잡고 연락책들이 분주히 오간 다음. 진격 나팔소리가 울렸다.


그 나팔소리를 신호로 좌익과 우익 부대가 망치로 돌담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좌익은 망치질 두어 번 만에 담벼락을 무너뜨렸다. 좌익의 부대가 우르르 안으로 진입을 했다. 본대도 함성을 지르며 도시 입구로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도시 후방으로 돌아들어갔던 우익은 수 차례 망치질만 계속하느라 진입을 못하고 있었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브뤼켄코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막으려 했으면 저 벽이 무너지기 전에 막았어야 했어.’

‘그렇다고 저 병력수로 저 벽을 다 커버하기도 힘들었을 테지.’


그는 가면 속에서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발버둥쳐봐라. 그럴수록 덫에 고통만 길어질 뿐이야.”




도시 내부로 쏟아져 들어간 제국군 사이로 부사관들이 날쌔게 뛰어들며 고함을 질렀다. 부사관들의 통제로 제국군은 대열을 만들며 빠르게 도로들을 점거해 나갔다. 하지만 도시 입구로 진입하려는 본대는 부대 규모에 비해 입구가 너무 좁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그리고 우익은 아직도 담벼락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결국 우익을 담당한 장교는 참다 못해서 담을 넘을 것을 지시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아눌루스 기사단과 조우한 부대는 좌익 부대였다. 좌익을 맡은 일선 장교는 기사단을 발견하고는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사단은 도시 외곽에서 양쪽에 건물을 끼고는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단 양쪽에 있는 건물은 한 블록씩 통째로 차지하는 형태의 건물들이었기에. 제국 군은 꼼짝없이 정면으로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욕설로 병사들을 통제하던 부사관들도 망설이면서 장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장교의 눈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아눌루스 기사들의 진형은 단순했다. 전방에 6명의 기사들이 길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10기의 기병들이 말에 오른 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수는 고작 16.


아무리 정면돌파라고 해도 상대는 고작 16명에 불과했다. 순간 다른 기사들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꼴에 작전을 세운다고 부대를 나눴겠지.’

‘심지어 저 대형을 보라고. 저렇게 멍청한 대형이 어디 있어.’


그도 그럴 것이 기사들의 대열은 보병이 기병의 길을 막고 있는 꼴이었다. 결국 앞에 나선 6명의 기사만으로 싸우겠다는 꼴이었다. 장교는 입을 앙다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돌격!”



평소 호전적인 성격의 부사관 하나가 먼저 할버드를 치켜들며 함성을 질렀고 나머지 병력도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알버스는 기사단 대열에서 한발자국 앞으로 나와있었다. 그는 평소에 잘 꺼내지 않던 그의 검을 뽑아 얼굴 앞에 세워 예를 취한 다음. 바이저를 눌러쓰고는 머리 높이에서 수평으로 검을 눕히는 옥스(Ochs) 자세를 잡았다.

알버스가 자세를 잡자. 뒤의 다섯 기사들도 바이저를 눌러쓰며 자세를 잡았다. 밀러 라는 기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이거 내가 한번은 꼭 외쳐보고 싶었는데 괜찮지 들?”


다른 기사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밀러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외쳤다.

“아눌루스의 기사들이여!”


밀러의 선창에 따라 다른 기사들이 짧게 함성을 질렀다. 밀러는 입 꼬리를 씰룩거리며 다시 외쳤다.

“플로리아에 영광을!”


기사들의 함성이 터졌다. 그리고 제국군이 들이닥쳤다. 알버스는 선두에서 달려드는 창을 튕겨내며 상대를 베었다. 그리고 뒤의 기사들도 검을 휘두르며 난전이 시작되었다. 알버스는 그야말로 폭풍처럼 검을 휘둘렀다. 마치 검날로 된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 것처럼 그 안에 발을 들이는 것은 창이든 사람이든 부서지고 베어졌다.


일반 병사들이야 사슬갑옷에 투구를 쓴 게 전부였기에 기사들의 검은 치명적이었다. 팔다리를 자르지는 못했지만 강철로 된 검으로 내려치는 충격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즉, 팔다리가 잘리지는 않아도 부러진다는 말이었다. 이따금 부분적으로 판금갑옷을 덧댄 부사관들이 할버드를 들고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알버스는 할버드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부사관의 공격에 슬쩍 몸을 틀어 피했다. 그리고 할버드 창대를 움켜쥐어 바닥에 꽂아버렸다. 그리고 검을 쥔 손으로 상대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 다음 검날을 빙글 돌려 상대의 목에 들이댄 다음 바닥에 박아넣었던 할버드 창대를 검 날 뒤에 붙였다. 그리고 지렛대를 이용하듯 부사관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 공격을 기점으로 알버스의 공격이 바뀌었다. 베는 형태의 공격에서 난전형태로 바뀌었다. 알버스는 상대의 관절을 꺾거나 후려치면서 검을 찌르는 방식으로 싸웠다. 10여분쯤 지났을까? 기사단에게 달려들었던 제국군의 수는 절반이나 줄어있었다. 그러자. 부사관들의 욕설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는 병사들이 생겨났다.


돌격하려는 병사와 도망치려는 병사, 고함을 지르며 도망치는 병사를 쫓는 부사관까지···.. 이미 대열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때. 지금껏 자리를 지키던 알버스가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상대를 밀어붙였다. 거기에 맞춰 기사들도 양 옆으로 길을 터주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리안느가 말의 허리를 박차며 나갔다. 10기의 기병들이 2열로 돌격해 들어가 서로 뒤엉켜있는 제국군을 뚫고 들어갔다. 사실 멀리서 달려오며 힘을 받은 돌격이 아닌지라. 이런 기병의 돌격은 크게 힘을 얻기 힘든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미 패닉에 빠진 제국군은 기병들이 달려들며 선두의 병사들을 베어 넘기자.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물러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급히 제국군의 본대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싸움이 끝나있었다. 본대의 병사들이 본 것은 대로를 따라 보도블록처럼 깔려있는 병사들의 시체들과 그 너머 재정비를 하고 있는 기사들의 모습이었다. 좌익을 담당했던 장교의 시체도 병사들의 시체들 사이에 깔려 있었다.



이번 공격을 맡은 장교는 혀를 찼다.

‘멍청한 놈 같으니. 본대 병력을 기다렸어야지! 그나저나 우익을 맡은 놈들은 어디 있는 거야?’


그는 열여섯뿐인 기사들의 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기사들을 버리고 검왕이 도망친 거 아냐?’

‘아냐. 검왕은 저기 있잖아.’

‘그럼 우익은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을 마친 장교는 전장을 훑어본 다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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