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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형™
그림/삽화
서형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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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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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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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Chapter V - E.p. 71 (그때와 같은 물음)

DUMMY

나탈레.

아눌루스 기사단의 회관.

회의실 문 앞에선 니콜라스는 주머니에서 로켓(locket: 작은 그림을 넣는 장신구)을 꺼내어 만지작거렸다. 초점이 흐려진 그의 눈은 지금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니콜라스는 오랜 습관인 듯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로켓을 손안에서 굴렸다.


착!

생각을 마친 그는 로켓을 움켜쥐고는 희번득거리는 눈빛으로 러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러셀.”


러셀은 심상치 않은 그의 분위기에 마른침을 삼키며 니콜라스의 눈을 마주보았다.

“말씀하십쇼.”


“자네는 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수 있나?”


니콜라스의 말에 러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입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대답이었지만 그럼에도 니콜라스는 러셀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그것이 어떠한 것이라도?”


러셀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스승을 베라고 명령한다고 해도?”

“!”

니콜라스의 물음에 러셀의 눈이 꿈틀거렸다. 러셀은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당황한 눈빛은 숨겨지지 않았다. 니콜라스는 러셀이 대답을 할 때까지 그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러셀은 마른침을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러셀이 힘겹게 대답을 하자마자 니콜라스는 그를 몰아세우듯이 바로 물었다.

“아녜스양을 베라고 한다고 해도?”


“그..그게 무슨!”

“그녀의 아이들을 베라고 한다 해도 따를 수 있겠나?”


“······”

러셀의 숨결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니콜라스를 쳐다보았다.

“제게 그런 명령을 내리실 겁니까?”

“대답하게.”

“못합니다.”


러셀은 처음으로 니콜라스를 노려보며 적의를 드러냈다. 둘의 대화는 조용했지만 격했다. 러셀은 가슴을 들썩이면서 빠르게 말했다.

“전 정치 같은 거 모릅니다. 전하께서 명하시는 건 보통 옳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따라왔습니다. 상대가 몇이든 누구든 망설이지 않았고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설령 그것이 마스터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여자와 아이들을 베라니요. 제게 그런 명령은 내리지 마십쇼.”


그것은 근 몇 년간 러셀이 가장 격하게 그리고 가장 길게 말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니콜라스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면 충분하네··· 충분해.”


혼잣말을 하듯이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니콜라스는 회의실 문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두어 시간 전.

회의실 안에는 오필리아 왕비와 니콜라스가 단둘이 앉아있었다. 곧 러셀이 우아한 동작으로 차를 내왔다. 니콜라스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왕비에게 차를 권했다.


“궁에서도 이런 차를 드셔보시진 못하셨을 겁니다.”


오필리아 왕비는 니콜라스의 권유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우아한 동작으로 차를 한 모금 홀짝였다.

“어머!”


오필리아 왕비는 순수하게 놀라서 휘둥그래진 얼굴로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평소답지 않은 말씀에 농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군요.”


니콜라스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마음에 드실 줄 알았습니다.”


오필리아 왕비는 고개를 조아린 다음 방을 나가는 러셀을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눈을 깜빡이며 다시 도도한 표정을 니콜라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차를 홀짝일 때마다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 니콜라스는 그런 왕비를 보며 눈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이유가 무엇입니까?”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오필리아 왕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니콜라스를 보았다. 니콜라스의 얼굴은 분명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왕비의 눈빛이나 호흡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깜빡임조차 없었다. 오필리아 왕비는 한숨 같은 숨을 내쉬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찻잔으로 얼굴을 가리려는 것이었다. 그것은 국왕이 곤란할 때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었다.

“제가 로센가의 사람이라서 그런가요?”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니콜라스 도련님께선 언제나 솔직하셨지요.”

“단도직입적이라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직설적인 태도도 그리고 저에 대한 의심도···”

“그래서 대답은 무엇인가요?”


짤각

오필리아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니콜라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믿어달라 말해도 믿지 않을 테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도 그것뿐이네요. 저는 이제 플린트가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플린트가를 배신할지언정 국왕폐하를 배신할 생각은 없습니다.”


니콜라스는 잠시 말없이 오필리아 왕비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니콜라스의 말에 왕비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물론 그녀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필리아 왕비는 다시 차를 홀짝이며 농담을 던졌다.

“무엇보다 저는 다리 위의 기사 공연의 팬인걸요. 그 기사를 직접보기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니콜라스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편안히 쉬시다가 가시지요.”



니콜라스는 일어나 정중히 예를 표하고는 회의실을 나서려고 했다. 오필리아 왕비는 그런 니콜라스를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도련님?”

“무슨 하실 말씀이 남았나요?”


오필리아 왕비는 찻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차를 한잔 더 마실 수 있을까요?”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곧 차를 내오게 하겠습니다.”





니콜라스는 미소를 머금으며 회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문을 채 닫기도 전에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회의실 문 앞에는 쟝이 있었다. 니콜라스는 등뒤로 회의실 문을 닫은 다음. 쟝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자네도 로센이었어. 그렇지?”


그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확신이었다. 니콜라스의 추궁과도 같은 질문에도 쟝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딱히 숨긴 적은 없습니다. 굳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죠.”


니콜라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쟝을 노려보았다. 잔뜩 힘이 들어간 그의 턱이 꿈틀거렸다. 방금 쟝의 말투는 소름 끼치도록 로센 후작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니콜라스의 콧잔등이 파르르 떨려왔다.


“한마디만 하지. 나는 로센을 증오하네.”

니콜라스는 평소 그답지 않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며 말했다. 반면에 쟝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러십니까?”



니콜라스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쟝을 노려보다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길을 비켜주었다. 쟝은 고개를 숙여 간단히 예를 표한 다음. 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니콜라스는 자신의 눈앞에서 조용히 닫히는 회의실 문을 노려보았다. 그 방안에는 그가 증오하는 로센가의 사람이 둘이나 들어가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로켓을 꺼내어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습관처럼 보이는 그의 손동작은 능숙하다 못해 광기가 느껴졌다.


잠시 후.

러셀이 다가왔다. 그는 회의실 문을 노려보며 서있는 니콜라스의 모습에 의아해져서 눈을 깜빡이며 서있었다. 잠시의 침묵이 이어진 뒤.


착!

생각을 마친 그는 로켓을 움켜쥐고는 희번득거리는 눈빛으로 러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러셀.”


러셀은 심상치 않은 그의 분위기에 마른침을 삼키며 니콜라스의 눈을 마주보았다.

“말씀하십쇼.”


“자네는 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수 있나?”






12년전 1412년도 12월.

왕궁 판틸로스.

군기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왕실 근위병들은 보초근무를 서는 동안 절대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성문을 지키고 있던 근위병은 정면에서 걸어오는 이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며 옆에선 자신의 동료를 쳐다보았다. 옆에선 동료도 눈을 끔뻑이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알버스는 망설임 없이 그 둘에게 걸어갔다. 결국 두 근위병은 알버스에게 창을 내밀었다.


“멈추십시오. 더 이상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


근위병들의 경고에도 알버스는 걸음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거침없이 걸어오면서 왼손으로 로브를 젖혔다. 로브가 허공에 나부끼며 펄럭였다. 그 안에는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이 보였다. 두 근위병은 즉각 자세를 낮추고 창을 내밀며 한걸음 물러섰다.

“물러서십시오! 알버스님은 더 이상 사령관이 아니십니다.”


알버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걷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자네가 막든 아니든. 나는 들어갈 거네.”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던 두 근위병은 마른침을 삼키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 둘은 결국 알버스에게 길을 터주었다. 알버스는 화려한 철창문을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판틸로스 안의 어느 방안.

화려한 방안에 니콜라스는 홀로 앉아있었다. 그의 눈가에는 이미 오랫동안 울었던 흔적이 흥건히 남아있었다. 그는 기운이 빠진 모습으로 손에 들린 로켓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멍하니 초점이 나간 눈빛으로 로켓을 내려다보고 있던 그의 귓가로 문밖에서의 소리가 들려왔다.


“멈추십시오!”

“이 이상 다가오시면 제지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쿠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억!”

“으윽!”


근위병들이 쓰러지면서 그 갑옷들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런 소란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니콜라스의 시선은 멍하니 두 손에 들린 로켓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콰직!

커다란 방문이 부서지듯이 양쪽으로 열리며 근위병 하나가 날라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진 근위병이 니콜라스 앞까지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리고 알버스가 그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왔다. 알버스 뒤로 근위기사와 근위병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알버스는 그제야 검을 뽑으며 그쪽을 겨누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니콜라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무사하십니까?”


니콜라스는 그제야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부서진 문 밖으로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져있는 근위병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잔뜩 몰려온 근위기사와 근위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니콜라스는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


“요란하게도 들어오는 군.”


니콜라스의 농담에 알버스는 근위기사와 근위병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궁의 보안이 엉망이더군요. 국왕폐하와 니콜라스 전하 두 분 모두 보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니콜라스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농담은 웃겨야 한다고 자네 농담은 전혀 농담 같지가 않단 말이야.”


알버스는 니콜라스의 농담 섞인 면박을 무시하며 말했다.

“일어나시죠. 제가 뚫겠습니다.”


알버스의 말에도 니콜라스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알버스는 방안으로 진입하려는 근위기사들을 견제하며 니콜라스를 힐끔 돌아보았다. 니콜라스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기대를 했나? 내가 잡혀있기라도 했을 것 같나?”

“······”


자조 섞인 웃음을 짓던 니콜라스는 잠시 침묵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알.... 아들린··· 그녀가 죽었네..”

“······”



~~ ~~ ~ ~~~ ~ ~~ ~ ~~~ ~ ~~~ ~ ~~~ ~ ~~~ ~~~

아들린

드뢰(Dreux)가 차녀인 그녀는 니콜라스와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이었다. 비록 지금은 이렇다고 할만한 권력이 없지만 명예를 아는 귀족가문이었다.

플린트 왕가의 왕위계승을 두고 귀족들간에 신경전이 한창인 시기이기에. 니콜라스를 따르는 귀족들은 그에게 보다 힘이 있는 귀족가문과 정략결혼을 할 것을 요구했다. 로센 후작은 첫째 왕자에게 자신의 딸과 정략결혼을 주선함으로써 그 세력을 견고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 이런 요구가 거세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니콜라스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드뢰가의 차녀에게 고백을 하고는 결혼을 약속했다.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던 1412년도 12월의 어느 날.

사병이 고작 열명도 되지 않은 드뢰가에 대한 반역 의혹이 불거졌다. 니콜라스는 유언비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판틸로스 대회의실에서는 정기적으로 매달 15일 마다 열리는 대회의가 열린다. 그는 다가오는 대회의 날. 이 문제를 두고 연설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1412년도 12월 14일.

로센가는 반역을 제지한다는 명목으로 사병들을 이끌고 드뢰가로 진격했다. 니콜라스는 당장 근위기사단을 이끌고 드뢰가로 달려가려 했으나. 국왕은 왕위계승을 두고 자신의 두 아들 사이에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을 염려해. 그를 방안에 감금시키기에 이른다.


얼마나 간절한 몸부림이었을까? 가구를 집어 던지고 문을 두들기며 목을 놓아 고함을 내질렀지만 왕명을 받은 근위기사들은 그의 외침을 외면했다.

~~ ~~ ~ ~~~ ~ ~~ ~ ~~~ ~ ~~~ ~ ~~~ ~ ~~~ ~~~





착!

생각을 정리한 니콜라스는 로켓을 힘주어 움켜쥔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대치 중인 근위기사단을 노려보며 알버스에게 말했다.


“알버스.”

“예. 말씀하십쇼.”


“자네는 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수 있나?”

“물론입니다.”


“그것이 어떠한 것이라도?”

“예.”


“저들 모두 죽이라는 명령도?”


니콜라스의 발언에 근위병력은 흠칫 놀랐다. 근위병들은 창을 내밀며 한발자국 물러섰고 근위기사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싸워보죠. 그리고 일단···..”


알버스는 자신을 포위하고 있던 병력을 둘러보며 이를 드러냈다.

“싸우면 이기겠습니다.”


알버스는 발을 바닥에 붙인 채 왼발을 앞으로 밀며 슬쩍 앞으로 나갔다. 작은 움직이었으나 근위기사들은 흠칫 놀라서 우르르 물러섰다. 근위기사들은 알버스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식은땀을 흘리는 근위기사 하나가 마른 침을 삼킬 때였다.


“이건 반역이라고 받아들여도 되는 겁니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정적을 깨며 누군가 다가왔다. 로센후작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사들을 대동하고 등장해서 근위기사들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니콜라스에게 정중히 예를 표했다.


“전하.”

“···..”

니콜라스는 말없이 로센후작을 노려보았다. 로센후작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마터면 큰일나실 뻔했습니다. 고귀하신 플린트 왕가가 반역을 일으킨 드뢰가와 사돈이 될뻔하지 않았습니까?”


니콜라스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거 참 다행이구나.”


“?”

“니 녀석 목을 베기 위해서 얼마나 피를 봐야 하는지 계산 중이었는데. 친히 이렇게 내 앞으로 나와주다니. 알버스!”


알버스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알버스는 검을 늘어뜨린 채 쏘아진 화살처럼 로센후작을 향해 달려나갔다. 니콜라스는 로센 후작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을 반드시 지켜보겠다는 심정으로 눈에 힘을 주었다. 이를 드러낸 알버스의 안광이 번뜩였다.


후작의 호위기사들 중 하나가 이를 악물고 앞을 막아서며 알버스를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알버스는 달려들던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며 내려치는 호위기사의 검을 올려 쳤다. 그리고 검광이 번뜩이며 어느새 허공에서 용틀임을 한 알버스의 검이 호위기사의 목을 후려쳤다. 허공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


호위기사의 시신이 채 중심을 잃기도 전에 알버스는 미끄러지듯이 그 옆을 지나쳤다. 그리고 위에서 대각선 아래로 검을 내려쳤다. 후작 앞에 서있던 또 다른 호위기사는 알버스의 검을 향해 검을 마주 올려 쳤다. 하지만 알버스는 힘으로 그 검을 내려쳤다. 알버스의 검은 호위기사의 검을 뚫고 그의 어깨를 내려쳤다. 압도적인 힘에 그 기사는 피를 뿜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다음은 로센 후작이었다. 로센 후작이어야 했다.


하지만 기사가 허물어지며 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후작이 아니었다.


국왕이었다. 후작의 호위기사를 무너뜨린 알버스의 검 끝이 국왕의 하얀 수염을 스치고 떨어졌다. 기사 너머로 국왕의 모습을 확인한 알버스의 동공이 커졌다. 알버스의 검은 그렇게 멈췄다.


와라라락!

물러섰던 근위기사들과 근위병들, 그리고 로센의 호위기사들이 일제히 알버스를 향해 창과 검을 들이밀었다. 무수히 많은 창날과 검이 벽처럼 알버스를 둘러쌓다.

니콜라스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한발 물러서서 이를 지켜보던 로센후작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백발이 무성한 국왕은 수염을 파르르 떨며 눈을 부라렸다. 국왕은 알버스가 아닌. 그 뒤의 니콜라스를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니가! 기어이! 형제간에 피를 보려 하는구나!”


국왕의 일갈에 니콜라스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어찌 저에게만 책임을 지우려 하십니까! 저의 약혼녀가 누명을 쓰고 죽었습니다! 저자가!....”


“시끄럽다!”

“···..”


“내 니 녀석의 영민함을 눈여겨보고 내 뒤를 이을 놈이라 생각했거늘! 겨우 계집 하나에 눈이 뒤집어져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


“내 궁에서 나가라! 너는 이 곳에 있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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