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조회수 :
9,297
추천수 :
72
글자수 :
953,438

작성
21.05.14 19:00
조회
25
추천
0
글자
12쪽

14. 북부 통일(8)

DUMMY

아이른 왕국의 루벤과 소우트의 경계에 위치한 이름 모를 험준한 산. 그곳의 중턱에 허름한 대장간이 하나 지어져 있었다.


“헤스! 우리 왔어.”

“닥치고 나가 있어라.”


블랑이 문을 열고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1초 만에 뺐다. 그대로 있었다면 헤스가 던진 단검에 미간이 꿰뚫려 죽었을 것이다.


“조금 기다려야겠다.”

“예. 작업 중이신가 봅니다.”


로키는 대장간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말했다.


“다음에 와야 하는 거 아니야?”


둘에게 다가온 네이선이 대장간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헤스는 무기 하나 만드는데 10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

“10분?”


네이선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야, 야. 그게 말이 돼? 저 드워프 사실 사기꾼 아니야?”

“그럼 네 무기만 빼고 만들어 달라고 하지 뭐.”

“에이, 뭘 또 그렇게까지 반응하냐? 나는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적으니까 신기해서 그런 거지.”


네이선은 팔꿈치로 블랑의 팔을 장난스럽게 툭툭 쳤다.


“헤스 님은 스크롤을 사용하십니다. 그래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대장장이에 비해 적은 겁니다.”


로키가 말했다.


“마법 스크롤?”

“예. 그래서 본래 계셨던 마을에는 이단아라고 불리셨습니다.”

“어째 네 곁에는 하나같이 사연 있는 놈들만 모인다?”


블랑의 말에 로키는 씩 웃었다.


“이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멍청한 질문에 현명한 대답이었어.”


블랑이 로키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웃었다.


“금방 끝나실 거 같으니까 잠깐 그늘에서 쉬고 계시죠.”


로키와 블랑, 블러드 서커스는 대장간 주변의 나무 그늘에서 느긋하게 쉬었다. 대장간의 문이 열린 것은 대략 5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헤스 님.”

“오랜만이군.”


로키는 일어나 헤스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새로운 터전은 마음에 드십니까?”

“덕분에 무구를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헤스가 볼에 묻은 숯자국을 소매로 거칠게 닦아내며 말했다.


“저 시끄러운 놈 덕분에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의 스크롤까지 얻었어.”

“나 럴러바이야, 럴러바이.”


블랑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콧김을 뿜었다. 헤스는 그를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로키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돌렸다.


“잃어버린 건가?”

“예. 죄송합니다.”

“허무하게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비비안과 로다인 군에 맞서 싸우다가 잃었습니다.”


기껏 만들어 준 무기를 잃었다는 생각에 사과하려던 차, 헤스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면 훌륭하다. 본래 무기란 험한 전장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 상대가 대마법사와 북부의 패자라면 검도 만족했겠지.”


그렇게 말한 헤스는 블랑과 뒤에 좀 떨어져서 서 있는 블러드 서커스를 대충 둘러보더니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들어와라.”

“어, 하지만 우리가 다 들어가면-.”

“괜찮아, 괜찮아.”


협소한 대장간에 다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네이선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블랑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의 모습에 다른 블러드 서커스 단원들도 반신반의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이게 가능해?”


처음 대장간에 들어오는 것이었던 로키는 깜짝 놀랐다. 안과 밖의 공간 차이가 못해도 3배는 났기 때문이다.


“네가 번 돈이 워낙 많아서 말이야.”


블랑이 주먹으로 로키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공간을 좀 늘려줬어. 작업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잘하셨습니다.”


외견과는 다르게 굉장히 세련되었다. 헤스가 만든 무구들이 온 곳에 진열되어 있었고, 블러드 서커스는 눈을 빛내며 그것들을 구경했다.


“로키. 우선은 너부터다.”

“아, 예.”


헤스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로키를 불렀다. 로키는 그의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원하는 검의 디자인이 있나?”

“딱히 없습니다.”

“저번에 사용하던 검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나?”

“아뇨.”


로키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제 마음에 들었던 검이었습니다. 그것을 잃어버려 죄송할 뿐입니다.”

“이미 네 손을 떠나간 검이다.”


헤스가 탁자 위에 놓인 종이에 펜으로 거침없이 선을 그으며 말했다.


“그것보다, 블랑에게 들었다. 네놈, 엘프가 만든 검을 가지고 있다며?”


헤스의 강렬한 눈빛에 로키는 흠칫했다. 그리고 블랑을 노려봤다. 그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랑은 해리스와 함께 소검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번 꺼내 봐라.”


로키는 팔찌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뭉툭한 날을 가진 나무로 된 검이 그의 손에 자연스럽게 잡혔다.


“보통 솜씨가 아니군.”


헤스는 그에게서 검을 낚아챘다. 그리고 이리저리 살핀 후에 그에게 돌려주었다. 로키는 손잡이의 밑동을 툭 쳐서 팔찌의 형태로 되돌렸다.


“그에 뒤지지 않는 검을 만들어 주지.”


헤스는 옆에 놓인 상자를 열고 무언가를 뒤적거렸다. 상자 속에서 그가 꺼낸 것은 반쪽은 하얗고, 반쪽은 검은 이상한 모양의 광석이었다.


“여기에 네 힘을 주입해라.”

“어둠과 빛, 말입니까?”


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키는 순순히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언제까지 하라는 말이 없어서 로키는 계속 어둠과 빛을 광석에 주입했다. 광석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어느 순간 헤스가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제 됐다.”


가지고 있던 어둠과 빛의 절반을 담은 시점이었다.


“기다릴 건가?”

“아뇨.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잠깐 갔다 올 데가 있습니다.”

“그래라.”


헤스는 광석을 옆으로 치우고 블랑을 불렀다. 로키는 헤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이처럼 신나서 무기를 구경하고 있는 블러드 서커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대장간을 나왔다.


“텔레포트.”


그는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국기가 보기 좋게 펄럭일 정도의 바람. 따뜻하지만 덥지는 않은 햇살, 간간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사라지는 구름. 완벽에 가까운 날씨였다.

대륙에 새로운 황제가 탄생하는 것을 기념하기에는.


“아셀 로다인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역사에만 존재했던 루센트 제국 이후의 공식적인 제국의 출범. 그 구성이 파이론, 마지스, 팬드래건이라는 것에 모든 주민과 이방인의 눈이 주목되었다.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힘들 정도로 꽉 들어찬 인파 속에 놓인 붉은 비단길. 로다인 제국의 초대 황제, 아셀 로다인이 그 길에 자신의 발을 올려놓았다.


“와아아!”

“로다인 폐하 만세!”


백성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황제에게 찬양을 보냈다. 평민들은 박수와 고함을, 귀족은 박수를 보내며 자신이 있는 곳을 지나칠 때 고개를 숙였다.


뒷짐을 진 아셀 로다인은 누구의 찬양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자신이 올라야 할 제단을 쳐다봤다. 가장 질이 좋은 대리석으로 만든 제천의 단. 그의 심복인 암브로사 공작이 전쟁을 시작했을 때부터 공사에 들어갔다는 건축물이다.


“마음에 드는군.”


아셀 로다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제단을 올랐다. 제단의 정상이 가까워짐에 따라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굳이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할 필요가 없는 그의 가장 믿음직한 신하이자 같은 목표를 향해 걷는 동반자.


“암브로사 후작.”

“폐하.”


암브로사 후작이 고개를 숙이며 들고 있던 쟁반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의 위에는 무지개를 상징하는 일곱 가지 보석이 박혀 있는 황금관이 놓여 있었다.


“드디어 이 자리까지 왔네.”

“생각보다 늦은 감이 있기도 합니다.”

“하하! 그것참 미안하게 됐어.”


아셀 로다인은 관을 직접 머리에 썼다. 이 대륙 누구도 그보다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누군가가 그의 머리에 관을 씌워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지금 이 시각 부로 로다인 제국의 하늘이 열렸음을 선포한다!”


암브로사 공작의 외침에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

“로다인 제국 만세!”

“아셀 로다인 폐하 만세!”


제국민들이 열광하는 소리를 들으며 로다인 제국의 초대 황제는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새로운 옥좌에 앉았다. 그리고 왼손을 들었다. 그러자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내가 시작한 전쟁에 불만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차고 있는 목걸이에 인챈트되어 있던 확성 마법이 그의 목소리를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누군가는 나를 전적으로 믿고 따랐을 것이며, 누군가는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황제는 턱을 괴며 웃었다.


“너희들의 눈앞에 있는 내가 결과다. 너희들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유일한 미래가 될 자다.”


그는 좌중을 한 번 살폈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 게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눈을 돌리던 중,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나를 따라 용감히 싸운 자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상이 있을 것이다. 나를 따르지 않았던 자들은 앞으로 있을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도록.”


거기까지 말한 아셀 로다인은 권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사람을 호명했다.


“카이저 백작!”

“부르셨습니까, 폐하.”


귀족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던 카이저가 기립했다.


“올라오라.”

“영광입니다.”


카이저는 긴장을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황제는 그런 그를 미소로 보았다


“나는 카이저 백작의 지위를 공작으로 승격시킨다.”


그의 한 마디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당사자조차 이런 자리에서 그의 직위를 올릴 줄은 몰랐던 것 같았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카이저 길드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던 자를 추려 제국의 귀족에 봉하겠다.”

“아셀 로다인 폐하께 이 한 몸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카이저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황제는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일어나라, 공작. 암브로사 후작의 옆에 서 있도록.”

“예, 폐하.”


왼쪽에는 암브로사 후작, 오른쪽에는 카이저 공작을 세운 황제는 모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 로다인 제국의 초대 황제 아셀 로다인이 말한다.”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연 그의 시선은 한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방인에게.


“북부의 지배자가 된 우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그대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전적으로 그대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황제는 잠깐 뜸을 들인 후에 입을 열었다.


“로다인 제국은 그론 산맥에 있는 드래곤 사냥을 공식적인 첫 과업으로 삼을 것이다.”


남자의 눈에 감정이 깃들었다. 남자는 잠깐 그를 노려보다가 모습을 감췄다.


“제국의 과업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자에게는 제국 왼쪽에 붙어 있는 카덴 자치령을 주겠다.”


그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저 침묵은 공포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탐욕에 눈이 멀어 생겼다는 것을.


“자. 누가 제국의 앞에 서서 카덴 공국의 공왕이 되겠는가?”

“우와아아!”

“가자! 드래곤 토벌하러!”

“아셀 로다인 폐하 만세!”


황제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햇볕이 정말 따사로웠다. 선선한 바람이 한 줄기 불어와 그가 덥지 않도록 해주었다.


“좋군.”


그가 생각해도 정말 완벽한 황제 즉위식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키 : 밤의 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1.06.22 41 0 -
공지 필체에 관해 공지드립니다. 21.02.27 120 0 -
공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21.02.26 52 0 -
공지 밤의 황제 관련 공지입니다. 19.05.10 83 0 -
공지 연재 주기 관련 공지입니다. 19.04.18 109 0 -
164 22. 커튼 콜 21.06.22 35 1 26쪽
163 21. 종막(5) 21.06.21 15 0 20쪽
162 21. 종막(4) 21.06.20 13 0 13쪽
161 21. 종막(3) 21.06.19 13 0 11쪽
160 21. 종막(2) 21.06.18 27 0 12쪽
159 21. 종막(1) 21.06.17 19 0 12쪽
158 20. 혼돈(3) 21.06.17 19 0 12쪽
157 20. 혼돈(3) 21.06.16 18 0 11쪽
156 20. 혼돈(2) 21.06.14 18 0 12쪽
155 20. 혼돈(1) 21.06.13 26 0 12쪽
154 19. 라그나로크(11) 21.06.12 22 0 12쪽
153 19. 라그나로크(10) 21.06.11 25 0 12쪽
152 19. 라그나로크(9) 21.06.10 24 0 12쪽
151 19. 라그나로크(8) 21.06.09 19 0 12쪽
150 19. 라그나로크(7) 21.06.08 23 0 12쪽
149 19. 라그나로크(6) 21.06.07 20 0 12쪽
148 19. 라그나로크(5) 21.06.06 25 0 12쪽
147 19. 라그나로크(4) 21.06.05 26 0 12쪽
146 19. 라그나로크(3) 21.06.04 20 0 13쪽
145 19. 라그나로크(2) 21.06.03 17 0 12쪽
144 19. 라그나로크(1) 21.06.02 18 0 12쪽
143 18. 마계의 문(3) 21.06.01 20 0 13쪽
142 18. 마계의 문(2) 21.05.31 20 0 14쪽
141 18. 마계의 문(1) 21.05.30 25 0 12쪽
140 17. 신의 이름으로(4) 21.05.30 21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