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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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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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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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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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DUMMY

병사 아저씨들의 의견이 계속 이어지자 중사 아저씨가 가위바위보를 제안했다.

뭐, 이세계 사람들이 가위바위보는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덕분에 의견이 깔끔하게 나뉜 것 같다.분대 11명 중에 중사 아저씨, 하사 아저씨, 특수병과라는 의무병 아저씨를 제외하면, 대략 8명이 일반 사병이라 한다.

그 중에 절반이 남고, 절반이 떠난다고 치면, 각각 중사 아저씨와 하사 아저씨가 4명씩 분배해서 맡게 되는데, 즉 정찰 및 기습에 중사 아저씨를 포함하면 5명, 객잔 수비에 하사 아저씨를 포함해 5명에 마지막으로 의무병 아저씨를 더해서 6명이 된다.


“···아자! 포상휴가, 넌 내거야!”

“어이! 방금 전에 일부러 손을 늦게 냈었잖아! 다시 해, 빌어먹을!”

“사내가 뭐 그리 쪼잔하냐? 순순히 패배를 인정해라!”

“젠장! 일주일도 아니고 무려 한 달인데, 당연하잖아!”


지금부터 죽을 지도 모르는 곳에 가려는 사람들과 전우를 잃게 될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장난스럽고 훈훈한 풍경이 이어지자 중사 아저씨가 끼어들었다.


“···자, 자! 이제 슬슬 그만하고, 서둘러 장비들 챙겨라!”

“중사님 말씀 들었지? 우리들도 경계에 전념한다! 사수와 부사수는 전후방 경계 철저하게 하고, 뭔가 있으면 내게 보고하도록!”


그렇게 중사 아저씨와 하사 아저씨가 끼어들어서 이것저것 명령하자 장난스러웠던 그들의 분위기는 단번에 역전의 용사마냥 완전히 돌변했다.

내가 있던 원래 세계에서 군인을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신념을 갖고 진지하게 마주하려는 것 같아서 좀 멋있다고 생각해버렸다.


“이시우.”

“아, 넷!”


중사 아저씨가 나를 부르자 잠시 긴장했다.


“너도 같이 간다고 했었지? 그러면 나와 함께 그 대장부라는 녀석의 호위와 감시를 부탁한다.”

“아, 알겠습니다!”

“저, 저기··· 잠시만 기다리시게!”


갑작스럽게 나와 중사 아저씨의 이야기에 끼어드는 의원이라는 청년.


“다, 다른 환자들은 나로서도 손 쓸 도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를 구해주셨던 분은 아직까지 치료할 가망은 있네! 그러니 부탁하겠네! 비록 짐이 될지언정 함께 가서 환자이자 은인을 살리고 싶다네!”


확실히 도중에 장부 씨가 모종의 이유로 쓰러지게 되면 의학 지식이 없는 우리들로서는 마땅한 대처를 못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일 전투가 벌어져서 부상을 입게 되는 사람이 나온다면 의원의 힘을 빌려서 응급처치 정도는 가능할 지도 모른다.


“중사 아저씨, 저도 의원님의 의견에 찬성할게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이상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서 의원님의 실력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일반인을 함부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솔직히 이런 정신 나간 상황이라면 이미 일반인이고 뭐고 할 구분도 없겠지.”


그렇게 중사 아저씨의 승낙이 떨어지고, 나에게는 장부 씨와 의원님의 호위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헤헤헤··· 걱정일랑 마쇼, 시우 도련님. 비록 이렇게 보여도 무인 나부랭이라 자칭 할 정도로 체력 하나는 자신 있다굽쇼.”

“그래도 백작령에서 했던 것처럼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이번에는 가나 씨가 없는 만큼 확실하게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러던 중 장부 씨가 갑자기 말을 멈추려다 이어서 대답했다.


“···뭐, 가능한 만큼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요.”


그 후 장부 씨를 선두로 중사 아저씨와 나를 포함한 의원님과 네 명의 병사 아저씨들이 토벌대로 결성되어서 광학미채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출발하게 됐다.

사각형 대형으로 만들어서 각 대각선 방향으로 병사들이 경계를, 그리고 진행방향인 전방에는 장부 씨와 중사 아저씨가, 사각형 중앙에는 의원님과 내가 있는 것으로 연맹 탈출 당시보다는 좀 더 속도를 내면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의원님에게 질문이 있습니다만?”

“무, 무엇인가요?”


어째서인지 내 질문에 당황하는 의원님.

아무래도 일반인인 만큼 이번 작전이 무척 긴장되는 걸 보면 내가 옆에서 말을 걸어서 안심을 시켜줘야 할 것 같았다.


“의원님들이라도 저마다 다양한 분야로 나뉠 텐데, 의원님의 특기 분야가 무엇인가요?”

“···아, 저는 침구학이 전문입니다. 흔히들 침술이라 부르는 중요한 분야죠.”


내가 살고 있던 원래 세계에서도 침술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분명 경혈인가 하는 인간의 급소에 침을 놓아서 다양한 질환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군요! 그러면 장부 씨가 움직일 수 있도록 치료한 것도 그 침술 덕분이네요?”

“···아,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본래라면 의술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안정을 취하게 만들어야 했겠습니다만, 저로서는 고통을 덜어줘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 정도가 최선이었지만요.”


새삼스레 들어보면 대단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고통이라는 것은 몸에서 발생하는 위험 신호의 일종으로 이것을 무시하게 만드는 건 진통제 같은 약 정도 밖에 없는데 말이지.

하지만 장부 씨가 억지로나마 몸을 움직이고 있다고는 해도 근본이 되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상황이 이런 만큼 저 환자 분도 어쩔 수 없었겠죠. 더 많은 환자들이 생기기 전에 이런 미친 소동을 끝내야 할 테니 말이죠.”


겉으로 보기에도 많이 다친 것처럼 보이는 장부 씨는 묵묵히 길을 안내했다.

그런 필사적인 장부 씨의 모습을 봐서라도, 그리고 일반인에 불과한 의원님의 의지를 봐서라도 이런 나조차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설령 내가 숨겨두고 있는 콜트의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되면, 망설임 없이 당길 것이다.


“···도착했습니다요. 저 조그만 오두막이 월영단 아지트로 통하는 입구이자 본거지요.”


언뜻 보기에는 별 특징이 없는 조그만 통나무 오두막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친근한 서양식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곧바로 토리의 보고에 의해 그런 친근한 기분을 접어야 했다.


‘경고. 오류 발생. 해당 지정된 장소를 분석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보아 모종의 특수한 방법, 혹은 이능작가의 문장력에 의한 정보 부족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부디 충분한 주의를 요망합니다.’


평소라면 토리가 분신체를 통해서 오두막의 내부 구조마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했을 터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역시 문장력에 의해 만들어진 특수한 오두막인 것 같았다.


“···좋아. 일단 주변을 경계하면서 입구에 함정이 설치된 게 없는지 내가 몸소 나서겠다. 만일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함정이라 판단하고 이 자리에서 이탈해서 하사와 합류해라.”


광학미채 판초우의 바깥으로 나간 중사 아저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결사의 각오를 한 눈빛에 나마저 긴장되었다.

다른 병사 아저씨들이나 혹은 장부 씨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나서서 하려고 하는 건 엄청난 담력과 배짱이 필요했을 테지.


“···그럼 열겠다!”


중사 아저씨가 문을 여는 순간,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을 열었던 중사 아저씨를 포함해서 내 주변의 병사 아저씨들의 모습을 똑똑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수풀과 나무로 가득해야 할 주변이 온통 아무 것도 없이 새하얀 세계로 바뀌어서 무척 혼란스러웠다.


“···주, 중사님! 대체 여긴?!”

“···이 빌어먹을! 감히 우리들을 함정에 빠뜨려?!”


다짜고짜 장부 씨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멱살을 움켜쥐는 중사 아저씨.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라도 뭐라 할 수 없었던 게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또한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오, 오해라굽쇼! 이곳이 바로 월영단 아지트의 진정한 입구란 말입니다요! 바깥에 있는 오두막은 눈속임용 입구에 지나지 않고, 이곳이야말로 본거지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이란 말입니다요!”

“그, 그래요, 중사 아저씨! 적어도 이곳에는 세뇌된 무인들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당장은 위험하지 않을 거에요!”


내가 장부 씨를 변호했지만, 중사 아저씨는 씩씩거리면서 멱살을 놓아주었다.


“후우··· 비록 당장은 위험하지 않더라도 이쪽의 행동이 한 발 앞서서 제한당한 건 실책이었어. 방금처럼 무방비하게 적의 계략에 놀아나게 되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라고.”


사실 나도 중사 아저씨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당혹스러웠고, 언제나 믿음직했던 토리의 분석도 먹히지 않으니 불안하긴 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장부 씨?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겠죠?”


그러자 장부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사 아저씨를 향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자주 드나들었던 터라 사전에 미처 알릴 생각이 들지 못했던 건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요. 하지만 안내하라고 명령받은 이상 목표가 있는 곳까지 책임을 지고 안내할 테니 그건 믿어주시기 바랍니다요.”


그 후 중사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하아~ 일단 적진인 만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서로 뭉쳐서 주변을 경계한다. 만일 적에게 노출될 경우에는 미끼 역할을 수행할 병사를 광학미채 바깥으로 보내는 것으로 일행이 전진할 시간을 번다. 알겠나?”


그러자 네 명의 병사들이 전원 힘차게 긍정하며 대답했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중사 아저씨가 미끼라고 했던 것 같은데, 포상휴가라는 목적을 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미끼라니··· 대체 얼마나 충성심이 높은 걸까.


“그래서··· 이제는 어디를 가야 하나, 안내역 양반?”

“···언뜻 보기에 아무 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전부가 시각을 교묘하게 속이는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요. 다른 곳으로 통하는 입구라면 확실하게 존재하니 잘 따라오시기 바랍니다요.”


다시금 장부 씨가 앞장서서 안내하고, 나를 포함한 중사 아저씨 일행이 광학미채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채 이동했다.

그러던 중 우리 일행이 가려는 길목의 새하얀 공간의 천장으로 보이는 위쪽 부분으로부터 검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서, 설마?”


장부 씨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린 말이 일행에게 똑똑히 들렸고, 중사 아저씨가 정지하라는 손동작을 보이자 일행들은 전부 그 자리에서 숨을 죽인 채 정지했다.

지면에 떨어진 검은 물방울은 점차 넓게 퍼져서 그 넓이가 물 웅덩이처럼 커지더니 그 속으로 무언가가 형태를 이루면서 떠올랐다.

마치 괴담에서나 나올 법한 서양식 보랏빛의 긴 로브 차림이었지만, 정작 얼굴이 있어야 할 부분은 오로지 검은 그림자뿐인 불길한 상대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저, 저건··· ‘월령’이라 불리는 월영단의 비밀 병기인데, 어째서 갑자기 이곳에···!”

“···쉿! 지금은 그런 것보다 조용히 대기해! 저것들이 무슨 일로 나타났든 간에 우리들은 그저 불필요한 전투를 피해서 목표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장부 씨와 중사 아저씨가 나에게조차 간신히 들릴 정도로 속삭였고, 나 역시 조용히 대기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속에서 토리는 그렇지 않았다.


‘경고. 방금 전 오두막과 마찬가지로 오류가 발생하여 분석할 수 없습니다. 월령이라 불리는 해당 개체들 역시 문장력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거듭해서 경고. 살기를 감지했습니다. 도주 및 교전을 추천합니다.’


토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월령 중 하나가 로브 안쪽을 펼치자 그 안에서 검은 색의 무언가가 송곳 같은 형체를 이루더니 명백하게 우리 일행들이 있는 방향을 노려서 쏘았다.


“빌어먹을! 산개, 산개하라! 다들 흩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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