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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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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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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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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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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DUMMY

객잔 내부는 시끄러웠고, 연맹은 보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나와 가나 씨는 한적한 곳을 찾아 침묵한 채 저잣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 와중에 가나 씨로부터 풍기는 분위기는 내 예상대로 무척 조용하며 또한 음습했다.

아무래도 내가 했던 말이, 결별 선언이 상당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여기라면 조용하고, 사람도 없으니 괜찮을 거야. 그래서 아까 말했던 건 대체 무슨 뜻이야?”


그렇게 해서 나와 가나 씨가 도착한 곳은 어둑한 밤길을 걷다가 이번 사건으로 빈 집이 되어버린 어느 폐가의 뒷골목이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가나 씨가 먼저 입을 열어서 이유를 물어왔고, 나로서는 오해가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서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로 했다.


“그 말대로, 저는 더 이상 가나 씨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

“나는 아까 말했던 걸 다시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이유를 묻고 있는 거라고.”


가나 씨가 내 말을 도중에 자르고 재촉하는 것처럼 말하는 게 양심에 찔려왔다.

하지만 여기에서 내가 기죽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생각을, 마음을 전하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걸 가나 씨가 납득하고 이해해준다면야 나로서는 바라마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그럼 우선··· 더 이상 제 말을 도중에 끊지 말고 끝까지 참을성 있게 들어주세요.”

“···알았어. 노력해볼게.”


그렇게 내 부탁에 가나 씨가 조금이나마 진정한 것 같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최근에 들었던 토리의 제안··· 결별 선언을 하게 된 계기부터 말하기로 했다.


“가나 씨도 알다시피 저는 이계에서 소환되어 떨어진, 평범한 일반인에 지나지 않아요. 아무 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그 흔한 마법 같은 것조차 배울 수 없는 특이 체질이고요.”


나는 최초로 이 세계에 떨어진 직후부터 고블린들에게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게 될 처지가 놓였었다.

그 당시에는 혼자였던 탓에, 생전 처음 보는 곳이었기에, 그리고 순수한 악의나 적대적인 의지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탓에 겁을 먹고 별 다른 저항조차 못 했었다.

마치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 사슴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외부에 도움을 구해야만 했었다.


“그 때 마침 우연히 지나가던 가나 씨가 저를 구해주었죠. 그리고 그 이후로도 샬롯 백작령에 도착할 때까지, 그리고 그 사건을 겪고 나서 다시 샬롯 백작령을 나가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도 저를 매번 구해주었죠.”


아무런 지식도 없이, 아니 고작해야 타인과 말하는 게 겨우라고 말할 수 있을 나에게 그런 가나 씨의 믿음직한 모습은 마치 유치원생이 멋지고 보람찬 직업을 보고서 미래를 꿈꾸는 것처럼 동경하게 되었다.

이 사람이라면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그리고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말하는 법과 쓰는 법, 읽는 법 등 이 세계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가까스로 배우는데 성공했고, 흥미와 의욕에 더해서 희망이 있었다.

무엇보다 미셸 씨에 대한 일도 있었으니 나에게는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극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동안 가나 씨와 함께했었던 지난 수 년 동안의 여행 속에서는··· 저는 이 세계에 떨어졌던 무능력한 상태 그대로였어요.”


이계인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선천적으로 마력을 다룰 수 없었다.

비록 가나 씨가 여행을 하는 도중에 몇 가지 조언을 해주기도 했고, 본인이 있는 만큼 괜찮다며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내가 마법이나 마법 비슷한 현상조차 일으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자 그 동안 침묵했던 가나 씨가 반박했다.


“···아냐, 시우는 결코 무능력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었던 문자를, 내가 문장력을 써야만 해독할 수 있는 이계의 문자가 적힌 이능작가의 단서들을 유일하게 스스로 읽어낼 수 있었어. 그건 다른 사람들은 결코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야.”


그 동안 가나 씨와 함께 찾아다녀야 했던 이능작가의 단서.

그것은 내가 살던 시대의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적힌 글귀들이었다.

그 대부분은 누군가의 일기나 수기, 혹은 유언 등이었지만, 간혹 이능작가의 의의라든가 원리, 혹은 문장력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 등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가나 씨의 대답에 반박했다.


“하지만 굳이 무능력한 제가 아니라 가나 씨나 다른 이능작가 분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나 씨가 저를 데리고 여행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셸 씨의 안타까운 일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게 이 세계의,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시켜주기 위해서였잖아요?”


그 여행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자 속죄인 동시에 가나 씨 나름의 도피였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비록 그 때문에 엘리자베트와 마찰이 일어나긴 했었지만, 결국 나를 데리고 여행을 가게 된 것은 가나 씨였고, 서방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라는 사람의 무능력함을 날이 갈수록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게 되기도 했었고 말이다.


“덕분에 저는 다양한 곳,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동안 가나 씨에게 보호만 받아온 제가 얼마나 한심했었지 알게 되었죠.”

“아, 아니야··· 너는, 시우는···.”


하지만 가나 씨는 내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로 내가 위험에 처한 일이나 휘말린 일이 셀 수도 없이 많았던 것에 비해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내가 나섰던, 손에 꼽았을 일들조차도 무능력한 탓에 별 다른 소득도 없었으니 나로서는 자신감이 붙을 리 없었다.


“그 결과로 며칠 전에는 미셸 씨를, 그리고 어제는 장부 씨랑 무명 씨를 지켜내지 못 했죠.”

“···그건 절대 아니야!”


그렇게 자학에 가까운 내 심정을 듣다 못한 가나 씨가 크게 소리쳤다.


“시우는 아무 잘못도 없어, 그건 순전히 책임이니 뭐니 이전에 그저 지나친 비하일 뿐이야! 오히려 잘못한 건 롤랑이랑 니제르잖아?!”


롤랑 씨와 니제르, 아니 니제르 씨는 각자 뚜렷한 목적과 의식을 갖고서 그 사건들을 의도적으로 일으킨 질 나쁜 악당들이다.

그 악의적인 언행에 나는 결코 찬성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들을 규탄하며 혹독한 처벌을 받길 원했다.

하지만 롤랑 씨는 고작 벌금 정도로 끝났고, 니제르 씨도 일으킨 짓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받은 것에 조금 실망했었다.


“···그래요. 나쁜 건 롤랑 씨랑 니제르 씨고, 이건 그저 추잡한 자기비하에 불과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그 사건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도 진실이에요. 미셸 씨, 장부 씨, 무명 씨를 지킬 수 있는 직접적인 거리에까지 있었어요!”


미셸 씨에 대해서는 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마다 습관처럼 방문해서 상태를 확인하고는 했었다.

그리고 역시 무명 씨까지는 몰라도, 다쳤던 장부 씨라면 그 당시 객잔에 머무를 수 있도록 끝까지 만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설령 월영단의 아지트까지 안내할 수는 없었더라도 지도 같은 것을 이용하면 위치 정도는 알려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물며 나에게는 그 롤랑 씨가 줬던 콜트마저 갖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비록 다소 입장의 차이는 있어도 다들 저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지인들뿐이었다고요··· 더는, 더 이상은 그런 식으로, 제 앞에서 누군가를,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나는 가나 씨와의 여행을 통해서 결코 성장할 수 없었고, 강해질 수도 없었지만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비록 내가 이계인으로서 이 세계에 익숙해지지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익숙해지고, 더해서 살아갈 수 있는 계기이자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그런 사람들을 잃게 되는 거라면, 때마침 도와줄 기회가 있었던 무능력하고 한심한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면, 나는 더 이상 가나 씨 곁에 있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보호받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저는 고민 끝에 결심했어요. 이제는 가나 씨에게서 떨어져서 홀로 살아남으면서 어떻게든 강해지기로 말이에요.”

“···어떻게?”


가나 씨의 물음에 내가 대답하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토리가 끼어들었다.


“대답. 그건 이시우가 해당 개체 먀우와 동행하고 있는 북방국의 병사들과 행동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전투 방식이나 각종 첨단 도구, 뛰어난 과학 기술들은 이시우에게 실질적인 전투력을 보유할 수 있게끔 마법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와 관련된 시뮬레이트 결과, 해당 개체 이시우의 실질적인 전투력은 이전에 비해 확연하게 상승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토리의 대답을 들은 가나 씨가 갑자기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건 토리, 네가 제안한 거니, 아니면 시우가 자발적으로 결정한 거니.”

“대답. 둘 다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그래도 우선도를 굳이 따지자면, 제가 먼저 제안을 해서 이시우가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어째 분위기가 필요 이상으로 험악해지는 것 같다.

가나 씨는 몰라도 토리마저 이렇게 나서는 이유가 뭘까, 설마 이전에 백업했을 때 문제가 생겼던 걸까.


“···토리, 네 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던 건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쓸데없는 짓이야. 시우는 그저 가까운 사람이 연이어 죽어버린 충격으로 마음이 잠시 약해져 있을 뿐이거든?”

“부정. 그렇지 않습니다. 2대 마스터의 말대로 이시우의 마음이 약해져 있을지 모르겠으나 현재 지적해야 할 문제의 요점은 그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이시우는 스스로의 나약함을 깨닫고 소중한 지인을 잃게 될 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시우 본인이 강해지지 않는 한 해당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습니다. 그래서는 이시우의 마음만 더욱 피폐해질 뿐입니다.”

“확실히 시우는 약할 지도 모르지만, 결코 무능하지 않아! 그 동안 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수많은 것들을 보고 극복해왔다고! 고작 힘이 없다고 해서 자기를 비하하지 마! 시우는 시우만의 장점이 있고, 그건 비록 힘이나 능력 같은 게 아니라도 분명 누군가를 구원해주고 필요로 할 수 있을 거야!”

“부정. 그렇게 추상적인 가치나 개념을 부여한들 눈앞에서 죽어가는 자를 지킬 수는 없습니다. 이시우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보다 물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힘이며, 능력입니다. 그리고 2대 마스터의 주장은 이시우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일 뿐, 이시우를 객관적으로 보려 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2대 마스터가 정말로 이시우를 신뢰하고, 무능하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이시우에게 직접 묻기 바랍니다.”


가나 씨의 살갗이 따끔거리는 듯 날카로운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지금까지 괜찮은 척을 해왔지만, 이렇게 가나 씨와 정면으로 떳떳하게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그 무뚝뚝한 토리마저 내 등을 이렇게나 떠밀어 주었던 적도 없었고, 가나 씨가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죄송해요, 가나 씨. 토리의 말대로··· 저는 북방국 아저씨들을 따라서 강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저 자신을, 친구들을, 가나 씨마저도 지키고 싶어요!”

“네가, 나를, 지킨다고···?”


갑자기 가나 씨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것은 명백한, 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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