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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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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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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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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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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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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05화

DUMMY

내가 있었던 남쪽 숲에서 샬롯 백작령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일주일의 시간은 시우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시우가 말하기로는 지금까지 전혀 겪어본 적이 없는 전쟁터라나 뭐라나, 대체 얼마나 속 편한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건지.

뭐, 아무튼 그렇게 해서 이래저래 별 거 아닌 일들을 겪고 난 후 가까스로 이계인을 알고 있는 사람의 가게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어~ 점장 양반~ 오랜만이야!”

“오오! 이게 누구야?! 오랜만에 보는 걸, 아칸 경!”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남자는 ‘광대(클라운)의 잡화점’의 점주인, 이름이 아마 ‘최민수’라고 했었던가?

내가 평소에는 ‘점장’이라고 부르는 지인으로서, 시우와 마찬가지로 ‘이계인’이다.


“하하! 내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잖아? 오늘은 점장에게 부탁을 좀 하려고 찾아왔어.”

“이런, 그 고명하신 이능작가인 아칸 경이 무려 나 같은 놈에게 부탁이라니? 설마 좋은 물건이라도 가져온 거야? 하지만 값은 안 깎아준다고?”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한 채 시우를 점장에게 보였다.


“자! 이게 그 좋은 물건입니다! 무려 일주일 전에 이곳에 떨어진 이계인!”

“허, 이계인이라?”


마치 물건을 품평하는 것처럼 시우를 꼼꼼하게 훑어보는 점장이었지만, 정말로 물건을 보는 것처럼 대하려는 게 아니라 똑같은 이계인으로서 심중을 파악하기 위한 눈빛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안녕? 나는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점장이라 한다. 혹시 내 말 알아듣겠니?”

“아, 네! 들려요! 들린다고요! 아저씨!”


그건 시우가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에게 구해진 이후로 처음으로 짓는 미소였다.

역시 점장에게 데려오길 잘 한 것 같다.


“세상에, 정말이군. 이계인이라니, 소문으로는 들어봤어도 나 말고도 아직까지 이쪽으로 오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아마 점장도 이계인을 본 적은 없을 테니 시우와 마찬가지로 놀라면서 조금은 기쁜 듯 보여서 다행이다.


“그래서, 이 꼬마가 좋은 물건이라고? 설마 문맥 그래도 노예라는 뜻은 아닐 테고, 이 꼬맹이를 나에게 보여주는 이유가 뭐지?”


으음··· 시우와 점장의 반응은 대체로 내가 예상한 대로지만, 정작 문제는 이 이후부터란 말이지.

과연 점장이 시우를 제대로 받아들여줄까?


“아, 하하. 당분간 이 애를 이곳에서 맡아서 교육을 해줬으면 해서 말이지?”

“뭐?!”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예상한 반응 그대로네!

하긴 느닷없이 아이 하나를 맡기는 꼴이니 놀라서 반문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거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점장이 시우를 받아들여주지 못한다면, 나로서는 매번 시우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무척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시우를 교회에 맡기기에는 교회의 소문이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안 좋으니, 지금은 어떻게든 밀어붙여야 했다.


“있잖아, 아칸 경, 아니 아칸. 제 아무리 당신이 우리 아내랑 절친한 친구 사이라 해도 이런 부탁은 좀 신경 써줬으면 좋겠는데, 이미 여기에는 내 딸도 있고, 하물며 여긴 탁아소 같은 것도 아니야. 여긴 잡화점이라고! 미안하지만, 그런 건 교회 같은 곳이나 알아 봐!”

“에이~ 어차피 손님도 거의 없는 주제에~ 게다가 교회에는 점장처럼 이계의 말을 할 줄 아는 녀석도 없단 말이지. 게다가 아무리 나라도 교회에 인맥이 거의 없는 것도 좀 그렇고, 거의 생판 남에게 이 아이를 맡겨 놓는 것도 뭔가 상당히 찜찜해서 말이야.”

“그렇다고 나에게 데려와?! 이쪽은 아내 없이 홀로 애를 돌보고, 게다가 손님이 없다고 해도 가게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고! 아무리 너랑 내 사이라고 하지만 이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는데!”

“에이~ 그러지 말고, 교육비나 양육비 같은 건 기본적으로 이쪽에서 지원해 줄게! 점장은 그냥 기본적인 언어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회화 수준만 가르치면 거의 공짜로 고용원 하나를 얻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도 점장만큼 바쁜 몸이라 이 애를 데리고 위험한 곳을 계속 드나들 수는 없잖아?”


음, 생각보다 꽤 끈질기게 정론으로 반박한다.

심지어 내가,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중에 바론 아저씨나 엘리자베트를 졸라서 얻어낼 돈으로 지원해주려는 생각인데도 말이다.

그럼 물질적인 것보다 감정적으로 호소를 해볼까.


“어, 그러니까 딸아이 이름이, 미셸이라고 했던가? 아마 9살이었지?”

“10살이다. 그리고 비겁하게 내 딸 갖고 뭐라고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만?”


정말 빨리도 내 계획이 들통나버렸다.

하지만 아직 변명거리는 남아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예전에도 딸아이를 거리에서 잃어버린 통에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울고불고 부탁했던 게 떠오르는데, 그런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애가 지킴이 역할로 필요하지 않을까?”


“크그극! 설마, 문장력을 사용해서 내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되면 시우의 의견은 어찌되든 간에 이곳의 점원인 동시에 보모 역할까지 떠맡게 되어 중노동을 하게 될 미래가 선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 이상 점장을 설득하긴 힘들었다.

그리고 누구도 모르는 오로지 나만이 아는 사실이지만, 솔직히 아주 조금의··· 문장력을 사용해서 설득하고 있긴 했다.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점장이 그토록 싫어한다면 나라도 강제로 권하진 않을게. 다만 그렇게 되면 이 애는 의지할 사람도 없이 머지않아 목숨을 잃게 되겠지.”

“이, 이럴 거면 쓸데없이 왜 데려온 건지, 아니면 그냥 모른 척 하고 교회에나 넘겨 버리든가! 젠장!”


만일 지금까지의 내 설득이, 심지어 매우 미약하게나마 문장력마저 사용한 말마저 거절하게 된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 점장을 설득할 재료도 없고, 이 이상 문장력을 이용하는 것도 양심상 찔리니 어쩔 수 없이 교회에 보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만···.


“후우. 좋다. 사람 하나 살리는 셈치고, 하지만 정말 기본적인 언어와 의사소통만이다! 그 이외에는 이 꼬맹이가 스스로 알아가도록 놔둘 거야! 딱히 이 꼬맹이가 싫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혼자 떠나든, 아니면 나처럼 눌러 살든 기본적인 대화 정도는 가능해야 하겠지.”

“아하하! 그래! 결심 잘 했어! 역시 점장이라니까, 니제르가 인정한 남자다워!”


정말 다행스럽게도 점장은 시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잘 됐군, 잘 됐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난 후,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안일한 판단을 했었던 건지 깨닫게 됐다.


‘···미셸은 니제르의, 마녀의 자식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노려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그저 내가 기분이 내키는 대로,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점장에게 맡겨버린 결과가 이런 암담한 현실로 되돌아 온 것이다.

내가 샬롯 백작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건은 늦어버린 후였고, 점장과 시우는 치료를 받고서 누워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된 미셸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래서는 도저히 니제르를··· 아니, 점장을 볼 면목이 없어.’


그렇게 결심한 나의 행동은 거침없었다.

나는 곧바로 술집으로 쳐들어갔다.


“···어서 오세···.”

“그딴 건 됐고, 지금 당장 죽기 싫으면 워프 게이트(전이문)나 열어라?”


그리고 술집의 주인장을 가장한 문지기를 협박해서 목적지로 향한다.

간혹 주먹이라는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그리고 심지어 문장력까지 사용해서 억지로 설득한다.

그제야 마침내 나는 그곳, ‘케르베로스’의 앞에 도착했다.


“어이, 멍멍아. 내가 누군지 알지,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전부 불어라?”


사람들이 알면서도 은연중에 모른 척 하는 서방국의 거대한 악의 조직인 ‘케르베로스’, 그곳의 주인인 머리 셋 둥둥 떠 있는 덩치 큰 강아지가 나를 맞이했다.


“···가아아아아나아아아아아···!”

“쯧. 어이 막내! 장남이랑 차남은 저리 꺼지고 당장 막내 나와!”


그러자 허공을 떠다니는 머리 둘은 풀이 죽은 채 뒤로 물러나고, 막내로 보이는 개의 얼굴이 내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

“얼마 전에 샬롯 백작령에서 내 지인의 딸이 누군가, 혹은 다수, 혹은 조직 등에게 납치된 것 같아. 이번 일에 뭔가 짐작 가는 거 없어?”


내가 알기로 서방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은 대부분 케르베로스나 또 다른 악의 조직, ‘히드라’를 거쳐서 실행된다.

그러니 당장 케르베로스를 찾아온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만일 케르베로스가 입을 다물거나 모른다고 잡아뗀다면 적당히 두들겨 패준 다음에 히드라로 향할 뿐이다.

그리고 히드라에 찾아갔을 때는 반드시 미셸을 찾아와야 했다.


“···그런 거 몰라.”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뭘 몰라, 어차피 내가 이렇게 찾아온 이상 너희들이나 히드라 둘 중 하나가 두들겨 맞을 거잖아?”


막내의 얼굴에서 식은 땀 같은 게 흘러내리면서 대기 중으로 증발했다.

그 뒤에 있는 장남이랑 차남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우선 조사할 수 있는 시간과 선불로 정보료를 제공할게. 액수는···.”


이 때 잠깐이나마 망설여졌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갖고 있는 돈이라고는 며칠 정도의 식비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케르베로스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의 금액이라면 어느 정도가 좋을지 내가 가진 금전 감각만으로 충분할까 싶었다.


“그래, 액수는 너희들이 제시해! 그리고 너희가 제공한 정보가 맞았을 경우, 그리고 내 지인의 딸을 무사히 구출했을 경우에는 추가로 별도의 금액을 주겠어! 만일 이 제안마저 거절한다면, 너희들을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고, 히드라에게 갈 생각이야.”


그러자 막내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제, 제, 제, 제시, 라고?! 자, 잠깐만··· 회, 회의 좀··· 하게 해줘.”

“나 성질 급하다, 1분 안에 끝내.”


그렇게 대략 1분 동안 케르베로스들이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는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낮아지는 등 기다리게 됐다.

그 후 1분이 지나기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막내가 다시 돌아와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우, 우선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데우스 신에게 맹세해 줘.”

“그러지 뭐, 케르베로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제야 케르베로스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막내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누군지 짐작이 가는 것도··· 히이이익?!”


내 그럴 줄 알았다.

이 하루 종일 밥 먹고 똥만 줄창 싸대는 사회의 암덩어리 같은 하룻강아지들 주제에 감히 누구 앞에서 그 더러운 세 치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려 들어?!

데우스 신에게 맹세한 것만 아니면 지금 당장, 장남 놈의 두개골을 깨부수고, 차남 놈의 안면을 잡아 뜯어서, 그런 상태의 둘을 막내 녀석의 입 속으로 억지로 쑤셔 넣고, 각자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장력으로 존재 자체를 불태워서 케르베로스 생애 처음으로 불타는 고통을 맛보여준 뒤에 케르베로스 조직 자체를 붕괴시켰을 것이다.


“하아··· 이러면 안 되지, 참자, 참아.”


이런, 나도 모르게 마력이 잠시 동안 폭주했었나보다.

난 아무리 애를 써도 끓는점이 낮아서 그런지 쉽게 화를 내게 된다.


“아무튼 이번에야말로 정직하게 알고 있는 거 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내 문장력을 사용해서 데우스 신과의 맹세를 깨서라도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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