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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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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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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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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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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DUMMY

내가 두들겨 패서 억지로 불게 만들기 전에 케르베로스 놈들이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덕분에 히드라까지 찾아갈 수고를 덜긴 했지만, 문제는 그 규모였다.


‘설마 상대가 마족 숭배자들라니, 엄청나게 귀찮아졌네.’


마족 숭배자, 통칭 ‘마왕교’나 ‘마신교’라고도 부른다.

서방국 전역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교회의 데우스 신을 숭배하는 것과는 정 반대에 가까운 사상으로서 남쪽 깊은 곳에 서식하는 마족이나 봉인된 마왕을 숭배하는 집단이다.

그 존재가 와전되어 불투명한 데우스 신보다 각종 문헌상이나 유물 등에 빠짐없이 기록되어 전해지는 마왕이기에 마족 숭배자들의 수는 결코 적지 않는다.


‘성향이 악에 치우친 만큼 사회적으로 대놓고 숭배할 수 없었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꼬리가 잡혔으니 내가 어떻게든 해야겠지.’


마침 케르베로스들에게서 마족 숭배자들이 비밀스럽게 모이는 장소에 대해서 몇 군데 전해 듣기도 했고, 최근 샬롯 백작령으로 들어오고 나간 놈들의 동향마저도 파악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곧바로 쳐들어가서 미셸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러기 전에 시우의 얼굴을 보고 가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시우 앞에 도착하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시우도 시우지, 하마터면 놈들에게 맞아죽거나 타 죽을 수도 있었을 텐데.’


스스로도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로 내 마음은 답답했다.

미셸이 납치당한 것과 시우가 죽을 뻔한 것도 하나같이 마족 숭배자들이 벌인 짓이지만, 내가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으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니제르가 두고 간 것들을 친구로서 지켜주는 게 도리일 텐데, 내 일만 우선시해서 소홀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시우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엇, 드디어 눈을 떴네?! 이야~ 그건 그렇고 참 대단하네! 무려 이틀 동안 기절했었다고 하던데?”


사실은 이틀 동안 기절한 것으로만 끝나서 다행이라 생각하라고 글썽거리면서 꿀밤을 먹이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냈다.

아무리 나라도 시우가 걱정이 됐었던 건 사실이니 말이다.


“아, 그리고 아직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화상이라든가, 찔린 곳이라든가, 얻어맞은 곳은 제대로 치료가 끝났지만, 혹시 모르니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나 봐?”


나는 그 동안 혼자서만 여행을 다니기도 했었고, 솔직히 말해서 타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엄청 서투니 말이다.

마법으로 치료하는 거라면 원리야 어떻든 간단하다고도 생각할 테지만, 이게 의외로 힘 조절이 어려워서 자칫 생각 이상으로 과도하게 치료해버리면, 고작 스친 상처 하나에 예상 외로 엄청난 마력이 낭비하게 되니 말이다.


“가, 가나 씨, 감사, 합니다.”

“나? 아냐. 아냐. 나보다는 나중에 저 사람에게나 하라고, 너를 여기까지 데려온 건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이니까.”


그렇게 내가 옆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또 다른 환자이자 내 지인인, 점장이 전신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누워있었다.


“저, 점장, 씨?”

“이야기를 들어 보니 불타고 있는 잡화점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널 데리고 나오려고 하다가 크게 화상을 입었다는 모양이야.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하다못해 물이라도 끼얹고 들어갈 것이지, 정말 바보 같다니까.”


결국 잡화점 바깥으로 빠져나와서야 뒤늦게 물을 끼얹고, 치료 과정에서 수십 병의 회복 물약과 몇 번의 치료 마법이 행해졌는지 관계자에게 전해 들었을 때 죽지 않는 게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시우도 시우 나름대로 걱정이 됐지만, 납치된 미셸만큼이나 점장의 상태도 무척 걱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점장, 씨는, 괜찮, 나요?”

“글쎄. 널 밖으로 내보내고 갑자기 상점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무언가를 찾는 것도 같았고, 엄청난 화상을 입고 밖에 나와서도 누군가의 이름을 소리쳤다고도 하고, 난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서 잘 모르겠네.”


내가 두 사람의 상태에 대해 간단하게 전해들은 후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곧바로 케르베로스로 쳐들어갔으니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시우는 깨어났고, 점장도 ‘지금은’ 운 좋게 목숨은 건진 것 같으니··· 이제 남은 문제는 납치된 미셸 뿐이었다.

점장이 더 늦기 전에, 마족 숭배자 놈들을 빠르게 토벌하고 미셸을 무사히 구출해서 점장에게 돌려보내는 게 나에게 남아있는, 친구인 니제르에 대한 속죄였다.


“아무튼 죽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야. 그럼 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


미셸의 구출이라고는 했어도 사실상 말이야 쉽지, 나 홀로 수천, 혹은 어쩌면 수만 명을 상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방국 국교이자 대표적인 교회의 신자들의 수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수만 명의 마족 숭배자들 중에는 국적을 불문한 인간이나 아인은 물론, 한때 이름이 좀 알려졌다가 타락해서 자취를 감춘 모험가도 있다는 등 불길한 소문이 무성했으니 말이다.

케르베로스나 히드라와는 취지가 다르긴 해도 마족 숭배자들도 커다란 규모의 조직이라고 인식해도 될 테지.


“···그럼 이쯤이면 될까.”


시우와 헤어지고 나서 검문을 통과해 도착한 곳은 샬롯 백작령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교외의 어느 한 복판.

오늘을 위해서 미리 군자금까지 당겨서 선불로 받아놓은 터라 물자에 부족함은 없었다.

고로 우선은 돌입하기 직전에 준비부터 해야겠지.


“블레스(축복).”


사람들이 나를 두고 말하길, ‘서방국 최고의 이능작가’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최고라기보다는 그저 베테랑, 대략 300가지 정도의 마법을 익혔을 뿐인 조금 뛰어날 뿐인 평범한 이능작가라고 생각한다.


“헤이스트(가속).”


아마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강자는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설령 그게 마족 숭배자들이라도 적용될 수도 있을 테고, 내가 돌입하기에 앞서 이렇게 준비를 하는 것도 그런 강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자 예의였다.


“포커스(집중).”


내가 사용할 수 있는 300가지의 마법들 중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강화마법을 중첩하는 것으로 평소 이상으로 실력을 발휘하리라는 내 나름대로의 각오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미셸을 구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마나 아머(마력 갑옷).”


그리고 감히 내가 맡겨 놨던 시우를 죽일 뻔한 놈들에 대한 응징의 전조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가벼운 죄책감이 불과했지만, 만일 시우가 죽기라도 했으면 나는 평생토록 그 일에 괴로워하면서 항상 시달려야 했을 거다.

왜냐하면 내가 구해내고, 처음으로 같이 여행하면서, 다른 사람한테 떠넘긴 책임이니까.


“드래고닉 스트렝스(드래곤의 힘).”


그렇게 생각해보니 상대는 소문으로 들어봤던 마족 숭배자들이다.

케르베로스나 아마도 히드라와도 연관이 될 정도로 위험한 녀석들일 텐데, 과연 이 정도로 충분할까 싶었다.

그렇다고 전력을 다하긴 좀 그렇고, 몇 가지만 조금만 더 더해볼까.


“오토 캐스터(자동 영창), 배틀 힐링(전투 회복), 센서 부스트(감지 증폭), 매직 부스트(마법 증폭), 그레이터 프로텍터(상위 방어), 매직 프로텍터(마법 방어), 디버프 프로텍터(약체화 방어), 리플렉트(반사), 업소빙(흡수), 럭키 코인(행운의 동전)···.”


그렇게 각종 강화 마법이나 보조 마법들을 사용하고서 내 상태가 최상에 가까운 걸 확인하고 앞으로 펼쳐지게 될 수만 명과의 싸움에 몸서리가 절로 일어났다.

계기야 어떻든 간에 수만 명과 싸울 수 있다는 건 평범하게 생각하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결코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지만, 흥분이 됐다.


“···워프(전송).”


그렇게 해서 내가 워프(전송)한 곳은 케르베로스가 알려준 위치, 마족 숭배자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지역이었다.

지리적으로는 서방국에 속해있더라도 어느 영지와도 결코 가깝지 않았던 터라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조차 꺼려지는 음산한 대저택이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아인들이 무기를 들고 한데모여 있었다.


“네놈이 가나 아칸 맞지?”


살기등등한 무리들 사이로 누군가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역시 케르베로스가 털어놓은 건가, 아니면 히드라 쪽에서 알아챘나? 내가 기습할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기습당해버렸네.”


그 직후 나에게 쏘아지는 몇 가지 마법들.

하지만 내가 앞서 발동한 수많은 강화, 보조 마법들 덕분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사라졌다.


“···라고 할까, 사실은 대충 예상은 했지만 말이지.”

“젠장! 다들 덤벼!”


그들 중 누군가의 신호를 계기로 수많은 무기들과 마법들이 내게로 난사되었다.

하지만 그 중 무엇도 나에게 도달할 수조차 없었다.


“아하하··· 너희들, 모두 오늘이 제삿날인 줄 알아라!”


그에 비해 내가 할 수 있는 공격은 지극히 단순했다.

두 주먹에 마력을 불어넣어 두들겨 패주는 것, 그리고 간혹 도망치려는 녀석에게 ‘매직 애로우(마법 화살)’를 쏴서 맞추는 것뿐이었다.

내가 앞서 걸었던 ‘드래고닉 스트렝스(드래곤의 힘)’에 마력까지 더해지니 내 주먹 한 방이면 대략 수십 명은 간단하게 찢겨나면서 허공을 날아다녔다.


“···가, 강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젠장!”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아인들이라도, 셀 수도 없는 마법들이 내게로 쏟아져도, 다양한 방법들로 나를 압박하려고 해도, 그 모든 것이 소용없거나 효과가 미미했다.

결코 진심은 아니더라도 내가 이곳에 작정해서 온 이상, 마족 숭배자들이라 해도 자비는 없었으니 말이다.


“아하하하! 뭐야, 겨우 이 정도야? 좀 더 덤벼들 보라고! 좀 더 즐겁게 해주라고!”


이윽고 수많은 숭배자들을 토벌하고 대저택 앞으로 걸어가 문을 걷어찼다.


“어서 오세요, 아칸 경. 바깥의 환영인사가 소란스러워서 죄송했습니다.”


대저택 내부는 바깥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만큼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각종 흑마법에 필요한 기괴한 재료들이나 마법진, 그 밖에도 인간의 뼈로 보이는 해골들이 마치 장식품처럼 주변을 굴러다니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대저택 내부의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정장 차림의 인외, 남쪽 깊숙한 곳에 서식한다는 ‘악마’였다.


“안타깝게도 저의 종족 특성상 진명을 밝힐 수 없는 무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칸 경께서 부디 부르기 편한 가명을 말씀해서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마족 숭배자들은 마족, 특히 악마나 마왕을 숭배하기에 그들 뒤에는 당연히 악마가 있으리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아가 독립적으로 확립되면서 진명마저 숨겨야 하는 강력한 개체가 뒤를 봐주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째 점점 더 흥분이 된다.


“그럼 악마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시죠.”


갑자기 대저택 내부에 결계가 생기면서 외부와 차단되었다.

아마도 악마를 중심으로 형성된 결계이리라.


“얼마 전에 너희 놈들 중 일부러 서방국의 샬롯 백작령이라는 곳에서 ‘미셸’이라는 이름의 여자애 하나를 납치했다고 들어서 말이지,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야?”

“저런, 저희 어리석은 신자들이 아칸 경에게 무례를 저지른 모양이군요. 저로서는 송구스럽게도 그 미셸이라는 여성분의 위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뭐,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럴 거라 생각했다.

샬롯 백작령을 나갔다는 녀석들의 동향은 그렇다 쳐도, 마족 숭배자들의 수가 많은 만큼 그들이 집합하는 장소도 여러 곳이라 케르베로스에게 위치를 전해 들었을 때는 대략 열 곳이 넘어갔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 내가 직감으로 고른 곳부터 방문했으니 미셸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적었겠지.


“그래? 그러면 멋대로 오해해서 미안, 하지만 그렇다고 결계를 풀어주지는 않을 모양이네?”

“후후후··· 물론 저희들의 존재가 노출된 것도 그렇습니다만, 당신은 저희 악마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하신 분이니 말이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겨뤄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대저택 전체로부터 악마에게 불길한 마력이 흡수되면서 마나가, 대기가 떨려왔다.

물론, 나 또한 기대와 감정의 고양으로 흥분이 돼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하하! 그래, 그렇겠지! 외부인에게 알려줄 생각은 없다, 나가게 두지도 않는다, 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물리적으로라도 억지로 입을 열게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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