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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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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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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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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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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DUMMY

수십 번의 공방이 오가는 시간은 불과 몇 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그야말로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는 싸움이자 서로가 즐길 수 있는 여흥이었다.

그러는 사이 가나와 악마는 서로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근접전으로는 승부를 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후후··· 역시 서방국 최고라 불리는 아칸 경의 실력이군요. 방금 전의 공격들은 정예기사들이라도 좀처럼 반응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

“뭐야, 언제 정예기사들이랑 싸워본 적 있었냐?”


서방국의 정예기사.

각 영지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기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수료하여 국가로부터, 즉 서방국의 왕으로부터 실력과 인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자들의 칭호다.

그들은 길드에 소속된 베테랑 모험가는 물론이고, 동방국의 무인들이나 남쪽의 마물들과 싸운들 전혀 부족하지 않은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예에··· 비록 본의는 아니었지만 말이죠. 저희 악마들에게 흥미가 생길 만큼 강한 존재라고 한다면, 아칸 경이나 서방국 최강의 기사라 불리는 아르튀르 경 정도니까요.”


그렇게 악마가 멋대로 수다를 떠는 동안 가나는 오토 캐스터(자동 영창)의 효과로 수십, 수백발의 매직 애로우(마법 화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일반적인 평범한 마법사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영창을 외우면서도 간신히 만들어 낼 수 있는 매직 애로우가 고작 다섯 개 언저리 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그것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숫자였다.


“그럼 이건 과연 어떨까!”


가나의 손가락이 악마를 향하자 수백에 이르는 매직 애로우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게다가 매직 애로우가 충돌하면서 매번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가나가 여유가 있는 틈을 타서 익스플로전(폭발)을 인챈트(부여)해서 위력을 더욱 올린 것이리라.

그 광경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격과도 같아 이에 휩쓸린 악마는 결코 무사하지 못할 거라 여겨질 정도였다.


“아아··· 역시 별 소용없나.”


준비한 매직 애로우가 모두 떨어지고 나서도 여전히 대저택을 감싸는 결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고 가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공격을 받은 당사자인 악마는 대기 중으로 뿌옇게 올라오는 마나로 만들어진 먼지구름이 가시더니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말했다.


“···아주 소용이 없진 않았습니다. 본래 저희가 서식하고 있는 남쪽은 마나가 짙은 지리적 특성 탓에 마법공격에 강한 내성이 있으니 말이죠. 그런 걸 감안해도 저에게 이 정도로 마법 피해를 줄 수 있는 건 아칸 경이 얼마나 우수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격을 당한 악마의 몸이 점차 회복이 되며, 심지어 너덜너덜해진 정장조차 원래의 상태로 수복이 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악마로부터 반사적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둡고 불길한 마력이 치솟았다.


“그럼 아칸 경께서 약간이나마 고통을 선사해주신 보답으로, 저 또한 아칸 경에게 인간으로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특별한 마법을 선물해주도록 하죠.”


그것은 어두웠다.

그것은 불길했다.

그것은 형체가 없었다.

그것은 이질적이었다.

그것은 미지였다.

그것은 살아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그것은 공포다.

그리고 그것은 빨랐다.


“리버스 온 다크니스(암흑으로의 반전).”


악마로부터 솟구친 검고 불길한 마력이 가나를 향해 다양한 각도에서 쏘아지면서 직격하게 되었다.

그러자 대저택의 결계가 호응하는 것처럼 대저택 내부 전체에 무수히 많은 마법진이 나타나면서 수십, 수백 줄기의 번개가 되어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가나에게 떨어졌다.

그 충격을 미처 버티지 못한 가나가 뒤로 날아가 결계로 가로막힌 출입구와 충돌하는 순간, 공격은 중단되고 가나는 전신이 타들어가는 듯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며 축 늘어졌다.


“후후후··· 어떠신가요, 아칸 경? 방금 전의 마법은 저희 악마들 중에서도 굴지의 실력을 갖춘 자만이 가능한 저희 종족 고유의 마법이랍니다.”


악마가 흡족한 듯 미소 지으며 말하자 축 늘어졌던 가나가 느닷없이 고개를 들면서 대답했다.


“···와앗?! 깜짝 놀랐네! 설마 마나 아머(마력 갑옷)랑 매직 프로텍터(마법 방어)를 뚫고서 공격이 들어올 줄은 몰랐어! 그보다 이거 엄청나게 아프네?!”


미처 악마의 마법 공격에 반응하지 못 했던 가나는 맞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던 것인지 놀라운 듯 대답했지만, 그건 악마도 마찬가지로 놀라웠던 것 같았다.


“호오··· 설마 이 마법을 정면에서 맞고도 타락하시지 않을 줄이야, 역시 아칸 경 정도나 되시는 분은 마법으로 쉽게 타락하시지 않는 모양이군요.”


악마가 쓴 마법은 종족 고유의 마법으로서 일부의 악마들만이 가능한 특별한 부류였다.

기본적으로 사람이나 아인, 그 밖에 다른 생명체들을 타락시켜서 복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면서도 평범한 마법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공격력마저 갖추고 있었다.

그에 더해서 대저택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결계에 도움을 받아 위력을 더욱 더 상승시켰어도 가나를 쓰러뜨리지 못 했다는 사실에 악마는 마법으로도 승산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후후후··· 설마 제가 행사할 수 있는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마저도 소용이 없을 줄이야. 아칸 경은 저의 예상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괴물이시군요.”

“엑··· 아니, 악마한테 괴물이라는 소릴 듣는 게 조금 충격인데?! 그래도 일단은 나 인간이라고?!”


이렇게 서로가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에서도 가나는 워프(전송)하기 직전에 걸어둔 보조 마법 덕분에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고, 서로가 대치하는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물리 공격도, 마법 공격도 소용이 없는 것을 인정한 악마에게 남아있는 수단은 오로지 대화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저는 아칸 경에게 불쌍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악마의 대표적인 장기이자 특기는 바로 ‘타락’이었다.

인간을 아득히 넘어가는 물리 공격과, 대상을 타락시키는 것과 동시에 강력한 충격을 가하는 마법 공격이 무산된 이상, 악마에게는 대화를 통한 타락만이 유일한 대처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나는 순순히 악마와의 대화에 응했다.


“무슨 소리야, 네가 아까 나보고 괴물이라고 불러놓고서 이제 와서 불쌍하다니?”

“아아··· 저는 다릅니다. 저는 단지 아칸 경을 표현할 만한 마땅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던 탓일 뿐, 결코 아칸 경을 비방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정장을 입은 악마의 등 뒤로 전신을 덮을 정도로 커다란 날개가 생기더니 그 위용을 뽐내려는 듯 활짝 펼치면서 대화가 계속되었다.


“강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고 적응하려는 아인이나 마물들과 달리, 인간들은 아칸 경과 같은 강함을 가진 자들을 의심하고, 시기하고, 그리고 두려워 할 뿐이죠.”


강자라면 평소에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감정들을 술술 내뱉는 악마.

그것은 설령 온갖 공격을 버티던 가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간들이 믿고 있는 교회의 데우스 신처럼··· 그들은 자기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고, 그러지 않는 것은 배제해서 격리시키려 하죠. 그리고 아칸 경도 사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서방국의 인간들은 암묵적으로 아칸 경을 경계하고, 또한 아까 전에 말씀하셨던 미셸이라는 여성분도 경계한다는 것을 말이죠.”


악마가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며, 진실이었다.

서방국에서 인식하는 가나 아칸이라는 자는 최고의 칭호에 어울리는 이능작가인 동시에 그 강대한 힘 탓에 조심스럽게 주시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광대의 잡화점 내부에서만 생활했던 미셸도 예외가 아니었다.


“저희들은 비유가 아닌 진짜 악마들입니다만, 인간들 또한 악마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사악하고 추잡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단지 종족이 다를 뿐인데, 외견이 다를 뿐인데, 서로 간의 힘에 차이가 있을 뿐인데, 서로를 끔찍이도 인정하려 하지 않으니 말이죠?”


서로의 차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을 극단적으로 말하는 악마의 말은 매혹적이었다.

그것은 단지 말주변이 좋다는 수준이 아닌, 실질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강대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악마 본인이기에 더욱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이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간파력 탓에 타락이라는 특징이 더욱 돋보이게 느껴졌다.


“물론 저희 악마들도 인간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그들의 행동이나 당위성에 대해서 이해하고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만일 서로에게 차이가 있다면 그런 부분이겠죠.”


그렇게 줄곧 이어지는 악마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는 가나.

그것이 악마의 대화에 넘어가려는 징조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그래도 악마는 대저택의 결계 내부에 갇히게 된 이상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예정이었다.


“···아칸 경, 저희들은 당신이 갖고 있는 그 고독한 감정과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당신이 그토록 강자와의 싸움을 추구하는 것도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일 겁니다.”


이 때 처음으로, 가나의 표정이 겉으로 꿈틀거렸다.

그 사사로운 사실을 놓치지 않은 악마는 사악한 미소를 지어내며 길고 장대한 대화에 결정타를 날렸다.


“···그렇습니다! 저희와 만나게 된 게 운명이라면, 아칸 경은 지긋지긋한 인간들에게 경계당하고 휘둘릴 필요가 없을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도 운명이라면, 부디 저희와 함께 마왕님을 섬겨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과거의 기억이 없는 가나로서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능작가로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에게 암묵적으로 기피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 원인이 가나 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과 엮이기 싫어서 혼자만으로 여행을 떠나며, 내부가 아닌 외부로의 모험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악마의 말이 전부 맞을 지도 모르겠고, 가나에게 있어서 서방국은 애증의 관계에 위치한 나라였다.

그러자 줄곧 침묵하고 있던 가나가 입을 열었다.


“어이, 악마. 하나만 묻자.”

“예. 무엇입니까···?”


순간적으로 악마는 말끝이 흐려졌다.

그 동안 대화를 통해 여유로웠던 분위기가 점차 사라졌다.

가나로부터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무언가에 압박을 받으며, 어째서인지 묻는 말에 필요 이상으로 정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아는 대로 순순히 대답한다, 알겠냐?”

“아, 알겠··· 습니다.”


그것은 모종의 마법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살기를 통한 압박도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강제로, 억지로 해야만 한다는 불가항력의 강제력.

그 불가사한 현상에 악마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초조하게 대답했다.


“아까 전에 미셸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으니 아무래도 좋다고 치자, 그러면 동료들이니까 하다못해 데려간 목적 정도는 소문으로나마 알고 있겠지?”


악마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려 했다.

공격하려 했다.

고개를 돌리려 했다.

입을 막으려 했다.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들이 무의미해지고, 어쩔 수 없이 대답해야만 했다.


“그, 그건··· 마, 마왕님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 마, 마녀의··· 피를···!”

“···마왕? 분명 마왕 스스로가 봉인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너희들이 마왕을 깨우기 위해 마녀의 피가 필요했다는 건가.”


마녀의 피는 온갖 마법의 다양한 촉매가 되면서도 마녀의 능력이 강대하면 강대할수록 그 효율도 높아지는 매우 진귀한 물건으로서 심지어 서방국에조차도 온전하게 현존하는 물품이 없는 꿈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이로서 니제르를 대신해서 그녀의 딸인 미셸을 납치하게 된 이유를 알아낸 가나는 악마를 향해 말했다.


“그럼 그 동안 어울려주고 억지로 말해주느라 수고했어. 하지만 이능작가를 상대로 대화라니··· 나를 얕보는 거 아니야?”


가나에게서 강제력이 사라지자 악마는 그제야 제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악마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소용없게 되자 급기야 악마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가나를 향해 소리쳤다.


“아··· 아아아! 이 얼마나 불쌍한가, 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가! 당신은 이리도 강한데, 이리도 고독한데, 어찌 경에게 인간이··· 그것도 존재하는 것조차 한심할 정도로 무능력한 이계인 따위가 있는 겁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괴물과 이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인간의 조합이라니 이 얼마나 우습고, 얼마나 꼴불견인···!”

“···이제 됐어. 이제 그만 슬슬 죽어버려 줄래?”


가나의 마지막 말에 의해 악마는 생전 처음으로 공포를 느끼는 동시에 전신의 구멍이란 구멍으로부터 검은색의 피가 치솟더니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힘없이 쓰러졌다.

대저택을 감싸던 결계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가나는 대저택을 여유롭게 걸어 나오며 중얼거렸다.


“쯧··· 악마 주제에 쓸데없는 소리나 하긴, 이렇게 되면 하루에 하나씩 무너뜨려가면서 찾을 수밖에 없는 건가? 그러면 찾는 것만 해도 적어도 일주일은 족히 넘어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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