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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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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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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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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DUMMY

다음 날, 만유국에서 가나 씨가 사라졌다.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가나 씨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눴던 점소이가 증언하길,


‘식사는 맛있었지만, 슬슬 서방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계산은 연맹 앞으로 부탁한다고 하던데요?’


정말 가나 씨다운 말을 남기고서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게 확인됐다.

그리고 이에 호응하려는 것처럼 먀우 씨나 칼빈 아저씨들도 덩달아 만유국을 떠나려 하자 연합맹주 할아버지가 연맹의 중요한 회의나 업무도 중지시키고 연맹을 뛰쳐나와서 말씀하셨다.


“그럴 수가, 귀공들은 다름 아닌 본국의 구세주들이오! 아칸 공이 말없이 떠난 것도 안타까운 마당에 귀공들마저 본국을 뒤로 하겠다니, 적어도 며칠 정도만 더 이번 사건의 여독을 푸는 게 어떻겠소?!”


나로서는 연합맹주의 지위 여하에 상관없이 간절하게 부탁해오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동방국을 구한 건 내가 아니라 가나 씨나 다른 사람들이니 무능력한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부담이니 말이지.

한편 먀우 씨도 느끼는 바가 없던 건 아닌지 사양하는 걸 돌려서 말했다.


“먀하하··· 냐도 사실은 이곳에서 장사나 하면서 느긋하게 쉬고 있지만 말이냐, 다른 동료들을 데리고 서둘러야 하는 바람에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냐.”


어제 칼빈 아저씨에게서 주워듣기로는 어릴 적 단짝인 생쥐와 노느라 정신이 팔렸던 모양이지만, 더 늦기 전에 운송 임무를 끝마치고 싶으니 서두르라는 등 핀잔을 준 모양이다.

그 사실을 먀우 씨도 알긴 아는지 마지못해 수긍하셨고, 새벽부터 잠자리에서 일어나 여행 준비를 끝마치고 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겠구려. 이 이상 늙은이의 고집이 먀 소저에게 민폐가 되어버리면 안 되니···.”

“먀하하하! 그렇게 풀죽지 마, 할아범! 냐는 이곳을 포기할 생각이 없으니 말이냐! 이렇게 혹독하고 피폐한 환경에서야말로 냐 같은 상인의 진가가 발휘되니 말이냐, 나중에 살짝 비싸게 팔아도 눈만 적당히 감아주면 충분하냐!”


그 와중에 먀우 씨의 장사 기질이 철저하게 발휘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먀우 씨의 유쾌한 대답에 연합맹주 할아버지의 안색이 약간이나마 좋아진 것 같다.

그렇게 연합맹주 할아버지는 물론, 뒤를 따라온 수많은 무인들이 동방국의 인사법인 포권지례을 취하며 먀우 씨 일행을 맞이했다.


“다시금 본국의 위기를 구해주어 실로 감사할 따름이네! 귀공들이 언제든지 본국을 다시 방문해준다면, 연맹은 귀공들을 열렬히 환영할 테니 말일세!”


그렇게 수많은 무인들에게 거창한 인사를 받으려니 부담감이 장난 아닌 와중에 내게로 수련 씨가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물론 이 공자께서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소녀도, 그리고 다른 이들도 이 공자에게 큰 은혜를 입었으니 앞으로 소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염려치 마시고 무엇이든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수련 씨마저 내게 감사한다니, 부담감으로 위장에 구멍이 뚫려버릴 것 같았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니제르 씨에게 대항하려다 실패한 것 밖에 없는데 말이지.


“아, 예에··· 저야말로 그 때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보다 니제르 씨에게서 이능작가의 단서를 들을 기회가 생기면 저를 대신해서 샬롯 아가씨에게 전해주면 고맙겠는데 말이죠.”


원래 가나 씨와 내가 이곳, 동방국의 만유성까지 찾아온 이유 중 하나가 이능작가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함이었지만, 하필 니제르 씨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터라 별 소득이 없었지만 말이다.

이미 이곳을 떠나버린 가나 씨는 물론이고, 나도 칼빈 아저씨들의 뒤를 따라가는 상황이니 그 역할은 수련 씨에게 맡기게 되었다.


“물론 소녀도 이능작가 나부랭이인 만큼 그 악랄한 마녀, 하우사 공에게서 어떤 정보라도 얻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부디 안심하시고 맡겨주시기 바랍니다.”


설마 이제 와서 니제르 씨가 반란을 일으킬 리가 없겠지만, 니제르 씨의 약점이 죽은 자의 피인 게 공공연하게 밝혀진 이상 연맹 측에서도, 그리고 수련 씨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의 복구 작업은 연맹 측과 니제르 씨가 나눠서 담당한다고 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정작 월영단주라 불리는 남자는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기 못한 채 연맹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하니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사건이 해결된 뒤, 동방국은 대부분이 순조로울 것이다.

단 하나만 빼고 말이다.


“저기···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닌 건 알지만, 화랑 씨와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어제 술자리에서 연합맹주 할아버지한테 듣기로는 두 분이 남매라고 하던데요···.”


어제의 술자리, 라고 해도 나는 딱히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지만, 연합맹주 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아들 생각이 난다며 이것저것 털어놓으셨다.

지금 생각하면 할아버지 정도나 되는 무인이 술에 취해서 이것저것 떠벌리는 건 생각하기 힘들지만, 이번 사건이 나름대로 큰 충격을 받으신 모양인지 나를 상대로 할아버지의 과거라거나 자식들 이야기나 연맹의 서류 작업에 대한 푸념 등을 늘어놓으셨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화랑 씨와 수련 씨의 관계를 알게 되었고, 줄곧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나였기에 마음에 걸렸다.


“하아··· 할아버님을 대신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설마 할아버님께서 소녀를 본국에 억지로 붙잡기 위해 이 공자에게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실 줄이야.”


엑, 설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합맹주 할아버지한테 이용당한 건가?


“비록 일이 바쁜 탓에 이 자리에는 없지만, 진화랑··· 소녀의 오라버니에 대해서는 정말로 이 공자께서 신경을 쓰실만한 일이 아닙니다. 세상의 섭리가 그런 것처럼 소녀가 이능작가로 선택된 것도, 그리고 오라버니가 기억을 잃은 것도 천신에게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것이겠죠.”


기억을 잃게 된 게 운명이라니, 그래서 어쩔 수 없다니.

그래서는 마치 가나 씨나 다른 이능작가들이, 그리고 억지로 소환되어 고생하게 되는 내가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녀가 오라버니를 포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소녀의 개인적인 감정을 우선해서 일을 그르치게 만들 수 없지만, 적어도 시국이 안정된 후 하우사 공에게 이능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서 뭔가 방도를 생각해야 하겠죠.”


그 대답에 수련 씨는 가나 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가나 씨는 언제나 나를 생각해서 자신을 희생하려 하고, 수련 씨는 불안정한 나라를 생각해서 화랑 씨와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희생한다.

저마다 생각은 다를지라도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정작 수련 씨 본인은 나 홀로 외롭지 않으세요?”


나도 미셸 씨를 위해, 그리고 이미 떠나간 장부 씨나 무명 씨를 위해 움직였지만 그 누구도 구하지 못 했다. 그래서 외롭고,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 수련 씨는 어떻게 대처할까 궁금해져왔다.


“후후후··· 소녀가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필시 거짓이 되겠죠. 아무리 소녀가 이능작가에 무인이라 하더라도 나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생각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타국이나 타인과 대등한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는 것으로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가는 거니 말이죠.”


나도 그 당연한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나도 있어야 할 곳을, 칼빈 아저씨 일행을 따라가서 강해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니 말이다.

고로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분명 내가 가는 길은 올바르다고 확신했다.


“···그렇군요. 수련 씨가 화랑 씨를 포기하지 않아서 안심했습니다.”


그러자 수련 씨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후후후··· 그러는 이 공자께서도 이계 출신이면서 가족과 떨어진 탓에 무섭고 외로우셨을 텐데, 용케 씩씩하게 버티시는 군요. 다음 기회에 본국을 방문해주신다면 이번에는 이 공자의 이계 생활을 들어보고 싶네요.”

“앗··· 네, 물론이죠! 아직 가나 씨나 샬롯 아가씨 정도 밖에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수련 씨에게도 들려드릴게요!”


나는 조금이나마 기뻤다.

이곳에 와서 그저 잃어버린 것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수련 씨는 물론이고, 연합맹주 할아버지도 그렇고, 화랑 씨나 그 밖에 다른 무인들도 만나면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뭐, 니제르 씨에 한정해서 빈 말로라도 좋다고도 말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그럼 소녀와 오라버니를 대신해서 아칸 공에게 안부를 전해주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


가나 씨에게 소식을 전하는 건 이제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웃는 얼굴로 수련 씨와 연맹의 다른 자들과 헤어졌다.

그리고 모두와 헤어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출발 준비를 마쳐둔 마차 속으로 칼빈 아저씨가 고개를 내밀어 외쳤다.


“이시우, 빨리 와라! 이제 곧 출발한다!”

“···아, 칼빈 아저씨! 알았어요!”


마차에 올라타자 그곳에는 칼빈 아저씨나 개런드 아저씨 말고도 다른 병사 아저씨들이 웅크려 앉아 있었고, 마부석에는 머리 위에 생쥐가 앉아있는 먀우 씨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로, 정말로 시우냥을 데려가야 하는 거냐?”

“정말로, 정말이다.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는 거냐, 고양아.”


칼빈 아저씨의 대답에 먀우 씨가 표정을 찌푸렸다.

혹시 내가 없는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지, 혹은 싸움이 난 건지 모를 일이다.


“저기··· 먀우 씨? 혹시 제가 따라가면 민폐가 되는 건가요?”

“먀?! 아, 아니냐! 그, 그런 건 아니냐! 굳이 어느 쪽이냐고 말하자면 냐로서는 시우냥이 따라오는 게 기쁘긴 기쁘다만··· 그, 지금부터 향하게 되는 곳은 위험하달까··· 제대로 된 곳이 아니라고 할까···.”


아, 먀우 씨가 칼빈 아저씨랑 싸운 것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내가 걱정이 되는 모양인가보다.

하지만 나는 그 동안 가나 씨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몸으로서 어지간히 위험한 게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말이지.


“저를 걱정하시는 거라면 아마 괜찮을 거에요, 이래보여도 꽤 여러 곳을 다니면서 경험을 쌓아보기도 했고,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부터라도 자기 앞가림을 위해서 진정으로 성장할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차하면 나에게는 토리도 붙어 있으니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으으으··· 하필 가냐냥이 시우냥을 두고 가버려서 이런 상황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가냐냥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를 해줘야 할 것 같냐···!”


그렇게 말하던 먀우 씨가 고삐를 휘두르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먀우 씨가 옮기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까지 통째로 실어서 말이다.


‘···질문. 이제 마차는 출발했습니다.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시우에게 남아있는 길은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묻겠습니다. 만일 도중에 힘들고 고될 때, 그 때가 되면 도망치시겠습니까?’


분명 아무 힘도 없는 나로서는 힘들고 고된 게 당연할 것이다.

하물며 어떨 때는 도중에 포기하고 싶기도 할 테고, 내 결정에 후회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미 그런 것을 각오하고 끝까지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런 거 없어, 이제 나한테는 도망이라는 키워드는 없어. 도저히 무리다 싶을 때는 간혹 길게 우회하거나 멈추기는 해도 결코 물러서지는 않겠어!’

‘···대답. 알겠습니다. 그래야 저의 3대 마스터라 불릴 만한 그릇이죠. 이시우, 당신이 도망가지 않으려 하는 이상 저도 당신을 끝까지 도와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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