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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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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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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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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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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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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15화

DUMMY

나는 한창 잘 자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일어나게 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누군가가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귀속이 근질거렸기 때문이다.


“···힉?! 어, 어째서인지 귀가 엄청나게 근질거려?!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보통은 자고 있을 때 벌레가 기어가든 누군가 업어가든 눈치 채는 게 늦은 편이라 괜히 더 당혹스러웠다.

그러자 마부석에서 말을 몰던 먀우 씨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먀하하! 누가 시우냥 얘기를 하는 거 아니냐?”


그건, 그럴 지도 모른다.

가나 씨와는 며칠 전에 헤어졌고, 그 뒤로 곧장 북방국 방향으로 향하고 있으니 아주 나중에야 엘리자베트에게 잔소리도 듣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먀우 씨도 예외는 아닌 것이 본인이 좋다고는 말했어도 사실은 거의 억지나 다름없는 나를 위해서 며칠 동안 별 말도 없이 참아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되도록 나쁜 얘기 같은 게 아니라면 좋겠는데요.”

“먀하하! 냐도 잘 알고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시우냥은 나쁜 애 같은 게 아니냐! 오히려 착한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냐!”


과연 먀우 씨의 말대로 내가 그 동안 착한 짓만 해온 건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의도야 선의로 시작했다고 해도 결과가 나쁘게 흘러갔다면,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악의로 비춰질 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쩌면 행방불명 됐다던 미셸 씨의 어머니나 장부 씨나 무명 씨의 가족에게는 원수로서 찍혀있을 지도 모르지.

아니면 내 억지를 간신히 들어준 가나 씨나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어줄 엘리자베트가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있겠다.


“···설령 빈 말이라도 감사합니다.”

“먀하하··· 냐가 했던 말은 결코 빈 말이 아니었지만 말이냐···.”


어쩌면 먀우 씨는 내가 한없이 자기를 낮추고만 있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고, 실제로도 그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 세계로 떨어진 이후로 진심으로 좋아하고 보람을 느낄만한 훌륭한 일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내 자신감이, 자존감이 낮은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강해져서 성장했다는 실감을, 그리고 뭔가를 해냈다는 성과를 얻고 싶다.


“그건 그렇고 그 아지트라는 곳은 아직도 멀었나요, 벌써 며칠 동안 줄곧 이동만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물론 쉬지도 않고 달렸다는 뜻은 아니었다.

가끔씩 마차를 세워서 말들을 쉬게 해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차 안에서 극심한 멀미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을 나도, 그리고 하루 종일 마부석에 앉아있는 먀우 씨나 동행하고 있는 다른 아저씨들도 쉬어야만 했으니 말이다.

솔직히 가나 씨가 문장력을 소모하면서까지 동방국으로 며칠조차 걸리지 않는 최단시간으로 주파한 게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지만, 원래대로라면 먀우 씨와의 여행이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냐의 기억에 의하면 이제 슬슬 도착할 것 같냐. 시우냥이 냐를 대신해서 짐칸에 있는 다른 놈들을 깨워주지 않겠냐?”

“알겠습니다.”


내가 멀미로 고생하면서 뻗어버렸던 만큼 다른 아저씨들도 제정신을 유지한 채 깨어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일어나 있어도 마차 안에서 멀미로 고생하거나 자는 것 이외에 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말이지.


“칼빈 아저씨, 칼빈 아저씨. 슬슬 일어나 주세요. 먀우 씨가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고 해요.”


언뜻 기절한 것처럼 보이는 칼빈 아저씨는 내가 흔들어 깨우자 거슴츠레한 눈을 뜨면서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으, 윽··· 빌어먹을 고양이 녀석 같으니··· 마차를 모는 실력이 형편없잖아···.”

“먀아앗! 마차를 몰려고도 하지 않는 놈한테 듣고 싶지 않냐! 게다가 냐는 상인이라냐! 뭔가를 옮기는 일은 많아도 누군가를 옮기는 일은 한 적이 거의 없냐!”


역시 수인이라 귀가 좋은 걸까?

어떻게 들은 건지 칼빈 아저씨의 혼잣말을 정확하게 되받아치는 먀우 씨, 그 말다툼을 기점으로 저마다 잠에서 깨어나는 아저씨들이 한 마디씩 말했다.


“중사님, 아침부터 먀우 공이랑 싸우는 겁니까··· 아침마다 칭얼거리는 아기 같지 말입니다.”

“우욱··· 술 같은 거 심지어 동방국에서조차 마실 기회도 없었는데, 속이 울렁거립니다.”

“아니, 이건 고행이다. 이 괴로움을 견뎌내고, 아지트에 도착하면 우리들에게 천국이 찾아온다고?”

“포상휴가! 포상휴가! 한 달 동안 포상휴가! 우오오오옷!”


아침마다 일어나는 병사 아저씨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절반은 칼빈 아저씨처럼 아침에 약한 건지 힘들다고 앓는 소리를 내는 쪽,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한 달 동안 이어질 포상휴가를 약속받은 것으로 흥분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분 좋게 일어나는 쪽이었다.

물론 오늘을 제외하고, 항상 아무 이유도 없이 잘 일어날 수 있었던 나에게는 어느 쪽이든 공감하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오? 이 바위 골짜기는 아지트 주변에 있는 거기잖아? 정말로 거의 다 왔네!”


내가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바위 골짜기로 보이는 장소라도 칼빈 아저씨에게는 다르게 보였던 건지 여행 중에서 가장 반가운 미소를 짓고 계셨다.

아무래도 도착하는 순간이 정말로 머지않았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긴장되었다.


‘보고. 교감 신경계에 반응 감지, 갑작스러운 근육의 경직 및 수축 감지. 현재 위치에서 광범위 스캔, 마물의 위치를 검색합니다. 이시우로부터 반경 수십 미터 이내에는 마물의 반응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전투중인 것도 아닌데, 어째서 그렇게 긴장하고 계시는 겁니까?’


내 상태를 알아차린 토리가 또 다시 딱딱한 말을 걸어왔다.

설마 지금 상황을 보고도 이해하지 못한 건가.


‘···그걸 정말 몰라서 물어, 지금부터 가나 씨와 함께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나 혼자서 초면인 사람을 만나는 거잖아. 그 동안은 가나 씨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물론 가나 씨를 놓쳐버리고 내가 길을 잃었을 때라든지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적어도 말하는 법이나 읽고 쓰는 법 정도는 이미 파악해둔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건 남들과 접할 수 있는 사전준비에 불과할 뿐이며, 내가 사람과 접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정확히는 마음의 준비라고 해야 할지, 지금부터 나를 강하게 만들어달라는 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소리를 듣더라도 버텨내야 했으니 말이다.


‘대답. 그런 건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상태에 대해서는 수시로 확인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 습득한 분위기 파악이라는 것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저 당신의 긴장 상태를 풀어주기 위해 평소와 같은 대화를 유도했을 뿐입니다.’


토리의 마음씀씀이가, 아니 애당초 토리에게 마음이란 게 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고마운 말이다.

적어도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말이지.


‘···비록 의도는 좋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역효과야. 나는 긴장한 것 말고도 마음속이 초조하고 불안해서 신경이 날카로워. 그럴 때는 빈 말이라도 위로를 해달라고.’

‘대답. 그렇습니까, 저로서는 또 다시 당신에게서 대인관계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되어서 기쁠 따름입니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과도한 긴장은 전투 및 대인관계를 형성하는데 예상치 못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건 굳이 토리가 말하지 않아도 나도 그럴 생각이다.

이번에 내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칼빈 아저씨네 상관, 그 리더라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정을 받아야만 하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가나 씨와도 헤어진 마당이니 리더라는 사람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건 설령 만약이라도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즉 나의 독립과 리더에게 인정을 받는 것부터가 내가 강해질 수 있는 최초의 시련인 것이다.


“먀하하하! 드디어 도착했냐! 저기 보인다냐!”


먀우 씨의 말에 나는 마부석 너머를 바라보았다.

전방으로 보이는 건 아까 전의 바위 골짜기들뿐이었지만, 마치 무언가의 진입을 방해하도록 의도적으로 깔려있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바리케이드들과 바위와 비슷한 색상으로 위장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마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비좁은 길목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어이~ 우리들 돌아왔다고!”

“···차량 정지!”


짐칸에 있던 칼빈 아저씨가 먀우 씨 옆에 있는 마부석에 앉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군인으로 보이는 다른 아저씨가 마차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뭐야? 빨리 보내줘! 암구어는 방금 전에 통신병으로 전해줬잖아?”

“···죄송합니다. 안전 재확인을 위해 관등성명과 방문 목적, 동승 인원수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칼빈 아저씨의 얼굴만으로는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경비가 철저한 것 같다.

이 정도로 엄격한 규범은 마치 서방국의 암묵적인 귀족 체재마냥 신경을 긁어내는 것 같아서 한층 더 긴장이 된다.

그러자 칼빈 아저씨는 노골적으로 표정을 찌푸리면서 경비 아저씨의 질문에 대답했다.


“에이··· 쯧, 칼빈 중사, 리더 직속 명령으로 호위 및 운송 임무로 귀가하는 중, 나를 제외한 10명 분대에 수인 하나, 민간인 하나, 생쥐 하나. 자, 됐으면 빨리 비켜!”

“···감사합니다. 그럼 아지트에 확인 요청 후에 열어드리겠습니다.”


결국 칼빈 아저씨는 폭발해버렸다.


“야, 이 개XX야! 너 신참이냐?! 왜 이렇게 일을 빡세게 해?! 어차피 우리 말고 여기 오는 놈들 하나도 없잖아?!”


그 말을 무시하고서 바리케이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버리는 경비 아저씨.

아무래도 입장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저기··· 먀우 씨, 여기는 원래 이렇게 경비가 엄격한 곳인가요?”

“으음~ 원래는 이러지 않는데 말이냐, 그래도 조심해서 나쁜 건 없지 않겠냐?”

“없긴 왜 없어!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이딴 고물 같은 마차에서 벗어나서 당장이라도 시원하게 샤워라도 하고 다시 자고 싶은 기분이란 말이야!”

“먀아아악! 고물이라니, 고물이라니! 냐의 마차가 고물이란 말,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거라냐!”

“시끄러워, 빌어먹을 고양이! 내가 나중에 운전병 불러서 차량에 탑승시켜 줄 테니까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든가!”


그렇게 먀우 씨와 칼빈 아저씨가 별 것 아닌 문제로 사소하게 말다툼을 하고 있으려니 아까 전의 경비 아저씨가 바리케이드를 치우면서 우리들에게 경례를 하면서 대답했다.


“실례했습니다, 칼빈 중사님! 현재 바윗길에 진행 중인 차량은 없으니 그대로 아지트로 향하시면 되겠습니다!”

“너, 너! 지금 기억했으니 앞으로 조심해라, 앙?! 다음에 또 내 앞길을 막았다간 큰일 날 테니까, 앙?!”


반쯤은 장난 섞였다고 믿고 싶은 위협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바위 골짜기에 둘러싸인 외길을 나아갔다.

시간으로 치자면 1분 정도가 걸렸을까, 드높은 바위 골짜기에 가려졌던 아지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먀하하하! 드디어 도착이냐!”

“자, 내려라! 다들 내려! 리더에게 보고만 하면 임무 완료다!”


그 아지트라는 곳은 말 그대로 내가 생각했던 군대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대체 그 비좁은 바윗길로 어떻게 옮긴 것인지 곳곳에 컨테이너 박스를 개량한 것처럼 보이는 건축물들이 보였고, 무엇보다 내가 있던 세계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군용 차량들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칼빈 아저씨나 짐칸에 있는 다른 아저씨들처럼 군복을 입고 있는 아저씨들이 저마다 단련을 하거나 총기 소질을 하는 등 무척 많았다.


‘설마 이렇게나 많을 줄은··· 아, 아니지! 진정하자! 그 리더라는 사람을 만나서 강해지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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