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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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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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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16화

DUMMY

칼빈 아저씨가 안내하는 컨테이너 박스의 안쪽은 내가 자칫 원래 세계로 돌아온 것은 아닐지 의아할 정도로 이쪽 세계 기준에서 충분히 과도한 수준의 과학 기술을 사용한 각종 첨단 물품으로 넘쳐났다.

생활의 필수품인 텔레비전, 냉장고, 에어컨, 그리고 일반적인 사무 작업에 필요한 복사기나 인쇄기는 물론, 심지어 구식 컴퓨터마저 갖추고 있었으며, 곳곳에 있는 병사 아저씨들도 아무 위화감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기는 어디에서 끌어오고, 유지랑 운영은 어떻게 되는지 묻지는 말자.’


이런 깊은 바위산 속에서, 그것도 엄중한 경비를 거쳐야 입장할 수 있는 만큼 이곳의 시설 자체가 아주 중요할 것이다.

이것저것 알려고 했다간 입막음을 위해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르고, 혹시라도 안다고 해도 내 머리로 알 수 있을 만한 내용도 아닐 테니 말이다.

그렇게 칼빈 아저씨가 어느 문 앞에 멈춰서 몇 번을 노크하자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칼빈 아저씨가 문을 열고 넘어가는 곳에는 사무용 테이블에 앉아 서류를 훑어보고 있는 무테의 안경을 낀 젊은 청년, 언뜻 보기에도 고생 따위는 하나도 하지 않았을 법한 귀티마저 나는 얼굴이었지만, 칼빈 아저씨와 나는 노려보는 눈매만큼은 놀라우리만치 매서웠다.


“1분대장 칼빈 중사, 지금 귀환했습니다!”

“그래, 예의 전달받을 물건은 방금 서류를 통해 확인했네. 그 동안 수고했군.”


이게 바로 칼빈 아저씨가 말하던 그 리더라는 사람일까.

냉혹한 분위기마저 느껴져서 어쩐지 긴장도 되고, 무섭기도 했다.


“···그리고 중사 옆에 있는 소년이 출입 보고로 말했던 민간인인가, 어째서 이곳에 데려온 거지?”

“네! 이 민간인의 이름은 ‘이시우’라고 하며, 자칭하길 이계인이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저희 장비들을 일찍이 알아보고 저희가 후송해야 할 물건이 있었던 만큼 북방국에서 파견한 스파이가 아닐까 의심스러워서 데려왔습니다!”


그러자 리더라는 젊은 청년의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단순히 눈매가 나쁠 뿐일지도 모르는 인상에서 명백하게 역전의 용사와도 같은 기백과 살기가 나에게로 집중되면서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가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마치 품평이라도 하는 것처럼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마저 나에게는 위협과도 같았다.


“···그래, 일단 중사는 이만 돌아가게. 그 아이의 신병은 내가 맡도록 하지.”

“네! 수고하십니다!”


그렇게 칼빈 아저씨가 돌아가고 나 혼자만 남게 되자 리더라는 자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했다.


“시우 군이라 했나, 우선은 자리에 앉도록 하지.”

“···아, 네.”


오랜만에 듣고 말하는 원래 세계의 말이었다.

지금까지는 서방국의 언어로 보고를 주고받았었지만, 역시나 내 앞에서는 다른 언어로 대화를 했다.


“아지트에 온 것을 환영하네, 나는 브렌 소령일세.”

“···이시우입니다.”


처음에 느껴졌던 브렌 씨의 경계심은 여전했지만, 대신 말투는 온화했다.

아니면 내가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 탓에 그렇게 믿고 싶을 것일까.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긴장하지 말게나, 시우 군이 북방국의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한 눈에 보고서 판단할 수 있었으니까.”

“···에?”


그 희소식은 반가웠지만, 보통 한 눈에 보고서 거기까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자네가 정말로 북방국의 스파이라면, 나를 본 시점에서 돌변해서 달려들었겠지. 그렇게 자네가 희생하는 동시에 우리들의 위치 정보가 북방국으로 향할 테고, 이곳은 약 수십 초 안으로 북방국 놈들의 공격을 받고 생존자 없이 완전히 괴멸되었겠지.”


그건 무시무시한 가능성이다.

설령 내가 있는 세계에서도 수십 초 안으로 이 정도 규모의 아지트를 괴멸시키는 일이란 건 이론적으로도 불가능 할 것이다.

대체 북방국이란 곳은 어떤 나라이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이 가능한 걸까.


“하지만 그 칼빈 중사가 일부러 내 앞까지 데려왔을 정도의 인물이니 조금이나마 호기심이 생기더군, 시우 군은 아마 이계인이라고 했었나?”

“···예에··· 몇 년 전에는 말이죠.”


이계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문헌을 포함해도 극히 적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인간 마을이나 국가에 소환되지도 못한 채 마물이 즐비한 남쪽 위험지대에 떨어져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마나에 대한 능력이 전무한 탓에 남쪽 위험지대의 고농도 마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괜찮지만, 문제는 마땅한 장비나 생존기술이 없어서 마물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였고, 가나 씨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던 거고 말이지.


“자네도 알다시피 이계인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가능성을 내포한 채로 생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네. 그런 점에서 보면 시우 군은 운이 좋았군.”

“뭐··· 가나 씨 덕분··· 앗.”


나도 모르게 평소대로 가나 씨의 이름을 말해버렸다.

역시나 브렌 씨가 노골적으로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내온다.


“···가나 씨? 설마 서방국의 이능작가 ‘가나 아칸’말인가? 이거 어쩐지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결국 나는 될 때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한 채 가나 씨와 만나고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계기를 털어놓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신중하게 듣고 있던 브렌 씨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고, 그 외에는 다른 반응이나 별 말이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내가 이곳에 온 목적도 말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나 씨가 저를 구해준 것은 고맙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저는 이 세계로부터 구원받지 못 했어요. 마나도 전혀 다룰 줄 모르고, 그 당시에는 검술을 익히기에도 환경적으로 어려웠으니까요. 결국 며칠 전에 가나 씨와 헤어지고 북방국에 들어가서 강해지기로 결심한 겁니다.”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브렌 씨가 무테의 안경을 벗더니 눈 사이를 문지르며 대답했다.


“···그래, 시우 군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으로 기구한 사연이라 생각하네. 검술에도, 마법에도 재능이 없으니 북방국으로 향해서 강해지겠다는 마음은 가상하다고 여기지. 하지만 북방국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온건한 나라가 아닐세.”


다시금 안경을 쓴 브렌 씨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때와는 달리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표면적으로는 북방국은 쇄국 국가로서 타국과의 접촉을 일체 금지한 채 아무런 정보가 없는 곳으로 보이지만, 그곳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우리들은 그 진실을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네. 그곳에는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없고, 오로지 명령과 복종만이 있을 뿐인 지옥이네.”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없고, 오로지 명령과 복종만이 있을 뿐인 지옥이라니, 나에게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브렌 씨와 다른 병사 아저씨들은 그런 곳에서 도망쳐 나와 이렇게 아지트를 만들었다는 건가?


“자네가 말하는 북방국, ‘네오 소사이어티’는 단 한 사람의 지도자와 사회 전체에 만연한 인공지능으로 독재체재가 이루어진 냉혹한 디스토피아일세. 철저한 계급감시사회로서 기능하면서 개인마다 계급에 따라 색깔을 부여시키고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강제하고 억압하지. 그 어떤 부조리한 명령이라고 해도,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사회를 지옥을 지옥이라 부르지 않으면 달리 뭐라고 불러야 되겠나?”


북방국, 네오 소사이어티.

확실히 그런 부조리한 나라라면 누구라도 도망치고 싶어질 것 같다.

그리고 이곳의 설비나 규모로 짐작한다면, 분명 북방국 내부는 이것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최첨단 문화를 이룩한 근미래적인 폐쇄사회가 구축되어 있을 것이다.


“그건··· 예상 밖이네요. 설마 그렇게까지 심각한 곳일 줄은···.”

“그렇기 때문에 자네가 북방국으로 향할 수도 없고, 혹시라도 향하더라도 제대로 된 손님 대접을 해주기는커녕 즉결 처분 당할 걸세.”


이제야 그 때 개런드 아저씨가 나에게 했던 말을, 브렌 씨의 말을 듣고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북방국에는 분명 놀라우리만큼 진보된 사회가 펼쳐져 있겠지만, 그 대신 억제된 자유와 부조리한 풍조로 운영될 것이다.

아무리 내가 강해지고 싶다고 한들 굳이 그런 곳으로 가서 강해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네의 의견을 존중하자면 달리 기댈 수 있는 곳은 우리 아지트 밖에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들은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자네라는 이계인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있···.”


그렇게 브렌 씨의 대화 도중에 노크조차 없이 갑작스럽게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언뜻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 소녀가 최적화된 군복을 입고서 당당하게 소리쳤다.


“브렌! 사탕 줘!”


그런 식으로 소녀의 돌발적인 요구에 브렌 씨는 다시금 안경을 벗고 눈 사이를 문지르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하아아아··· 지금은 중요한 면담 중이니 나중에···.”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어어어어어어어!”


그렇게 소녀는 이번에도 브렌 씨의 말을 끊은데다 더해서 브렌 씨의 옷자락을 잡아서 앞뒤로 흔들면서 칭얼거렸다.

비록 그 모습에서 닮은 점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마치 아빠와 딸의 관계처럼 어딘가 마음속이 훈훈해지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 하하하··· 설마 브렌 씨에게 따님이 있으셨을 줄은 몰랐네요.”

“아멜리는 딸이 아니야! 엄~청나게 높은 대령님이라고!”


다른 의미로 고용한 적막감이 흐르자 브렌 씨는 주머니 속에 있었던 막대 사탕 하나를 아멜리라는 소녀에게 건네주고서 다시금 말했다.


“···잠시 실례했네, 아까 전에 했던 말을 계속하자면···.”

“저기, 저도 중간에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만··· 방금 전에 저 아멜리라는 애가 대령이라고···.”

“응! 아멜리는 아멜리! 아지트에서 가장 높은 사람! 대령입니다!”


그러자 브렌 씨는 작게 헛기침을 하면서 아멜리에게 말했다.


“아멜리, 지금 방을 나가준다면 나중에 저녁 때 막대 사탕을 하나 더 주지.”

“응! 아멜리 나갈게! 하지만 나중에 브렌이 약속 안 지키면 영창 보낼 거야!”


아멜리라는 소녀가 한껏 휘몰아치고 나가자 브렌 씨는 다시금 안경을 고치며 그 동안 말하지 않았던 것을 전투 털어놓았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자네에게도 일찍 실토하도록 하지. 아까 전에 보시다시피 나는 이곳의 리더가 아닐세, 오히려 이곳의 리더는 방금 전의 그 아이··· 아멜리 대령일세.”


그거야 그렇다.

무려 대령과 소령이라니, 계급 차이가 확연하게 갈리니 말이지.

그래도 겉모습만 본다면 아빠와 딸로서 아빠 쪽이 지휘관이나 리더에 어울릴 법해서 나는 나름대로 조금 충격이었다.


“하지만 자네가 본 것처럼 아멜리는 대령이라는 계급에 어울리지 못할 만큼 몸과 정신이 아득하게 뒤떨어져있네. 그 이유는 나중에 차차 설명하겠다만··· 아까 전 이야기로 돌아가서 자네만 좋다면 우리들도 자네의 목적을 위해 협력할 테니, 자네도 우리들에게 협력해주게, 어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승낙을 받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나에게 찾아온 기회이기 때문에 거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야 물론이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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