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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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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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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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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118화

DUMMY

“설마 그런 맛있는 음식들이 고작 몇 코프 밖에 안 한다니, 역시 샬롯 백작령이야! 깜짝 놀랐어!”

“···나는 그런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하려 했던 네가 더 놀라운데 말이지, 결국 그 식당의 주인이 좀 더 작은 금액을 줄 수 없냐고 양해를 구해서 내가 계산했지만 말이야.”


엘리자베트의 말에 소소하게 반박하는 시우였지만, 엘리자베트는 신경 쓰지 않았고 대답했다.


“항상 지나가는 거리인 줄 알았는데, 설마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게 백작령 안에 있을 줄이야··· 어쩐지 기분이 좋은 걸!”


엘리자베트는 샬롯 백작령의 귀족 영애로서 대부분의 업무를 성에서 보내는 일상 이외에는 순찰 겸 순시라는 이유를 핑계로 짧게나마 바깥을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게에 출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지민들과 대화를 해보려 한 적은 없었다.

항상 엘리자베트를 경호하고, 또한 주의를 주는 사용인들이나 기사나 동행해야 했던 만큼 샬롯 백작령 내부에서 엘리자베트에게 필요 이상의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엘리자베트는 어딘가 부잣집 자식이구나, 이런 별 거 아닌 일에 기뻐하다니.”


하지만 시우는 그런 엘리자베트가 샬롯 백작령의 영주의 딸인 것을 알아채지 못 했다.

1고르나 되는 거금을 마치 용돈이라도 쓰는 것 같은 금전 감각, 그리고 겉으로 보이게도 비싸고 화려한 옷차림과 아름다운 외모나 우아한 품격은 시우의 가치관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으니 말이다.


“···아, 아니, 크흠! 뭐, 그럭저럭 내 입에는 맞았으니 적당히 칭찬을 해줬을 뿐이야!”


엘리자베트는 기억을 잃고 나서부터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했다.

그것이 비록 샬롯 백작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한된 자유라고 해도, 당장 엘리자베트의 행보를 속박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옆에 있는 것은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대등한 입장의 이성이었던 만큼 엘리자베트에게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이 아까웠다.


“자, 식사를 마쳤으니 곳곳에 놀러 다녀보자고! 보아하니 당신도 아직까지 기분이 안 풀린 것 같은데, 그러면 놀면서 풀어야겠지?!”

“···엑, 아, 아니··· 이제 나는···.”


하지만 시우가 뭐라 반박을 말하기도 전에 엘리자베트가 시우의 등을 앞으로 떠밀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두 사람은 식사 이후라 그런지 포만감을 느끼며 샬롯 백작령의 대중적인 거리를 산책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보았다.

그 중에는 유랑 상인들이 판매하는 마물의 희귀한 부위나 보석류도 있었다.


“와아~! 이, 이게 바로 남쪽 위험지대 깊은 곳에서도 다른 마물들과는 달리 유난히 온순하고 아름답다고 전해지던 일각수(유니콘)의 뿔이라니···!”


그렇게 엘리자베트가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다양한 문헌으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일각수(유니콘)의 뿔이었다.

매끈한 표면에 하얀색으로 일렁이는 미묘한 색상의 차이는 마치 짙은 안개가 뿔의 형태로 굳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하하! 아가씨가 의외로 눈이 높구먼? 그 말대로, 이게 바로 얼마 전에 남쪽 위험지대에서 발견된 일각수에게서 기적적으로 얻어낸 희귀한 물건이지! 원래는 남쪽의 깊은 곳에서 나올 일이 없다는 일각수가 남쪽 숲에, 그것도 전쟁의 영역 확장을 위해 선발대로 나간 기사들에게 발견되어서 가까스로 토벌하고 얻어낸 전리품이지!”

“아아··· 일각수(유니콘)는 털을 포함한 전신은 은은하게 빛나면서도 뿔에는 독이나 물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나 귀중한 걸 이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앞서 말했던 엘리자베트의 순찰 겸 순시가 끝난 이후로는 다시금 업무가 지속되었고, 그래도 바깥을 나가고 싶을 경우에는 바깥에 대한 이야기가 쓰인 책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직접적으로 나가서 체험할 수 없었지만, 책을 읽는 것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바깥 세계을 접하는 것으로 엘리자베트의 탈출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엘리자베트가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이 각종 장비나 물품의 재료 즉, 다양한 마물의 전리품을 수집하는 일이었다.


“이, 이거 얼마죠?! 제가 사겠어요!”

“아하하! 아가씨처럼 예쁜 사람이라면 분명히 어울릴 테지! 그럼 특별히 100시르에···.”

“잠깐만요, 이런 게 100시르나 한다고요?”


엘리자베트가 1고르를 꺼내기 직전, 갑작스럽게 옆에 있는 시우가 상인과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뿔이 부러진 단면을 자세히 보면 검으로 베어낸 게 아니라 손으로 잡아서 억지로 부러뜨렸잖아요. 그리고 그걸 되도록 검으로 자른 것처럼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갈아내기까지 한 흔적이 보이는데요? 정말로 자연산 그대로인 일각수의 뿔이면 몰라도 이렇게까지 인위적으로 세공이 가해진 걸 100시르나 받고 파는 건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시우의 대답에 상인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시우의 말대로 기사들에게서 물품을 받았을 때는 뿔의 부러진 단면의 손상이 심각하고, 하물며 금속제 장갑을 낀 기사들의 거친 손길 탓에 한 번은 보기 좋게 세공을 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지적을 해 온 일반인들은 아무도 없었고, 동종인 상인들도 암묵적으로 무시했었지만, 시우만은 달랐다.


“뭐, 뭐야? 형씨가 대체 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이래 보여도 저는 잡화점을 운영해서 물건을 보는 눈은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에 비해 상인 아저씨는 다른 물건의 가격대나 본인의 행색을 보아하니 유랑 상인 같으신데, 이런 품질의 물건을 길드에서 책정한 금액으로 판매하는 게 맞긴 한가요?”


그 날카로운 지적에 상인은 다시금 양심에 찔렸다.

일각수의 뿔은 좀처럼 구하기 힘들도 귀중한 만큼 길드에 보고를 했다가는 엄청난 수수료를 떼는 게 당연한 만큼 이를 숨기고 자의로만 판매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물건의 품질이 조악하든 간에 본인은 유랑 상인이기에 돈만 챙기고 언제든지 자리를 뜨기만 하면 문제가 없었으니 말이다.


“···큭! 가게까지 가진 주제에 남의 장사에 참견이나 하다니! 그래, 100시르는 좀 너무 했다고 치자! 그럼 50시르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었으니 그냥 10시르에 줘요.”

“···뭣?! 그, 그래선 다른 소재들과 비슷한 가격 아니냐?! 그럼 40시르!”

“아직도 버티실 셈인가요, 길드에 보고해도 괜찮아요? 20시르.”

“아, 아니?! 이 빌어먹을 날강도 같으니! 그럼 마지막으로 35시르! 더 이상은 못 깎아!”

“···좋아요, 35시르에 사도록 하죠. 그 대신 앞으로 부잣집 아가씨처럼 보인다고 그런 수작일랑 부릴 생각 마세요.”


그렇게 치열하게 흥정을 하면서도 엘리자베트가 선뜻 1고르를 내밀자 상인은 두 눈이 튀어나갈 것처럼 크게 놀라면서 피눈물을 흘릴 기세로 엘리자베트에게 일각수의 뿔과 잔돈을 주면서 이를 갈았다.


“아하하하! 방금 봤어, 그 상인의 표정!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엄청 웃긴 거 있지?! 아하하하하!”


비록 돈을 낸 건 엘리자베트 본인이었지만, 그래도 염원했던 일각수의 뿔을 얻어낸 것과 더불어 시우와 상인이 벌였던 흥정 싸움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그 동안의 품위를 버려둔 채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격을 깎으려고 안달이야, 100시르든 35시르든 나한테는 그게 그거인데.”

“···그냥 그 상인 아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상인으로서의 신념은 둘째쳐도 이익을 취하기 위해 남을 속이고 빼앗는 걸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반응해버리고 말거든.”


시우는 이미 그런 식의 아픈 경험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무엇이 목적인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집단에게서 미셸을 빼앗긴 과거가, 그리고 그걸 지키려고 필사적이었던 어느 남자의 몸부림에 시우는 마음 속 깊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흐음~ 뭐, 나야 오랜만에 재미있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 후로도 시우와 엘리자베트는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면서 재미있는 순간을 추억으로 삼았다.

꽃으로 가득한 화사한 가게에 들어가 그윽한 향을 맡거나 마물들을 상대하기 위한 무기점에 들어가서 무게가 나가는 무기를 들어본다거나 손님의 귀를 끌어내는 음유시인의 노래를 감상한다거나 근처 개울가에서 차가운 강에 발을 담그며 노는 등 말이다.

그 모든 것들의 순간순간마다 엘리자베트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충실한 만족감과 행복을 누리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아~ 재미있었다. 너는 어때, 이시우?”

“물론 나도 재미있었어, 엘리가 만족한 것 같아서 다행이네.”


그렇게 짧게나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격식조차 차리지 않고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숙해졌다.

엘리자베트에게는 귀족 자제와는 다른 의미에서 생애 처음으로 대등한 상대를 만난 것이며, 시우 또한 엘리자베트의 긍정적인 면모에 의해 점차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서 순수한 호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 다음은··· 앗.”


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법이라고,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엘리자베트 주변에는 평소부터 보조를 하던 사용인들과 경비를 위해 투입된 기사들에게 포착된 후였다.

이런 순간이 빠르든 늦든 언젠가 오리라 줄곧 생각하던 엘리자베트는 막상 그들을 보게 되니 탈출을 위한 갈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지금까지 함께 있어준 시우에 대한 감정이 한없이 애틋해졌다.


“···아니,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인거 같네.”

“···엘리, 갑자기 왜 그래?”


그렇게 시우가 물어보자 저 멀리서 앞장 선 기사가 대답했다.


“거기, 영지민 소년이여! 명령이다, 그 분에게 손대지 마라!”


그 우렁찬 목소리를 들은 시우가 정면을 바라보게 되었고, 목소리에 반응한 주변 사람들이 기사들 일행을 위해 둘로 갈라져서 길을 비켜주었다.

이윽고 엘리자베트와 시우 앞에 멈춰 선 기사들 일행 중에서 대표로 나오는 기사가 예의를 취하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만 슬슬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더 이상은 샬롯 백작님께서 참지 않으리라고, 당장 데려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샬롯 아가씨.”

“···그래, 역시 아버님은 전부 알고 계셨구나.”


시우는 대표로 나온 기사의 대답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납득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같이 행동했던 엘리자베트는 단순히 부잣집 아가씨 따위가 아니라 훨씬 더 높은, 게다가 무려 샬롯 백작령을 지배하는 영주의 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샬롯, 아가씨?”

“그래, 내 이름은 ‘엘리자베트 샬롯’이야.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이곳 영주님의 딸이지.”


그러자 기사들에게 길을 비켜준 영지민들이 뒤늦게 귀족에 대한 예의를 취하기 위해 제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들 같은 백성에게 있어서 귀족이란 단순히 영지의 관리인을 넘어선 존재로서 데우스 신과는 다른 의미에서 절대적으로 경외해야 할 존재로서 비추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우는 다른 사람들처럼 예의를 취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역시 넌 이상해, 내가 정체를 밝히면 다른 사람들처럼 예의를 취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마음에 든 걸지도 모르겠네. 오늘 일각수의 뿔은 고마웠어, 소중히 간직할 게.”


그렇게 엘리자베트가 기사들 일행에게서 향하자 시우는 아무런 대답조차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시우에게 있어서 귀족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존재인지 백작령의 영지민들 만큼 잘 알지는 못 했지만, 적어도 함부로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존재라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방적으로 섭섭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시우는 귀족에게 굴하지 않았다.


“나도 오늘은 엘리 덕분에 즐거웠어, 그 동안 마음속에 응어리 진 게 조금이나마 풀렸으니까! 그러니까 다음에 또 놀자! 그 때는 오늘 겪었던 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재미있는 얘기를 말해줄 테니까!”


그 말에 기사 일행도, 영지민들도 경악했지만, 오로지 엘리자베트만이 진심으로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비록 사소한 계기에 불과할 지라도 한때나마 자유를 만끽하게 만들어 준 시우의 말은 엘리자베트 또한 마음속에 응어리 진 것을 풀어주었으니 말이다.


“···그래! 반드시··· 다음에 또 만나자, 시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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