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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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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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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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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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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DUMMY

엘리자베트의 가차 없는 공격에 가게는 마치 과자처럼 힘없이 무너졌고, 그 탓에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그래도 속이 풀리지 않았던 탓인지 분노에 사로잡혀 크게 소리쳤다.


“대체 왜! 왜! 왜! 어째서 그런 거냐고! 이리 나와서 당장 대답해! 이 바보 아칸!”


몇 번이고 부채로 휘두르는 시늉을 반복하자, 가게는 본래의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파묻혀 있는 가나가 안에 있었던 주인장이라 생각되는 사람을 안아들고서 여유롭게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샤베트, 화가 난 건 알겠지만··· 적어도 때와 장소는 구분하지 않을래? 내가 지켜주지 않았다면, 이 주인장도 방금 공격에 휘말려서 진즉 죽었을 거라고?”


그러자 엘리자베트는 손에 든 부채를 내팽개치고서 한 손은 가나를, 다른 손은 안겨 있는 가게의 주인장을 향했다.

가나의 전신을 움켜쥐는 마나로 이루어진 손, 그리고 가게 주인장을 잡고 있는 다른 손.


“닥쳐!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내 앞으로 당장 다시 와!”


그렇게 가나는 다시금 엘리자베트의 문장력에 의해 끌려오게 되었고, 가나의 품에 안겨있던 가게의 주인장은 엘리자베트의 다른 손에 의해 옆으로 튕겨나가며 지면을 굴러다니기 직전이 되자 알프레드가 재빠르게 낚아채서 안전하게 자리에 눕혀 놨다.


“샤베트, 일단 진정 좀···.”

“닥쳐, 닥쳐, 다들 닥치라고!”


이번에도 별 저항 없이 간단하게 끌려온 가나는 엘리자베트의 손에 얼굴이 붙잡혀서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마법과 문장력으로 강화된 근력으로 좋을 대로 휘둘리는 가나는 지면에 박힌 채 엘리자베트에게 아무런 공격도, 반항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일방적으로 맞기만 할 뿐이었다.


“가나 아칸! 너는 항상 그 모양이야, 언제나! 언제나 말이야! 소중한 게 생겨도 정작 아무 것도 지키지도 못하고 다들 떠나버리지! 나는 그 이유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그렇게 버릴 거라면, 차라리 내가 가질래! 그러니까 당장 말해! 이시우, 지금 어디 있냐고! 당장 말하란 말이야!”


그렇게 공격을 잠시 멈춘 엘리자베트의 두 주먹에는 피가 흥건했다.

그건 필요 이상의 힘을 주는 탓에 엘리자베트의 피부가 찢어진 것이기도 했지만, 가나의 코나 입가에 흐르는 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되어도 엘리자베트의 화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더 커져만 갔고, 가나는 그 맹렬하게 타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순순히 받아들이며 말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보는 게 어때?”

“가, 가나 아카아아아아아아안!”


급기야 엘리자베트가 가나의 몸 위로 올라타 두 손으로 목을 조르면서 억지로 가나의 기억을 엿보게 됐다.

그리고 목이 졸리는 고통을 수반하면서 기억을 볼 수 있도록 무방비가 된 가나는 다시금 그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서 겪어야만 하는 상태에 처하게 됐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동방국에 도착했을 당시, 그리고 월영단과 직면하게 된 순간, 니제르 하우사의 등장, 마지막으로 시우와의 작별마저 가나의 기억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 찰나의 시간이 끝나자 엘리자베트는 가나의 목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이, 이게 뭐야··· 이, 이런 거··· 이런 거···.”

“···그치? 말도 안 되지?”


엘리자베트와 가나는 눈물을 흘리며 아연실색했다.

심지어 가나는 강제로 두 번째로 겪어보는 그 순간에 다시금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엘리자베트가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아서 비틀거리며 가나의 옆에 주저앉았고, 지면에 처박혔던 가나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며 공허한 눈빛으로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마차가 충돌할 당시부터 영지민의 신고를 받은 다수의 기사들과 바론이 서둘러 광장으로 찾아왔다.


“에, 엘리자베트?! 그리고 아칸 경! 이, 이게 대체 무슨 일들인가?!”


앞장 선 바론의 말을 들은 엘리자베트가 가나와의 일방적인 싸움에 흙먼지로 더러워진 드레스마저 고칠 낌새를 보이지 않은 채 서서히 일어나며 정중히 대답했다.


“···아버님, 추한 꼴을 보여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곳의 영지민들에게도, 가게의 주인에게도 민폐를 끼쳤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모두에게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제 꿈을 찾으러··· 시우에게로 향할 겁니다.”

“뭐, 뭣?!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엘리자베트야, 지금 당장 이리 오너라! 엘리야!”


그러나 엘리자베트가 바론의 말을 무시하고 어딘가로 향하자 바론은 이를 악물면서 한 손을 들어 소리쳤다.


“기, 기사들이여! 지금 당장 내 딸을, 엘리자베트를 구속하라!”

“주인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알프레드가 점차 사라져가는 엘리자베트를 막아서면서 진지하게 대답하자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 주춤거렸다.


“세, 세바스티아 알프레드?! 자, 자네가 어째서··· 아, 아무튼 지금 당장 그곳을 비켜주게! 이건 명령일세!”

“주인님, 송구스럽게도 거듭 말씀드리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샬롯 아가씨의 뜻이며, 저는 그에 따를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주인님께서 기사들에게 명령해서 저를 억지로 떼어 내려하셔도 기사 분들이 샬롯 아가씨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말이죠.”


그 말이 옳았다.

설령 샬롯 백작령의 모든 기사들을 끌어모은다고 한들 엘리자베트의 걸음을 멈추기는커녕 늦추지도 못하는 것 정도는 바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중한 딸이 서서히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바론은 급기야 자식에게 사용하기를 꺼려왔던 고유마법마저 써야 했다.


“···큭! 그렇다면 컨트렉(계약)을 새긴 샬롯 백작령 영주로서 엘리자베트 샬롯에게 명령한다! 지금 당장 내 곁으로 돌아오너라···!”


하지만 그 직후 바론의 손끝으로 커다란 스파크가 튀면서 어디선가 쇠사슬이 부서지는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그 충격으로 바론의 손가락이 옆으로 꺾여 튕겨나갔다.

바론은 그 예상치 못한 고통에 한 손을 감싸 쥐면서 작게 신음했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바, 바보 같은··· 서, 설마 엘리자베트가 어느 새 고유마법인 컨트렉(계약)을 깨버렸을 줄이야···!”


그렇게 바론이 고통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지금까지의 엘리자베트의 말과 행적을 돌이켜보는 동안 서서히 가나에게로 시선이 돌아갔고, 갑작스러운 분노와 증오에 휩싸여 남아있는 다른 손으로 가나를 가리켰다.


“···가나 아칸! 이것은 경의, 아니! 네놈의 탓이다! 우리 엘리자베트가 저런 지경이 될 정도로 타락해버린 것은 전부 너와 그 무능력한 이계인이 자초한 일이란 말이다! 그 처벌로서 컨트렉(계약)을 받아라!”


바론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나의 주변으로 원형의 쇠사슬이 생겨나더니 곧바로 가나의 전신을 단단하게 구속하게 되었다.

그러자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지는 가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구속되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영지민들과 기사들이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크게 경악하며 수군거리자 바론이 소리 높여 외쳤다.


“다들 조용히 해라, 이건 영주의 명령이다! 나의 기사들이여, 지금 당장 저기 쓰러져 있는 가나 아칸을 성의 감옥에 감금시켜라! 나는 용서 못 한다, 저 녀석 때문에··· 그 이시우라는 이계인 놈 때문에 엘리자베트가··· 나의 엘리가아아아!”


바론의 그칠 줄 모르는 분노에 기사들이 어쩔 줄 모르게 컨트렉(계약)으로 구속당한 가나에게 조심스럽게 달려가 중얼거렸다.


“···죄, 죄송합니다, 아칸 경.”

“며, 명령입니다, 이것은 샬롯 백작님의 명령입니다···!”

“서, 설마···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나게 될 줄은···.”


하지만 기사들에게 옮겨지는 가나는 넋이 나간 것 같은 미소를 짓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바론이 다른 손으로 주변을, 영지민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 이계인은 어디에 있느냐! 이시우라는 소년 말이다! 그 녀석을 감춰주는 영지민은 내가 처벌하겠다! 당장 이리 데려와라!”

“···이제 그쯤 하시기 바랍니다, 주인님.”


기사들을 막아섰던 알프레드가 대답하자 바론이 당장이라도 죽일 듯 노려보며 소리쳤다.


“세바스티아 알프레드! 설마 자네가 그 이계인을 숨겨준 건가?!”

“···애초에 시우 님은 이곳에 오시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샬롯 아가씨께서 분노하셨고, 주변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아칸 경과 싸움을 벌이셨던 겁니다.”


일찍이 엘리자베트가 지금보다 못한 정도로 화가 났을 무렵, 샬롯 백작령의 근처에 있던 언덕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던 것을 생각하면 주위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바론으로서도 이해했다.

하지만 알프레드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던 바론은 알프레드를 향해 대답했다.


“그건 샬롯 백작령을 샅샅이 찾아보면 알게 될 테지! 그 이계인만 잡아오면 엘리자베트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테니까!”


그렇게 단언한 바론이 주변에 있는 기사들에게 다시금 명령했다.


“샬롯 백작령 영주로서 명령한다! 지금부터 백작으로서의 권력을 사용해서 그 빌어먹을 꼬맹이, 이계인 이시우를 서방국 전역에서 지명수배를 하겠다! 이 사실은 샬롯 백작령은 물론, 타 영지와 심지어 제국에도 보내서 샅샅이 찾아보게 하라! 그 이계인을 찾아낸 자와 영지에게 이 내가 막대한 보상금을 내주도록 한다!”


평소의 엄격한 성군으로서 면모를 보여 왔던 바론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바론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그 명령에 따라야 하는 영지민들과 기사들은 서서히 부정적이 되어갔다.

그 중에는 알프레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주인님, 설마 그렇게까지 시우 님을 미워하실 줄이야··· 이래서는 시우 님이 서방국에 없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게 안타깝게 생각하던 알프레드는 엘리자베트가 있었던 저택으로 돌아가서 남아있는 사용인, 마리엘과 마리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게 됐다.


“그럴 수가··· 아가씨께서··· 그리고 시우 님이 지명수배라니···?!”

“가, 가, 가나 아칸 님이··· 서방국 제일의 이능작가가··· 가, 감금···.”

“마리엘 양, 마리 양··· 연이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그런 연유로 당분간은 일거리가 없을 것 같으니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죠···.”


이 충격적인 사건과 더불어 과거에 전례가 거의 없었던 일화는 샬롯 백작령으로부터 타 영지, 그리고 제국에까지 퍼지더니 급기야 서방국 전역에 닿게 되었다.

서방국에서 이름 높기로 유명한 이능작가인 가나 아칸의 감금, 그리고 엘리자베트 샬롯의 부재는 서방국 전역을 뒤흔들 정도로 엄청난 파급을 불러왔으며, 외화의 유입으로 소란스러웠던 서방국의 타 영지에서는 다른 의미에서 불안을 호소했다.

그리고 서방국 전역의 불안은 안타깝게도 남쪽 위험지대와의 전면전쟁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변모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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