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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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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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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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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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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21화

DUMMY

“시우야~ 일어나~ 아침이라고~ 놀아줘~ 이건 대령 명령이야~?”

“으으··· 대령님, 좀 봐 주세요··· 저는 몇 시간 전까지 경계 근무 서고 있었단 말이에요··· 잠이 부족해서 피곤하단 말이에요···.”


내가 동방국에서 가나 씨와 헤어진 후 이곳에 정착하게 된지 어느 덧 1개월이 지나갔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여전히 힘들었다.

내가 찾아왔던 그 당시 브렌 소령님으로부터 주어진 임무라는 것은 대령님, 즉 아멜리의 보호와 관리였다.

그 이후로 이렇게 아멜리가 아침마다 깨우러 오는 게 일과가 되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 같은 초면의 외부인에게 이런 골칫덩이를 떠넘긴 것도 모자라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시키다니.’


그렇게 나에게는 아지트 내의 사람들이 기피하는 상관 수발 보직, 즉 ‘공관병’이라는 역할이 주어지고 아멜리의 수발을 들면서도 동시에 아멜리의 명령만 없다면 일상적인 훈련에도 참가하게 되었다.

아지트 주변에서 실시하는 기초 체력 기르기부터 무기 조립 및 분해, 각종 장비의 운용 방법 숙지, 그리고 심지어 매일 밤마다 교대로 실시하는 경계 근무조차 억지로 참가해야 했다.


“···시우야, 그럼 영창 갈래?”


아멜리가 말하는 영창이란, 아지트에서 별도로 마련된 징벌 구역의 명칭으로서 성인 남자가 몸을 접고 쪼그려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소형 감옥에 최소 3일 동안 감금되는 곳을 말한다.

그곳에서 주어지는 식사는 오로지 생명 유지를 위한 소량의 물 밖에 없으며, 이에 더해서 빛이 완전히 차단된 밀폐 공간이라 그 누구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이다.

몇 주 전에 아멜리에게 주려고 했던 사탕을 깜빡하는 바람에 한 번 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만큼 강렬한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이, 일어나겠습니다···.”

“응! 그래야지! 아멜리의 말을 잘 듣는다면 영창 안 가도 돼!”


지난 1개월 동안 아멜리와 놀아주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언행이 어린애처럼 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세계에 도착했을 적에 만난 미셸조차도 이 정도로 귀찮게 굴지는 않았었는데, 그에 비해 아멜리는 툭하면 사탕이 먹고 싶다고 칭얼거리거나 놀아달라고 자꾸 재촉한다.

주변에 있는 다른 아저씨들도 각자 맡은 바 해야 할 일이 있는 만큼 아멜리에게 어울려줄 수는 없었으니 나라는 존재가 생긴 것만으로도 고마워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전에 잠이라도 달아나게 세수라도 하면 안 될까요.”

“음~ 그럼 10초 줄게!”


나는 서둘러 이불을 박차고 화장실로 뛰어가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조차 닦아내지 못한 채로 물로 범벅이 되러 아멜리의 앞으로 다시금 돌아왔다.


“꺄하하하! 시우, 비 맞은 강아지 같아!”


아멜리 덕분에 신속히 세수를 하긴 했지만, 오히려 다른 의미로 오싹했던 탓에 잠이 깨버렸다.

이런 식의 돌발적인 명령으로도 내가 들어갔었던 영창에 대한 트라우마가 깨어나는 터라 기분이 무척 불쾌하지만, 지난 1개월 동안 가끔씩 벌어진 일이다보니 이제는 그럭저럭 참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걸 두고 적응했다고 하는 걸까, 그렇다면 조금 우울하다.


“···일단 시간이 시간인 만큼 다른 아저씨들이 깨어나지 않게 조용히 하죠, 그걸 약속하신다면 아침 훈련 전까지 놀아드릴게요.”

“응! 그럼 아멜리, 아멜리! 오늘은 숨바꼭질이 하고 싶어! 시우가 술래고, 아멜리가 숨을 거야! 그럼 숫자 100까지 세고 찾아! 도중에 숫자 건너뛰지 말고!”


그렇게 아멜리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그 동안 아멜리가 정말로 이곳의 리더인지 의심스러웠기에 1개월 전에 브렌 씨에게 물어본 일이 생각났다.


“시우 군은 연금술에서 말하는 호문쿨루스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나?”

“아뇨, 마법이라면 몰라도 연금술 쪽은 문외한이라···.”


아마 롤랑 씨라면 뭐라고 답변을 해줬을 테지만, 그 대신 브렌 씨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음··· 그럼 마법으로 예를 들자면 ‘돌’이라는 자신의 인형, 즉 분신을 만들어내는 마법과 방금 말한 호문쿨루스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그게 아멜리··· 아니, 대령님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그렇게 브렌 씨가 무테의 안경을 한 손으로 고쳐 올리면서 한없이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북방국은 분신을 만들어내는 마법인 ‘돌’과 연금술에서 말하는 호문쿨루스를 심도 깊게 연구한 끝에 한없이 본인과 똑같은 존재를 복제하는 기술을 만들어냈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아멜리라네.”

“···그건 마치 제가 있던 세계에 ‘클론(복제인간)’ 같은 말이네요?”

“저런, 설마 시우 군의 세계에도 그 기술이 통용되고 있단 말인가?!”


브렌 씨가 당황하는 표정을 보이자 내가 서둘러 부정했다.


“아, 아니··· 비록 저도 공상과학 같은 것에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엄청난 기술력의 문제나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이론상으로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지··· 실제로 듣게 되는 건 이곳이 처음이라서 말이죠.”


그 아멜리가 설마 클론(복제인간)이라니, 좀 충격이긴 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듯 브렌 씨가 계속해서 말했다.


“북방에서는 그 클론 기술력을 토대로 독재 사회의 폐쇄성을 극한까지 끌어냈지. 북방국 전역에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거대 네트워크에 의해 관리되면서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오류가 생겼다고 판단이 되면 그 자를 사살하고 클론으로 대체하는 사회라네. 그렇게 최초의 아멜리도 대령으로서 활동하면서 북방국을 탈출하기 위해 우리들을 모으다가 사살 당하고 처음부터 새롭게 복종시키기 위해 유독 어린 개체의 클론으로 대체가 되었지.”

“···그, 그래서 지금의 대령님이 그렇게 제멋대로 구는 거군요.”


언젠가 사람이 성장하려면 환경이 중요하다고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본래의 대령님이 북방국에 대항했기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어린 클론을, 즉 아멜리를 만들어내서 다시금 복종하게 만드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좀 이상한데요? 애초에 그 북방국의 거대 네트워크라는 게 사람들을 조종하고 세뇌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요?”

“···이 세상에 완벽한 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떤 정밀 기계라 해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역시나 나라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겠지만, 대령님··· 지금은 클론인 아멜리가 앞으로 무사히 성장하게 된다면 머지않아 그 비밀을 알게 될 지도 모르지.”


결론은 아멜리의 성장을 통해서 그 거대 네트워크의 약점을 찾아내기 전까지 북방국으로부터 독립해서 아지트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클론의 정신 연령이 지나치게 낮았던 터라 이를 보조하기 위한 특주품을 먀우 씨에게 의뢰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내가 따라오게 된 것이다.


‘그건 그렇고 북방국의 존재나 아지트가 처한 상황만 제외하면, 마치 내가 있던 세계에 공주를 키우는 게임 같은 스토리네.’


숫자 100을 세면서 떠올린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내가 멋대로 생각한 감상이었다.

즉 아멜리를 대령에 어울리도록 성장시켜서 북방국의 비밀이나 약점을 알아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내가 맡은 역할이라니··· 게임이라면 좋겠지만, 이 세상은 게임 같은 게 아니니 한없이 우울하다.


‘그리고 하필 미셸 씨를 떠나보내게 했던 전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지난 1개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훈련하면서 배우고, 실감해서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도록, 몇 번이나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준 것이 토리니까 말이다.


‘대답. 그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당시에는 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제가 당신을 보좌하여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니 말이죠.’


숫자 100을 거의 다 세고 있을 쯤, 토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째서인지 지난 1개월 동안 아지트에 도착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오로지 내 마음속에서만 이렇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있다고만 말할 뿐이니 말이지.


“···97, 98, 99, 100. 이제 찾습니다, 대령님~?”


입으로 숫자를 세는 동안 대충 했던 세수와 양치를 끝내고, 깨끗한 군복으로 갈아입은 후 내 전용으로 개조된 창고를 나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컨테이너 박스를 하나로 이어서 만들어 낸 긴 통로에는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아도 밝은 편이었고, 곳곳에 문이 있어서 그 너머로는 병사 아저씨들이 한데모여서 자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아멜리라고 해도 내가 앞서 조용히 하자고 당부한 만큼 소란스러운 짓을 하지 않겠지.


‘토리, 대령님의 위치를 찾을 수 있어?’

‘긍정. 아멜리 대령의 위치를 검색, 발견했습니다. 이시우에게 위치 정보를 전송하겠습니다.’


토리가 보내준 정보에 의하면 컨테이너 바깥, 그것도 하필이면 여자 화장실에 있었다.

아무리 병사의 대부분이 남자라고 한들 여자 병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비록 그 수가 대령님을 포함해서 열 명이 채 안 되지만, 그래도 내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건 생리적으로 꺼려진다.

자칫 여자 병사와 마주치는 날에는 무슨 터무니없는 오해를 사게 될 지도 모르니 말이지.


‘젠장··· 하필 숨으셔도 여자 화장실이라니··· 게다가 칸막이 설치가 된 좌변기 위에 올라가 계시잖··· 엇?!’


그 순간 토리의 감지 센서에 익숙한 반응이 바깥에서 포착되어 나에게 전송되었다.

그것은 아침 일찍 세수하기 위해 일어난 먀우 씨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먀우 씨가 아침 일찍 물자를 운반하러 가는 날이었던가, 마침 잘 됐다! 먀우 씨에게 부탁해서 대령님을 데리고 나와 달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먀우 씨가 마차 안에서 일어난 후, 내가 있는 막사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관측하고, 우연히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몰래 기다리고 있다가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어? 안녕하세요, 먀우 씨. 벌써 일어나셨나요, 기막힌 우연이네요.”

“먀아아··· 시우냥이냐? 잘 잤냐아아아암···.”


무심코 먀우 씨가 크게 하품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고양이 같아서 귀엽다고 생각해버렸지만, 내 목적은 그게 아니니 서둘러 정신을 차리자.


“아, 혹시 지금부터 세수하러 가시는 거라면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먀? 아침부터 시우냥이 부탁이라니, 뭐냐?”

“그··· 대령님이 숨바꼭질을 명령하셔서 찾고 있는데, 여자 화장실 이외에는 아무데도 보이지 않아서 말이죠. 만일 안에 들어가실 거라면 겸사겸사 대령님이 있으면 데리고 나와 주셨으면 합니다만···.”

“먀아아··· 그러냐, 알았냐.”


잠이 덜 깬 먀우 씨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울 앞에 서서 고양이 세수, 즉 그루밍을 하면서 몸단장을 했다.

그 모습을 토리를 통해서 관측하고 있는 게 어쩐지 기분이 묘했지만, 이건 오로지 대령님을 찾기 위한 일이니 애써 신경 쓰지 않도록 하자.

그렇게 잠시 후 여자 화장실을 나온 먀우의 품에는 대령님이 안겨 있었다.


“찾았다냐.”

“이시우, 비겁해! 고양이를 데려오다니!”

“···아니, 그렇다고 여자 화장실에 숨는 것도 어쩐지 싶은데 말이죠.”


그렇게 말씀하시는 대령님은 의외로 먀우 씨에게 안겨 있는 게 썩 기분이 나쁘지 않는 듯 흥미로운 표정으로 먀우 씨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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