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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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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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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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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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DUMMY

“아침 훈련 끝! 모두 각자 위치로!”

“수고하셨습니다!”


아침부터 우렁찬 함성과 함께 매일하는 훈련이 끝날 때마다 조금이나마 개운해지곤 한다.

비록 매일하는 기초 체력 훈련에 불과하다고 해도 이전의 나보다 강해지고 있다는 실감이 들고 있으니 말이지.

역시 이런 건 매일매일 꾸준히 반복하는 게 강해질 수 있는 지름길일 테지.


‘대답. 이제 곧 아멜리 대령의 식사 시간입니다. 서둘러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토리의 철저한 알람도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졌다.

처음에는 아침 훈련조차도 죽을 만큼 힘들었고, 그걸 고려하지 않는 토리의 알람도 귀찮고 짜증났지만, 익숙해지니 별 거 아니게 되었다.


“여어~ 이시우! 오늘도 대령님 잘 부탁한다?”

“네! 맡겨주세요, 칼빈 중사님!”


칼빈 아저씨와 다른 병사 아저씨들은 아침 훈련 후 곧바로 식당으로 향한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그 쪽으로 같이 향해야 했을 테지만, 내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멜리와 함께 있을 때뿐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아침에 숨바꼭질을 해줬으니 아멜리는 얌전히 있겠지?’


나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으로 막사 안에 배치된 오늘 먹을 아침 식사를 갖고서 아멜리 전용 생활관에 들어갔다.

그러자 아멜리는 내 생각대로 얌전하게 있었지만, 그 대신 먀우 씨도 몸을 웅크린 채 아멜리에게 쓰다듬을 당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세요, 먀우 씨.”

“···그래도 찌이냥을 마차에 두고 온 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냐.”


아지트, 그것도 막사 내에서 자주 놀아야 하는 아멜리는 운송 일로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먀우 씨를 볼 일이 거의 없었던 탓인지 매우 신중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이라도 생긴 것처럼 쓰다듬기도 하고, 잡아당기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본 것인지 냄새를 맡거나 핥아보기로 했다.


‘···비록 먀우 씨가 더럽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괜찮은 거겠지···?’


그래도 먀우 씨는 먀우 씨대로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다.

제 아무리 상업으로 말주변이 뛰어난 먀우 씨라고 해도 어린애에게는 약한 걸까.

아무튼 아멜리가 얌전히 있을 수 있다면 나야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말이다.


“자, 대령님. 먀우 씨는 이제 그만 쓰다듬고, 아침 식사를 가져왔으니 드셔주세요.”


오늘 대령님의 아침 식사는 언제나 그렇듯 갖가지 채소를 넣고 푹 끓인 감자죽과 잼이 들어간 빵이었다.

다른 병사 아저씨들의 식단과는 메뉴 자체가 다르지만, 그래도 브렌 씨가 성장기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을 생각해서 조리병에게 만들도록 명령한 특별식이다.


“에~ 또 그거야? 아멜리, 채소 싫어해···.”

“싫다뇨,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나도 아멜리를 돌보는 입장으로서 같이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터라 몇 번이나 같이 먹어서 안다.

영양뿐만 아니라 서방국의 식당에서 파는 음식 수준으로 맛도 훌륭했었으니까, 브렌 씨가 아멜리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골고루 먹는 것이야말로 성장에 꼭 필요한 일이니 싫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가나 씨와 함께 여행하면서 먹어야 했던 변변치 못한 식사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힝··· 싫어! 먹기 싫어! 채소 싫어!”


비록 내가 미셸과 같이 살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적어도 미셸은 반찬 투정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멜리는 툭하면 반찬 투정에, 빵이나 사탕 등 먹고 싶은 것만 먹는 편식이 심한 경향으로 골치가 아프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먀우 씨가 길게 하품하며 말했다.


“먀아아··· 그럼 편식하는 인간이랑은 같이 안 놀아줄 거냐.”

“엣··· 고, 고양아···? 아, 아멜리··· 머, 먹을 게!”


먀우 씨를 쓰다듬는 게 꽤나 신선했던 건지 싫은 얼굴을 하고서 감자죽을 먹는 아멜리.

평소였다면 아침 식사를 간신히 한 입 먹이는 것만으로도 몇 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간단했다.


“···감사합니다, 먀우 씨.”

“먀하하. 시우냥도 꽤나 고생하는 것 같냐.”


아멜리가 아침을 먹는 동안 나도 내 몫의 식사를 가져와서 먀우 씨와 나눠먹게 되었다.

비록 식사 메뉴는 아멜리와 똑같았지만, 내 쪽의 양이 더 많았다.

그러던 도중 아멜리가 은근슬쩍 채소만 골라내고 감자죽을 먹고 있었지만, 지금은 처음에 먹었던 몇 개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그건 그렇고 먀우 씨는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르시는 건가요?”

“사실 이것만 먹고 바로 출발해야 한다냐.”


먀우 씨는 나를 이곳에 데려다 준 이후로 식량이나 각종 보급 물자를 동방국 곳곳으로부터 사들여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간혹 먀우 씨가 직접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고, 동종 업계인 다른 유랑 상인으로부터 물품을 납품 받아서 이곳으로 전해주는 일을 하는 등 지난 1개월 동안 며칠 간격으로 출입을 반복했으니 말이다.


“저런··· 매번 힘드시겠네요.”

“먀하하! 사실 말이 유랑 상인이지, 이런 건 마치 길드의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신선한 기분이냐.”


먀우 씨는 괜찮다는 듯 말씀하시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이곳을 오르내리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멜리가 아쉬운 듯 말했다.


“에~ 고양이, 벌써 가는 거야?!”

“걱정하지 마라냐, 대령냥이 착하게 굴면 며칠 뒤에 찾아와서 놀아주겠냐.”


이렇게 보면 먀우 씨는 상인이긴 해도 역시 여자라는 걸까.

종족은 달라도 아이에게 약하다고 할까, 평소의 성격과는 좀 다르게 유순한 편이다.


“···혹시 먀우 씨는 아이를 낳아볼 생각은 없나요?”

“먀, 먀아아앗?! 그, 그, 그게 무슨 뜻이냐?!”


어라, 어쩐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혹시 수인에게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게 그렇게 놀라야 하는 일인가?

어쩌면 내가 뭔가 실수로 잘못 말해서 트라우마 같은 걸 건들 버린 걸까?


“그··· 아이라고 해야 할지, 일반적으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정 같은 걸 꾸려서 한 곳에 정착해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걸 바라는 게 아닐까 해서 말이죠···.”

“가, 가, 가, 가정이라니··· 설마 시, 시우냥이 말이냐?!”


왜 거기에서 갑자기 내 이름이 튀어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뇨, 제 얘기가 아니라 먀우 씨 얘기인데요.”

“냐, 냐, 냐아아아앗?!”


어쩐지 먀우 씨의 상태가 이상하다.

전신의 털이 삐쭉삐쭉 서 있고, 동공도 날카로운 게 조금 무서운 느낌마저 들 정도다.

마치 눈앞에 먀우 씨의 모습을 한 육식 동물이 심호흡을 하면서 먹이를 노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역시 수인에게 가족이나 아이 같은 건 민감한 주제였던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얘기를 꺼낸 이상 주제를 원만하게 풀어보고 싶다.


“음··· 우선 적당히 예시부터 들어보죠. 인간이든 수인이든 눈앞에 아이가 있다면 환경이야 어떻든 무심코 귀엽다고 생각해버리잖아요?”

“그, 그, 그럴 지도··· 모르지냐···.”


좋아, 여기까지는 인간과 수인의 가치관에는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혹시 육아 방법이 다른 걸까?

언젠가 어디에서 듣기로는 사자는 자기 자식을 구태여 절벽 아래로 떠민다는 헛소리를 들어본 적 같은데?


“그러면 만일 먀우 씨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키우고 싶으세요? 역시 한 곳에 머물면서 평화롭게 기르는 건지, 아니면 절벽 아래로 밀어버려서 강하게 키운다든지?”

“냐, 냐, 냐, 냐는··· 그, 그런 거··· 너, 너무 이르다냐?!”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키우는 방법이 어떻든 간에 단순히 아이가 귀엽다고 해서 낳는다면 종족의 문제는 이전에 큰 문제겠지.

역시 서로에게 호감이 있어야 만남이 성사되고, 결혼에, 아이까지 이어지는 거겠지.


“아, 죄송합니다··· 저도 함부로 생각하고 말았네요. 역시 이런 건 종족이나 아이의 감상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겠죠.”


어째서인지 먀우 씨는 더 이상 아무 말씀도 없어진 채 멍하니 굳어지고 계셨다.

아무래도 내가 대화 주제를 잘못 선정한 게 맞는 것 같다.

먀우 씨와 함께 있을 때면 수인이라는 사실을 잊고서 나만 편하게 이야기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해버린다.

아마 가나 씨의 영향을 받아서 이런 쪽으로 둔감하게 된 것 같아서 좀 미안하게 생각한다.


“저기, 먀우 씨?”

“뭐, 뭐, 뭐냐?!”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 동안 제대로 전하지 못 했지만 저는 사실 먀우 씨에게···.”

“냐, 냐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가는 먀우 씨.

나로서는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먀우 씨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모양이다.

역시 수인들은 아이를 기를 때 험하게 굴리는 경향이 있었던 걸까?

먀우 씨도 남쪽 위험지역 출신이니 어릴 적에 낳아준 부모인 아인들에게 버려지다시피 해서 마물들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몇 번이고 넘겼을 테고, 역시 이런 질문은 내 쪽의 섬세함이 부족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다음에 아지트에 방문했을 때 재차 사과하기로 하자.


“고양이, 가 버렸어···.”

“죄송합니다, 대령님··· 제가 쓸데없는 말을 해버려서 먀우 씨가 상처를 받은 거 같습니다.”

“고양이, 아파? 아멜리가 의무병 불러줘?”

“아뇨··· 저런 경우에는 시간이 약이라고 해서 며칠 동안 있으면 저절로 나을 겁니다.”


아니, 사실은 그것도 일시적으로 잊는 것에 지나지 않는 애매한 조치다.

다음부터는 트라우마가 재발하지 않도록 아이라든지, 육아에 대한 주제는 되도록 피하도록 하자.

그건 그렇고 먀우 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아멜리가 채소만 남기고 아침 식사를 끝낸 모양이다.


“···하아, 대령님. 다음에는 채소도 먹어주세요.”

“힝··· 이시우, 너무해.”

“너무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대령님이 빨리 어른이 되려면 음식을 남기지 말고 전부 드셔야 하니까요.”

“어른··· 아멜리가 어른?”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멜리가 어른이 되려는 것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브렌 씨가 말씀하시길 원래의 아멜리는 대령에 어울리는 훌륭한 어른이었던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무의식중에 잠재된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이 전부지만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편식을 줄이고,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해서 성장을 촉진시켜야 할 것이다.


“그럼요, 음식을 남기지 않으신다면 대령님은 분명 먀우 씨만큼이나 멋진 여자가 될 겁니다.”


뭐,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대령님의 진짜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적당히 지어내서 말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엑?! 아멜리가 어른이 되면 고양이처럼 되는 거야?!”

“···아뇨, 정정하겠습니다. 먀우 씨가 아니라 이곳에 있는 다른 여자 병사들처럼 강하고 아름답게 자라날 거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성장이라고 해서 오로지 먹고 마시고 움직이고 자는 걸 반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말이다.

성장하는 것으로 기억이 돌아온다는 것도 어차피 브렌 씨의 추측에 불과하고, 그 북방국의 거대 네트워크의 목적을 생각하면 아멜리에게는 또래의 적절한 교육을 실시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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