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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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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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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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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DUMMY

실험은 또 실패로 끝났다.

벌써 수백 번도 넘는 실패라 이제는 슬슬 오차 범위가 어쩌고 할 게 아니다.

원인을 제거하려 한들 다른 변수가 작용하고, 변수를 제거하려고 해도 근본적인 원인이 재발하게 되는 악순환.

아무리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미세한 조정을 수없이 거쳐도 기존의 연구만큼이나 나아가지는 못 했다.


“역시 마땅한 소재가 없는 상태로 연구를 무리하게 진행해도 별 수 없군.”


더 이상 실험에 쓰려고 남겨둔 소재들도 없다.

착실하게 쌓여가는 실패작들은 재활용으로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고, 어쩔 수 없이 처분해야 하는 걸 생각하면 머지않아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제국 측에 주문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니, 주문을 아무리 한들 지금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건 단순히 물자의 낭비다.


“쯧··· 이래서야 당분간은 강제로 휴식 할 수밖에 없나.”


인간에게 불가능이란 없다고 어디엔가 사는 멍청한 누군가가 말한 것도 같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기 마련이다.

내가 이능작가라도 아닌 한 어떻게든 세계의 규칙에 얽매이게 되니 말이다.


“이능작가인가··· 정말 얄궂은 일이기도 하군.”


휴식을 위해 지하 실험실에서 나와 위로 올라갔다.

그 동안 실험에 몰두하느라 알아채는 게 다소 늦었지만, 사람이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어질러져서 더러운 참상이다.

벗어놓은 옷은 구석에 널려있고, 음식을 담아뒀던 접시들은 수북하게 쌓여있는 게 보기만 해도 골치가 아파온다.


“언젠가 오토마타 한 대라도 만들어서 뒷정리라도 시키게 만들어야겠···.”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형용할 수 없는 날카로운 감각이 출입문으로 향했다.

비록 실내였지만, 대기 중으로 느껴지는 익숙하면서도 불쾌한 마나의 움직임은 무의식적으로 꺼려졌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롤랑, 문 좀 열어 주거라.”


이 익숙하면서도 불쾌한, 그리고 동시에 1개월 만에 들어보는 혐오스러운 목소리는 샬롯 가의 개로 전락한 증오스러운 세바스티아 알프레드다.

안 그래도 실험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게 된 참이라 충분히 짜증이 나는 상황이면서도 이에 더해서 원치 않는 자의 방문이 한층 더 기분이 나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부재중인 척을 해서 조용히 넘어가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뭘 부엌에서 망설이고 있는 게냐, 잠자코 있는 척 해도 나에게는 네가 멍하니 굳어진 모습이 잘 보이는 구나.”


그렇다, 그 빌어먹을 영감탱이는 자세한 이유는 몰라도 샬롯 백작령의 대부분을 볼 정도로 시야가 넓었다.

표면적으로 특수 가공을 해서 언제든지 위치를 숨길 수 있는 이 집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출입문 앞에 접근하게 놔두면 아무래도 소용없을 테지.


“···썩 돌아가, 빌어먹을 영감 같으니.”

“저런, 많이도 피곤한가 보구나? 일단 변변치 않지만, 식사를 준비해왔단다. 예전처럼 함께 먹지 않으련?”


이미 50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를 꺼내면서 아직까지도 나를 아이 취급하는 게 화가 났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이 영감도 인간의 범주에 속하지 않았을 정도로 오래 살았으면서 가족 행세를 하려 드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짜증이 났다.

그래서 결국 문을 열어주었다.


“오오··· 드디어 문을 열어주었···!”

“닥쳐, 그 이상 입을 놀렸다간 음식만 빼앗은 다음에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잘게 으깨 줄 테니까.”


문 앞에 서 있는 늙은이, 세바스티아 알프레드는 50년 전이나 1개월 전이나 변함없는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래도 양 손에 든 바구니에서 감미로운 음식의 향이 나는 것을 맡아보니 기분이 아주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설령 하루가 다 지나갈 때까지 부재중인 척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오자 갑자기 그 늙은이의 말문이 열렸다.


“허허허. 집 안 꼴이 말이 아니구나.”


그 말을 듣고 내가 손가락만 튕기면 그 늙은이의 몸은 위아래에서 쇄도하는 천장과 바닥에 의해 집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으깨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러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내 집은 더럽긴 더러웠으니까.


“···설마 그런 쓸데없는 감상을 말하기 위해서 구태여 목숨을 걸면서까지 이 몸이 사는 곳에 온 건 아닐 테지.”

“허허허! 물론 아니지! 하지만 그 전에 식사부터 하자꾸나. 보아하니 제대로 먹지도 못한 것처럼 보이는 구나.”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오로지 실험에 의한 결과뿐이다.

그 밖에 다른 것들, 심지어 식사조차 이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귀찮은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그 결과를 도출할 수 없게 된 이상 식사라는 행위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즐길 뿐이다.


“닥치고 먹을 거나 내놔.”

“허허허! 그래, 그래. 많이 있으니 천천히 맛보려무나.”


지하에서 실험을 하는 동안 차갑게 식은 샌드위치만 먹어서 그런지 따뜻한 스프와 신선한 샐러드가 새삼스럽게 맛있다.

풍부한 맛과 향이 감미로운 고기 요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평소에는 그리 즐기지 않는 강렬한 맛의 자극적인 와인조차도 쉽게 질리지 않았다.

부드러운 빵이, 담백한 고기가, 싱그러운 채소와 과일의 신선한 맛이 연이어 입 안에 요동치면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후후후.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니 기쁠 따름이구나.”

“···네놈이 그렇게 말하니 갑자기 그럭저럭 별 거 아닌 맛이 되어버리는군.”


그렇게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 늙은이가 내 집을 멋대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지하에 있는 연구 자료들만 건드리지 않으면 집 안에 어질러진 것들을 치워도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사소한 의문이 들었다.

평소에는 샬롯 가에 묶여있는 개가 이런 외진 곳까지 홀로 찾아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상했으니 말이다.


“···청소 같은 건 대충하고 빨리 이 몸에게 찾아온 용건이나 말해라, 내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말이지.”

“이런, 나도 모르게 예전 일이 생각나서 무심코 손을 대버렸구나. 그럼 롤랑이 화를 내기 전에 용건을 말하도록 하지.”


그 늙은이는 단안경을 몇 번이나 고치며 나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말했다.


“혹시 특정한 누군가를 지정해서 추적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줄 수는 없겠니?”

“하, 먹을 것까지 만들어 오면서 무슨 거창한 얘기를 하나 했더니··· 고작 사람 찾기인가? 그리고 설령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어째서 이 몸이 네놈 같은 늙은이한테 줘야 하는 거지?”


만드는 것 자체는 간단하다.

대기 중에 마나가 존재하는 것처럼 생물에게는 마력이 존재하며, 그 마력은 각 개체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그것을 분석하고 구분하는 독자적인 마법과 추적해서 찾아내기 위해 사용자와 연관이 있는 연금술을 도입하면 된다.

하지만 어째서 이 늙은이에게 나의 기술을 허용해줘야 하는 것인지 이해도 못 했고, 납득할 수 없었다.


“···1개월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알고는 있느냐?”

“아아~ 그런 거로군, 네놈이 찾고 싶은 게 제 풀이 못 이겨서 가출해버린 샬롯 가의 철부지 아가씨 말이었나?”


제 아무리 실험 이외에 것은 신경을 쓰지 않는 나라고 해도 1개월 전에 샬롯 백작령에서 터진 희대의 대사건을 모를 리 없었다.

그 동안 샬롯 백작령을 수호하고 있던 샬롯 엘리자베트의 탈주와 더불어 서방국 최고의 이능작가인 가나 아칸이 한낱 바론 백작에게 묶여서 굴욕스럽게 감금당하는 대사건을 말이다.


“···샬롯 아가씨는 떠나기 직전에 내게 말씀하셨단다. 조만간 이시우 님을 데리고 돌아오겠다고 말이야.”

“···하지만 정작 1개월이 지나고 샬롯 아가씨는 돌아오지 않았으니 사용인으로서 슬슬 걱정이 된다는 소린가?”


그 늙은이가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아까 전까지 짜증났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아서 한층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늙은이의 부탁을 들어줘야 할 정도로 나는 감정적이지 않다.

안 그래도 내 실험이 매번 각종 변수로 막혀서 나아가지 못하는 참에 늙은이만 좋은 꼴을 보게 만드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니 말이다.


“이거, 이거··· 샬롯 아가씨에 대한 터무니없이 깊은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사용인이구먼? 확실히 나라면 백작령을 떠난 샬롯 아가씨를 찾아낼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영 내키지 않는데···.”

“허허허··· 그럴 테지, 나 같은 늙은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염치도 없이 너에게 이런 무리한 부탁을 강요할 수 있겠느냐.”


내 예상과 다른 대답이다.

그게 아니라 네놈은 바닥을 기면서 울고불고 애원해야 할 텐데 말이다.

짜증난다, 더없이 짜증이 난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네 얼굴이 보고 싶어져서 별 거 없는 식사라도 싸들고 온 것뿐이란다. 내가 방금 한 말은 거절하든 잊어버리든 하렴. 네가 무리하게 싫다고 말한다면 나로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결국 이 늙은이는 그 놈의 철부지 아가씨가 돌아올지 어떨지 불안해서 내 얼굴이나 보면서 안심하려고 찾아왔다는 소린가?


“그 딴 빌어먹게 시시한 소리를 내 앞에 말하려고 왔다고?! 이 영감탱이가아아앗!”


무려 50년이다.

그 동안 얼굴은커녕 소식도 전하지 않았으면서 정작 오랫동안 곁에서 모시고 있던 철부지 아가씨가 가출해버리고, 그걸 견디다 못해 이제야 나를 보러 오게 됐다니?

나는 그 망할 귀족 꼬맹이의 대용품이 아니다.

그리고 네놈도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도 뭣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 초면이면서 과거의 기억에 매달릴 뿐인 망령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데··· 이제 와서 아무래도 좋을 핑계거리로 부모 행세를 하면서 감정적이게 되려는 건 내가 용서치 못 한다.


“···잘 들어라, 빌어먹을 영감! 네놈이 누구를 그리워하든, 누구를 찾고 싶다고 매달리든, 그건 이 몸이 알 바가 아니야! 찾고 싶으면 네놈 멋대로 찾아라! 하지만 이제 와서 그걸 핑계로 이 몸에게 매달리려고 하지 마라! 네놈과 이 몸은 더 이상 그 무엇과도 인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불쾌하기 그지없는 타인에 불과하니까!”


50년 동안 찾아오려 하지도 않은 주제에 이제 와서 그런 핑계로 나를 찾는 것은 대체 무슨 빌어먹게 꼬인 심보란 말인가, 아니면 나를 대놓고 비꼬면서 놀리려는 고도의 심리전인가?

뭐가 되었든 내가 늙은이의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은 만에 하나라도 없었다.


“···미안하구나, 네가 그렇게 말하니 샬롯 아가씨에 대한 것은 없었던 일로 생각하마. 그러면 그 대신 시우 님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없겠느냐?”


지난 1개월 동안 이시우를 살려주어야 했던 이유를 고민해도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던 것 때문일까.

갑자기 불 같이 치솟던 분노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하··· 이번에는 샬롯 아가씨에서 시우 꼬맹이라고, 찾으려는 이유가 뭐지?”

“이건 아칸 씨의 개인적인 부탁으로서 전해주는 게다. 백작령의 지하 감옥에 투옥되어 있는 아칸 씨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보여서 하다못해 시우 님의 소식이라도 접해서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지.”


그러고 보니 가나 아칸이 바론 백작에게 구속된 것치고는 예상을 아득하게 넘어갈 정도로 허무하다.

가나 아칸 정도의 이능작가라면 설령 바론 백작의 고유 마법 따위는 몇 번이고 간단하게 튕겨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분명 백작령의 소식을 주워듣기로는 시우 꼬맹이가 여행 도중에 헤어졌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최근 소식이라도 접해서 가나 아칸의 기운이라도 북돋워주려는 심산인가?”

“···물론 이것도 네가 거절하고 싶다면 더 이상 나는 뭐라고 말하지 않으마, 나는 그저··· 샬롯 아가씨와 시우 님이 걱정이 되어서 푸념을 하러 온 것이니 말이다.”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말하는 샬롯 아가씨에 대해서는 좋게라도 봐줄 수 없었다.

하지만 시우 꼬맹이의 화제가 되면 어째서인지 나도 마음에 걸리긴 한다.

지난 1개월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쭉 걸렸던 점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시우 꼬맹이의 행방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일단 네놈의 이야기는 알았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 배부르게 식사도 마친 참이니 한숨 자고 싶군.”

“···그래, 이 늙은이의 별 거 아닌 얘기라도 들어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그럼 푹 쉬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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