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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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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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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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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125화

DUMMY

“하아··· 겨우 잠들었네.”


오전 중에 아침 식사를 다 먹은 후 놀고 싶다며 보채는 아멜리를 상대할 때는 아무리 나라고 해도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밥을 먹고 기운차게 아지트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즐거운 듯 ‘꺅꺅’하고 소리를 지르니 육아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노고가 존경스러울 지경이니 말이다.

아마 브렌 씨가 주문한 특주품이 아니었다면, 나에게 일과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도 않았을 테지.


‘보고. 아멜리 대령의 뇌파가 안정적으로 렘수면 상태에 돌입, 이후 30분에서 1시간 동안의 자유 및 일과 시간이 주어집니다.’


브렌 씨가 특별히 주문해서 서방국으로부터 칼빈 아저씨가 옮겨온 물건이란 다름 아닌 ‘마탑’에서 만든 특별한 베개였다.

자세한 원리는 토리가 설명해줘도 모르겠지만, 수면 중에 대기 중의 마나를 호흡하게 해서 체내의 피로를 효과적으로 해소시키고, 과거의 기억을 정리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규칙적인 낮잠을 자게 하는 것으로 성장에 도움이 되고, 혹시 모를 북방국의 약점이 담긴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몰래 주문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 운반하던 게 고작 대령의 베개라니, 그게 중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뭔가 허무하네. 서방국의 마탑은 괴짜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다 함부로 연구 성과를 방출하려 하지 않는다고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지만, 이런 베개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소리인가?’

‘대답. 가장 뛰어난 기술의 결정체인 제가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한정되어 있다고 해서 사용된 기술력을 폄하하는 것은 제작자에 대한 모욕입니다. 해당 마법 도구가 마탑이라는 곳의 마법사들에게 중요했을지 어떨지 감히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다.

내가 가나 씨와 여행할 때는 대부분 팔베개를 했었고, 여기에서도 소파에 누워서 자는 만큼 베개를 자주 접한 적이 없어서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이런 마법의 베개가 얼마나 귀중한지 잘 모르고 한 말이니까.

단지 들여오는 과정에 비해 결과나 성과가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거나 적어서 오히려 인상이 깊게 새겨져 소소하게 투덜거리는 것뿐이다.


‘뭐··· 그건 그렇다고 쳐도 이제부터 아멜리에게서 해방되어 가까스로 얻게 된 일과 시간이니 더욱 더 힘내야겠지?’

‘긍정. 이대로 브렌 소령의 집무실에 방문하여 향후 예정에 대해 들어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렇게 나는 마법의 베개에 의해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을 아멜리를 뒤로 하고, 브렌 씨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러던 중 브렌 씨의 집무실에서 칼빈 아저씨와 먀우 씨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앗, 칼빈 아저씨! 먀우 씨! 슬슬 바깥에 나가시나 봐요?”


칼빈 아저씨는 간단하게 손을 들어서 내 인사에 나름대로 반응해준 한편, 먀우 씨는 여전히 내 눈치를 보면서 아저씨의 뒤로 숨어버렸다.

역시 내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린 게 원인인 것 같다.


“응? 뭐냐, 이 고양이? 갑자기 내 뒤에 숨어버리고?”

“먀아아··· 지금은 시우냥이 지나갈 때까지 이렇게 있게 해달라냐···.”

“···고양아, 혹시 시우 녀석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거냐?”

“···그냥 닥치고 가던 길이나 가라냐! 안 그러면 다시 얼굴을 할퀴어줄 테냐!”


그렇게 서로 소곤거리면서 어째서인지 나에게 힘내라는 위로의 말을 해주고 칼빈 아저씨와 뒤따르던 먀우 씨는 막사를 떠나버렸다.


‘···난 정말 이런 쪽으로 둔감해서 문제란 말이지, 며칠 후에 다시 아지트를 찾아오면 이번에야말로 먀우 씨에게 정식으로 사과하자.’


그런 진지한 다짐을 하며, 나는 곧바로 브렌 씨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브렌 씨가 안경을 고치며 말했다.


“···시우 군, 자네가 이곳에 온 지도 이미 1개월 가까이 지난 참이네만, 자네가 아무리 이계인으로서 특별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이곳에서 공관병이라는 직무를 받은 이상 최소한 노크라도 두드려주는 게 좋지 않겠나?”

“앗··· 또 깜빡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서방국에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귀족을 만났을 때 예절이 있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나름대로 규율이 있었다.

이미 1개월이나 지났건만, 그 동안 가나 씨와 여행했던 습관이 아직까지 몸에 배어있는 모양인지 아니면 주변의 편안한 분위기 때문인지 간혹 노크를 잊고서 문을 바로 열어버릴 때가 있었다.

브렌 씨는 그걸 지적해주면서 최소한의 규율을 준수하라고 충고하시는 거니 순순히 받아들여야겠다.


“···크흠! 그래도 자네가 이곳에 온 것을 보면 오늘도 아멜리가 순조롭게 낮잠을 자는 모양이군.”

“네, 아침 식사로 나온 감자죽의 채소를 조금 남기긴 했지만, 그 이외에는 전부 다 먹고 한창 자고 있을 겁니다.”


내 오전 보고를 들은 브렌 씨는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적어가며 대답했다.


“···쯧, 지난번에는 생으로 나온 채소를 먹으려 들지 않아서 이번에는 요리에 섞으라고 지시했지만, 실패인가. 그렇다면 다음에는 더 잘게 썰어서 먹이는 수밖에 없겠군. 오전 임무 및 보고 수고했네.”


그렇게 아멜리의 식단을 개선하기 위해 무언가를 적던 브렌 씨는 이번에는 나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럼 오후에는 막사 내에 있는 개런드 하사와 동행해서 바위산 아래에 있는 진지들을 보수하도록 하게. 점심은 대기 중인 병사에게 지시해서 그 쪽으로 보내주도록 하지.”

“네!”


오후에는 개런드 아저씨와 보수 공사인가보다.

아지트가 있는 바위산 곳곳에는 적의 공격에 대비해서 진지, 즉 공격과 방어를 위한 설비가 많다.

보통은 비가 오는 날씨가 이어져 비바람 등에 훼손된 진지를 보수해서 긴급 상황에 미리 대처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밖에도 간혹 아지트에서 피어나는 음식 냄새를 맡고 바위산 근처에 사는 짐승들에 의해 훼손되는 경우도 있어서 많은 인력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렇게 브렌 씨에게서 명령을 받고 막사 내에 주둔하고 있는 다른 병사 아저씨들을 데리고 오후 일과를 하게 되는 것이다.


“개런드 아저씨, 소령님으로부터 바위산 아래에 있는 진지를 보수 공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어요.”


막사 내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 아저씨들은 저마다 정해진 임무가 없는 이상 편히 쉬거나 개인 장비 점검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금 전에 나갈 것으로 보이는 칼빈 아저씨를 제외하고서 개런드 아저씨도 아침 식사 이후로 할 일이 없었던 모양인지 생활관 안쪽에서 자고 있다가 내가 흔들어 깨웠다.


“···아, 응? 그래? 아함~ 드디어 할 일이 생겼네. 지루해서 무심코 자 버렸네.”


그런 개런드 아저씨에 비해 다른 병사 아저씨들, 특히 얼마 전까지 포상휴가로 서방국이나 동방국에 있다가 어젯밤쯤에 돌아온 아저씨들이 저마다 감상을 내놨다.


“하아··· 비록 즐거운 시간은 빨리 가는 법이라고들 말하지만, 설마 1개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이야.”

“그러게, 마치 1개월이라는 시간을 생략한 것처럼 건너뛴 기분이야···.”

“크아악! 비록 타국에 여행을 가서 쉬었지만, 뭔가 제대로 쉰 기분이 안 나!”

“그래? 난 오히려 이렇게 일하는 게 성미에 맞는 건지 이쪽이 더 마음이 편한 걸.”


나도 지난 1개월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리고 아멜리와 놀아주면서 일과 시간을 병행하는 나날이 예상 외로 힘겨웠던 건지 가나 씨와 여행할 때와 다른 의미에서 하루하루가 빠르다고 느껴졌다.


“뭐가 그렇게 잔말들이 많아, 소령님이 보수 공사를 명령했으니까 어떻게든 하긴 해야 할 거 아니냐? 투덜거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빨리 공사를 끝마치고 다시 돌아와서 쉬면되는 거잖냐?”


개런드 아저씨의 일갈에 다른 병사 아저씨들이 마지못해 수긍해야 했고, 바위산 아래까지 내려가 진지를 보수해야 했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다른 아저씨들보다 조금 특별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너는 오후에 대령님을 돌봐야 하지? 그러면 우리들이 공사할 때 바위산 주변에 적당히 대기하면서 경계를 서고 있어 줘.”

“···알겠습니다!”


아멜리를 돌봐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일과 시간이 되어서도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서 괜히 체력을 소모시키기보다 지금처럼 경계를 서는 것으로 오후에 있을 아멜리 관리에 체력을 남겨두게 하는 편이 많았다.

게다가 어차피 할 일 없이 대기만 하고 있을 뿐인 다른 병사 아저씨들을 한데 긁어모아 내려왔으니 이런 공사 작업에 인력이 부족할 일은 거의 없었다.


‘경고. 후방에 야생 동물로 보이는 생명체 반응을 감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토리의 센서에 감지된 게 있었는지 위치 정보가 내 눈으로 전송되었고, 내가 있는 곳의 후방으로부터 수 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생명체 반응을 포착했다.


‘여기에서 후방 수 미터 정도라면 근처의 강인가, 그리고 이 커다란 반응은 곰··· 이네.’


남쪽 위험지대가 마물들과 아인들의 서식지인 것처럼 북쪽 주변은 북방국의 존재 때문이기도 한 탓에 인간이 접한 적이 없는 숲이나 산 등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온전하게 남아있어서 야생 동물들이 무척 많았다.

그 중에서도 아지트가 있는 바위산에는 숲이나 강이 접한 곳이 많아서 다양한 동물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이렇게 간혹 곰이 출몰하기도 해서 진지를 공사할 때 경계를 설 필요가 있었다.


‘토리, 다이렉트 링크와 사고 가속을 부탁해.’

‘긍정. 해당 개체 이시우와 다이렉트 링크. 사고 가속 실행. 현재의 사고 가속률은 통상의 시간으로부터 약 10배입니다.’


그렇게 평소의 시야가 넓어지는 감각과 함께 세상의 모든 것이 내 눈으로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느려졌다.

통상의 1초를 10초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사고 영역이 확장되면서 토리와 링크하는 동안 후방에 있는 곰의 정보를 반사적으로 분석하게 되었다.


‘···그냥 단순함 곰이네. 하지만 적의가 있는 걸 보면 이제 막 습격하려던 참인가?’


그 동안 아지트에 병사 아저씨들이 주둔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곳은 인적이 닿지 않는 비경이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동물들의 영역을 허락도 없이 함부로 침입한 것이리라.

이렇게 경계를 서는 이유로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한 과정 중 하나다.


‘토리, 콜트를 줘. 우선은 위협용으로 놈의 발치에 두 발 정도만 쏴서 도망치게 만들어 볼게.’

‘긍정. 궤도 수정에 필요한 연산을 추가합니까?’

“아냐, 그럴 필요 없어. 고작 수 미터의 위협사격인 걸.”


내 몸도 느리게, 토리에게서 받은 콜트로 곰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조준했다.

하지만 호흡은 안정되었고, 망설임도 없었다.

그저 침착하게 쏘면 될 뿐인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렇게 방아쇠를 당겨서 두 발의 마력탄을 곰이 향하는 방향에 쐈다.


‘보고. 마력탄이 지면에 적중. 해당 개체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앞발에 아슬아슬하게 스치게 해보겠어.’


다시금 신중하게 곰을 조준해서 콜트로부터 마력탄 한 발이 쏘아졌다.


‘보고. 마력탄이 해당 개체의 앞발에 적중. 잠시 움직임이 멈추었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해당 개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돌진합니다. 이시우와 마주하기까지 앞으로 30초.’


현실의 30초라면 나에게는 300초, 즉 5분의 시간이 있다.

그 사이에 곰을 죽이지 않고 돌려보낼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본다.

처음 쏜 두 발에 겁을 먹지 않고, 아까 쏜 한 발에 물러서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하게 적의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물리 장벽 전개, 콜트에 남아있는 마력탄과 대기 중의 마나를 평상 농도에 300% 가까이 집속시켜 줘.’

‘긍정. 물리 장벽 전개 완료. 콜트의 마력탄과 대기 중의 마나를 혼합. 300%의 고농도 탄환이 정제되었습니다.’


내 앞에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나타난 물리 장벽과 토리의 감지 센서로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된 엄청난 크기의 마나 덩어리가 콜트의 총구에 모여 있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보고. 해당 개체의 도착까지 앞으로 10초, 5초, 4초, 2초, 1초.’


나를 향해 거대한 몸을 날리려는 녀석에게 대항하기 위해 콜트로 고농도 마력탄을 쏴서 돌진해 온 거리로 하여금 다시 제자리에 있을 강까지 날려버렸다.

그 엄청난 공격의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물리 장벽을 방패로 쓰고 멀리 날아가는 곰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안심했다.


‘이걸로 됐어, 사고 가속을 해제해 줘.’

‘긍정. 사고 가속 해제. 비록 시뮬레이트 결과에 못하더라도 이시우 나름의 훌륭한 판단과 대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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