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공모전참가작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스법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7
최근연재일 :
2019.08.04 06: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2,806
추천수 :
25
글자수 :
753,562

작성
19.08.01 06:00
조회
14
추천
0
글자
13쪽

제127화

DUMMY

“제가 가나 아칸 님이 계신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알프레드를 선두로 제국의 세 사람은 바론 백작의 성으로부터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로 향했다.

아무리 치안이 뛰어난 샬롯 백작령이라 한들, 작은 것은 영지 내에서 일어난 사소한 말싸움에서 크게는 외부로부터 찾아온 이방인의 난동 등을 처벌하기 위해서 격리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죄인들을 가둬두는 감옥이 있는 장소에는 경비를 담당하는 기사들에 의해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뵈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만, 정말로 그 유명한 가나 아칸께서 이런 곳에 감금되어 있는 겁니까?”


아르튀르의 불안한 의문은 알프레드도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표면적으로 기사들에 의해 관리된다고 하지만, 외부의 침입과 내부의 탈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기능만을 추구한 결과로 자연 속의 열악하기 그지없는 천연의 바위 동굴을 소소하게 개량했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알프레드가 들고 있는 것과 곳곳에 놔둔 적은 수의 등불마저 없었다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것은 물론이고, 상시로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내부의 온도가 극단적으로 치솟거나 내려가기도 하며, 심지어는 죄인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비도 되지 않은 동굴 속 길목은 자칫 돌부리에 걸릴 수도 있을 위험마저 내포할 정도로 무성의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비가 내려서 그런지 동굴 내부는 축축하고 습해서 감옥에 갇혀있는 죄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하지 않으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최악의 환경일 것이다.

그러자 안 그래도 불편한 옷차림이었던 무형이 불만스러운 듯 대답했다.


“아따··· 여기 걷기가 윽수로 불편하네. 이런 곳에 가시나를 내버려 두다니··· 그 꼰대, 제정신이가?”

“그, 그건···.”


그러자 앞서서 향하던 알프레드의 말문이 갑자기 막혀버렸고, 아르튀르가 조용히 대답했다.


“···무형, 아무리 본인 앞이 아니라고 해도 바론 백작님에 대한 말이 너무 지나쳐.”

“와 또 그러노, 제 분에 못 이겨서 가시나를 이딴 곳에 처박는 윽수로 나쁜 놈을 어느 골빈 놈이 좋다고 칭찬하겠노?”


그렇게 아르튀르와 무형이 가벼운 마찰을 일으키려 하자 알프레드가 재빨리 끼어들어 말했다.


“···아니, 그 분의 말씀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곳의 영지민들이나 대부분의 기사들도 주인님의 지나친 대처에 무심코 반발하셨을 정도로 도리에 맞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최고의 이능작가로서 글로리아의 모두에게 선망을 받아온 가나 아칸 님이 이토록 허무하게 감금당할 줄은 몰랐으니 말이죠.”


일행들은 어두운 동굴 내부의 텅 비어있는 감옥들을 지나쳐서 가장 깊숙한 곳에 도달했다.


“경계 중인 병사의 말에 따르면 여기가 아칸 씨가 계신 감옥일 겁니다.”


알프레드는 들고 있던 등불의 세기를 최대한 키우자 감옥 안에 있는 가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가나는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는 마력을 봉인하기 위해 폭주하는 아인용으로 만든 길드 특제 구속복과 더불어 그것도 모자라 수십 겹의 쇠사슬마저 휘감은 상태였으며, 문장력을 이용한 탈출을 막기 위해서 입에는 재갈마저 물리게 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그런 가나의 두 눈은 마치 죽어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흐려진 채 감옥의 창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이 분이 소문으로 들어왔던 그 유명한 가나 아칸 님이시라니, 이건 마치 대죄인을 대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샬롯 백작령에 고용된 사용인이자 살고 있는 영지민으로서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감옥 밖에 등불의 빛이 반응한 건지 가나의 눈동자에 점차 이성적인 빛이 감돌면서 서서히 쓰러졌던 몸을 움직여 창살 앞까지 기어갔다.

그러던 중 동굴 천장이나 벽에 이어져있는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창살에 도달조차 못한 채 가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허어, 그 영광스럽기 그지없는 젊은 영웅이 지금은 어리석은 자의 손에 떨어져 실로 지독한 몰골이군.”

“···역시 그 꼰대에게 뭐라꼬 말하지 않긋나?”

“그건 안 돼, 아무리 처한 상황이 힘들고 각박해 보여도 기사로서 백작님 앞에서 면회를 약속한 이상 내가 함부로 깰 수는 없어.”


모두가 저마다 안타까운 듯 애처로운 감상을 말하고 있자 감옥 안에 있는 가나는 입에 재갈을 물린 상황에도 몸을 무리하게 움직여서 쇠사슬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로 응답했다.


“오오··· 누군가 했더니 알프레드 씨 아닌가요, 그리고 그 옆에는 못 보던 사람들인데 누구신지?”


순간 알프레드를 포함한 네 사람은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 같은 것에 귀가 이상한 것은 아닌지, 혹은 그들 이외에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의아했지만, 그 중에서 알프레드만이 곧바로 침착하게 대답했다.


“설마 아칸 씨? 어떻게 입이 봉인된 상태에서 말할 수 있는 겁니까?”

“아하하! 뭘 새삼스럽게, 설령 재갈로 말을 할 수 없어도 주변에 있는 환경이나 물건으로부터 소리만 낼 수 있다면 제 문장력을 아주 살짝 섞어서 속마음 정도는 전할 수 있다고요? 여기 경비들에게 듣지 못 했나요?”


알프레드는 물론, 바론조차도 들었을 리가 없다.

서방국의 유명인이자 샬롯 백작령에서 영주와 버금 갈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가나가 사실은 이토록 철저하게 묶여서 봉인된 상태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걸 말할 사람은 그 누구도,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설령 누군가가 큰 보상금을 노리고 고발하든 이 세계로부터 ‘소리’라는 개념이 사라진 인위적인 공간에 가나를 영원히 가둬두지 않는 한 소용없는 짓이지만 말이다.


“아, 와하하하! 뭐꼬, 이 터무니없이 엄청난 가시나는?! 당장이라도 죽어삣을 눈깔에 생기가 돌더니 막혀있는 입으로도 억수로 재잘거리지 않노?! 참말로 재미있네?!”


가나의 말을 들은 후 이번에는 무형이 기가 막힌 듯 웃어보이자 감옥 안에 있는 가나가 기분 나쁘다는 듯한 표정으로 쇠사슬을 부딪혀 소리를 내서 속마음을 전달했다.


“와~ 정장이 안 어울리는 뭔가 이상한 말투의 아저씨가 뭔가 재미있게 말하고 있다~.”

“갸하하하하! 아, 안 되겠다! 내, 내 점마가 너무 웃겨서 복장터져 불것네! 이런 지랄 맞은 상황에도 태연하게 말허는 가시나는 내 생전 처음이데이!”


무형이 정신없이 웃어보이자 줄곧 심각한 분위기였던 아르튀르마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뒤늦게 무릎을 굽혀 기사로서 예의를 보이고 다정하게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아칸 경? 비록 이런 상황이지만, 서방국에서 이름 높기로 유명한 당신이라는 최고의 이능작가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와~ 이번에는 등불의 빛만으로도 번쩍거리는 어쩐지 비싸게 보이는 전신 갑옷을 입은 멋진 기사 분이네~.”


그리고 그렇게 예의 바른 아르튀르와 경망스러운 듯 웃는 무형 옆으로 검은 로브를 입은 미르딘을 바라보는 가나가 쇠사슬로 소리를 내서 속마음을 전달했다.


“음~ 그냥 말해보는 거지만, 혹시 패션 센스가 나쁜 할아버지인가~?”

“이거, 이거··· 설마 가나 아칸 정도 되는 사람이 설마 무형과 비슷한 수준이었을 줄이야. 배포가 크다고 웃어야할지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해서 안타까워할지 모를 노릇이군.”


그런 가나의 감상이 끝나자 등불을 밝히고 있던 알프레드가 하나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럼 샬롯 가의 사용인으로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 분들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쪽의 호화로운 전신 갑옷을 입으신 분께서 서방국 최고의 검사라 칭송받은 제국의 근위기사단장이신 ‘아르튀르 르 블랑’ 님이시며, 옆에 계신 검은 로브의 분께서는 제국의 마탑 출신이신 대마법사 ‘미르딘’ 님이시고, 마지막으로 호쾌하게 웃으시는 분께서 서방국의 수많은 문호들과 음유시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동방국 출신의 전설적인 떠돌이 무인이신 ‘무형’ 님입니다.”


저마다 놀라운 업적과 입지를 가진 유명한 사람들로서 가나조차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서방국에 자주 오가면서 몇 번인가 자주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들이었다.

비록 가나로서는 본의 아니게 서방국 최고의 이능작가로서 떠받들어지면서 대외적인 강함을 자주 비교 당하는 일이 있는 터라 개인적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하던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아~ 그 제국의 유명한 사람들인가? 뭐, 동방국 쪽은 자주 가본 적이 없어서 나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아르튀르 경이나 미르딘 옹에 대해서는 나라도 들어본 적이 있지. 근데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여기에는 무슨 볼일이야?”


그러자 아르튀르가 점잖게 그러면서도 확고한 의지를 가진 채 당당하게 말했다.


“실례합니다, 아칸 경.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경에게 용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헤에~ 이렇게 꼴사납게 묶여서 봉인되어 있는 나에게? 이런 대단하신 분들이라니? 난 짐작 가는 게 전혀 없는데?”


그러자 이번에는 미르딘이 심각하게 대답했으며, 그 후에 무형이 짧게 덧붙였다.


“그대의 명성과 더불어 서방국에 끼치는 영향은 제국으로서도 간과할 수 없다네. 남쪽을 경계로 크고 작은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엘리자베트 샬롯의 출가로 인한 부재와 가나 아칸의 감금은 글로리아 백성들과 기사,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에도 직결될 정도로 충분히 민감한 중대사일세.”

“고런 이유로 그 엘리자베트인지 하는 가시나의 위치나 목적이 뭔지 모르는 이상 하다못해 댁이라도 구해내야지 않긋나?”


그렇게 저마다 말하고 나서 아르튀르가 창살을 부여잡으며 가나에게 말했다.


“현재 글로리아는 경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비록 저희들은 바론 백작과의 약속 때문에 직접적으로 탈출에 기여할 수 없지만, 경이라면 자력으로도 충분히 탈출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지녔을 거라 믿습니다! 부디 이대로 곧바로 탈출해서 저희들과 함께 제국으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제국의 고귀한 신분으로 통하는 근위기사단장으로서 창살까지 잡아가며 이토록 비굴하게 부탁을 할 정도로 가나 아칸이 절실했다는 것을 아무리 가나라고 해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나의 대답은 1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영지민이나 경비를 서는 병사들에게 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미안~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어, 어째서··· 이토록 인간으로서의 존엄조차 무시할 정도로 비굴하게 다뤄지고 있을 텐데··· 아무리 바론 백작님이라 해도 이런 무자비한 언행은 귀족으로서의 도를 넘어섰습니다! 혹여 바론 백작님의 행보가 신경이 쓰이는 거라면 제가 가진 모든 부와 명예를 걸로서라도 제국의 보호를 약속드릴테니···!”


순간 아르튀르로부터 목소리가 사라졌다.

아니, 아르튀르만이 아니라 미르딘이나 무형, 심지어 알프레드마저 목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되었다.

그곳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가나 아칸이 발하는 다양한 크고 작은 소리뿐이었다.


“···이 세상에는 소중한 것들이 참 많지? 사람이라면 목숨이, 신앙심 깊은 자라면 신앙하고 있을 신이, 사용인에게는 주인님이, 무인이라면 검이, 마법사라면 더 높은 경지와 무한한 지식이, 그리고 분명 기사에게도 결코 굽혀서는 안 되는 신념이나 맹세가 있을 테지?”


고작 감옥 안에서 다양한 구속구로 묶여있어서 봉인당해 있을 가나에게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렬한 존재감이 내뿜어지고 있었다.

자칫 가나에게서 정신을 팔거나 시선을 돌리려 했다가는 철창 너머로 무언가가 뛰쳐나와 곧바로 목숨을 앗아갈 것 같은 인식은 마치 물리적으로 압박을 하는 것도 같았다.


“당연히 나에게도 지켜야 할 게 있었는데, 그걸 지키지 못 했어. 이건 그에 대한 내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이자 다짐이야. 바론 아저씨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제국의 일이 어떻든 지금의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그러니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온 당신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돌아가 줄래?”


그러자 아르튀르가 텅 비어버린 목소리여도 상관없이 입모양만으로 의견을 말하려 하자 가나가 앞서 말했다.


“돌, 아, 가, 줄, 래?”


급기야 가나의 문장력이 실린 말마저 듣게 되고, 알프레드를 포함한 네 사람은 그 압도적인 기백에 짓눌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주위에서 다시금 소리가 들려오자 아르튀르가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아칸 경. 부디 경에게 데우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한 옴니버스인 죄와 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사항입니다. 19.08.05 17 0 -
130 제130화 19.08.04 12 0 14쪽
129 제129화 19.08.03 14 0 12쪽
128 제128화 19.08.02 27 0 13쪽
» 제127화 19.08.01 15 0 13쪽
126 제126화 19.07.31 14 0 12쪽
125 제125화 19.07.30 19 0 13쪽
124 제124화 19.07.29 17 0 13쪽
123 제123화 19.07.28 16 0 12쪽
122 제122화 19.07.27 16 0 12쪽
121 제121화 19.07.26 18 0 12쪽
120 제120화 19.07.25 17 0 11쪽
119 제119화 19.07.24 16 0 12쪽
118 제118화 19.07.23 40 0 13쪽
117 제117화 19.07.22 50 0 12쪽
116 제116화 19.07.21 29 0 12쪽
115 제115화 19.07.20 25 0 12쪽
114 제114화 19.07.19 25 0 13쪽
113 제113화 19.07.18 26 0 13쪽
112 제112화 19.07.17 18 0 12쪽
111 제111화 19.07.16 24 0 12쪽
110 제110화 19.07.15 24 0 13쪽
109 제109화 19.07.14 20 0 12쪽
108 제108화 19.07.13 18 0 13쪽
107 제107화 19.07.12 27 0 14쪽
106 제106화 19.07.11 23 0 13쪽
105 제105화 19.07.10 23 0 12쪽
104 제104화 19.07.09 21 0 12쪽
103 제103화 19.07.08 25 0 12쪽
102 제102화 19.07.07 21 0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스법군'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