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용궁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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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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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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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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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헬싱의 딸이 스토커였어? 2.

DUMMY

2.


바네의 할아버지 제이슨 본 헬싱은 원래 평범한 인간이었다.

젊은 시절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어느 날, 잉글랜드 남부에 있는 솔즈베리 대성당(Salisbury Cathedral)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스톤헨지(Stonehenge)라는 환상열석(돌을 원형으로 배치한 고대의 유적)을 구경하러 가게 되었다.

한참 기묘하게 쌓아 올린 돌덩이들을 구경하던 그는 발을 헛디뎌 우연히 돌기둥 뒤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리미티드 터널에 빠져들었고, 터널을 통과한 그가 도착한 곳이 바로 언더월드 엘프들이 사는 셔우드 숲이었다.

그곳에서 엘프들과 10여 년을 어울려 살던 그는 아름다운 여자 엘프와 가정을 꾸려 아들도 하나 낳았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지 못해 언더월드를 떠나지 못하는 아내를 두고 결국 아들만 데리고 다시 자신이 통과했던 리미티드 터널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특이하게 셔우드 숲에 있는 리미티드 터널은 다른 곳과 달리 입구와 출구가 한곳이어서 제이슨 본 헬싱은 고향에 무사히 도착했고, 거기서 아들인 아브라함 반 헬싱을 홀로 키웠다고 한다.

반 헬싱이 자라면서 그는 인간과 엘프의 혼혈인 아들이 여타의 인간들과 확연히 다른 존재라는 걸 깨달았으나,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온 것이 마음의 병을 만들어서 어린 아들을 홀로 두고 그만 일찍 죽고 말았다.

그 후 어린 반 헬싱은 아버지 제이슨 본 헬싱과 인연이 있던 한 교단(敎團) 고위직 인사의 손에 거두어져 자라게 됐는데, 점점 커가는 반 헬싱의 신체적 특별함을 알게 된 교단의 뜻을 받들어 한동안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의 무리를 처단하러 다녔다.

나이가 차서 반 헬싱도 현역에서 은퇴하고 교단에서 소개한 여자와 만나 가정을 꾸렸는데 그때 태어난 게 바로 바네 헬싱이었다.

자신과는 달리 딸이 평범하게 태어나 살기를 원했던 반 헬싱이었지만, 바네 헬싱 역시 인간보다 엘프의 피를 더 이어받았는지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네 헬싱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교단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트란실바니아 드라큘라 성의 성주, 뱀파이어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졌다.

교단의 명령을 받아 드라큘라 백작을 처단하러 드라큘라 성으로 잠입한 바네 헬싱은 처음으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황당하게도 드라큘라 백작과 마주친 바네 헬싱이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바네 헬싱 본인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맹목적인 사랑의 감정 앞에 드라큘라 백작은 당황했지만, 바네 헬싱은 백작의 반응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자신의 감정을 밀고 나갔다.

백작도 그런 바네 헬싱이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라큘라 백작은 바네 헬싱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과 바네 헬싱 사이에 있는 널따란 간극을 메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백작의 끝없는 도피 생활이 시작되었다.

백작은 바네 헬싱의 눈을 피해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모습을 감췄지만, 바네 헬싱은 전공(?)을 살려 끈질기게 백작을 찾아내서 자신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해 왔던 것이다.

결국, 백작은 마지막 도피처로 언더월드를 선택했다.

드라큘라 성에서부터 자신을 따라나선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우여곡절 끝에 언더월드에 도착한 백작은 언더월드에서 자신들만의 성을 세웠고, 그것이 바로 현재의 다크 캐슬이었던 것이다.


“와,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엽기적이야. 근데 바네, 그럼 너도 할아버지가 통과했던 그 터널로 온 거야? 엘프들의 영역에 있는 그 터널 말이야. 거기는 다른 곳과 달리 아직 사용할 수가 있나 보네.”

“네가 사랑에 대해서 뭘 알겠냐? 에휴! 맞아, 내가 아는 리미티드 터널은 거기뿐이니까. 우리 허니(honey)가 이용했던 터널은 찾지 못했어. 뭐 말을 들어보니 찾았다 해도 지금은 막혀서 사용할 수가 없다고 들었지만.”

“허니······!”

“왜 그래? 초이. 갑자기 몸을 떨고 그래? 어디 아파?”

“큼! 바네, 초이가 지금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래. 그치 초이?”


조가 창룡을 바라보며 한쪽 눈을 찡긋거리자 창룡도 얼른 장단을 맞춰갔다.


“콜록! 콜록! 에그, 어제 한데서 잤더니 컨디션이 영 별로네······. 근데 바네, 바네는 언더월드에 언제 도착한 거야?”

“나? 음, 한 2년 6개월 정도 됐나? 아마 그럴 거야.”

“2년 6개월? 뭐야? 나랑 오정이보다 한참 전에 왔잖아? 그럼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어디에 있긴? 셔우드 숲, 할머니네 집에 있었지.”

“할머니? 아니 네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신단 말이야? 도대체 연세가 어떻게 되길래······?”

“우리 할머니? 글쎄······, 한 8백 살은 넘으신 거 같은데 확실하진 않아. 나도 이번에 처음 뵌 거라 잘 몰라. 본인도 나이는 별로 신경 안 쓰는 눈치고.”

“8백 살!”

“초이, 엘프들도 우리처럼 수명이 길어. 인간들하곤 다르다고.”


용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그다지 긴 세월을 살아온 게 아닌 창룡은 바네의 할머니가 8백 살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멍충아, 뭘 그렇게 놀래? 너도 그 정도는 충분히 살 텐데.’

‘내가 8백 살 넘게 산다고? 휴! 그렇구나, 난 이제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용족이지······.’


창룡은 여의주의 말에 잠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과 더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예정된 이별이 떠올랐던 것이다.


‘휴우! 지금 이런 걸 생각해봐야 내 머리만 아프겠지. 일단 여기를 벗어날 생각부터 하자.’

‘그래, 잘 생각했어.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못 한 해결방법이 생길 수도 있잖아. 힘내!’


창룡의 마음을 짐작하는 여의주가 보기 드물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야, 야, 하던 대로 해. 몸이 꼬이려고 한다.’

‘닥쳐!’


창룡과 여의주의 대화가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갈 때, 조가 뭔가를 생각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바네, 드라큘라 백작을 쫓아왔다면서 왜 그렇게 셔우드 숲에 오래 있다 나온 거야? 거기서 무슨 할 일이라도 있었어?”

“나는 뭐 빨리 나오기 싫었겠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런 거지.”


바네가 셔우드 숲에 도착하고도 바로 드라큘라 백작을 찾으러 나오지 못한 이유는 셔우드 숲을 둘러싸고 있는 카라비안 호수 때문이었다.

셔우드 숲을 둘러싸고 있는 카라비안 호수에는 여러 종류의 무시무시한 수중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데, 그것들이 얼마나 흉포하고 별난지 언더월드에서 웬만한 능력을 갖춘 이라도 카라비안 호수에 접근하는 것을 꺼릴 정도였다.

딱딱한 비늘에 덮인 거대한 뱀의 형태로 코에서는 연기, 입에서는 불을 내뿜는 레비아탄.

거대한 촉수를 가진 문어를 닮은 크라켄.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그리스 신화 속 히드라와 비슷하게 생긴 스킬라.

산양(山羊)의 앞부분과 물고기의 뒷부분을 가진 카프리콘.

용의 형태와 비슷하게 생긴 데다 빨간 혀, 수염이 달린 바쿠나와.

거북의 외형을 지닌 아스피도켈론 등등, 이렇게 많은 종류의 수중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는 카라비안 호수는 자연스럽게 셔우드 숲과 안쪽의 언더월드를 오가는 이들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흐미! 무슨 호수에 그런 괴물들이 득실대는 거야? 아니, 그럼 넌 어떻게 거길 건너온 거야? 혹시 하늘로 날아온 거야? 조, 엘프가 날 수도 있어······?”

“크! 엘프가 무슨 여기 산다는 조인족이냐? 하늘로 날아오게, 그리고 설령 날 수 있다 해도 카라비안 호수 위를 통과하지는 못해. 호수 상공에는 마법 결계가 쳐져 있거든.”


창룡의 말에 피식거리던 바네는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바로 설명을 해줬다.


예전에는 카라비안 호수 상공에 결계가 없어서 수중 몬스터들을 피해 언더월드의 다른 원주민들과 하늘길로 왕래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점점 미들랜드에서 넘어온 이들이 많아지고, 또 그 무리가 살기 좋은 엘프들의 셔우드 숲을 탐내서 다툼이 잦아지자 엘프의 몇 안 되는 장로 중 대마법사의 경지를 이룩한 하이 엘프, ‘간돌후’ 가 자신의 생명력을 바쳐서 ‘앱솔루트 바운더리’ 를 호수 상공에 설치했고 그 이후로는 셔우드 숲에 대한 침공이 없어졌다고 한다.

생명력을 소모해 앱솔루트 바운더리를 설치한 간달후는 그 후유증으로 이내 목숨을 잃었고, 그 뒤로 대마법사의 경지에 달하는 엘프가 나오지 않아 사실상 하늘길은 영원히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고 한다.


“뭐야? 그럼 날아온 것도 아니고, 호수는 못 건너고 도대체 어떻게 넘어온 거야? 땅굴이라도 팠어?”

“초이 네가 들은 것처럼 카라비안 호수는 평소에 수중 몬스터 때문에 건널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해. 하지만 엘프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3년에 단 한 번, 그것도 정확히 1시간 동안 카라비안 호수가 완전히 얼어붙는다는 거야.”

“호수가 얼어붙는다고? 그것도 3년에 딱 1시간 동안만?”

“그래, 그래서 내가 2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 허니를 찾아 나서지 못한 거야.”

“헐! 너한테는 긴 시간이었겠지만 드라큘라 백작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겠는데······.”

“뭐야!”

“아냐, 아냐. 그나저나 이거 영 실망이네, 셔우드 숲에 출입구가 같은 리미티드 터널이 아직 사용할 수 있다기에 여기 일이 잘 해결되면 그곳을 통해서 돌아가려고 생각했는데 네 말대로라면 셔우드 숲에 가려 해도 지금부터 3년을 기다려야 된다는 거잖아. 에휴!”

“너무 낙담하지마, 초이. 일단 우리 일을 보면서 다른 곳도 알아보고, 정 안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곳을 이용하면 되잖아. 물론 엘프들이 허락해 줘야겠지만.”

“그건 내가 할머니한테 부탁하면 될 거야. 그래도 우리 할머니는 하이 엘프거든. 장로이기도 하고 말이야.”

“고마워, 바네. 일단 조 말대로 다른 곳도 알아보고 정 안되면 그때 가서 부탁할게.”

“알았어, 그럼 너희들은 중립지대로 갈 거지? 아쉽지만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우리 허니를 만나러 다크 캐슬로 가야 하니까 말이야.”


바네는 마음이 급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있던 챙이 넓은 검은색 가죽 모자를 벗어들었다.


찰랑!


모자 안에 숨겨져 있던 바네의 긴 금발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며 가려져 있던 바네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헐!’

‘허걱!’

‘우와!’


완전히 드러난 바네의 얼굴을 본 창룡과 조, 사오정의 입에서 합창이라도 하듯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물론, 머릿속으로 나온 말이라 바네는 듣지 못했지만.


‘또 지랄들이네, 하여튼 여자를 얼굴로만 판단하는 단세포적인 것들 같으니라고······.’


여의주는 세 얼간이(?)를 구박했지만, 사실은 여의주 본인도 조금은 놀랐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여의주마저 놀라게 할 정도로 바네의 얼굴은 보는 이들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린 듯이 휘어진 눈썹.

바다가 출렁이는 것 같은 연한 푸른색 눈동자.

석고를 조각한 것 같은 높다란 코.

도톰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빨간 입술.

황금빛으로 빛나는 기다란 머리칼.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바네의 얼굴이 살이 많이 쪄서 라이칸의 마을에서 보았던 둥근 달덩이 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한 것도 잠시, 바네는 바로 홀딱 깨는 장면을 연출했다.


벅벅벅! 벅벅!


“아, 간지러! 머리 감은지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간지럽지?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가······.”

“헐······!”

“흐미······!”

“으, 디러······!”


세 얼간이는 이번엔 더 놀랐는지 그만 입 밖으로 말이 새어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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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혼 형제 3. +8 19.06.28 16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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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제28화. <혼 형제 1.> +4 19.06.26 17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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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제26화. <정보 상인 트리위키 1.> +4 19.06.20 178 5 12쪽
» 반 헬싱의 딸이 스토커였어? 2. +7 19.06.19 190 6 12쪽
64 제25화. <반 헬싱의 딸이 스토커였어? 1.> +4 19.06.18 189 6 12쪽
63 중립지대로 출발! 3. +2 19.06.17 19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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