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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21세기 용궁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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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수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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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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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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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스퍼 대왕 2.

DUMMY

3.


거의 1m 가깝게 자라있는 갈대가 넓게 퍼져있는 들판을 2, 3시간 정도 달려온 혼 형제가 멈춰선 곳은 꽤 큰 규모의 호숫가였다.

대충 봐도 지름이 거의 500m 정도 되는 호수의 한가운데 지점에는 커다란 바위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작은 돌산이 하나 있었는데,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로 인해 옅게 깔린 안개가 주위를 감싸고 있어 돌산 위의 정경은 확실하게 드러나 있지 않았다.


“에이 젠장! 하여튼 이 자식은 취향이 독특하다니까, 허구한 날 이렇게 호수 주위에만 비를 뿌리는 거 봐. 본신이 물고기 새끼라 그런가······?”


쏟아지는 비로 인해 척척하게 젖어있는 흙이 묻어버린 신발 바닥을 내려다보며 실버 혼이 투덜거렸다.


통텐 호수는 일반적인 호숫가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어느 정도 밑이 드러나 보이는 맑은 물. 군데군데 물 위로 뻗어 나와 있는 수초 더미. 그런 물속을 빠르게 유영(遊泳)하는 작은 물고기들.

여기까지만 보면 세상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는, 그냥 수질이 좀 깨끗한 정도의 그런 호수였다.

하지만, 한 가지 기이한 현상이 이곳이 평범한 호수가 아니라 뭔가 특별한 게 존재하는 곳이란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 기이한 현상은 바로 호수 위로 쏟아지고 있는 비(雨)였다.

비가 내리는 게 기이한 현상이라고 말한다면 다들 그게 뭐가 이상한 일이냐며 되묻겠지만, 그 비가 다른 곳에는 내리지 않고 오직 통텐 호수 위에서만 내리고 있다면 그건 충분히 이상한 일에 속할 것이다.

더군다나 내리는 비가 하늘 위에서부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호수 상공 2, 3백 m 지점에서 생성돼 내린다면 더더욱 이상한 일일 것이다.


“크크크! 물고기가 비를 좋아한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데······? 그건 니 생각 아냐?”

“아 몰라! 그냥 여기만 오면 맨날 비가 내리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

“흐흐흐! 그건 아마 그놈이 여기가 자기 구역이라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 그러는 걸 거야. 자기는 이렇게 기후(氣候)를 조절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자니 엄한 것들은 얼씬도 하지 말라는 그런 거 말이야.”

“기후 조절은 젠장! 해 봐야 기껏 비나 눈 좀 내리게 하고 호숫물 얼리는 정도밖에 없으면서.”

“그렇게 쉽게 생각할 건 아니야. 막말로 호수 밑에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물을 얼리는 능력만 해도 승패에 크게 관여할 수 있어. 생각해 봐, 너랑 싸우다가 갑자기 네 주위의 물을 얼려 버린다면 너는 꼼짝없이 갇혀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야 하잖아.”

“그거야 물 밑에서 싸울 때 얘기고, 내가 뭐하러 숨도 잘 못 쉬는 물속까지 들어가서 그놈하고 싸워. 싸우려면 밖에서 싸우지.”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싸움이 무슨, 때와 장소를 가리고 일어나냐?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냐. 그러니까 괜히 상대를 무시하지 말고 항상 조심하라는 소리야. 콜미 안의 그 자식만 해도 인간이라고 깔보다가 하마터면 큰 낭패를 볼 뻔했잖아. 뭐 그놈이 인간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하고 어서 신호나 보내. 바닥이 척척해서 영 기분이 안 좋아.”

“쯧쯧쯧, 하여튼! 기다려.”


투덜이 동생을 쳐다보며 살짝 혀를 찬 골드 혼이 호숫가로 한 걸음 다가가더니 입을 오므려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이익!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골드 혼의 휘파람 소리는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호수 안쪽을 향해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뭐야? 왜 반응이 없지? 이 자식이 자빠져 자느라고 못 들은 거 아냐? 형, 한 번 더 해봐.”

“잠깐만 기다려 봐, 그놈 귀가 얼마나 밝은데 자느라고 소리를 못 들었겠어. 그리고 설사 그놈이 못 듣더라도 호숫가에 그놈이 깔아놓은 것들이 다 전해주니까 있어 봐. 아마 우리 엿 먹인다고 늦장 부리는 걸 거야.”


찌지지지직!


누가 듣기라도 한 듯, 골드 혼의 말이 끝나자마자 혼 형제가 서 있는 곳의 호숫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쩌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얼어붙기 시작한 호숫물은 호수 중앙에 있는 돌산을 향해 폭 2m 정도의 얼음길을 순식간에 만들어 냈다.


“거봐, 내 말 맞지. 자, 어서 가자.”

“아, 이 새끼! 이왕이면 비도 좀 멈추지, 옷 다 젖는구먼!”

“벌써 젖었는데 인제 와서 뭘 따져. 얼른 가! 또 저번처럼 심술부린다고 중간에 길 녹여버리면 한참 헤엄쳐서 가야 하니까.”

“알았어! 가자고! 가!”


4.


얼음 길을 10분 정도 걸어가 돌산에 도착한 혼 형제를 맞은 것은, 열너댓 살 정도로 보이는 한 쌍의 동남동녀(童男童女)였다.


“어서 오십시오, 골드 혼 님, 실버 혼 님. 대왕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랜만이구나, 진동아. 키가 많이 컸네. 진순이는 그새 더 예뻐지고.”

“감사합니다. 자, 이리로 오시지요.”


무표정한 얼굴로 혼 형제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올린 진동이, 진순이는 곧장 몸을 돌려 돌산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바위 앞으로 다가갔다.


“쳇! 안 어울리게 무슨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그래, 꼬맹이들한테.”

“크크크! 나중에 우리 밑으로 들어올 애들이니 잘해주는 척하는 거야. 쟤들 둘이 그래도 그놈 밑에 있는 인간 중에서는 서열이 제일 높은 편에 속한다고. 그리고 저것들 둘은 그놈이 제 기운을 나눠줘서 이제는 인간이라고 볼 수도 없어. 풍기는 기운을 봐봐, 어딜 봐서 쟤들이 사람으로 보이냐?”

“그렇긴 하네, 몇 년 전에 볼 때만 해도 저러지 않았는데 나쁜 놈이 멀쩡한 인간 애들 둘을 또 망쳐났네. 쯧쯧!”

“흐흐흐! 우리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건 그래, 크크크!”


시답지 않은 소리를 속삭이며 키득거리던 혼 형제는 진동이, 진순이가 서 있는 바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자신들을 가만히 쳐다보는 아이들을 향해 각자 한 손을 내밀었다.

골드 혼의 손을 잡은 진동과 실버 혼의 손을 잡은 진순이 서로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각자 자유로운 나머지 손 하나를 앞에 있는 커다란 바위의 한 부분에 가져다 댔다.

순간,


우웅!


진동과 진순의 손이 닿은 부분이 빛을 발하며 진동음(振動音) 같은 것이 들리더니, 이내 바위 앞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세찬 빗줄기만이 바닥을 때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내가 좀 보자고 할 때는 바쁘다고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하더니 오늘은 연락도 없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예까지 오셨나······?”


바위 앞에서 사라진 혼 형제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물속이 아니라 놀랍게도 넓은 광장의 중앙이었다.

천장과 벽면이 거친 암석으로 이루어진 광장은 마치 커다란 동굴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실제로도 이곳은 혼 형제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통텐 호수 중앙의 작은 돌산과 연결된 지하 공동(空洞)이었다.

호수 위로 드러난 부분은 작은 돌산에 불과했지만, 물밑으로는 그보다 몇십 배나 큰 규모의 지하광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목에 가래가 끓는듯한 혼탁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그런 광장의 끝부분에 놓여 있는 커다란 돌의자 위였다.


“오랜만이오, 인스퍼. 그간 잘 계셨소? 사전에 기별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오.”

“인스퍼 대. 왕. 님이십니다, 골드 혼 님.”


골드 혼의 말이 끝나자마자 같이 돌산 위에서 지하 광장으로 통하는 결계를 통과한 뒤, 어느새 돌의자 옆으로 이동해서 공손한 자세로 서 있던 진동의 입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됐다, 처음 보는 사이도 아닌데 뭘 그리 따지고 그래. 미안하오, 골드 혼. 얘네들이 워낙 나를 존경하고 따르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는구려. 흐흐흐!”

‘개수작하고 있네, 변태 같은 새끼! 제 놈이 다 시켜놓고 애들이 뭐 어쩌고 어째? 지나가는 붕어 새끼가 웃겠다! 이 자식아!’

‘흥분하지 마. 나도 짜증은 나지만 지금 아쉬운 건 우리니까 참아야지 어떡하겠어. 넌 그냥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 성질을 못 이기고 화를 내는 실버 혼을 다독인 골드 혼이 속마음과는 달리 밝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하하하! 이거 진동이 말대로 내가 실수를 했구먼. 미안하오, 인스퍼 대왕.”

“괜찮다니까 그러시오, 흐흐흐! 일단 이리 와서 앉읍시다. 진순아, 넌 가서 차 좀 내오너라.”


처음엔 살짝 비꼬는듯한 말투의 인스퍼 대왕이었지만, 웬일인지 골드 혼이 예전에 봤을 때와 달리 자신에게 조금 굽히는 모습을 보이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크게 웃으며 자리를 권하고 있었다.


“어서 이리 와서 앉읍시다. 자, 자, 실버 혼도 어서 오시오.”

“고맙소, 대왕. 실버, 저리로 가서 앉자.”

“킁! 알았으니까 재촉하지 마.”


불퉁한 표정의 실버 혼은 옆구리를 찌르는 골드 혼의 손길에 마지못한 얼굴로 걸음을 옮겨 인스퍼 대왕이 권하는 자리로 가서 털썩, 엉덩이를 붙였다.


혼 형제가 앉은 의자는 인스퍼 대왕의 의자와 마찬가지로 돌을 가공해서 만든 것이었는데, 의자가 놓여 있는 곳이 인스퍼 대왕의 의자보다 조금 낮은 곳에 있는 관계로 두 사람이 인스퍼 대왕을 살짝 올려다보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인스퍼 대왕의 의자 양옆으로는 진동과 진순 말고도 여러 명의 남녀 아이들이 거의 헐벗은 차림으로 주르륵 서 있었고, 광장의 양쪽 벽에는 이십여 명에 달하는 기이한 생김새의 인간(?)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혼 형제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연락도 없이 이렇게 찾아온 거요? 그것도 아랫것들을 안 보내고 두 분이 직접 말이오. 설마 내 얼굴이 보고 싶어서 온 건 아닐 테고······?”

“대왕에게 좋은 소식을 알리려고 이렇게 직접 찾아오게 됐소. 물론, 대왕 얼굴도 보고 싶었고 말이오. 하하하!”

‘흐음······, 이게 무슨 일이지? 평소에 꼴에 천계 출신이라고 마계 출신이나 다른 지역 요괴들을 개무시하면서 말도 잘 섞지 않으려던 것들이 이렇게 제 발로 찾아와서 알랑방귀를 껴 대다니······?’

“대왕, 내 말 들으셨소?”


골드 혼은 자신의 말을 듣고도 아무 대답 없이 눈동자만 굴리고 있는 인스퍼 대왕을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쳐다봤다.


인스퍼 대왕은 나름 상당한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덩치가 크다고 해서 천계에서도 거인족에 속하는 티탄족 전사, 골드 혼이나 실버 혼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2m를 훌쩍 넘어가는 큰 키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를 쑥 내밀고 앉아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머리카락 하나 없는 대머리에 부리부리하고 툭 튀어나온 커다란 눈, 두툼한 코에 길게 찢어진 입.

백미(白眉)는 코 밑에 길게 기른 가늘고 긴 수염이었다.

이렇듯 범상치 않은 외모를 자랑하는 인스퍼 대왕은 골드 혼이 말없이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잠깐 빠졌던 상념에서 깨어나 다시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이라······, 그래, 어떤 소식이오? 말씀해 보시오. 내 귀를 씻고 경청하겠소.”

“다름이 아니라······,”


5.


혼 형제는 인스퍼 대왕과의 협상을 마치고 쉴 곳을 안내받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평소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하는 혼 형제였지만, 격렬한 싸움을 치른 데다 꼬박 하루 반나절을 쉬지도 못하고 장거리 이동까지 하다 보니,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던 탓이다.


드르렁!

드릉! 푸우!


인스퍼 대왕이 한 가족이 된 기념으로 열겠다는 만찬까지 마다하고 침대에 몸을 누인 혼 형제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바로 수마(睡魔)에 휩쓸려버려서, 실버 혼이 방안 책상 위에 놓아둔 콜미에서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슈우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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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혼 형제 3. +8 19.06.28 121 5 12쪽
71 혼 형제 2. +6 19.06.27 122 6 12쪽
70 제28화. <혼 형제 1.> +4 19.06.26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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