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용궁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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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수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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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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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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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투 2.

DUMMY

3.


촤악!

처척!


패터슨 자작이 결투의 시작을 알리며 뒤로 빠져나가자, 백작과 창룡은 자신들의 무기를 빠르게 빼 들었다.

사실, 조 파르게르 백작은 창룡을 상대로 자신의 독문 병기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 결투 상대가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용병이라고 들었지만, 백작은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었기에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첫 대면에서 풍겨 나오는 창룡의 심상찮은 기세에, 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운이었다, 처음에 가졌던 자만심을 버리고 자신이 긴 시간 애용해왔던 가문의 신검(神劍)을 아공간에서 빼든 것이다.


“아따끄!”


쉬익!


“헉! 방!”


팅!


“뭐, 뭐야? 말도 없이 갑자기 찌르고 그래? 반칙 아냐?”

“뭐라는 거냐? 애송이. 우리가 지금 약속 대련 같은 걸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건 목숨을 건 결투라고! 결투!”

“아니 그래도 통성명이라도 하고 시작해야지······.”

“······. 너 솔직히 말해봐, 이런 거 처음이지?”

‘내가 미친다! 야 이 멍충아! 목숨 걸고 결투하는데 무슨 통성명이야! 정신 안 차릴래!’


어수룩한 창룡의 행동에 여의주가 분통을 터트렸지만, 창룡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처음······, 은 아니고······.”

“네놈이 결투 경험이 있다고?”

“아니, 꼭 내가 했다기보다는 그냥 영화에서 많이 봤다는 그런······.”

“풋! 자존심이 상하는군. 위대한 블랙 드래곤······, 아니다. 네놈, 그렇다고 본좌가 봐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나는 ‘룰’ 을 어기는 걸 아주 싫어하거든.”

“이게 듣자 듣자 하니까 누구보고 봐주네, 마네 씨불이는 거야! 너야말로 몸무게 초과라고 이 몸이 봐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이 비만 까망돼지야!”

“비만 까망돼지······! 이 새끼! 세상에서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이 새끼? 너 지금 나보고 새끼라고 했냐? 디졌어!”


“핫! 청룡 비기! 십팔연환타구봉!”


백작이 창룡에게 금지된(?) 단어를 내뱉자, 뚜껑이 열린 창룡이 청룡 일족의 무기술 가운데에서, 난전에 특화된 백팔연환타와 달리 일대일 대결에 중점을 둔 십팔연환타구봉을 발동시키자,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여의봉이 빠르게 회전하며 사방으로 매서운 소리를 뿜어냈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다시 무릎! 발!”


쉭! 쉭! 쉭! 쉭! 쉭! 쉭!

채채채채채챙!


빗살 같은 빠르기로 여의봉이 백작의 거대한 몸 이곳저곳을 때려갔지만, 백작의 에페 검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창룡의 여의봉을 막아냈다.


“어쭈구리! 한 번 더! 머리! 어깨! 무릎! 발! 다시 무릎! 발!”


슉! 슉! 슉! 슉! 슉! 슉!

티티티티티팅!


무려 12번의 연환 공격을 무난하게 막아내는 백작의 모습에, 여의봉을 쥔 창룡의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마지막! 머리! 어깨! 무릎! 이번엔 귀! 코! 귀!”


슉!

탱!


공격하는 창룡과 그 공격을 막는 백작의 움직임이 어찌나 빨랐던지, 여섯 번의 공격과 여섯 번의 막기가 이어졌지만, 소리는 단 한 번씩만 들렸다.


타탓!

탓!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공방이 끝나자, 창룡과 백작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각 두, 세 걸음 뒤로 몸을 날렸다.


“후욱! 훅! 이 뚱땡이가 생각보다 좀 하네!”

“휴우! 어린 애새끼 너도 멍청한 얼굴하곤 좀 다르군!”

“자세히 보니까 나하고 별로 차이도 안나 보이는데 누구보고 애새끼래! 그리고 내 얼굴이 어때서!”

“이 새끼가 누구보고 뚱땡이라는 거야! 죽고 싶냐!”

“살고 싶다면 살려줄 거냐!”

“너 이렇게 날씬한 뚱땡이 봤어!”


“우~~~~! 뭐 하는 거냐! 제대로 싸워라!”

“입으로 싸울 거면 때려쳐라!”

“초이! 뭐 하는 거야? 입은 이따 밥 먹는 데 쓰라고!”

“형! 쫄았어요? 쫄리면 디지시······, 에구! 너무 나갔나······.”


“이것들이!”

“아, 뭐래!”

“야, 너 아까 블루 드래곤 어쩌고 그랬지? 애송이 넌 나하고 깊은 대화를 좀 나눠야겠다. 물론 그 전에 결투에서 살아남아야겠지만······.”

“까망이 넌 흑룡 뭐시기 그런 거 같은데, 너도 나한테 고백 좀 해야겠다. 물론, 네 말처럼 결투에서 살아남으면 말이야······.”


“핫! 데드 오어 얼라이브! 쓰리 포인트!”

쉬쉬쉭!


“차앗! 광룡출해! 전삼식(前三式)!”


슝슝슝!


백작의 에페가 창룡의 요혈을 노리고 연속으로 3번을 찌르고 들어왔다. 말 그대로 적중당해 ‘죽든지’ 피해서 ‘살든지’ 란 초식 명이 어울리는 무서운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창룡도 봉법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한 광룡출해의 전삼식으로 빠르게 찔러오는 에페를 쳐 내며, 동시에 두툼한 살집으로 보호되고 있는 백작의 몸통을 두들기며 지나갔다.


“앗따거!”

“욱! 아이고 배야!”


백작의 3번 찌르기 공격 중 마지막 공격이 창룡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가자, 창룡의 얼굴에서 몇 개의 붉은 핏방울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러나, 백작 또한 창룡의 광룡출해 전삼식 중 두 번의 공격은 잘 피했지만, 마지막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불룩 솟아있는 똥배 한가운데를 얻어맞고 헛구역질을 할 뻔했다.


“내 얼굴! 이게 잘생긴 내 얼굴에 감히 상처를 내?”

“어떻게 쌓아온 내 인격(?)인데 애새끼가 여길 두들겨?”

“에라이! 죽어라!”

“어린 놈의 새끼가!”


눈이 돌아간(?) 창룡과 백작은 이후 1시간 넘게 막싸움에 들어갔지만, 서로의 실력이 비슷한지 그 누구도 승기를 잡지 못했다.


“훅! 후욱! 이 돼지 같은 게 끈질기네, 진짜!”

“헥! 헥! 너랑 나랑 사돈이냐? 내가 할 말을 애새끼가 하고 있구먼!”

“헉! 헉! 이봐, 우리 이러다가 밤새우겠어, 이제 승부를 보자고! 너도 힘들 거 아냐?”

“훅! 훅! 좋아! 그 전에 할 말이 있다.”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 창룡과 백작이 마지막 승부를 보기로 합의에 들어갔지만, 할 말이 있다는 백작에 의해 결투는 잠시 중지되었다.


‘······.’

‘······!’

‘······.’

‘······!’


놀랍게도 백작은 창룡이 여의주나 사오정과 비밀 대화를 할 때처럼 머릿속으로 말을 걸어왔고, 창룡 또한, 똑같은 수법으로 백작과 대화를 해나갔다.


“조심해라! 애송이. 좀 전에 말한 대로 지금은 널 죽이고 싶지 않지만, 네가 이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나도 어쩔 수 없다.”

“걱정하지마, 내가 이 순간을 위해서 족집게 과외수업을 받은 게 있으니까.”


왠지 결투를 시작하기 전에 내비쳤던 강한 살기가 사라진 백작의 말투에, 창룡 역시 조금은 화가 풀린 목소리로 답했다.


‘의주야, 저 까망이가 한 얘기 너도 들었지?’

‘들었어. 저 뚱땡이가 율법을 수호하는 흑룡 일족의 후예라니 믿을 수가 없네. 어떻게 뱀파이어가 용족의 후예가 될 수 있지?’

‘백작 말대로 결투 끝내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면 자세히 알 수 있겠지. 그나저나 이번에 그거 써야겠지? 어쨌든 결투는 이겨야 하잖아, 저놈도 승부를 양보할 생각은 없는 것 같고.’

‘그래, 일단은 이기고 봐야지. 그 대신 힘 조절을 잘해야 해, 쟤가 죽어버리면 머리 아파지니까. 알겠지?’

‘걱정하지마! 이 오라버니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너도 알잖아? 안 그래?’

‘큰소리 그만치고 준비해. 쟤 자세 잡는다.’

‘OK!’


창룡과 여의주는 놀라운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뱀파이어 조 파르게르 백작이 용족의 다섯 갈래 중, 율법을 수호하는 흑룡의 후예라는 말을 한 것이다. 아마 조금 전 창룡의 머릿속으로 백작이 한 얘기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창룡이 여의주와 대화를 일단락 짓자, 기다렸다는 듯이 백작이 자신의 에페를 치켜올리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조심해라! 킬 더 드래곤!”


백작의 외침과 동시에 하늘을 향해 치켜세웠던 백작의 에페에서 짙은 검은 색 기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후후후후훙!


‘멍충아, 빨리! 칼로 모여드는 기운 보니까 늦으면 술법을 펼치기도 전에 당하겠어!’

‘알았다고! 아, 이거 아까운 내 머리카락!’

“나와랏! 초이 5형제!”


여의주의 재촉에 창룡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더니 ‘훅’ 하고 전면을 향해 불어버렸다.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창룡의 손에서 떠나간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백작의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동! 창일!”

“서! 창이!”

“남! 창삼!”

“북! 창사!”


바로 손오공의 지살수 비급에 수록된 72종 변화술법 중, 분신을 만들어내는 고위 술법이 1,500여 년 만에 언더월드에서 펼쳐진 것이다.


백작의 사방을 둘러싼 4명의 창룡들은 제각기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여의봉을 돌리며 백작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 자세를 취했다.


‘뭐, 뭐야 이거? 갑자기 이렇게 떼거지로 덤비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에잇! 어쩔 수 없다.’

“하앗!”


생각지도 못한 창룡의 분신술에 백작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준비가 끝난 자신의 애검을 창룡을 향해 휘둘렀다.


“얘들아! 막아!”

“방!”

“방!”

“방!”

“방!”


창룡의 명령을 받은 4명의 분신이 저마다 방방거리며 백작의 공격을 막아갔다.


콰콰콰쾅!

휘류류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사방에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눈도 뜨지 못할 정도의 강풍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숨죽이며 결투를 주시하고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모두의 시선이 모인 그곳에는, 백작의 강력한 공격을 막은 뒤 기운이 다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창룡의 머리카락과 마지막 공격에 힘을 다 쏟아내고 탈진에 빠진 조 파르게르 백작이 힘겹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다렸다! 골통 후드려 까기!”


타탓!

쉬이익!


분신들이 백작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해내고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창룡이 땅을 박찼다.

힘겹게 서 있는 백작을 힐끗 쳐다본 창룡은 초식도 필요 없다는 듯, 자신이 개발한 막공격을 펼치려 했다.


“잠깐 스톱!”


끼이이익!


“컥! 뭐, 뭐야? 너 뭐 하는 짓이야?”


막 백작의 골통을 후드려 까려던,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냥 안 죽을 정도로 머리통을 깨주려 했을 뿐이다, 창룡은 갑자기 ‘스톱’ 을 외치는 백작의 목소리에 황급히 질주를 멈추다 다리가 꼬여 넘어질 뻔했다.


“뭐냐고? 갑자기 왜 말을 하고 그래? 지금이 멈출 상황이냐? 뭔데 빨리 말해봐!”

“항복! 내가 졌다. 이 성 너 가져.”

“켁!”


결국, 결투장의 바닥에 쓰러진 것은 백작이 아니라 창룡이었다.


4.


“우적우적! 이거 어마마네 머거보는 고기냐! 마쉿다!”

“야! 좀 처처니 처머거! 궈지냐”

“뭐래눈 궈야? 니가 나보다 더 처머고 이거든!”

“나눈 여기 쥔이자나!”

“이줴눈 아니거든! 내가 쥔이야! 너는 꼽솨리고!”


다크 캐슬의 넓은 식당에서는 창룡과 조 파르게르 백작의 2차전이 열리고 있었다.


게걸스럽게 침을 튀겨가며 스테이크를 세 접시째 먹고 있는 창룡과 백작의 모습에 이카로스 형제와 사오정은 입맛이 달아난 듯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서 바라만 보고 있었고, 백작의 뒤에서 수발을 들고 있는 패터슨 자작의 얼굴에는 두 줄기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 씨발!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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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제24화. <중립지대로 출발! 1.> +6 19.06.13 174 6 13쪽
60 늑대와 함께 춤을 2. +6 19.06.12 176 8 13쪽
59 제23화. <늑대와 함께 춤을 1.> +4 19.06.11 169 5 13쪽
58 좋은 주먹 놔두고 왜 말로 싸워! 2. +6 19.06.10 170 5 12쪽
57 제22화. <좋은 주먹 놔두고 왜 말로 싸워! 1.> +9 19.06.07 175 6 12쪽
56 라이키 구출 작전 3. +6 19.06.06 171 5 12쪽
55 라이키 구출 작전 2. +7 19.06.05 176 7 12쪽
54 제21화. <라이키 구출 작전 1.> +8 19.06.04 168 8 12쪽
53 묘인족 노예 셀린 2. +12 19.06.03 205 9 12쪽
52 제20화. <묘인족 노예 셀린 1.> +4 19.05.31 202 8 12쪽
51 천공 섬, 크레타를 나서다 2. +9 19.05.30 205 8 13쪽
50 제19화. <천공 섬, 크레타를 나서다 1.> +6 19.05.29 212 9 12쪽
49 새로운 가족 3. +4 19.05.28 210 8 12쪽
48 새로운 가족 2. +4 19.05.27 205 8 13쪽
47 제18화. <새로운 가족 1.> +11 19.05.24 257 9 13쪽
» 결투 2. +7 19.05.23 220 7 12쪽
45 제17화. <결투 1.> +5 19.05.22 233 7 13쪽
44 지금까지 이런 뱀파이어는 없었다. 이것은 돼지인가? 뱀파이어인가? 3. +4 19.05.21 234 8 12쪽
43 지금까지 이런 뱀파이어는 없었다. 이것은 돼지인가? 뱀파이어인가? 2. +4 19.05.20 229 9 13쪽
42 제16화. <지금까지 이런 뱀파이어는 없었다. 이것은 돼지인가? 뱀파이어인가? 1.> +4 19.05.17 234 8 12쪽
41 조 파르게르 백작 3. +6 19.05.16 232 7 12쪽
40 조 파르게르 백작 2. +3 19.05.15 236 9 13쪽
39 제15화. <조 파르게르 백작 1.> +2 19.05.14 242 9 13쪽
38 조인족 이카로스 3. +5 19.05.13 241 10 12쪽
37 조인족 이카로스 2. +4 19.05.12 251 9 14쪽
36 제14화. <조인족 이카로스 1.> +2 19.05.10 253 8 12쪽
35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3. +5 19.05.09 278 10 14쪽
34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2. +1 19.05.08 297 9 12쪽
33 제13화.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1.> +3 19.05.07 29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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