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단 지니 (4)
날개를 단 지니 (4)
‘정말 괜찮을까?’
지금이야 지니가 폭주해도 막을 수 있다. 내가 근처에 있으니.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지니가 반항하면?
‘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내가 만들었는데 이런 의심을 하는 게 우습다. 그래도 지니의 행동을 보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지니에게 인성 교육이라도 해야 하나?’
지니를 아는 자는 딱 둘 뿐이다. 나와 아버지.
아버지의 인성도 그리 좋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나에게 보였던 행동을 보면.
‘하지만, 나보단 낫겠지?’
아무래도 지니에 관해 아버지와 다시 한번 상담해 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이제 확실히 지니의 성능을 알게 됐어.’
지금 현존하는 그 어떤 것도 지니를 해킹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매일 지니를 하나씩 만들어 계속 추가하고 있다.
왜냐고?
펜타곤과 항공 우주국은 양자 컴퓨터를 개발 중이며 이미 17% 정도 제작이 완료된 상태라는 보고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지면 지니와 갭 차이가 얼마나 날까?’
그들이 만든 설계도와 설명을 보면 지니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굳이 따지면 지니도 양자 컴퓨터와 비슷한 존재니까.
그래서 난 그 갭을 메꾸기 위해 매일 지니의 두뇌를 만들었다.
또한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펜타곤과 항공 우주국에서 나온 정보를 보며 지니를 업그레이드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인지, 학습, 기억은 확실히 지니가 최고긴 한데. 이 세상에는 천재들이 너무 많단 말이야.’
갑자기 어떤 천재가 태어나 지니를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나도 돌연변이가 됐는데, 또 다른 돌연변이가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
게다가 지금까지 내가 본 것을 표현한 자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그전에도 나와 비슷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니의 공격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더 필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인공위성이다.
‘지니가 인공지능을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어.’
이 부분에 전혀 문제가 없을지 고민됐다.
아직은 지니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해도 해킹이란 게 결국 단서가 남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첫째는 지니를 우주로 올리는 거다. 그럼 해킹을 해도 전혀 흔적이 남지 않는다. 설마 우주에서 해킹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둘째는 지구 곳곳에 위성을 띄워 그 위성으로 해킹을 하는 거다. 이럴 경우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전혀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 흔적이란 것이 우리 위성에만 남을 테니까.
‘뭘 선택하든 우주로 보내야 하는 것은 변함없네.’
다행히도 이번 해킹으로 항공 우주국에서 위성에 관한 문서를 얻었다. 한데 나에겐 쓸모없는 쓰레기다.
겨우 2m에서 5m짜리 인공위성 하나 올리는데 몇십 미터가 넘는 추진 장치 써야 한다.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비효율적인 건 둘째 치고 우리 회사에서 위성을 만들어도 문제다.
펜타곤과 항공 우주국에서 빼낸 정보와 내가 미시 세계에서 본 것을 합쳐 이상한 것을 생각해 냈다.
바로 구체다.
내부가 텅 빈 구 안에 다시 구를 넣는다. 내부 구가 에너지의 힘을 받아 강한 회전을 하면 구 전체에 자기가 생긴다. 이때 생기는 자기가 지구의 자기와 반대되며 떠오른다.
자기의 극성은 외부 구에 만들어진 지니가 알아서 제어해 준다. 게다가 외부 구에 미세한 돌기를 만들어 구가 떠오르는 것을 도와준다.
이렇게 성층권까지 떠오른 구는 내부 구가 우주 방향으로 강한 충격을 준다. 이때 생긴 관성으로 구가 총알처럼 튕겨 나가며 성층권을 통과하는 방법이다.
내부의 구는 외부 구에 충격을 준 직후 가운데로 이동해 계속 같은 운동을 한다.
뉴턴의 운동 법칙을 깨버리는 이 말도 안 되는 기술은 현대 기술로 절대 만들 수 없다.
이게 가능하게 하려면, 내부 구는 충격을 준 순간, 이동하는 외부 구와 또 다른 충격이 없어야 한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구 내부에 강한 전자기력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외부 구와 내부 구는 초강도 충격에 버틸 수 있어야 하고, 충격으로 생기는 열도 해결해야 한다.
외부와 내부에 삽입될 회로도 충격으로 고장 나면 안 된다.
내가 생각한 것이 실제로 우주를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나 만들었다.
‘이게 성공하면 좀 더 크게 만들어 많은 장치를 넣고 우주로 보내면 돼.’
구의 겉면은 철 구술 같은 형태로 되어 있다.
‘혹시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이 구슬을 찾아도 파괴된 인공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쯤으로 생각할 거야.’
지니에게 선물할 위성을 만들고 있을 때 왕서윤의 일주일 행적이 나왔다.
“그러니까. 왕서윤이 빼돌린 정보를 중국으로 보내고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왕서윤의 정보를 보여줄래?”
[왕서윤 1979년 3월생
중국 공산당 당원의 아들.
아버지의 공산당원 경질을 미끼로 협박하고 있음.
그들의 메신저를 도청한 결과 ONTEL이나 NS 등을 입사해 핵심 기술을 탈취하라는 지시를 받음.]
왕서윤도 살겠다고 하는 짓이겠지만, 내 일에 방해된다.
‘이용할 방법이 있을까?’
“왕서윤에게 정보를 사겠다는 기업은 어디야?”
“IK 스포츠웨어라는 기업입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변호사를 하던 존 웰슨이란 자가 대표로 있습니다.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받아 미국에 파는 기업으로 1억 달러 정도의 연 매출을 올리는 기업입니다.
그 외에도 차이나타운과 연계해 세탁하고 있습니다.”
“훔친 특허를 이 기업을 통해 중국으로 보내고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증거는 잡았어?”
“컴퓨터를 해킹해 봤으나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럼 S-3, S-4, S-5를 을 보내서 감시해봐.”
말이 끝나자 감시 곤충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나도 이민자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집에 스파이가 있다면 분명 문제 될 것이 뻔하다.
‘괜히 엮였다가 회사에 불똥 튀면 골치 아파져.’
생각할 것도 없다.
“중앙 정보국(CIA)에 왕서윤의 정보와 IK 스포츠웨어에 관한 모든 정보를 투고해. 우리 흔적은 남기지 말고.”
지니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투고했습니다.”
‘이제 미국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불현듯 우리 멤버 중에 또 다른 스파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니야. 스터디 학생 모두 감시해봐. 또 다른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금부터 감시를 시작합니다.”
지니의 일로 아버지에게 상담하러 갔다.
“잘 지내셨어요?”
“그래. 너도 잘 지냈니?”
“요즘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집에도 들어오지 않으시고요?”
“요즘 재미난 연구를 하고 있거든.”
“어떤 건데요?”
“DNA다.”
“DNA요?”
“내가 연구하던 분야와 비슷하기도 하고 농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분야다.”
“그렇군요.”
“DNA를 연구하기 위해선 더 많은 샘플이 필요할 것 같다. 장비도 좀 더 들여오고.”
“장비 중에 제가 바꿔드려야 할 게 있나요?”
“몇 가지 장치는 직접 만들어 줬으면 한다.”
“어떤 건데요?”
“DNA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확대경과 DNA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다.”
“알았어요. 연구 한번 해볼게요.”
아버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나에게 물으셨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냐?”
연구실을 만들어 놓고 아버지의 얼굴을 본 게 몇 개월 만인지 생각도 안 날 만큼 이곳에 찾아오지 않았다.
“지니 때문에 상의 드릴 게 있어서요.”
“지니가 왜?”
“지시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요.”
“그래? 그거 좋은 일 아니냐? 알아서 일하면?”
“나중에 문제 되지 않을까요?”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서 감정이 생겼나?”
“감정이요?”
“원래 인간은 호기심을 가진 동물이다. 그런 인간을 모티브로 만들었으니 지니도 호기심이 생겼을지 모르지.”
“정말 그럴까요?”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지니는 인간과 같은 존재가 되었거나 되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 스스로 생각하는 생물이 됐다는 말인가요?”
“가능성은 높다.”
“아무리 인간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해도 기계잖아요?”
“글쎄?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과 어떻게 분류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만큼 인간에게 인공지능은 머리 아픈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어. 어쩌면 인간이 멸망한 후에 인공지능이 다음 세대 지식인으로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비약이 너무 심한 것 아닐까요?”
“우리는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인간 그대로를 복제해 지니를 만들었다. 그러니 우리가 새로운 형태의 종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니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확실하다.
눈으로도 확인했다. 학습도 한다. 그게 벌써 8개월이 넘어갔다. 그러니 지능이 생겼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정말 아버지 말대로 지니가 새로운 종이 됐다면?
‘지니의 감정도 생각하며 친구로 만들 필요가 있겠네.’
“지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화를 해보면 알겠지. 내가 지니와 한번 대화를 해보마.”
“알았어요.”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위성을 만들었다.
첫 번째 위성 실험은 실패다.
내부 구가 외부 구의 외벽을 친 후 가운데로 돌아오지 않아 우주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게 성공하려면 전자기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어.’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걸까?
내부 구가 강한 회전을 하면서 자기를 만드는데 충격을 준 순간 자기가 끊어진다.
‘내부 구가 충격을 줄 때 회전을 멈추면 안 돼.
역시 자기를 고정해야 하나?’
자기장을 고정해 보기로 했다.
‘성층권을 뚫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구나.’
다시 한번 천재들이 만들어 놓은 과학력이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위성을 올리기 위해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
며칠 후.
왕서윤이 사라졌다.
청소 의뢰 업체의 말에 의하면 FBI가 갑자기 집에 들이닥쳐 왕서윤의 모든 물건을 가지고 갔다는 말도 했다. 그 후 벤도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그러는 동안 여름 방학이 다가왔다.
스탠퍼드 대학에 다닌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 간다.
이곳은 1년에 4개 학기로 나눠 교육한다.
강의 자료를 이해하려면 페이지마다 최신 논문을 두 세계씩 참고해야 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다른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우기보다 따라오기 급급할 뿐이다.
나는 정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고 그 원리를 이해했기에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알 수 있었다.
나처럼 강의 내용을 이해하고 교수에게 어려운 질문을 하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수업 시간마다 나는 다른 학생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내가 질문한 것은 고스란히 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겐 정말 즐거운 시간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는 나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지식과 아이디어를 채워주고 있다.
내가 수업에 들어가면 교수도 긴장한다.
조금이라도 공부하지 않으면 내가 한 질문에 말문이 막히기 때문이다. 하여 교수도 나 때문에 머리 싸매며 공부해야 했다.
이로 인해 교수들에게 항상 러브콜을 받는다.
같이 연구하자고.
몸은 하나인데 할 게 너무 많아 그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들도 내가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것을 알기에 더는 권하지 못했다.
원래는 1년만 다니려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 더 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스터디와 연구, 회사 일까지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에 에일린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너 정말 대단하다. 도대체 잠은 자는 거야?”
“그럼 당연하지.”
“우리 오빠들도 이 정도까진 하지 않았는데.”
“사람이 모두 같을 순 없지.
누가 그러더라고.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 삶에 활력을 만든다고.”
“아인슈타인 오빠가 그랬지?”
“오빠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니?”
“나에겐 영원한 오빠야.”
“뭐 그건 네 마음이니까. 뭐라 부르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여름 방학에 뭐 할 거야?”
“연구해야지. 할 일이 많거든.”
요즘은 모든 시간을 인공위성을 연구하는데 쓰고 있다.
“이번 여름 방학 때 넌 나와 할 일이 좀 있는데?”
“뭔데?”
“할아버지가 너와 모임에 참석하래.”
“모임이라니?”
“상류층들이 모이는 모임이야. 거기에 너를 꼭 데려가래.”
“내가 굳이 거기 갈 필요가 있나?”
“그 모임은 상위 0.1%의 자녀들만 모여. 말 그대로 인맥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지. 내가 널 데려가지 않으면 넌 절대 참석할 수 없는 모임이기도 해.”
“그래?”
“그 모임에 참석한다는 것은 상위 0.1%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해.”
“내가 얻는 이익은?”
“글쎄? 네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얻을 게 많나 보네?”
“이해가 빨라서 좋네. 그 모임에는 조건이 있어. 첫 입회비로 100만 달러를 내야 해.”
“100만 달러나? 누가 만들었는지 아주 깔끔하네.
좋아. 까짓것 내지 뭐.”
“잘 생각했어. 그런 모임에 참석해 봐야 시야가 넓어지니까.”
지니의 도움으로 지금도 충분히 넓게 보고 있다. 내가 이 모임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나를 위해 노예가 되어 줄 자를 찾기 위해 서다.
추천은 작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독자님들의 추천으로 무럭무럭 자라겠습니다.
Comment ' 1